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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

       “과장님. 근데 이번에는 잘 될까요?”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사무실 한 쪽 구석에 A팀원들이 모여있었다.

       

        “쓰읍. 내 생각엔 잘 될 거 같은데…? 부장님 생각은 어떠세요?”

        “음. 나는 잘 모르겠네. 근데 좀 이상한 건 맞으니까.”

        “그쵸? 이번엔 좀 특이하지 않아요?”

       

        작당모의를 하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다들 기대 반 걱정 반의 모습.

       

        프로젝트 A.

       

        A팀원들이 남몰래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였다.

        이수아를 제외한 모두가 알고 있는 비밀 프로젝트.

       

        그들은 이수아의 밑에서 아주 오랜시간을 일하며, 이수아에게 부족한 한가지가 뭔지를 깨달은 상태였다.

       

        바로 남자.

       

        ‘우리 수아씨가 진짜 완벽하잖아요? 몸매, 얼굴, 유명세, S급, 재산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데… 딱 하나, 남자가 없네. 아이고.’

        ‘그러게요. 그 모든 걸 다 갖췄는데 진짜로 아쉽게 남자가 없어요.’

        ‘그러니까 말이에요. 너무 아까워요.’

        ‘저렇게 일만 하니까 남자가 생길 틈이 있나. 오히려 남자가 다가와도 쳐내는 판에!’

        ‘우리한테 짜증내는 거 혹시 남자가 없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그들은 아무래도 이수아의 조건에 비해서 남자가 붙지 않는 것을 아주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동시에 남자가 생긴다면 이수아의 공포스러움이 조금은 잦아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가지고 있었다.

       

        ‘그럼 말이에요. 우리가 이수아 헌터한테 남자를 붙여주는 것이 어때요?’

        ‘으응?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본인이 별 생각이 없으면 주변에서라도 좀 으쌰으쌰 해줘야 하는 거죠.’

        ‘응? 그래서 돼?’

        ‘아휴. 원래 별 생각이 없다가도 주변에서 분위기 만들어주면 없던 마음도 생기고 그러는 거죠.’

        ‘음. 그런가…?’

       

        다들 점점 한마음 한뜻으로 모아가는 중이었다.

       

        ‘생각해 보세요. 이수아 헌터. 혹시라도 남자 생기면 지금에 비해선 좀 부드러워질 수 있다고요. 아무래도 히스테리컬하고 짜증내는 거 다 독신이라서 그런 거 일 수도 있거든요.’

        ‘그거 S급 헌터라서 그런거 아녀? 다른 S급 헌터들도 다 이러잖아?’

        ‘에잇. 혹시 모르죠. S급 헌터이지만 그래도 남자가 생기면 달라질 수도요. 원래 애기 싫었는데 출산하고 나니까 애기가 좋아졌다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른가…’

        ‘우리가 팍팍 밀어주면 분명 이수아 헌터도 관심이 생길 수도 있어요.’

       

        그들은 이수아 헌터 몰래 이상한 프로젝트를 준비해왔던 것이었다.

       

        물론 몇 번의 실패도 있었다.

       

        ‘하아. 이번 신입사원도 실패네요. 5일만에 그만 둬버렸어요.’

        ‘이번 신입사원은 좀 안어울릴 거 같아요. 나이도 너무 많고요.’

        ‘이번 신입은 이미 여자친구가 있다네요.’

        ‘아휴. 유부남을 신규로 보내면 어떡해!’

        ‘이 사람, 애만 둘이래요…’

       

        꽤 수차례 실패가 있었다.

        그러던 와중 백지훈이 들어온 것이었다.

       

        ‘이번 신규 좀 괜찮지 않아요?’

        ‘그러게요? 멀쩡하게 생겼고, 이수아 헌터랑 좀 잘 어울릴 것 같은데?’

        ‘근데 블랙리스트 보셨어요? 막 이상한 내용 있던데.’

        ‘근데 그거 인사팀 박형석 군이 사실 무근이라고 참고란에 써놨어요. 친한 지인인데 절대 아니래요.’

        ‘그래요? 근데 그거 왜 써져있을까… 심지어 채수현 헌터가 돌린거라고 하던데.’

        ‘혹시 둘이 사귀었다가 헤어졌나? 복수심에 한 거 아닐까요?’

        ‘근데 방송에서는 채수현 헌터 한번도 남자 사귄 적 없다고 했는데?’

        ‘에이. 방송 말을 누가 다 믿어요. 너무 순진하시네.’

       

        그들은 왠지 모를 기대감이 생긴 상태였다.

        지금까지 봐왔던 이수아의 모습을 고려할 때 백지훈이 이수아와 잘 어울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허허. 우리가 한번 잘 분위기를 몰아가봅시다.’

        ‘네 화이팅이에요.’

        ‘진짜로 둘이 연애를 하게 되더라도 아시죠? 알아도 모르는 척.’

        ‘네네. 당연하죠!!’

       

        백지훈이 들어온 첫날 프로젝트A는 오랜만에 재 가동 되었다.

       

        그리고는 3일이 지난 상태.

       

        “근데 말이에요. 우리가 딱히 밀지 않아도 잘 되가는 것 같지 않아요?”

        “그쵸…? 이상하죠? 저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뭐 마땅히 한 것도 없는데 알아서…”

        “그렇지? 좀 이상하지? 수아 씨 말이야. 백지훈 헌터한테 관심있는 거 맞는 거 같은데. 이상해. 분명 평소에는 우리 부서 쪽은 잘 오지도 않잖아?”

       

        그들은 커피를 홀짝대며 남은 점심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10분.

       

        “이미 첫날 회식때부터 분위기가 좀 달랐던 것 같아요. 제 생각엔 이미 그 날부터 이수아 헌터의 표정이 달라졌다고 느꼈거든요.”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평소에 비해서 짜증이나 화도 덜 내는 것 같고. 생각보다 가볍게 넘어가는 것 같고요.”

        “쓰읍. 나는 아닌 거 같은데. 여전히 오지게 털렸는데.”

       

        오전에 끌려가서 혼났던 부장은 넥타이를 고쳐잡으며 말했다.

       

        “에이. 전반적으로 다시 생각해보세요. 분명히 분위기는 달라졌어요.”

        “맞아 맞아.”

       

        그들은 이수아가 달라졌음을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아직 안정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분명했다.

       

        “어쩌면~ 우리가 뒷공작을 하기도 전에 진짜로 이미 사귀고 있던거 아닌가 몰라요~”

        “에이. 그건 진짜 천지개벽할 소리야. 말도 안돼. 이수아 헌터가? 그럴리가~”

        “만약에 그럼 정말 기절할 거 같은데요. 이수아 헌터가 그렇게 초 패스트로 남자를?”

       

        다들 절레절레 하며 부정했다.

       

        “근데 말야. 주인공 백지훈 헌터는 어디 갔어?”

        “오늘 뭐 중요한 거 생각할 거 있다고 따로 먹는다고 했어요. 원래는 저희가 뭐 어찌어찌 이수아 헌터랑 같이 밥을 먹어보려고 했거든요. 대충 둘이 자리도 비슷한 데 앉혀두고…에휴. 이수아 헌터도 거의 다 꼬셔놨는데.”

        “어차피 이수아 헌터도 오늘 급하다고 바로 나가던데요? 점심시간 땡치자마자.”

        “맞아요. 백지훈 헌터 자리 와서 찾더니 바로 나가던데.”

        “으응?”

       

        모두의 시선이 모아졌다.

       

        “백지훈 헌터 자리에 왔다고?”

        “네. 뭐 보고서 물어야될 거 있다고 오더니 바로 나가시던데…”

       

        백지훈 옆자리 헌터는 별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홀짝대며 마셨다.

       

        “설마 그거…”

       

        모두들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쳐다보기 시작했다.

       

        “분명하네 분명해. 진짜로 둘이 사귀나 보네. 우리는 프로젝트로 시작했는데 진짜로 사귀는 거 맞네.”

        “그쵸? 맞죠? 이거 둘이 지금 따로 만난 거죠? 맞죠?”

        “지금 다른 사람은 다 있어?”

       

        그들은 사무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네네. 진짜로 백지훈 헌터랑 이수아 헌터만 아직 안돌아오셨네요.”

       

        넓은 사무실을 한바퀴 돌아보고 와서는 말했다.

       

        “이제 5분 남았으니까요. 당연히 다들 돌아온 상태죠. 괜히 늦었다가 모가지가 날아가고 싶은 게 아닌 이상.”

        “뭐야. 둘이 진짜 같이 나간 거야? 뭐야. 뭐야. 우리 몰래 진짜 사귀고 있던 거야? 우리가 푸시 할 필요도 없었던 거 아냐?”

       

        다들 꺄르르 대며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띵!

       

        A팀원들이 백지훈과 이수아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도중 해당 층에 엘레베이터가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엘레베이터에서 이수아와 백지훈이 내리는 것이었다.

       

        “허어어억….”

       

        다들 놀란 표정으로 엘레베이터 쪽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누군가는 너무 놀란 나머지 커피를 그대로 놓치고 말았다.

       

        ***

       

        ‘아니 시발.’

       

        엘레베이터 도착과 함께 문이 열렸다.

        그리고는 크게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하필 모든 팀원이 엘레베이터 앞 회의실에 모여있었던 것이었다.

       

        ‘아니 뭐야. 다들 뭐 중요한 회의라도 하고있었던 거야 뭐야?’

       

        이 층에서 내리는 사람은 당연히 이수아와 나 뿐.

        우리 팀이 여기 층을 다 사용하니까.

       

        우리 둘을 내려주고는 엘레베이터 문은 닫혔다.

       

        “어? 다들 왜 여기 모여 계세요? 뭐 재미있는 얘기라도 하시는 거예요? 아직 점심시간은 좀 남았네요.”

       

        시계를 슬쩍 본 이수아가 말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지금 저들은…’

       

        그들의 표정을 보고는 점점 더 오해를 사게 되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하하.. 다들 식사 맛있게 하셨습니까?”

       

        나는 은근슬쩍 모르는 척 내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다.

        이수아 헌터에게도 꾸벅 인사를 하고는.

       

        우당탕탕.

       

        다들 재빠르게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다.

        그리고는 메신저로 서로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었다.

       

        “쓰읍…백지훈씨?”

        “네?”

       

        과장님이 아주 묘한 웃음을 하고는 내 근처로 다가왔다.

       

        “저기 말이야. 혹시 뭐 말할 거 없어?”

        “네? 어. 음. 어떤 말이요?”

       

        당연히 뭐라고 말할 지는 알았지만 최대한 버텨보기로 했다.

       

        궁극의 기술.

       

        오리발.

       

        “하. 참. 이 사람이~ 이수아 헌터랑 어디 갔다왔어? 뭘 그렇게 맛있게 먹었어? 응? 나한테만 살짝 말해줘 봐. 내가 비밀로 지킬게. 진짜로. 약속.”

       

        비밀이라는 말.

        절대로 지켜지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다.

        모두가 내 쪽을 바라보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것을 아니까.

       

        “아하.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요. 이수아 헌터님이랑 같이 식사한 거 아닙니다. 그저 올라오는 길에 만났을 뿐이에요. 헤헤.”

        “음? 그래? 그럴리가 없는데…”

       

        살짝 갸우뚱 거리며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휴. 진짜 이게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중으로 느껴지고 있었다.

        우리 팀원은 내가 이수아랑 몰래 사귀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고.

        이수아는 왠지 모르지만 자꾸 나에게 다가오려는 느낌.

        게다가 나는 알 수 없는 인큐버스에 대한 내용을 방금 읽었으니까.

       

        ‘인큐버스라…’

       

        상태창을 열어서 다시 차분하게 읽어보기 시작했다.

        물론 그 어디에도 인큐버스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해보면 분명 채수현의 특성이 나에게도 발현이 될 수 있다는 것.

       

        ‘설마 내가 투자를 할 때마다 호감이나 흥분이 올라가는 건 아니겠지…?’

       

        완전 말도 안되는 미친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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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배신당했지만 괜찮습니다ㅎㅎ
Status: Ongoing Author:
"I was the one who boosted your rank. Yet you stabbed me in the back? Fine. Goodbye. I'm taking it back. You're finished now. Thanks to you, I now have an abundance of skill points for a prosperous hunter life. But... after spending some of those points, the S-Ranks are starting to get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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