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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음]

        

       아크는 초조하게 침묵이 이어지는 채팅방을 노려보았다.

        

       그녀가 알기로, 이예나는 저격은 하더라도 (도적을 고르는 것 외에는) 트롤을 하거나, 방플을 한 적이 없었다.

        

       도적을 골라서 다른 팀원들이 트롤하게 만든 것도 간접 트롤이라고 친다면, 트롤이었지만.

        

       최근 보여주는 실력이라면, 이미 다이아들만 잡히는 아크의 큐에서는 필승카드라고 봐도 무방했다.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비송출 화면으로 슬쩍 확인해본 아크는, 이내 이예나의 여러 부캐 중 ‘먹아따’는 이미 연승으로 마스터 중상위권까지 올라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트럭이었다.

        

       여차하면, 조금 추하더라도 부캐로 튈 생각까지 들 정도.

       

       저런 사람이 상대팀에 걸릴 가능성을 두고 큐를 돌리기엔. 남은 점수가 여유롭지 않았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제가 오늘부터 방송을 시작해서]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원래 계획한 컨텐츠가 있긴 해서요……]

        

       고민이 길어지는 듯하던 이예나가 말을 늘어트리며 대답하기 시작했다.

        

       ‘저 컨텐츠라는 거, 저격 얘기지?’

        

       이를 악문 아크가, 애써 웃어보이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혹시 지금 자신의 방송을 보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아크: 네 무슨 컨텐츠인지는 저도 이제 알겠네요 ㅎㅎ…ㅎ 그래도 듀오를 하셔도 결과는 비슷하지 않을까요?]

        

       첫 방송 컨텐츠로 저격을 들고 온 또라이.

        

       일견 상식적인 대화가 통하지 않을 사람으로 보였지만,

        

       아크는 오히려 그런 이예나의 성향상 자신과의 듀오 역시 받아들여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물론,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그러면]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사과한 보람이 없잖아요.]

        

       호락호락하게 바로 승낙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따먹한테 사과란 대체 뭘까?』

       『사과에 왜 보람을 찾아』

       『얜 사과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크: ……달리, 뭔가 보상을, 드리면 될까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그러면 혹시 듀오로 3승시 강퇴 반사권 하나 가능할까요]

        

       다행히, 이예나는 크게 시간을 끌지 않고 긍정적인 답변을 돌려주었다.

        

       처음엔 무슨 소린지 이해할 수 없었고-

        

       [아크: ??? 그게 대체 뭔데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 고전 게임 안 좋아하시는구나]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저를 강퇴하면]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강퇴하신 매니저님이 대신 강퇴당하는 거예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그 날은 규율 없는 퍼지데이가 되는 거죠]

        

       설명을 들은 후에는 더더욱 이게 대체 무슨 소린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진짜 미친년인가?’

        

       .

       .

       .

       .

       .

        

       우여곡절 끝에, 대기 화면에 나란히 서게 된 ‘아크’와 ‘아따먹’.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이런 날은 안 오는게 더 좋았을텐데』

       『ㄹㅇㅋㅋㅋㅋ』

        

       자신의 심경을 대변해주는 듯한 채팅에, 아크는 잠시 쓴 웃음을 머금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누구도 상상할 수 없던 투샷이었다.

        

       강퇴반사권이라는 정신나간 조건에 이어, 현재 방송 사정상 게임과 게임 사이에 5~10분 정도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이예나의 요청에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아크는 지튜브각 예쁘게 나올 것 같으니 그냥 가보자는 매니저 겸 편집자의 말에 설득되어 불공정 듀오를 수락하고 말았다.

        

       못 먹어도 고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막상 이 투샷을 보고 있자니 걱정이 산사태처럼 밀려오는 그녀였다.

        

       “저 진짜 설마 설마 해서 여쭤보는 건데요”

       [아따먹: 네]

       “듀오해도 게임 시작하면 방송 꺼요?”

       [아따먹: 시청자참여는 방송을 끄는게 원칙이에요]

       [아따먹: 아크님도 함께 깨끗한 시참문화를 만들어가요]

        

       『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칙에 예외는 없다』

       『이건 혼돈 악이냐 질서 악이냐』

        

       “……네. 그럼 디스코스 음성채팅은 들어주실 수 있죠?”

       [아따먹: 네]

       “……마이크는 여전히 없으시고요.”

       [아따먹: 카메라여서요]

        

       -후우

        

       미처 참지 못한 한숨이 마이크로 파고 들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방장 이렇게까지 심란해보이는 거 오랜만이네』

       『아크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도망가자』

       『지튜브 각에 영혼을 팔았구나』

        

       “네, 그러면 뭐……가볼까요?”

        

       .

       .

       .

       .

        

       [아따먹: 도적 법사 지하 갈게요]

       [아크: ???]

       [아따먹: 좋아요]

       [아따먹: 진짜 좋음]

       [겉바속촉: 제발 좀 곱게 미치라고]

       [겉바속촉: 도적 법사랑 듀오임?]

       [겉바속촉: 법사 둘 중 누구랑 듀오냐]

       [아따먹: 르르륵님이요]

       [르르륵: ???아니 뭔 소리야]

       [아크: 아니]

        

       “……아따먹님?”

       [아따먹: 네]

       “진짜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예요?”

       [아따먹: 법사 두 명이면 한 명은 도적이랑 지하로 뛰는게 좋아요]

       “하…….”

       [아따먹: 진짠데]

        

       * * * *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나오나의 팬이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하디 익숙해야 할 나팔소리.

        

       그러나 스피커로 출력된 소리가 다시 핸드폰 마이크를 거쳐 방송에 송출되는 탓에 조금 찢어지는 이런 소리는, 나오나를 수 천판 한 도댓조차도 처음 들어보는 소리였다.

        

       《흐흐흠~ 흐으흠~》

        

       일부러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슬며시, 화를 내긴 애매하지만 확실히 거슬리기는 할 정도로 어긋나는 박자와 음정으로 그 나팔소리를 따라하는 스트리머도, 처음 봤고.

        

       『제발 소리라도 제대로 켜줘』

       『왜 21세기에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거지』

        

       채팅창은 불만을 쏟아냈지만, 이예나에게 닿을 리 없는 불만이었다. 마우스를 휙휙 돌려 주변의 아군을 살피던 그녀는, 살짝 혀를 차며 평소보다 약간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쉽게 이길 판이었는데. 아쉽네요.》

        

       실망감이 가득한 목소리.

        

       말도 안 되지만, 혹시 진지하게 법사와 함께 2지하를 가는게 좋다고 생각해서 그랬던 걸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진한 실망이 배어 나왔다.

        

       도댓은 차라리 아따먹이 아크의 팬이어서, 아크와 함께 지하를 누비고 싶은 마음에 헛소리를 했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탭 키를 연타해가며 아군과 상대 캐릭터 구성을 보던 이예나는 이내 성문이 열리자마자 스태미너를 소비해가며 전력질주로 지하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게임이 시작되면, 산만하던 손놀림도, 콧노래도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얼굴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게임에 임하는 자세가 진지하다는 것만은 확실히 느껴졌다.

        

       ‘함정상자 루트겠지?’

        

       처음엔 그 위력을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아따먹의 플레이를 몇 차례 보다 보니 그 진가를 알 수 있었다.

        

       도댓은 아따먹이 선보이는 지하 루트- 특히 함정상자 루트-가 곧 도적의 정석으로 정립될 루트라고 확신했다.

        

       지하 도적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은,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강요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적이 보물상자를 열지 못하도록 추적해서 잡아 죽이거나,

       도적이 이것저것 하기 전에 빠르게 레벨링해서 지상을 밀어버리거나.

        

       다만, 강요라는 표현에 다소 어폐가 있는 이유는, 상대 입장에서는 도적이 나온 순간 둘 중 어느 선택지를 택해도 손쉽게 이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괴로운 양자택일이 아니라, 오늘은 피자와 치킨 중 뭘 시켜서 맛있게 먹으면 될지 고민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함정상자 루트를 타면서 일대일을 피하며 살아남을 자신이 있는 도적이라면.

        

       심지어, 그 ‘광전사? 다음’영상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경우에 따라서는 상대 지하를 죽여버릴 자신이 있는 도적이라면.

        

       함정상자 루트는 파훼가 불가능한 비수와도 같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함정이 즐비한 루트에는 몹이 적다. 그러니, 도적을 찾겠답시고 함정상자 방으로 가는 상대방은, 자연스럽게 레벨링은 반쯤 포기해야 한다.

        

       대신 함정상자 방에서는 나가는 길이 좁고 제한되어 있어, 도적 따위로 함부로 들어갔다간 그야말로 경비원 만난 좀도둑 신세가 되고 말지만-

        

       이 좀도둑은 경비원을 만나기 싫어할 뿐이지, 만나면 경비원의 목을 꺾어버리는 노상강도로 돌변한다.

        

       그렇다고 상대가 함정상자를 먹게 내버려두고 레벨링에만 전념한다?

        

       상자에서 무슨 아이템이 뜰 줄 알고 상자를 공짜로 주겠는가.

        

       다른 상자들은 보스급 몹이 지키고 있기에, 도적이 그 상자를 열고 싶다면 그 느린 사냥속도로 어느 정도 레벨링을 해야만 한다.

        

       내버려 두어도 자연스럽게 격차가 벌어지니, 같이 레벨링을 하다가 적당한 시점에 잡아죽이고 지상으로 합류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함정상자는 상대의 방해가 없다면 게임 시작 1분 30초만에 차지할 수 있는 상자다.

        

       그리고 도적이 쓰레기인 이유는 현실적으로 상자를 열어가며 살아남기가 불가능에 가까워서지, 상자를 열어서 아이템을 모아도 약해서가 아니다.

        

       ‘함정상자 공짜로 먹고 스노우볼 굴리기 시작하면……상대 뒷라인 입장에선 숨 막히지.’

        

       그렇게 도댓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새 흔들흔들거리는 화면은 보물상자를 해체하는 도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와.》

        

       『???뭐야 저거』

       『도적충 양산 3신기가 여기서 뜨네』

       『살았다 아크야…! 살았다 아크야…! 살았다 아크야…! 살았다 아크야…! 살았다 아크야…! 살았다 아크야…! 살았다 아크야…!』

        

       신화 아이템, 점멸 단검.

        

       기본 단검에 비해 데미지가 15% 낮은 대신, 원하는 방향으로 최대 약 3미터를 순간이동할 수 있는 쿨타임 45초짜리 액티브 스킬을 부여하는 아이템이다.

        

       데미지가 깎인다는 페널티가 일견 치명적으로 보이지만,

        

       신화 등급의 아이템은 신화 등급인 이유가 있다.

        

       어디로든 점멸할 수 있다는 툴팁의 설명은, 정말로 ‘어디로든’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오나의 설정상, 지하와 지상 사이의 간격은 고작 2미터가량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Acedia님, 10코원 후원 감사합니다!!

    노벨피아 독점 소설이 되었네요. 기념으로 말머리의 [TS]를 떼어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퍼지데이: 영화 ‘더 퍼지’의, 1년 중에 하루 폭행이나 살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범죄가 허용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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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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