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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9

    <309 – 이사장의 저택>

     

    모래사장과 함께 나무 수십 그루, 도로로 추정되는 콘크리트 더미, 그 외 몇 가지 부속시설을 모조리 밀어버린 크루즈선이 마침내 정지했다.

    ‘경☆축 와이히엠하이 재단이사장의 저택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현수막을 발견한 학생들은 죄책감과 두려움에 부들부들 떨었다.

     

    “우리 너무 쓰레기 아니야?”

    “딸을 환영할 준비를 한 파파의 개인소유지를 파파가 보낸 배로 밀어버린 셈이네.”

    “그렇게까지 신랄하게 정리하지 않아도 되거든, 즈앙?!”

    울상을 지으며 외치는 티토소가의 손에는 예전보다 훨씬 무겁고 튼튼하고 반짝반짝 빛이 나는 스탠드가 들려있었다.

     

    “우왕. 티토소가 조명대 바꿨어?”

    “+5강 했어!”

    “우와. 좋겠다~ 보물급 아티펙트도 얻고.”

    “보물급?”

    “몰랐어? 강화는 5강마다 아이템의 격이 달라지잖아. 5강이면 보물이야!”

    “그렇구나!”

     

    배에서 내리면서 나와 티토소가가 나누는 대화에 이사벨이 깜짝 놀라 끼어들었다.

     

    “그게 정말이야? 유적에서 곧잘 출토되는 보물급 아티펙트들이 실은 +5강 된 아이템이었다고?”

    “맞아요!”

    “그럼 혹시 유물도?”

    “유물급은 +10강이에요!”

    “강화가 그렇게 굉장한 일이었다니…”

    “근데 이사벨이 그걸 왜 궁금해 하세요?”

    “…그야 내가 에소니아 탐험단의 2대 단장후보니까. 탐험가들은 유적지에서 보물이나 유물을 발굴하는 것을 생업으로 삼아.”

    “아참. 이사벨은 요리사가 아니었지!”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며 육지에 상륙하자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연미복 차림의 남성들이 웃지만 빡침이 느껴지는 얼굴로 마중을 나왔다.

     

    “본 저택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크노디 님.”

    “저희는 저택까지의 안내를 부탁 받은 길잡이 겸 집사입니다.”

    “집사? 조나처럼요?”

     

    헤에. 흐음. 으음?

     

    “정말 집사 맞아요?”

    “저희를 의심하는 겁니까?”

    “그치만… 약하잖아요. 아저씨들은.”

     

    집사들의 얼굴이 널 물어뜯어 죽이겠다고 외치는 맹견 불독의 얼굴처럼 아주 거칠게 파들파들 떨렸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 않나?

    느껴지는 강함은 아무리 봐도 조나보다 훨씬 약한데.

    갑자기 싸해진 분위기에 대답이 돌아온 것은 앞이 아닌 뒤였다.

     

    “당연한 겁니다. 저는 아가씨의 집사. 아가씨도 평범한 장학생은 아니지 않습니까.”

    “수석장학생이죠!”

    “그러니 저도 수석집사라고 부를 수 있는 입장의 인간인 겁니다.”

    “아항!”

     

    대장은 원래 강하지.

    몬스터들도 우두머리 개체는 강하잖아.

    집사도 그런 시스템이 있나보다!

     

    “조나님. 배의 상륙은 어떻게 된 일입니까?”

    “브레이크가 고장 났다.”

    “닻을 내리면 멈출 수 있었을 텐데요?”

     

    집사들의 물음에 조나는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몰랐다.”

     

    무조건 알고도 저지른 사람의 얼굴이었다.

    뒤에서 눈을 마주친 리프가 집사들의 시선을 피해 슬쩍 윙크를 했다.

    나도 윙크 할 수 있어!

     

    “오크노디. 눈에 머 들어갔어?”

    “호 해줄까?”

    “아니… 괜찮아……”

     

    즈앙과 티토소가의 친절함에 괜히 수치심만 느껴졌다. 이래서 윙크는 남들 몰래 해야하나보다.

     

    “갸하핫! 저택까지 가는 길이 엄청 머네. 부잣집 딸이라고 티내는 건가?”

    “재단은 대륙에서 손꼽히는 거대조직입니다. 황궁규모의 사치스러운 개인섬부지를 지니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샌님 너도 실은 남 몰래 개인 섬 같은 거 하나쯤 가지고 다니는 건 아니냐?”

    “설마요. 장물을 숨겨두는 창고나 밀수용 선박, 관리인 및 직원일동은 있지만 섬을 구매할 정도는 아닙니다. 사업규모가 열 배로 커지면 생각해보겠지만요.”

    “생각은 할 수 있는 거냐…”

     

    암상인답게 은근히 돈이 많은 지젤의 말이었지만 다른 학생들의 반응은 그냥 그렇구나 정도였다.

    애초에 귀족의 자제나 왕족, 심지어는 황녀까지 포함된 학생들이 그 정도의 자산을 부유하다고 평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탓이다.

    반대로 가진 건 재능뿐인 가난한 학생들은 동경어린 눈으로 지젤을 쳐다보았다.

    아카데미 학생들에게도 존재하는 빈익빈 부익부!

    그 끝판왕을 바라보는 눈으로 돈 많은 귀족자제들과 황녀마저도 나를 쳐다보았다.

     

    “오크노디. 혹시 우리 혼나려나?”

     

    그 대단한 부잣집 프라이빗섬을 개박살을 내놓은 지고쿠가 슬쩍 눈치를 보며 물었다.

    제발 아니라고 대답해달라며 간절히 비는 졸개들에게 겁을 주고 싶은 장난기가 생겼지만 지고쿠까지 괴롭히는 건 불쌍해서 한 번 봐줬다.

     

    “설마요. 먼저 안라게의 사도를 태운 배를 보내서 작은 장난을 친 건 파파인데 이 정도로 혼내겠어요? 딸의 귀여운 투정으로 봐주겠죠!”

    “작은 장난…? 귀여운 투정…?”

     

    [무슨 장난에 승무원 천 명이 죽고 섬 입구를 갈아엎는 걸 귀여운 투정이라고 부르나요?]

    [공포유발 경험치+1]

     

    힝.

    무슨 말만 하면 뭐라 그래.

     

    “파파가 한 거에 비하면 실제로 우리가 한 건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저기 갈아엎어진 바닥에 삐죽 튀어나온 창살트랩만 봐도 그렇고.”

     

    배에 쓸려 갈아엎어진 지면 사이에 삐죽 튀어나온 창살트랩에 학생들이 어리둥절해하며 안내인 집사들을 돌아보았다.

    집사들은 뻔뻔한 얼굴로 대답했다.

     

    “침입자 격퇴용 창살트랩입니다. 그밖에도 여러 종류의 트랩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만 선박이 밀고 들어와서 상륙지 부근 함정설비가 90% 궤멸했습니다.”

     

    모래사장에서 기념품 삼아 조개를 줍던 티토소가가 히끅 딸꾹질을 했다.

     

    “참고로 그 조개는 껍질을 열면 안에 설치한 폭탄이 터지는 폭탄조개입니다. 조심히 내려놓으시길 권장합니다.”

     

    거봐.

    우리가 한 장난은 진짜 별거 아니라니깐?

     

    [무서운 파파의 딸은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공포유발 경험치+1]

     

    …근데 왜 자꾸 날 무서워하는 거야!

     

     

    * *

     

     

    파파의 저택이라 부르고 탑이라고 인식하는 주거시설은 입구부터 굉장한 마력장이 느껴졌다.

     

    [칭호 <묵시록의 경험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칭호보유효과 : 세계단위의 영역에 부분저항]

     

    저항알림이 뜨자마자 눈치 챘다.

    저택의 안과 밖은 차원의 계界가 다른 장소다.

    육안으로 포착되던 탑의 형상은 차원 너머의 모습을 어렴풋이 비칠 뿐, 그 실체를 보여준다고 할 수 없었다.

    저택의 실체는 직접 들어가야 알 수 있겠지.

    집사들이 말했다.

     

    “오크노디 님과 친구분들은 본가의 저택에 초대받으셨지만 부담을 느끼신다면 거절하고 이곳에서 대기하셔도 무방합니다. ‘연행’이나 ‘감금’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초대’이기에.”

     

    자신의 의지로 결정해라.

    그러나 들어온다면 호된 꼴을 겪을 것이다.

    집사들이 은연중에 드러내는 암시에 나는 깡총 뛰어서 입구에 발을 들였다.

    누가 들어올까?

    안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상급반 학생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해적단원이나 장학생처럼 말단급에 해당하는 하급반 학생들은 들어오지 않았다.

    크루즈선에서 겪은 것과 비슷한 일을 겪는다는 생각에 두려웠던 나머지 저택탐험을 거절한 것이다.

    마음은 이해한다.

    힘없고 약한 뉴비들은 어디서 억까를 당할지 몰라 두려워서 이벤트 참여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지.

    나중에 가면 그런 소심함을 후회하겠지만 내가 키우는 캐릭터도 아니고 인생 대충 살든지 말든지 캐릭터 육성을 막장으로 하든지 말든지 아무 상관없지!

     

    삑. 덜커덩.

     

    직원카드를 내밀고 엘리베이터를 호출한 집사들이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당당하게 같이 발을 올리려던 내게 집사들이 고개를 저었다.

     

    “이곳은 각 층의 출입권한을 지닌 자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루트입니다. 집사와 메이드를 제외한 학생 여러분은 저쪽의 계단을 이용해주시길 바랍니다.”

    “아항. 숏컷 개념이구나. 그럼 어쩔 수 없죠!”

     

    던전에서 입구부터 보스룸까지 한참 뺑뺑이를 쳐서 돌아다녔다고 매번 다시 들를 때마다 미로를 헤매도록 만드는 건 불합리한 조치다.

    한 번 던전을 극복한 역량을 보여준 사람에게는 빠르게 복잡한 구간을 통과할 수 있는 숏컷Short Cut, 지름길 요소가 게임에는 구현되어 있다.

    이 엘리베이터가 그런 숏컷의 역할을 수행한다면 따라주는 것이 인지상정이지.

    혼자서라면 억지를 부려서라도 탈 자신은 있지만.

     

    “으으. 걷기 싫은데.”

    “몰래 타면 안 될까?”

    “집사들을 때려눕히고 우리가 타자.”

     

    무력면에서 못미더운 티토소가나 숨기와 잠입으로 묻어가자고 유혹하는 즈앙, 무지성으로 힘부터 쓰려고 보는 용사를 보면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겠다.

    친구들을 데려와 놓고 자기 혼자만 쏙 올라가는 것도 얌체 같으니 여기선 모두와 함께 사이좋게 올라가기로 결정했다.

     

    “저택의 20층까지 올라오면 <식당>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가씨.”

     

    조나와 리프는 그렇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저 멀리 위층으로 올라갔다.

    계기판에 떠오른 조나가 향한 곳의 층수는 무려 50층이었다.

     

    “에이프릴은 안 가요?”

    “저는 말단 청소 메이드라서 이런 중요시설에 방문한 이력이 없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계단을 통해 올라가야 합니다.”

    “그쪽의 약골 집사아저씨도요?”

    “…저는 길을 잃고 엉뚱한 계단으로 가지 않도록 여러분의 진행방향을 안내하고자 남았습니다.”

     

    층수를 본 지젤이 호기심을 보였다.

     

    “이 저택은 몇 층까지 있습니까?”

    “제가 파악하기로는 50층까지입니다.”

    “식당이 왜 20층이나 되는 높이에 있는 겁니까?”

    “이사장의 저택은 방문자의 수준을 파악하여 자격이 있는 자에게 접대시설을 하나씩 개방합니다. 매 10층마다 특별한 시설이 개방되는 구조입니다.”

    “그럼 오크노디의 아버지를 만나려면 적어도 20층까지는 올라갈 실력이 있어야 하겠군요.”

     

    상급반 학생들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층의 진행은 개인별로 진행합니까?”

    “여러분은 단체손님이니 다 같이 진행하셔도 됩니다. 초대받은 손님이니 난이도도 그리 높지 않습니다. 끽해봤자 열이 들어가서 하나만 죽을 수준입니다.”

    “…”

     

    인파에 섞여서 슬쩍 올라갈 생각이었던 하급반 학생 몇 명이 뒷걸음질 쳤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1월 28일은 사실 연참의 날이래요.
    테디베어가 그렇게 정했으니까 연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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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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