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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

        

       아이리의 모습은 평소와 같았다.

       언제나 학교에서 보던 그대로의 모습.

       학교에서 지정해준 세라복, 갈색 머리, 살짝 처져 있는 두 눈, 길게 늘어진 입꼬리까지.

         

       그 모든 것이 평소와 똑같았다.

         

       “점심 빼먹으면 안 돼. 그러면 키도 안 크고 가슴도 안커.”

         

       그러면서 아이리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커다란 가슴에 손을 얹고 위아래로 슬쩍 흔들었다. 그 과시는 가슴이 작은 것이 콤플렉스였던 그녀에게 일종의 도발이어야 했지만, 이상하게 머리가 안개가 낀 듯 흐리멍덩했기에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어레? 진짜 졸린 거야? 평소엔 이렇게 하면 벌떡 일어나서 덤볐으면서.”

         

       아이리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리세가 귀엽다는 듯 입꼬리를 크게 늘리고 슬쩍 검은 치아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러더니 스을쩍 머리카락을 귀 뒤쪽으로 넘기며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 말을 걸었다.

         

       “밤에 뭘 했길래 그래? 응? 남자친구 생겼어?”

         

       아이리는 엎드린 채 간신히 고개만 움직일 수 있는 그녀를 보며 웃었다. 그러더니 옆구리를 짧은 검지로 쿡쿡 찌르며 짓궂게 웃는 것이 아닌가.

       고개만 간신히 움직일 수 있었던 그녀는 마침 잘 됐다는 듯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간지럽히는 아이리의 공격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아이리는 재미있다는 듯 아예 등 뒤로 다가가더니 옆구리와 겨드랑이를 360도로 헤엄치는 손가락을 이용해 사정없이 간지럽혔다.

         

       “얍! 간지럽히기!”

       ‘아하하하! 그만! 그만해!’

         

       아이리는 장난치는 것이 정말 즐겁다는 듯 곡선으로 휘어진 눈으로 연신 쿡쿡거리며 웃었고, 여우가 웃는 것 같은 얼굴로 한참이나 간지럼을 반복했다. 그리곤 간지럼에 지친 리세가 몸을 간헐적으로 떨며 숨을 헐떡이자 그제야 만족했다는 듯 그녀의 뒷자리에 앉았다.

         

       드르륵.

         

       의자를 끄는 소리와 함께 자리에 앉은 아이리는 턱을 괴더니 그녀에게 물었다.

         

       “이래도 안 움직이네. 혹시 가위눌린 거야?”

         

       아이리는 장난을 뚝 그치고 걱정스럽다는 듯 엎드린 채 고개만 간신히 움직이고 있는 그녀에게 그렇게 물었고, 리세는 그제야 자신이 가위에 걸렸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었다.

         

       ‘아…. 가위…. 내가 지금 가위에 눌린 거구나.’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손가락도, 발가락도, 허리도. 입도 열리지 않아서 아무 말을 할 수가 없고, 척추에 누가 철근이라도 박아놓은 것처럼 목을 미동도 할 수가 없다. 책상에 정면으로 얼굴을 박은 채 고개를 처박고는 오로지 눈만 움직일 수 있으니 이게 가위가 아니고 뭘까.

         

       ‘눈?’

         

       그때 리세는 이상한 것을 느꼈다.

         

       아까 전 고개를 움직였던 것 같은데…?

         

       하지만 가위임을 인식한 지금, 그녀의 고개는 책상 바닥에 처박혀 있다. 가지런히 모은 팔로 베개를 만들고 그 위에 이마를 맞대고 있는 형태였으니 절대 고개를 움직였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그녀는 어떻게 옆을 보았는가?

         

       아니…. 애초에.

         

       ‘뒤에 있는 아이리 얼굴은 내가 어떻게 본 거야?’

         

       아이리.

       평소와 같은 아이리.

       옷도, 머리카락도, 눈도….

       그리고 길게 늘어진…. 귀까지 길게 늘어진 입꼬리까지….

         

       “눈치챘네?”

         

       생각이 그렇게 이어진 순간, 아이리의 입가가 쫙 찢어지며 치아를 드러냈다.

       세월과 함께 썩어가며 완전히 검게 변해버린 치아를 말이다.

       그리고 그 치아의 아래에는 무저갱 같은 깊은 동공이 있었고, 뿌리까지 잘려버린 혓바닥이 애써 꿈틀대며 움직이고 있었다.

         

       “자, 다시 들어갈 시간이야!”

         

       아이리는 입 위아래에 손을 갖다 대더니 그대로 옷을 찢듯이 힘을 주어 부욱 찢었다.

         

       그렇게 한계까지 늘어난 입은 칠성장어를 연상케 만드는 아가리가 되었다. 얼굴 전체가 쩍 벌어진 입이 되었고, 검게 썩어버린 치아가 빨판이라도 되는 것처럼 촘촘하게 자리 잡아 끔찍한 형상을 만들었다.

         

       아이리는 그 상태 그대로 입을 크게 벌리더니 그녀의 정수리부터 덮었다.

         

       ‘싫어! 싫어어!’

         

       숨결이 느껴진다.

         

       썩은 숨결.

       차갑고, 냄새나고, 역겨운 숨결이.

         

       숨결은 뱀이라도 되는 것처럼 차가운 감촉으로 그녀의 얼굴을 타고 흐르며 온몸에 소름이 돋게 했다. 그 감촉은 제발 이 시간이 지나가기를, 이 토악질을 할 것 같은 서늘함이 사라지기만을 간절히 기도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기도가 통했는지 썩은 숨결은 곧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은 썩은 숨결의 주체가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 곳에 그녀의 머리가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감촉.

       서늘함 다음에는 생리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감촉이 느껴졌다.

         

       끈적하고 생리적으로 혐오감이 드는 액체가 그녀의 머리를 덮는 것도, 곱고 매끄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엉겨 붙게 하는 감각도 느껴졌다. 그녀의 머리를 덮고 있는 아이리의 아가리는 내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꿀렁꿀렁 움직이며 기분 나쁜 압박감을 주었고, 그녀의 관자놀이를 깨뜨려버리겠다는 듯 강하게 조이며 머리 곳곳에 제대로 박히지도 않을 썩어버린 치아를 박으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콰득.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렸다.

         

         

         

        * * *

         

         

         

       “히이익!”

         

       리세는 그 끔찍하고 역겨운 감촉에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번쩍 들었다. 하지만 괴물의 위장에 있을 것이라는 최악의 상상과는 다르게 그녀가 있는 곳은 다다미(たたみ)가 깔린 작은 방이었다.

         

       리세는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 안에는 촛불 수십 개가 켜져 있었고, 촛불을 둘러싸든 그녀의 친구들이 정좌 자세로 앉은 채 놀란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들은 전부 하얀 옷을 입고 있었고, 옆에는 책이나 종이뭉치를 쌓아두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무슨 이야기를 준비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개중에는 아이리도 있었다.

         

       “아, 이리?”

         

       아이리는 평소의 모습 그대로였다.

       하얀 원피스, 커다란 가슴, 살짝 처진 눈, 그리고 얇은 입술이 인상적인 작은 입.

       그녀는 자신을 왜 불렀냐는 듯 리세를 쳐다보며 의아해하고 있었고, 리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목 뒤편을 만져보았다.

         

       ‘축축해.’

         

       식은땀일까?

       그녀의 목 뒤는 흠뻑 젖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가 입고 있는 하얀 옷도, 머리카락도, 얼굴도.

       전부 강에 들어갔다 나오기라도 한 듯 완전히 흠뻑 젖어 있는 것이 아닌가.

         

       “백물어(百物語) 하다가 졸더니….”

       “악몽이라도 꿨어?”

       “리세~! 신사 딸이 그렇게 담이 약하면 안 되지!”

         

       친구들은 그녀에게 한두 마디씩 툭툭 던졌다.

         

       ‘백물어? 내가 백물어를 하고 있었다고?’

         

       그리고 그제야 리세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백물어(百物語).

       촛불 백 개를 준비하고 여러 사람이 돌아가면서 100가지의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 의식이다. 이야기 한 번에 촛불을 한 개씩 꺼서 마지막 촛불 100개가 꺼지면 참가자와 관련이 있는 귀신을 부를 수 있다는 강령술.

         

       ‘내가 백물어 중에 졸아서 악몽을 꿨구나….’

         

       그녀는 자신이 백물어를 하다가 졸았다고. 무서운 이야기를 듣다가 잠에 빠져서 악몽을 꿨다고, 그렇게 이해했다.

         

       “리세도 일어났으니 엄청 무서운 얘기로 가볼까! 자, 시작할게!”

         

       리세의 옆에 앉아있던 마히로는 악몽 때문에 아직도 벌렁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려는 리세를 슬쩍 보더니 짐짓 쾌활하게 행동했다. 리세는 악몽에서 벗어나게 해주려는 그녀의 배려에 감사하다는 듯 슬쩍 미소를 보였고, 마히로는 엄지를 척하고 올리며 윙크를 했다.

         

       마히로는 큼큼, 하며 목을 가다듬더니 목소리를 일부러 낮게 깔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건 말이야. 내가 중3 때 겪었던 이야기야….”

         

       이야기가 시작되자 정좌 자세로 앉아있던 친구들은 일제히 그녀를 쳐다보았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밀폐된 방 안인데도 촛불은 무언가에 흔들리듯 하늘거리며 벽에 이상한 모양의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고, 촛불에 의해 아래만 밝혀진 마히로의 얼굴은 사람보다는 귀신에 가까운 듯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거기에 왠지는 모르겠지만 입가를 한 손으로 가리며 말하는 모습이 섬찟하게 느껴졌다.

         

       “내가 중3 때 연극부에 들어 있었잖아? 문화제 준비 때문에 밤늦게까지 연극 연습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왔거든. 근데 이상하게 그날따라 길거리에 사람이 없고 으스스했어. 가뜩이나 내가 맡은 배역이 힘을 많이 쓰는 역할이라서 몸이 축축 쳐져 있는 상태였는데, 길거리까지 그러니까 좀 겁이 나더라….”

         

       마히로는 흔들리는 촛불 앞에 얼굴을 더 갖다 대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런데 다행히 집이 보일 때까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더라. 그냥 분위기만 좀 오싹하고 사람 소리가 안 들렸던 것뿐이지, 악령이 나타나거나 괴한이 나타나거나 하는 일은 없었던 거야. 하지만 내가 그때 많이 무섭긴 했었나 봐. 대문이 보이자마자 신경이 그쪽으로 쏠리고, 없던 힘이 생겼어. 진짜 온 힘을 다해서 뛰어갔지 뭐야?”

         

       꿀꺽.

         

       누군가의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이상하게 집 불이 꺼져있었어. 집 전체가 완전히 깜깜한 거야. 그래서 엄마가 안 왔나 싶었거든? 그런데 복도를 걸어서 들어가니까 부엌에 조그마한 불이 켜져 있었어. 그래서 보니까 엄마가 요리하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안심이 되기도 하고, 이상하게 생각되기도 해서 엄마한테 말을 걸었어. 엄마? 거기서 뭐 해? 이렇게….”

         

       리세 역시 집중해서 마히로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랬는데 엄마가 미동도 하지 않고 계속 요리를 하는 거야. 그때 마침 부부싸움이 많이 일어났던 시기라서, 엄마가 또 아빠랑 싸워서 기분이 나쁜가 보다 하고 그냥 방으로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었어. 그리고 땀범벅이 되었으니까 당연히 샤워도 했고. 그런데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도 집안이 깜깜한 거야. 그래서 혹시나 하고 부엌에 갔더니…. 엄마가 계속 요리를 하고 있더라.”

         

       목소리가 깔려서 그런 걸까?

       아니면 분위기 때문일까?

       마히로의 이야기는 리세가 평소에 듣고 다녔던 괴담과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래서 엄마가 많이 화가 났구나, 애교라도 부려야겠다. 생각해서 사뿐사뿐 엄마 옆쪽으로 갔다? 그런데 내가 다가가든 말든 엄마는 계속해서 요리만 하고 있는 거야. 도마에 칼을 통, 통, 통, 통.”

         

       통, 통, 통.

         

       마히로는 소리를 재현이라도 하려는 듯 다다미 바닥을 손가락으로 튕기며 비슷한 소리를 냈다.

         

       “그런데 도마에 있는 채소가 거의 가루나 다름이 없게 되었는데 엄마는 계속 칼을 통, 통, 통 움직이는 거야. 그래서 그때 뭔가 이상한 걸 느껴서 엄마의 어깨를 딱 잡고 이렇게 말했어. 엄마! 뭐 하는 거야!”

         

       그랬더니 말이야….

         

       “그때 엄마의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내 얼굴이랑 똑같더라?”

         

       마히로는 슬쩍 눈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내 얼굴이랑 똑같은 얼굴로, 무표정하게 나를 쳐다보더라. 그러면서 손은 계속 도마를 통, 통, 통 두드리고 있는 게 얼마나 소름 끼치던지….”

         

       통, 통, 통.

         

       “그래서 내가 무서워서 뒷걸음질을 쳤거든? 그러니까 내 얼굴 하고 있던 그게 그제야 입을 열더라고. 진짜 무표정한 얼굴로, 가면 쓴 것 같은 얼굴로 입을 열어서 말을 했는데…. 뭐라고 말한 줄 알아?”

       “뭐, 뭐라고 했는데?”

         

       마히로는 다른 친구의 질문에 씩 입꼬리를 올렸다.

         

       “엄마! 뭐 하는 거야!”

       “꺄아아아악!”

       “꺄악!”

         

       여기저기 비명이 울려 퍼졌고, 마히로는 그 반응에 만족한다는 듯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얼굴이 나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계속 말하는 거야. 엄마! 뭐 하는 거야! 엄마! 뭐 하는 거야!”

       “히, 히익!”

       “그래서 너무 무서워서 등을 돌려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곤 집 밖으로 나가서 대문을 꽉 닫고 그대로 주저앉아서 서 있는데…. 계속 집 안에서 소리가 들리더라고. 엄마! 뭐 하는 거야! 하는 소리가….”

       “무, 무서워….”

       “그런데 그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끼이익 하면서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났어. 그래서 난 그대로 경찰서까지 뛰어가서 하룻밤을 지새우고 집으로 돌아갔거든? 그런데….”

         

       꿀꺽.

         

       “…어제 잘게 썰렸던 채소가 그대로 집에 있었어. 내가 본 게 꿈이 아니었던 거야.”

         

       후—-우.

         

       이야기를 끝마친 마히로는 입가를 가리던 손을 치우곤 촛불을 불어서 껐다.

         

       그리곤 리세를 슬쩍 쳐다보더니 번개같이 몸을 반쯤 일으키며 소리쳤다.

         

       “와악!”

       “꺄아아아악!”

         

       리세는 화들짝 놀란 고양이가 튀어 오르듯, 그대로 놀라서 뒤로 자빠져버렸다.

         

       “아하하하!”

       “리세 그게 뭐야!”

       “고양이 같아!”

       “리세! 뭐 하는 거야! 하핫!”

         

       그러자 친구들은 다들 배를 잡고 웃었고, 리세는 놀라서 벌렁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소리쳤다.

         

       “마히로오오오!”

       “아, 미안미안! 아하하하!”

         

       하지만 리세가 아무리 화를 내도 친구들의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아하하하! 웃겨! 너무 웃겨!”

       “리세! 뭐 하는 거야! 하핫!”

       “아하하하! 리세 그게 뭐야!”

       “고양이 같아!”

       “아, 아하하하!”

         

       친구들은 즐겁다는 듯 바닥을 뒹굴며 웃었다.

         

       털그렁.

         

       그 기세가 어찌나 격렬하던지, 세워놓았던 초가 몸에 부딪혀 바닥을 뒹굴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아하하! 아, 리세! 뭐 하는 거야!”

       “리세 그게 뭐야! 하핫!”

       “고양이 같아!”

       “아하하하!”

         

       친구들은 리세를 손가락질하며 배가 부여잡았고,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아하하하!”

       “아하하하!”

       “하핫!”

       “고양이 같아!”

         

       그리고, 리세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너희 뭐 하는 거야?”

         

       하지만 웃음은 끊기지 않았다.

         

       “아하하하!”

       “하핫!”

       “아하하하!”

       “하핫!”

       “고양이 같아!”

         

       친구들은 계속 입이 찢어지도록 크게 웃었다.

         

       “하하핫!”

         

       입꼬리가 어찌나 올라가던지, 귀까지 닿을 정도였다.

         

       “하”

       “아하하!”

         

       그리고 바닥을 뒹구는 와중에 초들이 뒹굴며 촛불이 꺼지고, 밀폐된 공간은 점점 어두워졌다. 불 하나가 꺼지면 불 하나만큼 어두워졌고, 불 열 개가 꺼지면 불 열 개만큼 어두워졌다.

         

       “아하하하!”

         

       오직 들리는 것은 웃음소리뿐.

       가느다란 광원은 이윽고 꺼지고 또 꺼지며 밀폐된 방 안의 아주 일부분을 밝힐 수준밖에 되지 않았고, 종국에는 그림자도 제대로 만들지 못할 만큼 가느다랗고 조그마한 불꽃 하나만 남게 되었다.

         

       “고양이 같아!”

       “하하하하하!”

       “아하하!”

       “하핫!”

         

       친구들은 촛불이 단 하나만 남자 바닥을 뒹구는 것을 멈추고 하나둘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그녀들의 입에서는 계속해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하하! 리세! 그게 뭐야!”

         

       그들은 웃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리곤…. 일제히 얼굴을 욱여넣듯, 그녀의 눈앞에 가져다 댔다.

         

       “히, 힉!”

         

       그들의 얼굴은 리세의 얼굴과 똑같았다.

         

       그리고 리세의 얼굴을 한 그것들은 전부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머리 절반을 차지하는 커다란 입을 천천히 열어서….

         

       “리세 뭐 하는 거야!”

       “리세 뭐 하는 거야!”

       “리세 뭐 하는 거야!”

       “리세 뭐 하는 거야!”

         

       그리곤 리세를 베어먹겠다는 듯 아가리를 쫙 찢은 채 그녀에게 달려들었고….

         

       콰드득!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렸다.

         

         

        * * *

         

         

         

       “꺄아아아아아아악!”

       “아, 일어나셨나요?”

         

       리세는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눈앞에는 의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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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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