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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

       

       

       

       

       

       “그럼 그거, 혹시 저희가 바로 신청해도 될까요?”

       

       나는 혹여나 다른 사람이 먼저 가로챌까 싶어 바로 직원에게 말했다. 

       

       다행히 직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뢰 내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정확히는 히파르를 경유해서 캐머해릴까지 가는 의뢰인데, 의뢰인께서 히파르에서 하루나 이틀 정도 머물 생각이시라 그곳 길드에서 따로 캐머해릴까지 호위 의뢰를 구하실 수도 있다고 하셨어요.”

       

       즉, 캐머해릴이 최종 목적지이긴 하지만 급한 대로 히파르까지만이라도 호위를 해 줄 사람을 구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출발은 정확히 언제죠?”

       “오늘 점심에 출발할 수 있으면 바로 출발할 거라고 하셨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라면 나중에라도 의뢰를 뺏길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

       

       기본적으로 용병 길드에서 한 용병이 의뢰를 선점하면, 길드 측에서는 설사 더 랭크가 높은 용병이 와서 그 의뢰를 하고 싶다고 해도 내어 주지 않는다. 

       

       ‘수행 가능한 랭크 내에서라면 기본이 선착순이라는 소리지.’

       

       그건 길드 내에서 최대한 많은 용병이 고루 기회를 가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마련한 최소한의 규칙이었다.

       

       하지만 가끔 변수도 있는데, 바로 의뢰인이 직접 그 의뢰를 선점한 용병의 상태를 보고 거절하는 경우였다.

       

       ‘랭크와 실력이 반드시 정비례하는 건 아니니까. 의뢰자가 선호하는 직업군도 그때그때 다르고.’

       

       말로는 F랭크라도 상관없이 구한다고 하지만, 만약에 나보다 랭크도 높고 실력도 뛰어난 용병이 이 의뢰를 하고 싶다고 한다면 의뢰자 측에서 나를 쳐내고 다른 용병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소리다. 

       

       물론 용병 길드 측에서도 그렇게 의뢰자가 마음대로 수주인을 바꾸지 못하도록 노력하긴 하지만, 결국 갑은 돈 주는 사람 아니겠는가.

       

       ‘이 랭크 낮은 용병 데려갔다가 사고 나면 길드 니들이 책임질 거야? 라는 식으로 나오면 길드 쪽에서도 조금 물러날 수밖에 없으니.’

       

       그런 갑질이 반복된다면 용병 길드 측에서도 블랙리스트에 등록하는 등 패널티를 먹일 수 있긴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까지 되는 경우는 별로 없기도 하고.

       

       그래서 만약 의뢰인이 ‘랭크 F짜리 초짜 와이번 테이머’를 거부하고 다른 용병으로  받고 싶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면 나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의뢰를 알아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 오늘 점심에 출발해야 되는 거면 얘기가 다르지.’

       

       게다가 목적지까지 갔다가 다시 그렘 마을로 오는 왕복 호위도 아니고, 편도 호위에다 심지어 경유까지 있으니 이쪽을 거점으로 하는 용병들은 수주를 꺼려할 것이다. 

       

       ‘편도 호위의 경우 다시 돌아올 때는 내 돈으로 와야 하니까.’

       

       하지만 나와 아르는 어차피 그렘 마을에 잠깐 머물고 떠날 예정이었으니, 편도니 왕복이니 하는 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동안 그렘 마을에서 충분히 휴식도 취했고, 그새 의뢰도 하나 완료해 뒀으니…. 할 건 다 한 셈이지.’

       

       아르와 함께 운 좋게 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 야시장까지 한 바퀴 쭉 돌며 맛있는 건 하나씩 다 사 먹었고, 화룡점정으로 이벤트에서 일등상까지 받았으니까. 

       

       그런데 거기다가 그 일등상을 사용할 수 있는 히파르까지 편도로, 그것도 돈을 받고 갈 수 있다?

       

       ‘이렇게 개꿀인 상황이 또 있을까.’

       

       빙의 초반에 불운을 한바탕 겪었으니, 이젠 행운을 겪을 차례라고 말하는 듯한 이 상황. 

       

       ‘물론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우린 ‘호위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입장. 

       

       가는 길에 어떤 위협이 닥쳐 오든, 그 위협으로부터 의뢰자를 지킬 의무가 있다. 

       

       ‘대충 안전할 확률이 높은 길을 알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마물이나 산적은 언제 만나도 이상하지 않으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임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럼 정오까지 다시 이리로 오면 될까요?”

       “의뢰자님께서 바로 광장으로 와 달라고 하셨어요.”

       “그럼 바로 광장으로 갈게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려는데, 직원이 조심스럽게 다시 우리를 불렀다. 

       

       “저, 잠시만요. 죄송한데 의뢰자분께서 랭크는 상관없지만 마법사 기준 2서클 정도 되는 실력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저희 측에 그 조건만 맞춰 달라고 하셨거든요. 혹시….”

       

       직원은 아르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아아.”

       

       나는 그제야 그 눈빛에 담긴 의미를 이해했다. 

       

       ‘길드 측에선 아직 내가 테이머라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정보가 없었지.’

       

       등록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뿐더러 완료한 의뢰라고는 아직 약초 수집해 오는 것밖에 없었으니까. 

       

       나는 잠깐 아르가 마법 쓰는 걸 보여줄까 하다가, 이내 고개를 젓고 상태창을 조작했다. 

       

       [스킬 동기화를 사용해 ‘아르젠테’의 스킬 ‘파이어 애로우’를 공유 받습니다.]

       

       그리고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들어 올리며 영창했다. 

       

       “파이어 애로우.”

       

       화륵!

       

       내 손바닥 위에서 일순 환한 불꽃이 피어올랐고, 그 불꽃은 금세 날카로운 촉을 가진 화살의 형태로 변화했다.

       

       “와아….”

       

       공중에 부유하고 있는 파이어 애로우를 본 길드 직원의 눈이 커졌다. 

       

       “레온 님, 그냥 테이머가 아니라 원래 마법사셨군요…?”

       

       아직 이른 아침이라 어둑어둑하던 길드 안에 환한 불꽃이 피어나자 본능적으로 돌아본 용병들도 놀랐는지 한마디씩 거들었다. 

       

       “뭐야. 저 청년 마법사였어?”

       “그것도 2서클인데?”

       “내가 마법사들 많이 봐서 아는데, 저 정도 파이어 애로우면 2서클 중에서도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야.”

       “저번에 술 마실 때 마법 얘기는 쏙 빼놓고 해서 평범한 청년인 줄 알았더니만….”

       “힘을 숨기고 있었구만그래.”

       “어쩐지, 와이번을 주워서 떠돌다가 여기까지 왔다는데 너무 멀쩡하다 싶었지. 보통 마물이나 산적 한 번쯤은 만날 법도 한데 말이야.”

       

       갑자기 쏠린 시선과 관심에 양심이 찔린 나는 얼른 파이어 애로우를 취소하고 헛기침을 했다. 

       

       “크흠. 아무튼 이 정도면 되었을까요?”

       “그럼요!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2서클의 마법사임을 확인한 직원은 안심한 듯 환하게 웃어 보였다. 

       

       “자네, 설마 히파르로 가는 겐가?”

       “편도인데 가는 걸 보면 이쪽 마을은 떠날 생각인가 보구먼.”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자넬 못 본다고 생각하니 벌써 아쉽네그려.”

       “이 사람아! 말은 똑바로 해야지. 이 청년이 아니라 요 귀여운 와이번을 못 보는 게 아쉬운 게지?”

       “어허. 비겁하게 내 본심을 끄집어낼 텐가?”

       “쀼우!”

       “아휴, 귀여워라. 아르야, 앞으로도 청년 말 잘 듣고 건강하게 자라야 한다!”

       

       용병들은 내가 떠난다는 사실에 아쉬워하면서도 호탕하게 웃으며 배웅을 해 주었다.

       

       만남에도, 헤어짐에도 익숙한 사람들이기에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길드에서 나온 나는, 아르를 데리고 마을 바깥으로 향했다. 

       

       “쀼우?”

       

       그리고 어디 가는 거냐고 묻듯 고개를 갸웃하는 아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르야, 의뢰 가기 전에 나랑 잠깐 어디 좀 갈까?”

       

       ***

       

       [Lv.3 「아르젠테」가 스킬 ‘파이어 월’을 습득했습니다!]

       [Lv.3 「아르젠테」가 스킬 ‘아이스 애로우’를 습득했습니다!]

       [Lv.3 「아르젠테」가 스킬 ‘아이스 월’을 습득했습니다!]

       

       “쀼우!”

       

       츠츠츳!

       

       “…역시 아르는 천재가 맞아.”

       

       나는 눈앞에 솟아오른 아이스 월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르를 데리고 마을 바깥으로 나온 건, 이번 호위 임무를 대비해 스킬을 최대한 다양하게 익혀 두게 하기 위해서였다. 

       

       ‘일단 지금 가진 마력으로 원활하게 활용 가능한 3서클 이하의 마법까지는 어느 정도 숙련도를 올려 두는 게 좋겠지.’

       

       그래서 나는 일부러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곳까지 나와 아르에게 해당 마법에 대해 설명해 주었고, 아르는 역시 찰떡같이 알아듣고 바로 바로 구현을 해 냈다. 

       

       ‘게다가 한 번 새로 쓸 때마다 숙련도가 올라가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니….’

       

       성장하는 걸 보는 맛이 있다니까. 

       

       ‘그리고.’

       

       [이제 스킬 동기화를 사용해 ‘파이어 월’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제 스킬 동기화를 사용해 ‘아이스 애로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제 스킬 동기화를 사용해 ‘아이스 월’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아르가 새로운 스킬을 하나씩 익히면서 자동으로 나의 스킬 폭까지 함께 넓어지는 효과까지 있고.

       

       아르만큼 자유롭겐 못 쓰지만, 그래도 여차할 때 필요한 마법을 쓸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크다.

       

       “쀼우! 레온, 나 잘해써?”

       “응. 우리 아르 너무 잘했어. 천재야, 천재.”

       “헤헤…. 그럼 나 안아 조!”

       

       잘했다는 말을 들은 아르는 조금 지쳤을 텐데도 활짝 웃으며 팔을 쭉 뻗고 나에게 도도도 달려와 안겼다. 

       

       나는 그런 아르를 안고 엉덩이를 토닥여 주었다. 

       

       “뀨우우.”

       

       그렇게 안긴 채 뀨우 소리를 내며 쉬던 아르는 잠시 후 내 품 안에서 새액 새액 숨소리를 내며 잠이 들었고.

       

       나는 그런 아르를 안고 다시 마을로 돌아왔다. 

       

       아직 의뢰자가 말한 시간까지는 조금 여유가 있어, 나는 아르를 데리고 스미스 잡화점에 들러 인사를 나누었다. 

       

       “안녕하세요, 스미스 씨. 그리고 벨라도 안녕.”

       “어! 아저씨랑 아르다!”

       “어서 오십시오. 이 시간에 오신 걸 보니…. 벌써 마을을 떠나시는 겁니까?”

       “하하, 날카로우시네요. 인사 드리러 왔습니다.”

       “쀼우? 쀼!”

       

       내가 스미스 씨와 얘기를 나누는 동안, 잠에서 깬 아르는 벨라와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히잉. 아르야, 나중에 꼭 또 봐!”

       “쀼우우…!”

       

       둘 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서로를 안는 모습을 보니 귀엽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영원히 머물 수는 없는 노릇.

       

       정오가 다 되어 가자, 나는 아르를 데리고 잡화점에서 나왔다.

       그리고 그때, 스미스 씨가 따라 나와 나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레온 님. 이걸 가지고 가시지요.”

       “이건…. 가방인가요?”

       “안에 아르를 넣고 옆으로 멜 수 있도록 직접 만들었습니다. 앞쪽에 구멍이 뚫려 있어 안에서 바깥을 구경할 수 있을 겁니다. 얼굴을 내밀지 않는 이상 밖에선 안이 잘 보이지 않을 거구요.”

       “와…. 이런 걸 직접…. 감사합니다. 잘 쓸게요.”

       “쀼우!”

       

       시험 삼아 아르를 바로 가방에 넣어 보았는데, 딱 알맞게 들어가는 데다가 스미스 씨 말대로 바깥도 구경할 수 있어 아르를 데리고 다니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안 그래도 백팩 쪽에는 챙길 게 많아서 아르는 그냥 어깨에 얹고 다녀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르도 가방 속이 아늑한지 마음에 든다는 듯 쀼우 소리를 냈다. 

       

       나는 연신 감사 인사를 한 뒤, 작별 인사를 하고 광장으로 향했다. 

       

       “아, 저건가 보다.”

       

       광장에서는 이미 마차가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이어 씨 맞으신가요?”

       

       내가 다가가 묻자 조금 통통한 중년의 상인이 나를 돌아보았다. 

       

       “오, 이번 호위 의뢰를 맡아 주실 분이신가 보군요. 2서클의 마법사이자 테이머이시라고 들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레온이라고 합니다.”

       

       내 대답에, 마이어 씨는 조금은 걱정스럽다는 듯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마법사이신 것은 좋으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테이머이신 게 마음에 걸리는군요. 짧지는 않은 길이다 보니 중간에 무슨 일이 발생할지….”

       

       아무래도 테이머에 대해 별로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모양.

       

       ‘사실 어쩔 수 없긴 하지.’

       

       이게 오히려 정상적인 반응이다. 

       

       “음, 역시 그런가요. 그래도 제 사역마는 착하고 말도 잘 듣는 편이라….”

       “테이머 분들은 다들 그렇게 말씀하시더군요. 후우…. 하지만 일이 급한 만큼 어쩔 수 없겠지요.”

       

       마이어 씨는 마차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리 타시지요.”

       

       내가 그대로 마차 뒤쪽에 올라타자, 마이어 씨가 물었다. 

       

       “…그런데 사역마는 어디 있습니까?”

       “아. 여기 있습니다.”

       “쀼우!”

       

       그때 가방에 뚫린 구멍으로 얼굴을 쏙 내민 아르가 대답했다. 

       

       나는 그대로 아르를 쑤욱 꺼내 들어 보였다. 

       

       “뀨우.”

       

       내 손에 들린 아르가 마이어 씨를 보며 커다란 눈망울을 꿈벅였다.

       

       “새끼 와이번인데, 보시다시피 말도 잘 듣고 순해서 괜찮을…. 마이어 씨?”

       

       마이어 씨의 휘둥그레진 눈과 벌어진 입을 바라본 내가 그를 부르자.

       

       “레온 님이라고 하셨죠?”

       “어…. 네.”

       

       마이어 씨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내게 가까이 다가와 입을 열었다. 

       

       “캐머해릴까지 부디 함께해 주시지요.”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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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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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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