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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

        

       “왜지?”

       

       키엘이 북받치는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둘 다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넌 매번 그렇게 양보해야 직성이 풀리는가?”

       

       올리비아가 키엘을 가만 바라보다 말했다.

       

       “무언가 착각한 모양인데, 이건 양보 같은게 아니야.”

       “……그러면?”

       “오히려 떠넘기는 것에 가깝지.”

       

       올리비아는 진심이었다.

       

       만약 기억 속에 남게 되면, 꼼짝없이 몰살 루트를 진행해야 한다.

       

       ‘내가 미쳤다고 그걸 한 번 더하게?’

       

       사람을 한두명 죽이는 것까지는 쉽게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대마법사의 정신은 고작 그 정도로 무너지지 않으니까.

       

       백? 천? 만? 어쩌면 수십 만의 목숨이 사그러드는 전쟁터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몰살 루트는 고작 수십 만 명 단위가 아니다.

       

       천만, 억, 어쩌면 그보다 더.

       

       그것도 단순하게 죽이는 것도 아니다.

       

       집을 떠나 살기 위해 피난하는 이들을 보호해주겠다는 명목으로 한 곳에 모은 다음, 모조리 쓸어버린다.

       

       이보다 비인간적인 과정을 수십 번도 넘게 반복해야 한다. 

       

       신뢰를 배신당한 인간들이 얼마나 처절하게 울부짖는지, 모니터 너머로도 생생하게 느껴졌을 정도다.

       

       물론 몰살의 대가가 집으로의 귀환이었다면, 이를 악물고 어떻게 한 번쯤은 시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곳은 기억 속. 여기서 그런 짓을 해봤자 아무 의미도 없다.

       

       그럴 자신도 없고.

       

       키엘이 중얼거렸다.

       

       “……삶은 남에게 떠넘긴다고 말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맞는 말이다.

       

       장기도 기증해 준다고 하지, 떠넘겨 준다고 하지 않는다.

       

       그걸 누가 감히 떠넘긴다고 표현할 수 있겠는가. 당사자가 아니고서야.

       

       하지만 그건, 적어도 올리비아에게는 성립하지 않는 말이었다.

       

       “그럼 내가 그 유일한 예외인가 보네. 난 진짜 떠넘길 생각이거든.”

       “…….”

       

       키엘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고 나서야 겨우 답답함을 털어낼 수 있었다.

       

       “올리비아. 나는 네게 얼마든지 지원해줄 수 있다. 폐하의 재가를 받는다면 황실 서고에 들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원한다면 당장이라도 네 스승인 금탑주에게 도움을 구해서 빠른 시일 내에 해결방안을 찾…….”

       “키엘.”

       

       올리비아가 말을 끊고 들어갔다.

       

       “정말 고맙지만 도움은 필요 없어. 이건 내 일이야.”

       

       올리비아는 진심이었다.

       

       ‘안 도와주는게 날 도와주는거라고!’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으니 미칠 노릇이었다.

       

       사실 키엘이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겠다는건 매우 긍정적인 신호다. 호감도가 그만큼 올라갔다는 이야기니까. 

       

       하지만…….

       

       [남은 시간 : 2분 16초]

       

       지금을 선을 긋는게 맞다.

       

       만약 도와달라고 했다가 키엘이 정말로 ‘분리된 자아를 살리는 법’ 따위를 알아온다면 매우 골치 아파진다.

       

       애초에 자아가 분리된 적 따위 없으니까.

       

       그저 과거의 기억 속에 잠깐 들어왔을 뿐.

       

       그러니까.

       

       “그냥 내버려둬주라.”

       “……내버려두라고?”

       “그러면 알아서 해결 될거야.”

       “해결? 지금 해결이라고 했나?”

       

       키엘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느 순간 그 감정은 분노로 바뀌었다. 

       

       결국 참지 못한 키엘이 폭발했다.

       

       쾅! 콰아앙! 콰아아아앙!

       

       키엘이 주먹으로 책상을 내려찍었다. 내려찍는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나무 파편들이 키엘의 주먹을 더욱 깊숙히 파고 들어갔다. 뚝, 뚝, 하고 핏물이 흘러내렸다.

       

       키엘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올리비아를 내려다보았다.

       

       방 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

       

       키엘이 말했다.

       

       “네가 사라지면, 그게 해결인가?”

       

       올리비아는 내심 맞다고 맞장구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키엘의 분위기는 그만큼 압도적이었다.

       

       “반년 전, 너는 나를 구했다. 나는 그때 다짐했지. 네 목숨이 경각에 놓이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를 구하겠노라고. 근데, 너는 나보고 네 죽음을 지켜보라고 말하는구나.”

       

       키엘의 양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그게 정녕 네가 원하는 것이냐?”

       

       잠깐 침묵이 흘렀다.

       

       올리비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올리비아의 대답에 키엘이 말문이 막힌 사람처럼 입을 달싹거렸다. 손으로 제 이마를, 눈가를, 입을 차례대로 매만져댔다.

       

       허탈해하다가, 탄식하다가, 절망했다.

       

       그러다가 아주 천천히, 마치 심장을 쥐어 짜는 듯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정말 그런 것이냐?”

       “어.”

       “……정말? 정말이냐?”

       

       키엘은 몇 번이고 되물었다.

       

       하지만 대답은 바뀌지 않았다.

       

       “맞아.”

       

       키엘이 허탈한 얼굴로 제 자리에 털푸덕 주저앉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올리비아의 눈 앞에 메세지창이 떠올랐다.

       

       [남은 시간 : 45초]

       

       슬슬 결론을 맺을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중간하게 마무리했다가는 다음 번에 무슨 일이 생길 지 예상이…….

       

       고오오오.

       

       잠금 마법으로 막아두었던 문이 덜컹거렸다. 누군가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오려는 모양이었다.

       

       ‘누구지?’

       

       올리비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가 알기로 이 시점에 7중 잠금을 해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잠깐만.

       

       여기 금탑이었지?

       

       그 순간이었다.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왔다. 머리를 부여잡지 않고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그런 고통이었다.

       

       [경고! 경고! 경고!]

       [단서 속에서는 오직 1명의 회귀자와만 접촉할 수 있습니다!]

       [곧 이용이 강제 종료됩니다!]

       

       ‘이건 또 뭔 개…….’

       

       올리비아의 생각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메세지의 내용을 인지한 순간, 그녀의 의식이 점멸했다.

       

       다음 순간, 올리비아의 몸이 서서히 주저앉았다.

       

       

       

       *****

       

       

       터어엉!

       

       마법사들이 들고 있던 연장을 아무렇게나 내팽겨쳤다. 

       

       도대체 무슨 조화를 부렸는지 문은 도무지 열릴 줄 몰랐다.

       

       “아무래도 이건 힘들 것 같은데.”

       “봉인 해제 마법을 사용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게 만만치가 않네. 술식이 보통 난이도가 아니야.”

       

       두런두런 모여있던 마법사들이 혀를 찼다.

       

       그 순간이었다.

       

       “탑주님이 오십니다!”

       

       웅성거리던 복도가 금세 조용해졌다. 멜리나의 등장에 마법사들이 파도처럼 좌우로 갈라졌다.

       

       아래 층이 소란스러워 확인 차 내려왔던 멜리나가 혀를 찼다. 땀을 뻘뻘 흘리며 엎어져 있는 마법사들의 모습은 아주 가관이었다.

       

       “쯧. 해머에, 빠루에, 도끼에……. 누가 보면 도적떼라고 오해하겠구만. 네놈들은 도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호들갑을 떨고 있는게냐?”

       

       멜리나가 설명해보라는 듯 해머를 든 비서에게 눈짓했다.

       

       “키엘 공작이 올리비아를 밀실로 끌고 들어갔습니다. 

       “그게 뭐 어떻다……. 뭐라?”

       “지금 실험실 문을 잠그고 농성중입니다.”

       “그러면 빨리 불렀어야지 이것들아!”

       

       멜리나가 올리비아의 방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는 미친듯이 문을 두드렸다.

       

       “키엘! 지금 이 문을 안 열지 않으면 오늘 네놈 가문은 멸문이다!”

       “아무래도 방음 마법이 걸린 듯 합니다.”

       “바, 방음 마법? 우리 리비가 한통속이라고?”

       

       멜리나가 입술을 악물었다.

       

       ‘안된다 이것아! 키엘 그 놈팽이는 안 돼!’

       

       어느새 공작에서 일개 놈팽이로 격하당한 키엘이었다.

       

       잠금 마법의 수준은 절대 낮지 않았다. 삼중 사중짜리도 아닌 무려 칠중 잠금 마법. 웬만한 원로 마법사들도 해제할 수 없는 심화 마법이었다.

       

       이 정도면 최소 상위 마탑의 탑주들이 와야 했다.

       

       ‘우리 올리비아가 벌써 이렇게 성장했……. 가 아니고.’

       

       “둘이 들어간지 얼마나 됐다고?”

       “이제 삼십분 정도 됐습니다.”

       “사, 삼십분? 이런 빌어먹을 칼잽이 새끼! 공작이라고 존중해줬더니 감히 우리 리비를 넘봐?”

       

       멜리나의 몸 주변에서 황금빛 마력이 일렁거렸다. 그 속에 담긴 살기를 읽은 마법사들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뒤로 피해라!”

       “배리어를 전개해!”

       

       멜리나의 손 앞에 작은 블랙홀 같은 것이 나타났다. 주변 공기가 그 안으로 빨려들기 시작했다.

       

       고오오오.

       

       마법을 삼키는 마법.

       

       쇠사슬이 연달아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실험실 문이 가루로 화해 사라졌다.

       

       콰앙!

       

       “키엘! 네놈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멜리나는 문을 박차며 내부로 들어섰다.

       

       그리고 멜리나는 보았다.

       

       올리비아가 끈 떨어진 연처럼 쓰러지는 모습을 말이다.

       

       올리비아의 눈동자는 시커멓게 죽어 있었다. 입술은 시체처럼 시퍼렇게 얼어 있었다.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멜리나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산산조각난 책상과 주먹에서 피를 뚝뚝 흘리며 자신을 쳐다보는 키엘이었다.

       

       “키에에에에엘!”

       

       멜리나의 입에서 노호성이 터져나왔다.

       

       분노가 공간을 아득하게 일그러뜨린다. 천장이 뒤집히고, 벽이 조각나기 시작한다. 

       

       쐐액! 쐐애액! 쐐애애액!

       

       칼바람이 경로상의 모든 것을 찢어발기며 날아갔다. 

       

       하지만 끝내 키엘에는 닿지 못했다.

       

       키엘이 피할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챈 멜리나가 캐스팅을 중지했기 때문이었다.

       

       “네놈……!”

       

       멜리나의 입에서 빠드득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깊은 분노를 참은 채, 한참동안 키엘을 노려보았다.

       

       “나, 나는 아무것도…….”

       “닥쳐라!”

       

       올리비아를 매만지는 멜리나의 손이 바르르 떨렸다.

       

       “변명 따윈 듣고 싶지 않다.”

       

       멜리나는 살포시 올리비아를 안아들었다. 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당장 꺼지시게.”

       “멜리…….”

       “키엘 공작!”

       

       멜리나의 몸이 분노로 부들부들 떨렸다.

       

       “당장 꺼지시오. 죽여버리기 전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그냥저냥_670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아아앗
    아무튼 올리비아 병원비로 쓰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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