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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

       “참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에요. 안 그래요?”

         

       등 뒤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들려왔다. 전후담은 그대로 몸을 굳힌 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이기에 전후담은 눈만을 굴려 아래를 바라보았다.

         

       등잔에 제 멋대로 늘어진 여인의 그림자가 보였다. 굴곡진 항아리를 연상케 하는 몸매에 면사를 쓰고 있는 여자.

         

       전후담의 머릿속에 언젠가 들었던 소문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거…이거…’

         

       이런 어둠에 반쯤 잠긴 업계에는 어떤 전설적인 존재들에 대한 소문이 떠다니고는 한다. 도둑 업계에서는 황궁의 비고를 털었다는 무영신투라는 자가 있고 암살 업계에서는 하루에 한 문파를 흔적도 없이 지워버렸다는 암제에 대한 이야기가 떠돌기도 한다.

         

       이 정보업계에서도 그런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월복당(月伏堂)이라는 집단의 소문이었다.

         

       화용월태(花容月態)의 미녀를 모시는 정보집단이 있으니 그들이 바로 월복당이며 그들의 정보수집, 조작능력은 천하를 쥐락펴락 할 수 있을 지경이니.

         

       그들의 수장이 천하에 다시 없을 절세가인임에도 불구하고 그 소문 한 점 중원무림에 돌지 않으니 그것이 바로 그들이 천하제일의 정보집단이라는 증거다.

         

       ‘그저 소문인 줄 알았는데…!’

         

       천하제일을 자랑하는 미녀의 정보라면 그야말로 천금의 가치가 있을 터인데 정보상이라는 자들이 어째서 그걸 감추겠는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소문이기에 전후담 역시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흑묘는 이미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전후담을 보며 웃었다.

         

       흑묘는 어릴 때부터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흑묘의 본 모습을 본 자들을 모두 흑묘의 미모에 홀려 흑묘를 더럽히고자 보호하고자 소유하고자 모든 것을 불살랐다.

         

       ‘천년이무기의 면사가 없었다면 성년이 되기도 전에 끔찍한 꼴을 당했겠지.’

         

       천년이무기로 만든 면사는 흑영기공을 운영하는 부담을 줄여 주었고 무엇보다 흑묘 특유의 분위기를 경감시켜 주었다.

         

       흑묘는 그저 궁금해졌다.

         

       대체 나의 무엇이 그렇게 남자들을 미치게 만드는가? 흑묘의 인생을 관통하는 첫 호기심이 그렇게 그녀의 안에 자리잡았고 정보를 모았다.

         

       흑묘는 그 답을 찾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느꼈다.

         

       일평생 갈구하던 호기심을 해결했을때의 머릿속에 퍼지던 짜릿함을.

         

       성취감!

         

       그저 얼굴을 가리기 위해 급급한 삶이었고 무공 역시 몸을 지키기 위해 익혔을 뿐이었던 흑묘는 본인의 비밀을 풀었을 때의 그 감각을 잊지 못했다.

         

       그렇기에 흑묘는 정보조직을 운영했다. 이 세상 궁금한 모든 것을 알고 싶었기에. 그렇게 또 짜릿한 성취감을 느끼고 싶었기에.

         

       ‘호 선배는 알까 몰라.’

         

       흑묘는 호천안을 떠올렸다. 기이하고 신비하고 재주를 짐작할 수 없는 사람이지만 근본적으로 신경이 예민하지가 못했다.

         

       “이런 대우를 해 주는 걸 알까 몰라~”

         

       흑묘의 머릿속에는 당도경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앞에 있는 호천안도.

         

       그러자 자동으로 웃음이 나왔다.

         

       안법을 한계 이상으로 끌어올려 눈의 실핏줄이 터진 탓에 적안이 된 당도경이 노려보자 푸르죽죽한 얼굴이 되었던 호천안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호 선배가 이번에는 무슨 기책으로 이 일을 해결할까’

         

       진짜 이름 그대로 호천안을 가지고 있는 자인지는 아직까지는 모르겠지만 흑묘는 이미 호천안이라는 존재 그 자체에 호기심을 품고 있었다. 비보 호천안의 존재 여부 만큼이나 호천안이 보여준 도박 기술도 흑묘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또한 호천안이라는 사람 자체가 흑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깨달음을 풀어도 좋고 도박으로 해결해도 좋고 또 다른 수를 보여주어도 좋다.

         

       ‘보고싶다.’

         

       실뭉치 같은 사람이다. 보고 있으면 굴려 보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는 사람. 갈증을 풀려고 접근했더니 더욱더 갈증이 나게 하는 사람.

         

       그때의 짜릿함을 마음 속으로 그리며 흑묘는 웃었다.

         

       “제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째서 여기에 왔는지? 그리고 무엇을 원하는지? 굳이 말로 해야 할까요?”

         

       “….아,아닙니다.”

         

       “그래요. 정보상이라면 이렇게 빠릿빠릿하고 눈치도 비범하고 그래야 하는데 말이에요. 이 정도는 되어야 정보상이라고 할 수 있지요.”

         

       만족스러운 듯한 흑묘의 목소리를 들으며 전후담은 온몸을 떨었다. 이미 상대와의 격차는 말할 필요도 없다. 철저하게 기밀을 지키고 수많은 보안장치를 해 놓은 공람각에도 소리소문없이 스며든 상대다.

         

       한참이나 내려다보는 태도로 칭찬을 하는데도 모욕감보다는 공포심이 더욱더 앞섰다.

         

       ‘호천안…’

         

       “잊겠습니다…그자에 대한 정보도 모두 파기하고. 황금가에게는 불명이라 핑계를 대겠습니다. 그 외에…원하는 것이 있습니까.”

         

       “후후.”

         

       흑묘는 오래간만에 쓸만한 사람을 발견했다고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그 누구라도 자신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는 것 정도는 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사고력을 유지하며 적절한 선택지를 고르는 자는…거의 없다.

         

       ‘어차피, 한동안은 사천에 있을 테니까…한 사람 정도는 흡수해도 되지 않을까.’

         

       꿀꺽.

         

       전후담의 떨림이 더욱더 커졌다. 흑묘가 전후담의 전면으로 이동했기 때문이었다. 전후담이 왜 아무런 움직임도 취하지 않았는가. 그건 그 편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이 불청객, 월복당의 주인이라 여겨지는 미녀의 정보를 하나라도 덜 얻기 위한 선택지였다.

         

       살인멸구.

         

       월복당주에 대한 소문이 퍼지지 않은 이유. 그걸 생각하면 살인멸구 외에는 답이 없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소문 또한 나지 않았겠지.

         

       괜히 월복당주쪽을 바라봤다가 살인멸구의 대상이 되고 싶지 않았던 전후담은 절대 고개를 돌리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런데 굳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직접 앞으로 나온다고? 굳이 자신의 정보를 드러내는 이유? 그건 그냥 전후담이 죽으면 모든 게 끝이기에 조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게 아닐까? 살인멸구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속에서 전후담은 이를 악물고 전면을 응시했다.

         

       결국 생사여탈권을 쥔 것은 눈앞의 여인이었고 그는 그 여인의 의도에 응하는 것이 살 가능성이 높은 선택이었으니까.

         

       흑묘는 최선의 판단을 한 전후담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정답이에요. 훌륭해요.”

         

       “하, 하아..”

         

       전후담은 비틀거리며 주저앉았다. 뭐가 정답이고 뭐가 훌륭하다는 건지 긴장감에 녹아버린 뇌는 판단을 거부했지만 그래도 본능은 살았다는 것을 인지했다. 그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서 있을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도 전후담은 흑묘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고작해야 등잔에서 비추는 빛만으로도 시선을 뗄 수 없는 용모였다. 야행복을 입어 도드라지는 몸의 굴곡은 세상에 이런 선이 존재할 수 있을까 싶었고 암행을 위해 틀어 올린 머리는 고아하기 그지 없었다.

         

       머릿속에는 저도 모르게 아쉬움이 가득 찼다. 얼굴은 특이한 기공을 운영하고 있는지 면사로 가리지 않은 부분도 전혀 보이지 않았으니까.

         

       “상을 드릴게요.”

         

       면사가 풀어졌다. 그리고 흑영기공이 사라졌다.

         

       전후담은 눈을 크게 떴다.

         

       단아하고 말끔한 이마가 눈에 들어왔다.

         

       그 아래로는 어떠한가. 미려하게 뻗은 눈썹과 그 아래로는 시선을 잡아끄는 쌍꺼풀. 속눈썹은 어찌나 길고 매끄럽게 휘어 있는지.

         

       물론 화룡점정은 그 눈이었다.

         

       크고 맑은 눈은 그저 아름답다는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전후담은 그 눈과 마주친 순간 몸이 떨려왔다. 바깥으로 보이는 미(美)만 해도 전후담의 안목을 갱신할 정도였거늘.

         

       그 눈에 담긴 아름다움은 완전히 전후담을 사로잡았다.

         

       그 아래 있는 날카로운 콧날을 가진 코도, 질감 있고 촉촉한 입술도 갸름한 턱선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스르륵.

         

       “….아!”

         

       흑묘가 면사를 다시 쓰고 흑영기공을 운영한 순간 전후담은 자신도 모르게 안타까움이 담긴 탄성을 내뱉고야 말았다. 흑묘는 무언가를 전후담에게 쥐여 주었다.

         

       휘익!

         

       등잔불이 꺼지고 흑묘가 사라졌다. 전후담은 잠시 흑묘의 눈과 그 미모가 남겨준 여운에 취해 있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문득 전후담은 흑묘가 주고 간 물건이 궁금해졌다.

         

       등에 불을 다시 붙이고 전후담은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후…후후,,,”

         

       전후담은 자신의 손에 올려진 물건을 보고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월석.

         

       진짜 달에서 떨어진 진귀한 돌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이 달빛과 비슷한 색이 돌이라 월석이라 부르는 그 월석으로 만들어진 구슬.

         

       월석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도록 중앙에 금이 가 있었다. 두 개의 월석이 하나의 구를 이루고 있고 이 구를 개방하면 아마 숨겨진 어떠한 것이 들어 있겠지.

         

       “하하, 하하하하..”

         

       전후담은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안 봐도 알 수 있었다.

         

       월복당. 왜 하필 달에 굴복한 무리들이라는게 정보 조직의 이름일까. 전후담은 그 의문을 오늘 깨끗하게 풀었다. 월복당이란. 월석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굴복한 자들의 집단이라는 것을.

         

       “하하하하하하하하!!”

         

       화용월태. 경국지색이라 불려야 할 미모를 이 눈으로 목도했음에도 전후담은 그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이야기 할 수 없다. 그 이야기가 퍼지는 순간 자신은 죽을 테고 월복당의 손에 그 이야기는 사실무근이 되어 버릴 것이다.

         

       방금 전까지 전후담이 월복당에 대한 소문을 그저 헛것이라고 치부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 세상. 최고의 미색이 무엇인지 알아버렸는데 그 누구에게도 이야기 할 수 없다.

         

       전후담은 자신이 왜 정보상이 되었는지 기억났다. 전후담은 촌 마을의 소식꾼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모르는 정보를 전파하고, 그리고 사람들을 모아놓고 그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좋아서 정보상이 되었지.

         

       소문이라는 것이 왜 바람처럼 빨리 퍼지는가. 그건 본인이 아는 사실을 남에게 전파하고 싶은 욕구가 바람의 속도만큼이나 강렬하기 때문이었다.

         

       팔기 위해 모으는 것에만 집중하다보니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그는 이 순간 다시금 깨달았다.

         

       경국지색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얼굴을, 화용월태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몸매를, 백태구비(百態具備)라고 부르기에도 부족한 그 눈의 아름다움을!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공유하고 싶다는 욕망을 제어할 수가 없다는 것을.

         

       “와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는 왜 월복당이 천하제일의 정보조직인지 깨달았다. 그야 사천에서 손 꼽히는 자신도 속절없이 빨려들어갈 제안이니까. 세상 어떤 정보상인들 빨려가지 않을 수 있을까. 그 스스로가 정보상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자라면, 누군가와 그것을 공유하고 나누고 싶은 호사가 기질이 있는 자라면.

         

       이 제안을 거부할 수 있는 자가 있을까.

         

       전후담은 월석 구슬을 바라보았다. 그와 같이 월석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정보상들을 찾기 위해서. 경국지색의 아름다움을 함께 논할 수 있는 동지들을 찾기 위해서. 이 세상 그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대해 원없이 그들과 떠들고 감탄하기 위해서.

         

       그는 기꺼이 월석 구슬을 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연참입니다.

    이제 화수등록 제한이 풀린 월요일이군요.

    하지만 일2연참에 다른 소설도 연재하고 있느냐 시들시들한 작가는 연참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인 것입니다.(심지어 오늘은 다른 소설은 무단펑크낸..)

    오늘은 흑묘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느냐고 시간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

    어떤 히로인이 과연 매력적인 히로인인 것인가.

    일단은 본래의 방향성인 신비면사녀, 크툴루적인 미모를 가진 설정으로 가기로 하고 디테일한 매력은 작가 역량으로 살릴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흑흑.

    당도경이 들이닥치는 것은 낮이고 흑묘가 활동하는 것이 밤이라 시간의 흐름상 당도경 편이 먼저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흑묘편을 하루 당겨서 사건발생 당일 저녁으로 했어도 나쁘지 않았을려나 라는 생각이 드네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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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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