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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

       

        

        

        

        

        언젠가 말했었던 것 같지만, 난 예전에는 FPS 게임을 좋아했다.

        

        목표가 간단하니 뭐 어쩌니 하면서 당시엔 말이 길어졌었는데, 짧게 줄이자면 그냥 단순명료함과 직관적인 쾌감 때문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단순히 총을 쏘는 것을 넘어 여러가지로 생각을 해야 하는 게임들이 많아지긴 했었지만, 나는 FPS 게임이라면 부가 요소에 크게 상관없이 대부분의 것들을 건드려보긴 했었다.

        

        직역하자면 무지개-공성전이라는 해괴한 이름의 게임도 있었고, 64인 멀티플레이가 되는 대규모 점령전 같은 것도 있었다. 유저를 전쟁영웅으로 만드는 시나리오를 가진 의무와 부름도 있고, 폐쇄된 경제특구에서 탈출하는 게임도 있었다.

        

        다 같은 FPS로 묶여있긴 했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들은 각자 다 다른 플랫폼에 상주하는 게임이기도 했다.

        

        근데….

        

        

        

       -[외부 임무 목록]

       ㄴ[소규모 침투전 : 팀 식스Team Six]

        ㄴ[러시아 첩보부대를 포함한 다양한 적들이 본토에 침투하여 EMP를 설치하고, 수많은 지형지물을 요새화하여 침공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다른 오퍼레이터와 팀을 이루어 이들을 저지하십시오.]

        ㄴ[현 랭크 : 없음]

        

        

       -[외부 임무 목록 // 계절 한정 컨텐츠 : 개방 중]

       ㄴ[백신 찾기 : 생존Survival]

        ㄴ[전 세계를 덮친 생물학 병기인 오메가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한 백신이 오염지역 내의 연구 시설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다가오는 눈폭풍을 뚫고 백신을 회수하여 무사히 귀환하십시오.]

        ㄴ[현 랭크 : 없음]

        

        

       -[외부 임무 목록]

       ㄴ[폐쇄구역 : 미확인구역 탈출Escape from Unknown]

        ㄴ[여러분들은 HQ와 동떨어진 미확인구역에서 수색 임무를 벌이다 실종된 후 복귀하였고, 그곳에 막대한 가치를 지닌 물자와 정보가 여전히 남아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는 지역을 돌파하여 가치있는 물건을 습득한 후 탈출하십시오.]

        

        

       -[외부 임무 목록]

       ㄴ[데이터 말소 : 최상위 포식자Apex Predator]

        ㄴ[아르테미스 테크놀로지가 몰락한 후, 이카루스의 기술자들은 시뮬레이터를 통해 7㎢가 넘는 거대한 가상 훈련 환경을 구현했습니다. 연구시설, 몰락한 도시, 거대한 훈련장에서 백 명에 달하는 경쟁자와 싸워 승리를 쟁취하십시오.]

        ㄴ[현 랭크 : 없음]

        

        

       -[외부 임무 목록]

       ㄴ[전면전 : 전장BattleField]

        ㄴ[러시아, 중국의 정규군들과의 전투가 임박했습니다. 광활한 전투 환경에서 기지를 점령하고, 적들을 죽이고, 또 죽이십시오. 설령 사망하더라도 여러분들은 다시 부활할 수 있습니다.]

        

        

       -[외부 임무 목록]

       ㄴ[무제한 PVP : 추락한 천사Fallen]

        ㄴ[이카루스 요원의 배신은 가장 중차대한 위협이며, 훌륭한 요원은 그만큼 공포스러운 적으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질서를 배반하고 폭력의 손을 들어버린 변절 오퍼레이터들이 득실대는 구역에 투입된 후, 이들을 제거하십시오.]

        ㄴ[현 랭크 : 없음]

        

       .

        

        

       .

        

        

        

       “…뭐가 많네요.”

        

       “이게 옛날에 유행했던 FPS게임의 판권을 사와서, 다크 존 안으로 통합시킨 거래요. 그래서 수많은 유저들이 여기 다 몰렸다나 뭐라나.”

        

       “그래 보이네요.”

        

        

        

        …다 예전에 어디선가 봤던 게임들인데, 왜 다크 존 안에 몰빵이 되어있는 거지?

        

        이전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지난 번 다크 존 관련 기사를 힐끔 보았을 때 이와 관련된 내용이 있었던 것 같긴 했다. 수많은 과거 FPS게임을 가상현실로 구현했었다고 했나.

        

        그러면 확실히 불가능하지는 않은 일들이긴 하지만…어이가 없긴 하네. 내 과거의 게임들을 이런 형태로 마주해버릴 줄이야.

        

        

        외부 임무 목록들. 즉 다크 존이 서비스하는 게임 모드들에 대한 설명들은 과거 내가 알고 있던 것들과는 조금씩 달랐다.

        

        조금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세계관을 이쪽으로 편입시거나 설정을 따오는 과정에서 약간씩의 변형이 이뤄진 탓에, 원본을 알아보기 어려운 것들이 여러 개 있긴 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내용물이라고 내게 말하듯이, 팀 식스 부분의 자세히 보기를 열어본 순간 내 눈 앞으로 펼쳐지는 익숙한 맵들. 별장이니 은행이니 해안선이니 뭐가 이리저리 있었다.

        

        흐음.

        

        

        

       “레펠 연습 한 지가 좀 오래된 것 같은데….”

        

       “네? 뭔가 말하셨나요?”

        

       “어떤 걸 하게 될지 조금 생각해보고 있었어요. 하모니 씨는 결정하셨나요?”

        

       “지금 투표로 알아보고 있어요. 선생님은 아무거나 하셔도 괜찮으시죠?”

        

       “네.”

        

        

        

        방송.

        

        방송이라.

        

        갑자기 슬그머니 궁금증이 들긴 했다. 방송은 어떻게 이뤄지는 건지, 그녀는 어떤 식으로 하고 있는 건지. 어쩌면 이런 느낌으로 시청자가 유입되는 게 아닐까.

        

        

        잠시간 기다리자, 파티장 변경 요청을 통해 권한을 받아든 하모니는 가장 상위에 위치한 ‘팀 식스‘ 부분을 눌렀다. 막힘없는 내부 UI 진입과 함께 순식간에 주변 환경이 박리되어, 어느새 우리는 브리핑 룸 같은 공간에 서 있었다.

        

        랭크전 기능은 레벨이 모자라다는 이유로 막혀있었지만, 일반 매치메이킹은 하드코어 유저가 있다는 이유로 초보자 매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떴다.

        

        내 그럴 줄 알았지.

        

        

        

       “어으, 막상 또 해보려니까 떨리네요. 몇 년 전에 컴퓨터로는 한 적 있었는데, 하도 오랜만에 해서 맵도 다 까먹었어요. 선생님은 괜찮으세요?”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하긴 그렇네요.”

        

        

        

        두둥.

        

        그 와중, 매칭이 되었음을 알리는 그런 웅장한 소리와 함께 눈 앞에 떠오르는 맵 하나. 은행이었다. 2층과 1층, 지하 1층을 포함하여 총 3층의 복잡한 구조로 되어있는 바로 그곳.

        

        시간 제한은 3분. 세 판을 진행한 후 공격과 방어가 바뀌며, 먼저 5승을 달성하는 팀이 승리하는 간단명료한 시스템이었다.

        

        하모니는 옆에서 ‘요즘은 일반 게임도 랭크랑 시스템이 똑같네?’ 하고 신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고, 이를 기점으로 대기실이 조금씩 확장되기 시작했다.

        

        다른 세 명의 플레이어들이 입장하는 중이었다.

        

        근데,

        

        

        

       ───!

        

       “제발 들어왔다고 해줘, 제발요…!”

        

       “어? 들어왔다! 진짜로? 이걸 이렇게 시참을 성공한다고!?”

        

       “녹냥단들아 우리는 들어왔다아아아───!!”

        

        

        

        …이거는 예상 못 했는데.

        

        죄다 FPS 게임과는 1도 어울리지 않는 휘황찬란한 아바타였다. 내가 이게 뭐시다냐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와중에도, 각기 다른 외형의 ‘여성형 아바타’들은 팬미팅이라도 한 듯 우리를 보며 환호하고 있었는…데.

        

        잠깐만.

        

        우리?

        

        

        

       “유진 선생님이다!”

        

       “선생님! 약간 모자라지만 착한 우리 하모니 누나 잘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없으면 누나 이 게임 접을지도 몰라요!”

        

       “…아, 네. 알겠습니다.”

        

        

        

        어느새 상당히 시끌시끌해진 브리핑 룸 안.

        

        하모니는 익숙한 듯 시참 시 지켜야만 하는 규칙을 이들에게 말해주었고, 다른 이들 역시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수긍하였다.

        

        컴퓨터 너머로 상대방이 누군지 알 수 없어 온갖 험한 말이 오고가는 옛날과는 다르게, 아바타가 있다고 해도 어떻게든 스스로의 행동거지와 말투가 드러나는 가상현실 게임들의 특성 상 멀쩡한 유저가 많이 늘어났다나 뭐라나.

        

        화면 송출이 원활하게 되는지를 확인하던 하모니가 덧붙였다.

        

        

        

       “위치 노출 방지 기능은 켜져있으니, 상대팀에 제 방송 보는 사람이 있더라도 매칭되는 순간 송출이 안 될 거예요. 그러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고….”

        

        

        

        지지직.

        

        눈 앞에 떠오르는 문구와 함께, 귓전에서 약간은 뭉개진 브리핑이 들려왔다.

        

        

        

       -[적들이 EMP를 설치하고, 이카루스 시스템의 대부분을 봉인했다. 작전 인원들은 진행에 도움이 될 만한 가젯을 선택하여 진입할 수 있도록.]

        

        

        

        그리고 나열되는 공격 팀원을 위한 수많은 장비들.

        

        브리칭용 해머와 EMP 수류탄, 섬광 방패, 폭발 유탄, 그 외에도 일일히 나열하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은 가젯들. 당연하다면 당연히도 이 모든 것들을 두 개 이상 운용할 수는 없었다.

        

        나만 빼고.

        

        하지만 생각보다 들고 갈 만한 것들이 없었기에, 나는 그냥 적당히 폭발 유탄이나 챙겨가기로 했다. 굳이 이것저것 들고 돌아다니는 건 거추장스럽기도 했고.

        

        아머 판정과 밴픽 선택이 시작되었다.

        

        따라서 최종적인 팀 구성은….

        

        

        

       -[X-카이로스 // 파괴탄 // EMP 수류탄 // 기압탄 // 트랙스]

        

        

        

       “어째 조합이 자연스럽게 랭겜 돌리는 그거랑 비슷해졌네요.”

        

       “이러면 딱히 못 뚫는 조합은 없을 것 같고…다들 이상한 거 안 챙겼죠? 연막탄이나 섬광탄 대신 접착 폭약이라든가, 막 그런?”

        

       “이상 없어요.”

        

       “하모니 누나는요?”

        

       “실력을 못 챙기고 왔어요.”

        

       “아이구야.”

        

        

        

        다들 실실 웃으며 대화하는 사이, 나 역시도 혹여나 안 챙긴 것들이 있는지를 확인하긴 했지만…나는 애초에 뭐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가젯 선택에 따라서 아머와 속도가 바뀌었지만, 나는 등 뒤에 파괴탄 발사기와 탄약 예비분을 들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무장이 똑같았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어…유진 님?”

        

       “네?”

        

       “왜, 어떻게 혼자서 3속 3아머신가요?”

        

       “하드코어 유저라서요.”

        

       “…눼?”

        

        

        

        수류탄 네 개, 기본 보유.

        

        공용 가젯인 하드브리치 차지. 그냥 적당히 들고 왔다.

        

        방탄복. 그냥 항상 하던 대로 가장 무겁고 튼튼한 것을 입고 왔다.

        

        속도. 그냥 나는 달리기가 빨랐다.

        

        

        

       “문제 있으신가요?”

        

        

        

        문제가 없는 부분을 찾기 어렵다는 표정 네 개가 나를 쳐다보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작전 지역 일대에 존재하는 재머로 인해 시설 스캐닝이 불가능하다. 드론을 이용하여 적의 베이스캠프 내부를 정찰하고, 이를 소탕하라.]

        

        

        

        부우웅.

        

        작은 디스크 모양의 드론이 베이스캠프 외부에서 자동으로 생성되었다. 모두의 시선이 바닥만큼 낮아지는 사이, 공기가 분출되는 소리와 함께 드론이 플레이어의 조종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든 통로는 판자로 막혀있었으나, 딱 드론이 지나다닐 정도만큼의 틈새가 존재하여 원활한 정찰이 가능했고, 네 개의 드론은 그리하여 뒷문과 정문, 벽면에 난 환기구를 이용하여 내부로 진입했다.

        

        그 중에 하나, 움직이지 않는 드론이 있었다.

        

        자신의 스폰 위치와 일부러 가까이 드론을 주차한 후, 유진은 카메라 네트워크에 접속하여 다른 드론이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였다.

        

        

        2층으로 진입한 드론 한 기의 집음 기능이 켜지며 무수한 발소리, 강화벽 설치 소리, 사방을 헤집고 다니는 다른 드론을 잡기 위한 사격음이 연달아 들려왔다.

        

        연속적인 샷건 소음과 사방으로 튀어오르는 방전음. 강화된 벽 위로 전류가 흐르며 스파크가 튀어올랐다.

        

        이른바 공사라고 불리는 과정을 통해, 방어 유저들은 목표물에 접근하는 공격 유저들에게 불편한 환경을 강요하게끔 준비 중이었다.

        

        정찰에 할당된 시간 동안 살아남은 드론은 세 개. 하나는 유진의 것이었고, 오로지 두 기의 드론만이 적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브리핑하기에 적합한 위치에 자리잡았다.

        

        

        

       “폭탄 2층에 있어요. 애들 공사 중이고, 방탄복도 입었네요. 진입 방지 폭약 조심하시고, ADS 붙어있고…전기집게발 붙어있어요. 나머지 한 명은 모르겠네요.”

        

       “재머 가젯이에요.”

        

       “아, 그래요? 그러면 다섯 명 전부 확인됐네요. 저는 후문 쪽으로 갈 테니까, 스폰킬 조심하세요. 하모니 님은 어디로 갈 거예요?”

        

       “저는…그냥 사람 많은 쪽으로 갈래요.”

        

       “그럼 저희 따라 오세요. 유진 선생님은요?”

        

       “주차장 경유해서 뱅 돌아 올라갈게요.”

        

       “네. 로머 조심하세요!”

        

        

        

       -[폭탄을 찾아 해체하라.]

        

        

        

        서포터 오퍼레이터의 묵직한 음성과 함께, 눈발이 몰아치는 도심 한복판 위로 다섯 명의 인원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은행으로의 본격적인 접근 전, 혹여나 바리케이드를 뜯고 스폰킬을 나오는 인원들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잠시간 대기한 후, 오퍼레이터들은 조심스럽게 기동을 개시했다.

        

        세 명의 인원이 후문으로 접근하였고, 두 명의 인원은 정문을 기점으로 각기 양 끝에서 스폰하여 – 한 명은 하수도로, 다른 한 명인 유진은 주차장 방면으로 향했다.

        

        

        찰칵.

        

        약실에 탄약 한 발. 31발들이 탄창에는 상당한 대미지와 대인저지력을 자랑하는 .300 AAC Blackout 탄환이 가득히 들어차있었고, 그것과 동일한 열 개의 탄창이 파우치에 빼곡히 꽂힌 상태였다.

        

        총기의 점검을 마친 유진이 바닥에 있는 디스크형 드론을 집어들었고, 그것을 다용도 파우치에 쑤셔박더니 – 그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니, 그것은 차라리 달리는 것에 더욱 가까웠다.

        

        

        

       ───탕!

        

        

        

        파직 하는 소리를 내며 주차장 외부 천장에 붙어있는 CCTV가 산산히 박살나 부서지고, 한 명의 인영이 건물 내부로 빨려들어가듯 사라졌다.

        

        여기서부터는 적이 어디 있을 지 몰랐다. 발소리를 완전히 죽이고, 그녀는 총기를 조준한 채 적들이 숨어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을 빠르게 헤집기 시작했다.

        

        주차장 내부에는 아무도 없었다.

        

        건물로 들어가는 진입로에 들어서기 전, 그녀는 살그머니 귀에 온 신경을 집중하였다. 크게 들리는 소리는 없었다. 다용도 파우치의 드론을 꺼내고선 운용을 시작했다.

        

        

        

       “….”

        

        

        

        금고 내부. CCTV 통제실. 단 하나의 소리조차도 들리지 않는다.

        

        그녀는 잠시 숨을 내쉰 후, 바리케이드에 그대로 몸을 돌격하여 – 그것을 완전히 산산조각냄과 동시에, 순식간에 지하 1층의 깊숙한 안쪽에 스스로를 숨겼다.

        

        바리케이드가 부서지는 소리에 정신이 팔린 적이 기동하는 동안, 그녀는 동굴 쪽에서 푸시 중인 팀원과 함께 서버실 계단 방면에서 접선하여, 지하를 완전히 청소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지하! 동굴 입구 서버 뒤쪽에서 적 대기 중이에요!”

        

        

        

        강렬한 격발음이 울려퍼졌다.

        

        금고 안쪽으로 돌고 있던 유진은 즉시 행동을 개시했다. 삽시간에 수십 미터를 주파하며 들리는 날카로운 금속 간의 마찰음이 총성에 파묻혀 사라진다.

        

        통제실에 도착함과 동시에 급하게 속도가 줄어든다. 아무리 숫자 상 우위에 있다지만 선공권은 방어팀에게 있었고, 이는 재수가 없으면 5 : 4가 아닌 3 : 5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소리.

        

        잠깐 고민하던 유진은, 이내 회수했던 드론을 다시 꺼내들었다.

        

        

        몇 초 후, 서버실 위로 울려퍼지는 총성.

        

        고작해야 몇 미터도 가지 못하고 드론은 금방 산산히 부서져버렸지만, 이미 그것만으로 족했다.

        

        등 뒤편에 매어진 유탄발사기를 휘감은 꼬리가 그것을 팔로 전달함과 동시에, 그녀는 트리거에 손가락을 집어넣고는 서버실 벽면을 향해 파괴탄을 쏘아내었다.

        

        그리고 본체가 움직인다.

        

        

        벽이 폭파되기 직전, 터져나오는 파편과도 비견될 속도로 통제실에서 유진이 뛰쳐나와, 지면을 강하게 밟으며 급하게 방향을 틀었다.

        

        목표는 서버 뒤에 숨은 적이었고, 거리는 고작해야 5미터도 되지 않는 상황. 그리고 그녀의 각력은 복잡하게 꺾어진 그 공간을 눈 깜빡할 사이에 주파할 수 있었다.

        

        시선 분산을 위해 쏘아낸 파괴탄이 격발하는 굉음과 함께, 유진에게 총 한 발조차 쏘지 못하고 태클에 들이받힌 적이 벽면에 강하게 부딪혔다.

        

        

        

       ───퍼엉!

        

       “커헉!”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의 무지막지한 충격. HP가 순식간에 20 이하로 내려감과 동시에, 그는 바닥에 그대로 엎어졌다.

        

        그러나 채 정신을 차리기도 전 시야에 비치는 무언가 – 허공으로 치켜올려지는 토마호크를 보며, 그는 이렇게 되기 전에 교전하다 죽는 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 순간, 게임치고는 꽤나 끔찍한 소음이 울려퍼졌다.

        

        

        

       -[5 : 4]

        

        

        

        한 명이 절명하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3속 3아머/수류탄 4개/총알 대미지 43/특별 처형모션 있음

    꼬우면 하드코어해~

    생각해보니 이번주 주말에 안 올린다고 했는데 깜빡하고 올렸네요

    그냥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받아주심 감사하겠읍니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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