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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

     

    중대장의 양쪽 이두근을 잡고 쭉 뻗어준다.

     

    “아이고오!”

     

    고개를 숙이며 등까지 확 내려주니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비명이 절로 터져나온다.

     

    “봐, 운동하고 스트레칭을 빼먹으니 전신이 다 굳어버렸잖아. 끝까지 쭉쭉 당겨줘.”

     

    “끄악! 팔 다 빠집니다!”

     

    근력강화제의 효과는 상당했다.

     

    고블린은 물론 오거도 동강내게 생겨먹은 중대장이 내 손아귀에서 옴짝달싹 못 하게 됐다.

     

    중대장의 뒤에서 팔을 잡아 머리 위로 넘겨 힘차게 당겨준다.

     

    이거 레슬링 기술이었던 것 같은데.

    코브라 트위스트였나.

     

    “광배근도 잊지 말고 펴주고!”

     

    “으아악! 잠깐만, 선생님!”

     

    중대장이 내 무릎을 팡팡 치며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떻게든 몸을 빼내려 하지만 한 번 먹이를 잡은 내 근육이 절대 놓아주지 않는다.

     

    ‘상당한 효과야. 얼마나 상승했지?’

     

     

    ―――――――――――

     

    근력 : 41 (+30)

    체력 : 12

    마력 : 1

    마나 : 18

    신성력 : 22

    신앙심 : 100

     

    ―――――――――――

     

     

    아무리 단기적이어도 30이나 오르다니.

    10년 치 훈련을 뛰어넘은 수준이었다.

     

    ‘슬슬 1분이야.’

     

    중대장을 놔주니 그가 균형을 잃고 꼴사납게 바닥을 굴러 흙먼지가 일었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난 중대장은 겁을 잔뜩 집어먹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 아니 대체 그 얇은 몸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내가 사탕을 하나 꺼내 물으며 대답했다.

     

    “북부 출신은 처음 봐? 우리 동네에서는 평범한데. 그렇지, 타냐 단장?”

     

    “도련님은 허약하셔서 문제죠.”

     

    “이, 이게 허약하시다고… 선생님이 호위가 필요하시긴 합니까?”

     

    “타냐 단장과 대련하면 3초쯤 버티나? 내가 한 대도 못 맞춰.”

     

    내가 타냐를 가리키며 말하자 중대장과 보초들이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헤 벌렸다.

     

    “그, 그 정도라면… 저희 기사들이 전원 진 것도 당연하겠군요.”

     

    “주, 중대장님, 어떻게 하죠?”

     

    중대장이 즉시 얼타는 보초들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이놈들, 주치의 선생님께 무례를 저질렀으면 바로 사과해야 할 것 아니냐!”

     

    분위기를 읽은 보초들이 바로 내게 허리를 굽혀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했습니다!”

     

    중대장도 뒷머리를 긁적이며 내게 고개를 숙였다.

     

    “이놈들 교육은 제가 제대로 시켜놓겠습니다. 최근 기사들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실수했을 겁니다. 너그럽게 봐주시어 오늘 일은 부디 외부에는….”

     

    황실 기사단이 겨우 주치의와 호위기사에게 힘으로 졌다고 하면 체면이 꽤 구겨지겠지.

     

    기사들 머리가 단순한 건 북부나 황실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

     

    그들의 태도가 꽤 웃기다고 생각했기에 나도 이쯤에서 끝내기로 했다.

     

    “그래, 앞으로 조심하고. 알려준 스트레칭 자주 하고 보고해라?”

     

    “알겠습니다!”

     

    나는 타냐와 함께 병영을 떠났다.

     

     

     

    ***

     

     

     

    “그럼 제게 순수하게 대련 신청을 한 게 아니라 부당한 시비를 걸었던 겁니까?”

     

    타냐는 나중에서야 내 설명을 듣고 이를 갈았다.

     

    “저는 몰라도 선생님을 욕보인 일은 용서할 수 없습니다. 당장 보복하러 가지요.”

     

    “이미 혼내줬으니 괜찮아. 그리고 정보도 많이 얻었으니 됐어.”

     

    “정보 말인가요?”

     

    꽤 도움이 된 사건이었다.

     

    우선 근력강화제의 효과를 테스트할 수 있었다.

     

    혹시나 녹색 괴물이 되어 몸이 우락부락해지고 옷이 찢어지면 어쩌나 했는데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또 한 가지.

     

    “아셀라의 파벌, 아직 황실에서 꽤 약한 편이구나.”

     

    사실상 2황자의 부하라고 취급되어 하대받는 분위기였다.

     

    고작 보초가 주치의에게 개길 정도면 말 다했지.

     

    “아셀라의 호위기사들은 어느 병영에서 지내?”

     

    “그분들과 저와 브루노는 월광궁에서 지냅니다. 훈련 시설은 따로 없어서 궁 뒤뜰에서 자체적으로 단련합니다.”

     

    “열악하구만. 남쪽 병영은 시설 좋아 보이던데.”

     

    “예. 저희 후작가와는 비교할 수도 없더군요. 역시 황실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탐나네.”

     

    “병영이요?”

     

    “포함해서, 강한 파벌이라는 거.”

     

    언젠가 아셀라가 승계권자 중 가장 강한 파벌이 되긴 할 거다.

     

    황제가 될 여자니까.

     

    하지만 내가 있는 한 역사는 조금씩 바뀔 거다.

     

    실제로 배드엔딩을 없애다가 바로 얼마 전에 아셀라와 황비의 파벌이 사실상 분리되어버렸다.

     

    본래 역사에서는 좀 더 나중에 발생할 사건이었다.

    정확히는 황비의 파벌이 없어져 버렸지.

     

    “언제 강해질지도 모르는데 마냥 기다리기는 성미에 안 맞아.”

     

    “황실 정치에 참여하시려고요?”

     

    “아니. 내가 뭐 하러 불구덩이에 직접 뛰어들겠어.”

     

    괜히 튀는 짓 하다가 목에 칼날이나 들어오고 말겠지.

    너무 깊게 연관되면 나중에 황실을 나가다가 암살이나 당할 테고.

     

    “그럼요?”

     

    “있는 애들을 활용하는 게 편해. 방금 봤던 남쪽 병영이라든지.”

     

    기사들은 단순하다.

     

    황실 기사단은 공식적으로 어느 파벌에 소속된 게 아니라 알게 모르게 한 승계권자가 분위기를 잡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니 그들이 아셀라에게 호감을 갖게 만들면 된다.

     

    “확실히 실력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제도의 검술은 효율적이더군요.”

     

    “다 단장한테 졌잖아.”

     

    “물론 제가 강하긴 합니다만.”

     

    “겸손도 좀 배우지 그래.”

     

    “부하는 주군의 자세에서 배우는 법이죠.”

     

    이제는 내 탓을 하네.

     

    “하지만 전반적으로 기사들이 제 실력을 못내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다들 어딘가 비실비실했습니다.”

     

    “비실비실?”

     

    그러고 보면 아까 중대장도 기사들 상태가 안 좋다느니 하는 소리를 했다.

     

    중대장의 몸을 만졌을 때 뜨끈뜨끈하기도 했다.

     

    기초체온이야 개인차가 있으니 그러려니 했었다.

     

    “지금이 환절기이긴 하지.”

     

    전염병이 유행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즉시 타냐에게 진단을 사용했다.

     

     

    [진단이 발동합니다]

    [부상 상태 : 없음]

     

     

    “왜 그렇게 쳐다보십니까?”

     

    “아냐. 생각해보니 바보는 감기에 안 걸린다는 말이 있었어.”

     

    병영에 감기라도 돌고 있는 걸까.

     

    감기는 귀찮은 병이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서는 사람을 괴롭고 멍청하게 만든다.

     

    불치병인 이유는 계속해서 변종이 생겨서 몸이 면역체계를 만들어도 또 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감기는 아스피린이 직빵인데.”

     

    해열제로 알려진 대표적인 약제다.

     

    그럼 만들면 되겠네, 아스피린.

     

    “이미 버드나무 무통약을 만들었어. 아스피린은 이 약의 하위 종류야.”

     

    [추출]이 있으니 버드나무에서 살리실산만을 추출해서 [성질변화]로 아세틸살리실산으로 바꾸면 아스피린이 된다.

     

    “이건 대량생산이 되겠는데.”

     

    재미있겠어.

    나도 모르게 웃음이 실실 나와버렸다.

     

    그러기도 잠시, 다리에 힘이 풀려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선생님.”

     

    다행히 바닥에 얼굴을 부딪치기 전에 타냐가 부축해줬다.

    상태창에 텍스트가 떠올랐다.

     

     

    [부작용 : 10분간 근육이 마비됩니다.]

     

     

    “아, 이거였군.”

     

    근력강화제의 부작용이었다.

     

    “어쩐지 아까 무리하신다 싶었습니다. 의학으로 기묘한 기술을 쓰셨죠?”

     

    “맞아. 월광궁까지만 업어줘.”

     

    “이걸로 빚은 차감됐군요.”

     

    타냐는 든든하게 나를 훌렁 들쳐업었다.

     

     

     

    ***

     

     

     

    아니나다를까, 이틀이 지나니 황궁 전체에 감기가 대유행하기 시작했다.

     

    “쿨럭, 쿨럭.”

     

    내의원에도 기침하며 돌아다니는 치유사가 늘었다.

     

    당연하게도 마스크 같은 건 없다. 병원체와 감염에 대한 개념이 없으니 손을 잘 씻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상식도 없었다.

     

    상태가 심한 이들에게는 치유사가 치유를 돌리지만 효율이 안 좋다.

     

    감기같이 병원균이 전신에 감염되어 있는 질병은 특정 부위가 치유된다고 완치되는 게 아니니 아무리 주문을 시전해도 낫질 않는다.

     

    나아도 주변에 환자가 많으니 또 금방 변종에 감염되고 만다.

     

    특히 이번 감기는 꽤 독했고 변이도 빠른 바이러스였다.

     

    “황실 전체가 전염병으로 난리도 아니군.”

     

    “죽을병은 아니지만 다들 힘이 없어. 이대로는 비무대회도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모르겠군.”

     

    “어떻게든 진행이야 하겠지. 황제 폐하께서 중요하게 여기시는 행사니까.”

     

    내의원을 돌아다니다 보면 치유사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들려왔다.

     

    다들 겨우 열흘 앞으로 다가온 비무대회에 큰 관심을 보였다.

     

    내의원의 치유사도 대부분 참가하게 되니 당연한 이슈였다.

     

    “비무대회, 중요하지.”

     

    나는 사무실 책상에 산처럼 쌓인 아스피린 알약을 바라보았다.

     

    무통약 만들 때 쓰려고 네리아에게 버드나무 껍질도 부탁했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사용했다.

     

    무통약에 비하면 제작 난이도가 낮아서 순식간에 만들어냈다.

     

     

    “선생님, 업무 시간입니다.”

     

    저녁, 타냐와 함께 월광궁으로 향한다.

     

    궁에 들어서니 교육 일과를 마친 아셀라가 뒤뜰에서 기사들의 훈련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에게 다가가 예를 표한 후 말했다.

     

    “황녀님, 주무시기 전 혈압 측정을 하겠습니다.”

     

    “조금 나중에.”

     

    아셀라의 목소리는 날이 서 있었다.

     

    이제는 늘 무표정한 그녀의 얼굴도 약간 구분이 간다. 지금은 살짝 초조해하고 있다.

     

    “쿨럭, 쿨럭!”

     

    검을 주고받는 기사들이 기침을 했다.

     

    대기 중인 기사도 어지러운지 몸을 비틀거리는 이가 있었다.

     

    “기사들 기운이 없어 보이는군요.”

     

    “나도 보면 알아. 전염병이 돌고 있어. 내의원에 남는 치유사도 없고 어차피 월광궁은 후순위라 오지도 않아. 여태 넌 뭐했…”

     

    그제야 나를 돌아본 아셀라가 조금 놀란 듯 고개를 뒤로 젖혔다.

     

    “아, 이거요?”

     

    나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시대가 이렇다고 역병의사들이 쓰던 까마귀 마스크를 만들진 않았고, 천을 여러 겹 겹쳐 현대식 마스크를 만들어 썼다.

     

    “그건 뭐야? 어쩐지 목소리가 울린다 싶더라니….”

     

    “전염병에 걸릴 확률을 절반 이하로 낮춰주는 방어구입니다.”

     

    “그걸 너만 쓰고 있어?”

     

    “방금 제작이 끝나서요.”

     

    “직접 만든 거였어? 흐응.”

     

    아셀라는 흥미가 생겼는지 내 마스크를 유심히 관찰했다.

     

    뭘 그렇게 열심히 보냐.

    내놓으라는 소리겠지.

     

    “물론 황녀님 것도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황녀님의 건강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나는 품에서 준비했던 마스크를 꺼냈다.

     

    귀걸이 부분을 당겨 아셀라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으니 홱, 그녀가 머리를 뒤로 뺐다.

     

    “잠깐만, 뭐 해.”

     

    “앞으로 타인과 교류하는 곳에서는 항상 착용하세요. 수면 시까지는 필요 없고요.”

     

    “내가 쓸게.”

     

    “처음이니 씌워드릴게요. 착용법이 잘못되면 효과가 떨어집니다.”

     

    아셀라가 입술을 질끈 안으로 말아 넣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몸을 바로 했다.

     

    나는 마스크를 펼쳐 그녀의 코에 살짝 대고 귀에 걸어주었다.

     

    반대쪽도 마찬가지로.

     

    도중, 손가락이 그녀의 귓불에 슬쩍 닿았다.

     

    “힉.”

     

    그 순간 아셀라가 한쪽 눈을 찡그리더니 어깨를 움츠리며 이상한 소리를 냈다.

     

    …귀가 민감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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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octor Cured The Villainess And Ran Away

The Doctor Cured The Villainess And Ran Away

주치의는 악녀를 고치고 도망쳤다
Score 3.6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Becoming the physician of the villainess who brought about the world’s destruction, I tried to escape to survive, but the reactions were st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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