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1

    “루크는 아직 정식신분이 없는거죠?”

    “네, 아직 임시신분이에요.”

    루크는 출생신고조차 되어있지 않은 아이였다.

    이루시의 부모라는 자가 신고를 하지 않은거였는지, 신분이 어떤 외부의 압력으로 인해 지워진건지는 모르지만.

    그러고보니 루크의 부모라는 자들도 신분조회를 해본 결과 전혀 나오지 않았다는게 걸린다.

    부모까지 완전히 기록말살이라니.

    이루시라는 성을 가진 사람은 국내에 몇 되지 않는다.

    그들 중에서도 리온, 비나라는 이름을 가진 사망자는 없었다.

    정확히 하자면, 아주 오래전 기록에 있기는 했지만, 그 둘은 살아있던 시간대도 달랐고 심지어 부부도 아니었다. 

    아마도 동명이인이리라.

    ‘어쩌면, 정말 모든게 루의 망상……?’

    예르나의 머릿속에 끔찍한 상상이 스쳤다.

    그렇다면 대체 루크는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째서 가상의 부모를 만들어내야만 했을까?

    “예르나씨, 예르나씨?”

    예르나의 그 어두운 추리를 멈춘것은 간호사의 부름이었다.

    퍼뜩 정신을 차린 예르나가 말했다.

    “아, 네. 말씀하세요.”

    “네, 그러니까……. 일단 오늘의 검사비용은 면제가 되지만, 그래도 후에 의료서비스를 받을때는 임시신분이란게 문제가 될 수 있어서요. 새롭게 등록하는게 맞을것 같아요.”

    “역시 그런가요.”

    “네, 우리나라는 임시신분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니까요.”

    “흐음…….”

    의료보험이라.

    그러고보면 그것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었다.

    사람이 태어나서 한번도 안 아플 수는 없고, 의료보험이 없으면 엄청나게 많은 돈이 깨져나가니까.

    하지만 루크는 사실 법적으로 이 나라의 국민이 아니었다.

    예르나의 임시보호를 받는 중이라 현재는 국민에 준하는 혜택을 받은 것이지만, 루크에게 신분이 없는것은 사실.

    “정식신분이라…….”

    출생신고가 되어있지 않은 아이가 이 정식신분을 얻기 위해서는 특별한게 필요했다.

    4명의 보증인.

    이 제도는 본래는 불법이민자를 걸러내기위한 제도다.

    하지만 4명정도는 문제될 것도 없다. 

    다이튼, 시에나, 다프네에게 부탁하면 되겠지. 

    사실 그들 말고도 숲지기를 하는 동료들은 많으니까 충분하고도 남을것이다.

    “좋아요, 예르나씨. 그러면 일단 이 서류에 동의해주시겠어요?”

    서류를 받아든 예르나는 재빠르게 그 글자를 읽어내려갔다.

    대충 보니까, 루크에 대한 정보를 정부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위탁 약관에 동의해달라는 내용과, 후에 검사결과를 고지받을 휴대폰번호나 메일주소, 우편번호중에 고르라는 내용, 그리고 이것저것 책임과 의무에대한 사항이 나열되어있었다.

    예르나는 금방 서류를 작성하고 꼼꼼히 검수한뒤 제출했다.

    “좋아요, 이제 돌아가보셔도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예르나는 그렇게 루크의 신분에 대한걸 고민하며 루크가 앉아있던 자리로 걸어갔다.

    “루, 우리 검사 끝나면 또 갈데가 있…….”

    예르나는 말하던 자세 그대로 멈췄다.

    “루?! 지금 대체 뭐하는거야!?”

    “예르나?”

    루크의 당혹스런 표정에, 예르나는 그런 루크의 팔을 붙잡고 즉시 떼어내었다.

    “아, 아프지않은가, 예르나. 힘을 좀 빼주게.”

    루크가 예르나의 손길에 딸려가며 시루드의 몸 위에서 치워졌다. 

    그 모습을 보던 시루드는 심장을 안정시키던 요상한 감각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후아…….”

    심장에 휘몰아치던 안정감이 떼어지자, 문득 드는 낯선 감각에 시루드는 얼굴을 찌푸렸다.

    “윽!”

    그 모습을 본 예르나는 루크를 윽박질렀다.

    “루! 얘한테 대체 뭘 한거야!”

    “뭘 했냐니…….”

    남자애는 눈물을 그렁그렁하게 매단채로 누워있었고, 루크는 그 아이의 몸 위에 올라타있다니.

    그순간 예르나가 본 장면은 영락없이 루크가 또래의 남자애를 폭행한 장면이었다.

    ‘심지어 지금 인상도 찌푸린거 맞지?’

    이 남자애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루크가 아이를 때렸다는 사실이 예르나에겐 실망감과 당혹스러움으로 다가왔다.

    잠깐 눈을 뗄 때마다 일이 터진다니, 예르나는 어째서 육아가 어려운건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꼬마야, 괜찮아? 일어설 수 있겠어? 루! 뭐해! 얼른 사과 해!”

    “사과할만한 일은 하지 않았네만…….”

    “루크!”

    움찔.

    예르나의 호통에 대한 반응은 의외로 다른곳에서 나왔다.

    이유모를 미안함과 당혹감, 그리고 안심감이 합쳐져 또한번 감정을 불러온다.

    그 감정이 심장을 옥죄어들지 않은것은, 순전히 루크가 남긴 마나의 잔재가 아직 그의 서클을 안정화시키는 중이었기 때문이리라.

    “으아아앙-!”

    그래서 시루드는 울었다.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

    예르나는 연신 고개를 숙여댔다.

    그 옆에 선 루크는 우물거렸다.

    “예르나, 대체 왜 그러는가…….”

    루크는 애초에 잘못한게 없었다.

    시루드도 자신의 무죄를 잘 알 터다.

    그를 마력폭주로부터 구해낸게 바로 자신이 아닌가.

    오히려 칭찬을 받아야 할 일이 아닌가?

    물론 루크가 칭찬을 바라고 한 일은 아니었지만.

    “루크, 뭐해! 너도 얼른 사과해!”

    하지만 예르나는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나는 그저 응급조치를 했던 것뿐인데…….”

    루크로서는 억울할 노릇이었으나, 하필 그 순간을 보여진 탓에 변명할 건덕지가 별로 없었다.

    “예르나, 내 말을 좀 들어보게나. 시루드, 우리가 싸운건 아니지 않느냐, 응?”

    뭐라고 말좀 해달라는 듯한 눈빛으로 시루드를 바라보자, 시루드가 마지못해 괜찮다는듯이 말을 했다.

    “……맞아, 싸운건 아니었어.”

    “시루드, 정말이야?”

    시루드의 어머니, 세레나 트리핀드가 확인하듯이 물었다.

    “정말이야, 엄마. 나는 싸울땐 안 우는거 알잖아. 울면 진거니까.”

    “그게 자랑이니? 으휴.”

    세레나는 예르나의 어깨를 잡아올렸다.

    “싸운거 아니라니까 이제 그만 하세요. 그런데 이름이 뭐죠?”

    “ㅇ, 예르나 리스핀드입니다.”

    “반갑네요, 저는 세레나 트리핀드라고 해요.”

    예르나는 뻣뻣하게 몸을 일으키자, 세레나는 참 재미있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예르나씨, 저는 솔직히 당신이 나왔을때 더 놀랐어요.”

    “그, 그런가요?”

    “그야, 여기서 엘프를 보게될 줄은 몰랐으니까요.”

    “그건 그렇네요…….”

    그야 그럴게, 아이의 머리엔 뿔과 동물귀가 달려있어서 부모는 당연히 수인일줄 알았는데, 보호자랍시고 나온 사람이 자신과 같은 엘프종족이라면 조금 놀라울 수밖에 없으리라.

    예르나 역시 하이엘프를 본 것은 정말로 의외였으니까.

    “그럼 이제 괜찮죠? 시루드, 저 애랑 화해하는거지?”

    “……응.”

    “후우, 해명해주어서 고맙구나, 시루드.”

    시루드는 루크의 안도감섞인 시선이 자신을 향하는것에 부담을 느끼며 세레나의 등 뒤로 살짝 숨었다.

    ‘어머, 얘가 부끄럼을 다 느끼네.’

    자식의 새로운 면모에 세레나는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고.

    자식의 그 낯선 반응에 세레나는 루크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예르나씨, 이것도 인연인데. 연락처는 교환하죠. 나중에 커피라도 한잔 하면서 천천히 얘기를 좀 나눠봐요.”

    “네, 혹시 문제가 생기면 꼭 연락해주세요. 세레나씨.”

    그렇게 연락처를 교환한 세레나는 ‘어머, 벌써 우리 차례네.’라고 하면서 병원 안쪽으로 들어가버렸다.

    시루드는 연신 뒤를 돌아보면서 루크를 바라보았지만, 그 시선에 담긴 오묘한 감정을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루크는 자신의 행동에 자각이 없었다.

    “루, 너도 다음부턴 조심해.”

    “알겠다, 예르나. 걱정끼쳐서 미안하구나.”

    ——-

    정밀검사는 꽤 오랫동안 진행되었다.

    중점적으로 보는것은 심장의 서클의 안정화, 그리고 루크의 현재 육체나이와 수인화시술의 부작용 등이었다.

    예르나를 향해 다가오는 남자, 일전에도 본 적이 있던 한스 제르담이라는 의사였다.

    “또 뵙네요, 예르나씨.”

    “네, 반가워요. 제르담씨.”

    가볍게 인사를 나눈 그들은 잠깐 악수를 하고는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제르담은 예르나가 긴장된 나머지 경직된 자세를 하고 있는것을 지적했다.

    마음 편히 먹어도 되니 안심하시라는 말에 예르나는 그제서야 몸에 힘을 좀 뺄 수 있었다.

    이제 들을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한 제르담은 그제야 검사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단 대략적인건 말씀드릴 수 있지만 자세한 결과는 약 2주후에 나올겁니다.”

    “그런가요?”

    그리고 한스로부터 예르나에게 루크의 현재 상태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일단 현재로썬 굉장히……. 안정적인 서클을 유지하고있군요. 이런 케이스는 굉장히 특이해요. 희귀하기도 하고요.”

    “희귀하다고요?”

    의사는 루크의 심장을 투시한 사진을 내려놓고는 그 주변을 두르는 고리를 가리켰다.

    “자, 육안으로 아주 선명하게 보이죠? 보통은 이렇게까지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실선이에요. 사실은 아이의 의지로 이정도의 마나를 다루는건 이미 기적에 가까운 일이죠.”

    예르나는 그 말을 듣고는 표정을 굳혔다.

    “그럼 심각한거 아니에요?”

    “글쎄요, 특이한건 그 마나량이 아니거든요. 자, 보세요.”

    의사는 손가락으로 주변을 두르는 고리의 안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하나의 서클이 아니에요. 이중서클이죠. 이중서클은 아주 희귀하게 발현되는 특성중 하나에요. 루크는 운이 정말 좋군요.”

    운이 좋다는 말에 예르나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서클이 이중이면 뭐가 좋은거죠?”

    “일단 더욱 안정적이죠. 하나의 서클이 폭주하더라도 다른 서클이 잡아주거든요. 어쩌면, 그 덕분에 아직 루크가 살아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군요…….”

    그렇다면 정말 운이 좋은 경우라고 할 수 있었다.

    루크는 서클을 제거할 수 없는 몸이니까.

    그러면 일단 서클에 대한 걱정은 내려놓아도 된다는 말이겠다. 예르나는 한숨을 푸욱 내쉰다.

    “이중서클에 관한건 2주 후에 결과가 나오면 더 자세하게 말씀드리죠. 아, 그리고 루크의 몸에 관한 얘기도 할까요?”

    “네, 제르담씨.”

    제르담은 이번엔 조금 의아하다는 어투로 이야기했다.

    “수인화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미 골격과 신경이 변형되어 이어진 상태라, 외과적인 수술은 어렵겠습니다. 하더라도 분명히 후유증이 생길테고요.”

    “역시…….”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너무 가혹했다.

    “대체 그건 언제부터 달린건가요? 알 수 있나요?”

    “이정도로 신체에 동화되려면 최소한 5년은 잡아야지요. 어린이들은 그런 동화과정이 빠르다곤 하지만, 그럼에도 이토록 완벽하게 동화되려면 그정도는 잡아야할거에요.”

    “맙소사…….”

    그렇다면 적어도 5년은 그런 생활을 이어나갔다는게 아닌가?

    “끔찍하네요.”

    “그렇네요. 그 작은 아이에겐 현실이 너무나 가혹하군요.”

    제르담은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듯이 목소리의 톤을 높이며 말했다.

    “역시 자세한 내용은 2주뒤에 나올겁니다! 뭔가 특이한 사항이 있으면 바로 연락드리죠.”

    ——

    간호사는 주사에 표정하나 변하지 않는 루크가 참 신기했다.

    루크 또래의 아이들은 다들 주사를 싫어하니까, 울지는 않더라도 표정을 찡그리거나 울먹거리는 경우는 나름대로 흔했다.

    하지만 루크에겐 이미 10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간 경험이 있었다.

    거기엔 당연히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의 부상을 입었던 경험도 있었는데, 새삼스럽게 이제와서 주사따위가 아플일도 없지않겠는가.

    지금의 루크는 웬만한 자극에도 끄떡없이 견뎌낼 수 있는 의지와 정신력이 존재했다.

    고작 주사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리라.

    “루크는 정말 의젓하구나! 자, 주사 잘 맞았으니까 사탕줄게.”

    “하하……. 고맙다. 잘 먹도록 하겠네.”

    의젓하다니, 그런말을 들어봤자 난처할 따름이다.

    뭐, 사탕은 받았지만.

    -루크…….

    “……파이, 왜 그대가 더 걱정하는지 모르겠구나.”

    그런데 파이는 루크의 몸에서 피가 난 것이 자못 걱정스러웠던 모양이다. 연신 낑낑거리는 소리를 내며 상처부위를 바라보는것이 참으로 과도한 걱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튼 루크가 박하맛 사탕을 입 안에 물고 팔뚝을 소독용 솜으로 문지르며 채혈실에서 빠져나오자, 예르나가 그를 맞이했다.

    “그 솜은 언제 떼래?”

    “일단은 30초동안 대고 있으라더군. 이제 슬슬 제거해도 될게다.”

    “그러니?”

    루크가 솜을 의료폐기함에 버리고 돌아오자, 예르나는 문득 루크에게 물었다.

    “루. 아까전에 꼬마애 있잖아.”

    “시루드 말인가.”

    “걔 이름이 시루드구나. 정말 싸운건 아닌거지?”

    “그래, 물론. 그도 말하지 않았던가.”

    예르나는 루크의 확답을 들은 예르나는 살짝 안심할 수 있었다.

    때리거나 한게 아니라면 문제될일은 없겠지 하고.

    “그럼 어쩌다 그렇게 된거야?”

    “어쩌다 그렇게 되었냐라…….”

    주변의 마나에 민감한 루크와 파이는 주변에서 느껴지는 1서클의 흔적에 흥미를 가져 다가간것이 사건의 발단.

    점차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영문모를 이유로 시루드의 감정이 폭발해버린게 그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니까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가를 간략하게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호기심’이리라.

    “뭐, 그에겐 호기심이 일었으니까, 라고 할까.”

    “호기심?”

    호기심이라, 아이라고해도 이성에게 호기심을 갖는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겠지.

    이성?

    잠깐, 루크는 그동안 이성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루크의 과거는 예르나도 알다시피 정상적인 성장과정을 겪은게 아니었다.

    ‘설마…….’

    루크가 제대로된 성교육을 받아본 적이 있었을까?

    어쩌면, ‘덮친다’는것은 이성에게 관심받기 위해서는 루크 입장에선 너무나 당연했을지도…….

    어쩌면 때린것보다 심각한 상황이 될지도 모르겠다.

    “루, 절대, 절대로 다른 나, 남자애 위에 올라타면 안돼, 알겠어?!”

    “……? 알겠다. 앞으로 필시 주의하도록 하지.”

    “약속이야!”

    “그래, 약속하겠다.”

    어쩌면 성교육도 필요한게 아닐까, 예르나는 눈앞이 깜깜해졌지만, 루크는 그런 예르나를 보고 생각했다.

    ‘뭐, 누군가에게 폭력을 휘두를 생각은 전혀 없다만……. 괜한 걱정을 하는구나, 예르나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루크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두근두근 검사결과…..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