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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

        자예가 사 온 치킨을, 즉석에서 만든 황금 테이블 위에 올려 둔 후 이현과 함께 의자에 앉았다.

        당연히 의자도 황금으로 만든 거다.

       

        – 죄다 황금이여.

        – ㅎㄷㄷ

        – ㄹㅇㅋㅋ

        – 황금 밖에 없나요?

       

        “이곳은 황금이 아주 흔하단다.”

       

        그래서 황금을 쓰는 거지, 딱히 다른 금속을 안 쓸 이유는 없다.

        부러움으로 아우성치는 채팅창을 무시한 채 이현에게 손짓했다.

       

        “먹거라.”

       

        “어어……. 잘 먹겠습니다.”

       

        이현이 어쩐지 헬쑥한 얼굴로 치킨을 먹기 시작한다.

       

        “부족하면 말하거라. 많이 사 왔으니.”

       

        나는 옆에 쌓여 있는 치킨 박스 30개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먹겠지?

       

        – 어우.

        – 아무리 치킨 좋아해도 저건 좀.

        – 이현 얼굴 창백해진 거 실환가?

        – 할머니! 죽어요! 죽는다고요!

       

        이 아이들이 뭐라고 하는 거냐?

        아무리 내가 할머니 소리를 듣는다고는 하지만, 이현이라는 인간이 너무 삐쩍 말라 보인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나라고 하더라도 위가 파열될 정도로 음식을 권하지는 않는다.

       

        “블레이즈. 너도 와서 먹거라.”

       

        = 저도요?

       

        “그래.”

       

        내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큰아들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곤 몸을 광자로 변환시킨다.

        그리고 빛이 사라진 자리엔, 인간이 된 큰아들이 서 있었다.

       

        일반적으로 엘더 드래곤이 다른 종족의 형태를 취하는 것에는 크게 2가지 방법이 있다.

        나나 큰딸처럼 본체와는 전혀 다른 아바타를 사용하는 방법.

        혹은 큰아들처럼 본체 자체를 다른 종족으로 변화시키는 것.

       

        나처럼 아바타를 사용할 경우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안정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본체는 따로 있어서, 아바타에 문제가 생겨도 본체가 입는 손해는 거의 전무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만큼 아바타가 낼 수 있는 힘에 제약이 생기고, 아바타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감각도 제한적인 편이다.

       

        반면에, 큰아들처럼 직접 다른 종족으로 변하는 경우의 장점은…… 아무래도 변화한 형태의 힘의 제약이 적고, 감각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아무리 다른 형태로 변화했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드래곤 본체가 변화한 것이기 때문에 아바타보다 낼 수 있는 힘의 출력도 다르고, 경험도 훨씬 생생한 것이다.

        물론, 그런 상태에서 상처를 입으면 본체에도 타격이 들어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이야~! 그럼 잘 먹겠습니다 어머니.”

       

        손을 싹싹 비비며 다가온 큰아들이 이현의 옆에 털썩 앉고서는 치킨을 집어 먹기 시작한다.

       

        – 와. 백익룡은 제대로 뼈 발라 먹네?

        – 그렇지. 저게 옳게 된 치킨 먹방이지.

        – 배우신 분이네.

       

        “…….”

       

        아들아. 왜 넌 뼈는 안 먹느냐?

        네가 안 먹으니까 괜히 나만 이상한 드래곤이 되어 버렸지 않느냐.

       

        꼬집!

       

        “아야야야야야!! 어, 어머니?!”

       

        말랑말랑.

       

        괜히 심술이 났달까? 아니면 오랜만에 아들의 볼때기가 그리웠달까?

        큰아들의 볼을 살짝 잡아당겨 보았다.

        이 녀석이 엄살은…….

       

        – 와씨.

        – 백익룡 볼따구 진짜 말랑말랑해보이네.

        – ㅋㅋㅋㅋㅋㅋ

        – 그런데 모자 외모 실환가?

        – 솔직히 오빠와 여동생처럼 보이면 개추.

        – ㄹㅇㅋㅋ

        – 나도 볼따구!

        

        그 후 큰아들의 머리를 쓱쓱 문질러 주고, 인간이 좋아하는 콜라를 이현의 앞으로 쓱 밀어준 후 입을 열었다.

       

        “자. 그럼…….”

       

        꿀꺽꿀꺽!

       

        “캬~!”

       

        ……아니.

        입을 열려고 했는데, 콜라를 시원하게 들이키는 큰아들의 모습에 말문이 막혀 버렸다.

       

        – 뭐임?

        – 백익룡은 콜라 잘 마시는데?

        – 엉?

        – ?

        – ?

        – 이건 해명 필요할듯?

        – ㄹㅇㅋㅋ

       

        “…….”

       

        뭐야? 이놈은 왜 콜라 잘 마셔?

        너무 맛있게 콜라를 먹는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히 큰딸과 함께 콜라를 마셨을 때는 너무 달아서 별로 먹고 싶지 않았었다.

        그런데 큰아들이 콜라를 맛있게 마시는 모습을 보니, 혹시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같은 생각이 든다.

        으음?

       

        슥.

       

        할짝!

       

        “윽!”

       

        혹시나 해서 다시 콜라의 맛을 보았지만, 여전히 너무 단맛에 인상이 찌푸려진다.

       

        이것은 나나 큰딸이 잘못 느낀 것이 아니다.

        그냥 우리 큰아들의 취향이 콜라 쪽인 것이 분명하다. 큰아들에겐 콜라가 맛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으음.”

       

        괜히 입맛만 버렸다는 생각과 함께 콜라를 내려놓는다.

        그리고 나 역시 치킨을 하나 꺼내 씹는다.

       

        오도독!

       

        “…….”

       

        “…….”

       

        – 으아아아아악!!

        – 멈춰!

        – 갸아아아아악!!!!

        – ㄹㅇㅋㅋ

        – 또 시작이닼ㅋㅋㅋㅋ

        – 뼈 먹방ㅋㅋㅋㅋ

       

        시청자들이 아우성치고, 이현이 이상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본다.

        뭐. 왜? 뭐?

       

        “그럼 치킨을 먹으며 인터뷰를 진행해 볼까 한단다. 괜찮겠느냐?”

       

        “네. 괜찮습니다.”

       

        어색한 얼굴로 치킨을 먹는 이현을 바라보며,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고민해 본다.

        인간들의 인터뷰라는 것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했더라?

       

        ‘으음……. 어렵구나.’

       

        인터뷰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안다.

        대략적인 방법도 안다.

        하지만 내가 인간을 상대로 인터뷰를 잘 진행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같은 드래곤이라면 대략 견적은 나온다.

        비늘의 관리 방법이라던가, 먹이로 삼는 사냥감의 종류, 가장 상대하기 어려웠던 천적의 이야기 기타 등등.

        이런저런 인터뷰 주제가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어떤 질문이 유효하고, 어떤 질문이 무례한 것인지 감이 잘 안 잡힌다.

        인간에게 치킨의 다리뼈와 갈비뼈 중에서 어떤 뼈가 더 씹는 맛이 있는지 물어볼 수 없지 않던가.

       

        “왜 그러시나요?”

       

        “음~ 솔직히 말하마.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뷰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잘 모르겠구나.”

       

        그래서 그냥 솔직히 말했더니, 이현은 시원하게 미소를 지으며 자기 가슴을 탕탕 두드렸다.

       

        “아하! 그렇다면 걱정하지 마시죠. 이래 봬도 제가 방송 경력 5년이 넘습니다.”

       

        “오!”

       

        자신감을 드러내는 이현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인간의 인터뷰 문화에 대해 잘 모른다면, 그냥 인간에게 부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

       

        – 인터뷰 대상자가 스스로 진행하는 인터뷰 방송ㅋㅋㅋㅋ

        – 개 웃기넼ㅋㅋㅋㅋㅋ

        – ㄹㅇ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어허! 뚝! 시청자님들…… 그러고 보니 팬덤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팬덤?”

       

        내 시청자들을 한차례 훈계하려던 이현이 나에게 물었다.

        팬덤이라니? 그게 뭐냐?

       

        – 팬덤도 모르셨어?!

        – 그런데 모르실만함.

        – 각 스트리머마다 자신들의 시청자들을 부르는 애칭 같은 겁니다.

       

        “호오. 그렇구나.”

       

        그런 것도 있었단 말이냐?

        인간들은 정말로 별의별 것에 전부 이름을 붙이는구나.

       

        – 저희 팬덤 ‘아이들’ 아님?

        – 응애!

        – 응애! 나 아기 시청자! 맘마 줘!

        – 응애!

       

        “아이들이라니? 내가 팬덤 이름을 정했더냐?”

       

        – 맨날 저희들보고 ‘아이들아’라고 하시잖아요! ㅋㅋㅋ

        – 이거 맞짘ㅋㅋ

        – ㄹㅇㅋㅋ

        – ㅇㄱㄹㅇ

        – ㅋㅋㅋㅋㅋ

        – 우리는 아이들이다!!!

       

        “음?”

       

        그거는 팬덤 이름이 아니라, 진짜 말 그대로 아이들이라서 그렇게 부른 것뿐인데?

        1만 살 넘게 살다 보면, 진짜 어지간한 생물들은 전부 손주의 손주로 보인다.

        그렇다 보니 아무리 주름살이 많고 수염이 길게 나 있는 인간을 보아도, 나에게는 전부 젖먹이로만 보인다.

       

        그 습관 때문에 아이들이라고 부른 것이지, 일부러 아이들이라고 부른 것은 절대 아니다.

        그것을 잘 설명해 보았지만…….

       

        – 아이들!

        – 아이단!

        – 우리는 아이들이다!

        – 응애!

        – 마망!

       

        “이 고얀 놈들.”

       

        그새 놀림거리로 삼았는지, 도통 내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를 않는다.

        하여간 이 장난꾸러기들.

        건수만 잡으면 나를 놀려 먹지를 못해서 안달이구나.

       

        시청자들과 눈싸움을 하고 있을 때, 옆에 앉아 있는 이현으로부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큭큭큭……. 아, 죄송합니다.”

       

        “아니다. 재미있어서 웃은 것이 뭐가 어떻다고 그러느냐.”

       

        나를 비웃으려는 의도가 아님도 잘 알고 있고, 실제로 기분 나쁘지도 않다.

        시청자들의 장난이 조금 짓궂기는 하지만 나에 대한 애정이 기저에 깔려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나를 잠시 바라보던 이현이, 자세를 바로 하고는 카메라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라그나님 방송 시청자님들! S랭크 헌터 이현이 인사 씨게 박습니다!”

       

        – 캬!

        – 저게 인사다!(희망편!)

        – 인사 기깔나게 하네!

        – ㄹㅇㅋㅋ

        – 좋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다.

        채팅창을 확인하며 그들의 반응에 맞추어서 입담을 뽐내는 이현은, 확실히 본인의 말대로 경험이 풍부해 보였다.

       

        “어허! 거기! 선 넘지 말기!”

       

        – 헉?!

        – 헉!

        – 선 넘었다고?

        – 절대 선 넘지마!

        – 잘못했다가는 뉴스 나온다?

       

        “아! 그거요?”

       

        ‘뉴스’ 이야기가 무엇이냐면, 내 방송에서 채팅 규칙을 어긴 시청자들 중 어떤 회사의 일원이 있었던 모양이다.

        내 채팅의 페널티로 인해 24시간 동안 거짓말하지 못하게 되었는데, 그 상태에서 실수로 회사의 부정부패를 토해내었다고 한다.

        그것이 뉴스를 타버렸고, 내가 방송을 쉬는 일주일 사이에 대대적으로 유명해졌던 것 같았다.

       

        “그러네. 생각해 보니까 딱히 내가 단속 안 해도 되는구나?”

       

        – ㅠㅠ

        – 착한 말! 착한 말!

        – 내가 여러 방송 다녀봤는데, 여기만큼 채팅창 깨끗한 곳 별로 없었음.

        – 아, 말 한 번 잘못했다가는 큰일 난다곸ㅋㅋㅋ

        – ㄹㅇㅋㅋ

        – 방송 밴이 아니라 현실 밴이 되는 방송이 있다? ㅋㅋㄹㅃㅍ

       

        “그건 그러네요. 큭큭큭…….”

       

        어느새 어색함 따위는 저 멀리 던져 버린 채, 내 시청자들과 깔깔거리며 즐기는 이현.

        그 모습을 따스하게 바라보다 치킨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와그작!

       

        “으악?!”

       

        – 갸아아아악!!

        – 그만!

        –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ㅏㅏㅏㅏㅏ!

        –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

       

        뼈 씹는 소리에 다 같이 반응하는 모습에, 어쩐지 조금 서글퍼졌다.

        아이들아. 나 따돌리는 거 아니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남은 치킨은 멸천룡님이 다 드셨다고 합니다.

    오늘은 어쩐지 글이 잘 안 써지는 날.

    많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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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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