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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

       31. 드래곤 크래프트

       

       

       나는 어제 있었던 일을 보고하기 위해 협회를 찾아왔다.

       

       천사 이사야.

       나는 녀석과 일당을 두들겨 패고, 협회에 넘겼기 때문이다.

       협회가 얘기하기를 녀석은 깜빵에서 수십 년은 썩을 거라고 한다.

       

       “다시는 내가 사는 지역에 얼씬도 못 하겠지.”

       

       그리고, 협회의 얘기를 들어보니.

       이사야는 약물 공급의 왕이 아니라, 꼬리에 가까운 인물이라 한다.

       진짜는 더 어두운 곳에 깊이 숨어있다고 한다.

       아쉽게도 범죄의 뿌리를 뽑을 수는 없었다.

       

       ‘하긴, 내가 그냥 찾아가서 체포 가능한 수준의 범죄자가 왕일 리가 없지.’

       

       적어도 일반 범죄자와 달리 각성 범죄자 ‘빌런’이 왕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겠지.

       내가 이번에 마주친 녀석들은 빙산의 일각인 것 같았다.

       

       “퉁퉁이랑 비실이를 부하로 데리고 있는 것부터 말이 안 되긴 했어.”

       

       녀석들은 체포 명단에 없는 걸 봐선 잘 도망친 것 같기는 한데.

       뭐, 알아서 자기들끼리 살아남겠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영웅 협회를 벗어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스마트폰을 열어 이번 성과금을 확인했다.

       

       [영웅 협회 입금 150000원]

       

       “에휴, 진짜 왕을 잡았으면 몇천은 벌었을 텐데.”

       

       어차피 이사야를 체포해서 깜빵에 넣는다고 쳐도.

       녀석의 자리는 다른 녀석들이 대체할 수 있다.

       09구역에는 녀석을 대체할 수 있는 범죄자들이 널려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성과금 또한 이렇게 낮은 편이었다.

       

       “그래도, 전리품을 얻어서 다행이란 말이야.”

       

       범죄자 주제에 좋은 걸 끼고 있었어.

       사실 성과금보다 전리품 가격이 메인이다.

       이사야가 끼고 있던 금반지.

       나는 집으로 돌아가기 전, 이 깜찍한 녀석을 처분하기 위해 금은방에 들렀다.

       

       “이거 팔러 왔는데. 얼마쯤 할까요?”

       “으음, 일단 이리 줘봐요.”

       

       깐깐하게 생긴 할아버지가 반지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제발 비쌌으면 좋겠다.

       간절한 마음으로 빌고 있던 순간.

       깐깐한 할아버지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18K. 이 정도 두께면… 20만까지 쳐줄 수 있어.”

       

       나이스.

       이래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하나 보다.

       나는 금반지를 판매하고 곧바로 금은방을 나섰다.

       

       “이 맛에 영웅하는 건가. 나 돈을 너무 잘 버는 거 아니야?”

       

       이러다가 곧 부자 되는 거 아니야?

       아직도 빚이 쌓여있긴 하지만.

       갑자기 우울해지네.

       

       “…돈 언제 다 갚지.”

       

       에휴.

       괜히 빚 생각을 하니, 기분이 다운된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기분 전환이나 해야지.

       힐링 라이프를 재빨리 즐기기 위해, 나는 집으로 향하는 걸음을 재촉했다.

       

       “어?”

       

       지하철을 타기 전, 거리를 걷던 도중.

       나는 중형 마트 유리 너머에 전시되어 있는 장난감을 하나 발견했다.

       지나치고 싶었지만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장난감이었다.

       나는 안으로 들어가 장난감이 들어있는 상자의 겉을 훑어봤다.

       

       “나도 옛날에 이런 거 가지고 많이 놀았는데. 추억이네.”

       

       오늘 돈도 많이 벌었으니 괜찮겠지.

       이번 달은 이대로만 일하면 빚을 갚고도 더 남을 테니까.

       

       ‘녀석들도 장난감이 하나씩 필요할 때기도 해.’

       

       내가 없을 때 이런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 좋지 않을까 싶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장난감을 하나 구매했다.

       

       “이거 얼마죠?”

       “15만원입니다.”

       “…”

       

       더럽게 비싸네.

       이건 예전부터 쓸데없이 비싸긴 했다.

       

       

       ***

       

       

       나는 한손에 장난감 상자를 들고, 현관문을 열어 집으로 돌아왔다.

       

       “아빠 왔다. 얘들아 사고 치지 않ㄱ-”

       “사고 치지 않고 얌전히 있었어!”

       “어어 그래, 화련아. 잘했다.”

       

       이제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네.

       역시 학습 능력이 빠른 드래곤이다.

       화련이는 나를 반갑게 맞이하고는 내 손에 들린 장난감을 쳐다봤다.

       흥미가 생긴 모양이었다.

       

       “아빠 그거 뭐야! 먹는 거야?”

       “먹는 건 아니고 장난감.”

       “장난감? 무슨 장난감인데! 나 볼래!”

       

       화련이는 장난감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나는 재빨리 손을 뒤로 뺐다.

       

       “왜!”

       “밥부터 먹고. 장난감은 나중에.”

       “그럼 빨리 밥 해줘!”

       

       화련이는 장난감이 그렇게나 궁금한 걸까.

       식사가 준비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의자에 앉아 식탁을 두드리고 있었다.

       

       쿵-! 쿵-!

       

       “밥 줘! 밥 줘!”

       “어휴, 저 금쪽이. 금방 해줄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나는 옷을 대충 갈아입고 나왔다.

       수련이와 초련이도 내가 들고 온 장난감 상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초련이는 상자에 손을 올린 채,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거 열어봐도 돼, 아빠?”

       “밥 다 먹고.”

       “이거 뭐 하는 건데?”

       “쌓으면서 완성시키는 장난감?”

       “그게 뭐야.”

       

       수련이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래도 직접 보여주는 편이 좋겠지.

       나는 재빨리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녀석들의 배를 채워줬다.

       

       ‘오늘따라 다들 빠르게 먹네.’

       

       저 장난감이 궁금해서 설레나 보다.

       그렇게 우리들은 밥을 다 먹은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장난감 상자를 열었다.

       

       “짠!”

       “이게 뭐야? 네모난게 엄청 많아!”

       “…난 모르겠어. 처음보는 거야.”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버지!”

       

       역시 모르는 건가.

       나는 상자를 뒤집으며 자신 있게 말했다.

       

       “아아, 이건 레고라는 것이다.”

       

       상자 안에 있던 레고 블록들이 모두 쏟아져 내렸다.

       

       와르르르-

       

       나는 그중에서 설명서에 그려진 완성본을 녀석들에게 보여줬다.

       

       “우리는 이 블록들을 조립해서, 이 사진처럼 성을 만들면 돼.”

       

       간단하고 두뇌 개발에 좋은 레고 블록 조립.

       수련이는 완벽하게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렇게 블록들을 조립해서, 이 사진대로 완성하면 끝이라는 거네. 쉬워 보여.”

       “뭐, 쉬울 수도 있고. 어려울 수도 있지.”

       “드래곤은 어려움을 느끼지 못해, 아빠.”

       

       수련이는 그리 말하고는 블록을 하나씩 조립하기 시작했다.

       원래 조립 순서를 보는 게 정석이긴 하지만.

       녀석은 설명서를 읽지 않고, 사진만 보면서 조립했다.

       

       “안 봐도 잘 하네?”

       

       똑똑한 녀석.

       그래도 아직은 내가 더 똑똑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뒤로 물러나서 녀석들의 모습을 가만히 구경했다.

       녀석들은 분주하게 손을 움직이며 레고를 열심히 조립했다.

       

       “이 블록을 여기에 넣으면 벽 하나 완성이야!”

       “화련 언니, 거기 아니야. 왼쪽이야.”

       “흥, 나도 알고 있었어!”

       

       딸깍-

       녀석들은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블록을 쌓았다.

       그래도 자매끼리 서로 협동하며 잘하고 있었다.

       

       “초련아, 손을 더 빨리 움직여.”

       “저는 이게 최대에요, 수련 언니!”

       “…”

       

       역시 예상대로.

       가장 잘하는 건 수련이다.

       녀석은 설명서에 붙여진 사진만 보고도 레고를 쉽게 조립했다.

       

       “화련 언니. 또 실수했어. 거기 아니야.”

       “나도 알고 있다구!”

       “그리고, 초련아. 그거 안 쓰면 나 줘.”

       “알았어요, 언니!”

       

       기계처럼 차갑게 레고를 맞춘다고 해야 할까.

       수련이는 효율을 극대화하며 레고를 맞춰갔다.

       녀석은 그런 과정을 통해 재미를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누가봐도 이과 체질이었다.

       

       ‘가장 재미있게 즐기고 있네.’

       

       표정을 차갑게 유지해도 들뜬 마음은 숨길 수 없는 모양이다.

       그렇게 녀석들은 천천히 블록들을 쌓으며, 성의 외벽을 거의 완성했다.

       

       “…재밌네.”

       

       씨익-

       완성되어 가는 모습에 수련이는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본 초련이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어, 방금 수련이 언니 웃었어요!”

       “…아닌데. 나 안 웃었어.”

       “웃은 거 제가 분명히 봤어요! 정말이에요, 아버지!”

       “…”

       

       강력하게 주장하는 초련이.

       나는 녀석의 말을 듣고, 수련이에게 물었다.

       

       “수련아 어때. 레고 재밌어?”

       “…”

       

       수련이는 가만히 침묵을 유지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며 얘기했다.

       

       “…이건 재밌어. 깔끔하게 인정할게.”

       “재밌다니 다행이네.”

       “내 계산대로 조립하는 재미가 있어.”

       

       비싸게 산 값을 하는구나.

       마음에 안 들으면 어쩔까 싶었는데.

       녀석들은 다행히 레고를 잘 즐기고 있었다.

       

       “이거 다 완성되면 부수는 거지?!”

       “…나중에 부술 거면 이걸 왜 완성하겠어. 안 돼.”

       “부수자! 그래야 재밌을 것 같은데!”

       

       도파민 중독자 화련이의 머리에는 오직 파괴만이 있는 것 같았지만.

       아무튼, 녀석들은 서로 힘을 모아 천천히.

       성의 외벽을 견고하게 쌓고, 성의 안쪽까지 깔끔하게 쌓아 올리고, 적절한 위치에 네모 인간들을 꽂아 넣었다.

       그리하여 드래곤의 손으로 블록 성이 탄생하고 말았다.

       

       “와아, 완성했다! 이제 부수자아!”

       “…안 부순다고 했지, 언니.”

       “아버지, 저희가 완성했어요! 대박이에요!”

       

       와아아아-!

       녀석들은 완성의 기쁨을 느끼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서로 힘을 협동해서 만든 하나의 작품이니까 기쁨도 두 배인가 보다.

       

       “귀엽네.”

       

       이런 장면은 놓칠 수 없지.

       나는 스마트폰을 들어 녀석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촬영했다.

       

       찰칵-!

       

       녀석들이 완성된 성을 둘러싸며, 환호하는 모습이 사진에 담겼다.

       내 갤러리에 평생 저장할 정도로 귀엽게 나왔다.

       

       “잘 나오네.”

       “…아빠, 뭐 하는 거야”

       “너희 모습이 귀여워서 찍고 있었지.”

       “…나는 찍지 마.”

       

       부끄러운가.

       수련이는 사진에 나오고 싶지 않은지, 이불로 얼굴을 가렸다.

       그와 달리 화련이와 초련이는 호의적인 태도로 내게 말했다.

       

       “아빠, 내가 중앙에 나오게 찍어! 내가 주인공이야!” 

       “저는 아무렇게나 찍어도 괜찮아요, 아버지!”

       “그럼 다들 손가락을 V로 만들어볼래?”

       

       이렇게.

       내가 시범으로 먼저 보여주니, 화련이와 초련이는 손가락을 V로 만들었다.

       

       찰칵-!

       

       사진이 꽤나 귀엽게 찍혔다.

       처음으로 다 같이 완성한 레고 성.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저장을 눌렀다.

       

       “뭐야, 이수련.”

       “…”

       

       그 사진을 자세히 보니, 수련이는 뒤에서 몰래 V를 하고 있었다.

       부끄러워하기는.

       

       그렇게, 우리는 완성의 기쁨을 나누고.

       레고 성을 벽면에 밀착시켜 전시를 해두었다.

       

       비좁은 원룸에 새로운 가구가 생겼지만, 우리가 직접 만들었기 때문일까.

       방이 딱히 좁아졌다는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저 완성된 성을 보고 있자 하니, 방이 더 넓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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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Dragon Egg

I Picked up a Dragon Egg

드래곤의 알을 주웠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picked up an Egg from the Dragon’s Nest. “Shakk!!!!” “Should I just sell?” I should have picked some other tr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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