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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

       적막한 분위기가 흘렀다.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바라보는 유리아와 죽일 듯이 노려보는 루인. 소설 속 여주인공과 서브 남주인공의 부담스러운 시선에 몸 둘 바를 모르는 나였다.

         

         

       특히나 루인.

       

         

       루인은 매섭게 나를 노려봤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면서, 당장에라도 내 얼굴에 마법을 쏘아낼 준비를 하는 루인.

         

       

       이번 기회에 유리아에게 점수를 따보려고 하는 것 같은데, 녹조 마을 이장님의 계획에 순순히 어울려주고 싶지 않았다.

       

         

       나랑 썸을 타고 싶은 건지, 자꾸만 아이컨택을 하려는 루인에게 진심을 담아 물었다.

         

       

       “뭘 봐요. 그쪽은 우리가 유리아를 괴롭혔을 때, 가만히 있었으면서.”

       “뭐라고?”

       “왜요? 그때는 친하지 않을 때라서 나서지 않았다고 하려고요?”

       “…닥쳐라. 그때는 유리아가 힘든 줄 몰랐으니까…!”

       “지랄.”

       

       

       아니나 다를까, 손에 붉은 구체를 만들어내는 루인. 바닥을 강하게 밟고 순식간에 달려들려는 순간.

       

       

       “루인!”

       

         

       유리아가 소리쳤다.

       

       

       루인은 유리아를 노려봤다.

       왜 말리냐고 항의를 눈빛을 보내는데, 나 또한 유리아를 향해 똑같은 눈빛을 보냈다.

         

         

       루인의 머리로 꽃꽂이를 해볼 수 있었는데, 왜 말리냐고.

         

         

       “유리아.”

         

         

       루인은 진지한 목소리로 유리아의 이름을 불렀다.

       

       

       “저 새끼가 너를 재미있어서 괴롭혔다고 하잖아.”

         

       “저 새끼가 아니라. 리카르도입니다. 녹조 마을 이장님.”

         

       “이 새끼가.”

         

       “그리고, 포장하지 마세요. 유리아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찔려서 그런 거 아닙니까? 아카데미에서 유리아가 괴롭힘당했을 때,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요.”

         

         

       내 말이 맞다.

       루인은 그때, 유리아에게 천천히 반하는 빌드업이 진행되고 있었으니까. 그 시절 루인에게 유리아란 여자는 제법 이쁜 여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

         

         

       괴롭힘이 눈에 거슬리긴 했지만.

       굳이 나서지 않은 존재였다.

         

         

       “내가 닥치라고 했지!”

         

       “쉿.”

         

         

       나는 손가락 하나를 조용히 입술로 가져다 댔다.

         

       

       “조용히 하세요. 오크가 깹니다. 루인 씨는 동족으로 착각할지 몰라도, 저하고 유리아는 아니라서요.”

         

       “죽여버린….”

         

       “감당할 수 있으면 지껄여보세요. 저는 할 수 있는데, 그쪽은 불가능할 것 같거든요.”

         

         

       루인은 멈칫했다.

         

         

       화염 마법의 귀재인 자신이라도 엘리트 오크 여러 마리랑 싸우면 다진 고기가 될 게 분명하니까.

         

       

       조용해진 루인의 모습에 나는 싱긋 웃어줬다.

         

         

       “우리 조용히 이야기합시다.”

       

       

       이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유리아는 내게 말했다.

       

       

       “리카르도.”

       “네.”

       “재미있어요?”

         

         

       어설프게 내리깐 목소리.

       내 눈을 똑바로 보려고 하지만 막상 눈을 마주치면 요동치는 눈동자.

         

         

       화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유리아는 치맛자락을 꽉 쥐고 말했다.

         

         

       “이 상황이 재미있냐고요.”

       “….”

       “사람이 진지하게 물어보니까, 루인이랑 싸우려고 하고, 저는 보이지도 않으세요?”

         

         

       어느새,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있다.

       톡 건들면 바로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눈망울에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제가 우스워요?”

       “아니요.”

       “그럼. 왜 그러는 건데요.”

       “….”

       “묻잖아요! 그러면. 그러면…. 그러면! 왜 그러시는 건데요.”

       

       

       따지듯이 말하는 유리아.

       울분이 가득한 질문에 좀처럼 말을 할 수 없었다.

       

       

       여기서 어떤 변명을 해도 달라질 게 없으니까.

       

       

       우린 나쁜 놈이 맞고, 조금 덜 나쁜 놈이 되려고 노력한 거지.

         

         

       유리아가 볼 때, 우리는 그저 ‘나보다 더 심하게 괴롭힌 애가 많은데 왜 저한테만 그러시는 건데요?’ 하는 초등학생과 다를 게 없으니까.

       

       

       나는 침묵으로 답했다.

       

       

       “말해봐요.”

       “…”

       “묻잖아요. 그렇게 제가 보기 싫었어요? 아니면 평민 주제에 귀족들이랑 어울려서 그런 거예요?”

       

       

       아카데미에서 유리아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었다.

         

         

       소설 초반에 유리아는.

         

         

       예쁘다.

       사랑스럽다.

       대단하다. 이런 게 아니라.

       

       

       평민 주제에.

       꼴 보기 싫다.

       천박해 보인다. 이런 말을 많이 들었으니까.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유리아가 들었던 말이자, 나 역시도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나 또한 평민이고 압도적인 신성력을 인정받아 아카데미에 입학한 유리아와 달리, 나는 오로지 아가씨의 신분을 등에 업고 입학한 평민이니까.

         

         

       어쩌면 유리아보다 심하게 차별을 받았던 나는 평민의 신분으로 아카데미를 다니는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유리아는 지금 내게 말하는 거다.

         

         

       같은 평민인데, 왜 너는 나를 차별했냐고. 그동안 당했던 일에 대한 화풀이일 수도 있고 진짜 내가 싫어서 저런 질문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같은 평민이라.

       힘든 일을 나눌 수 있고.

       귀족들에게 무시 받아도 함께 이겨냈는데, 그런 내가 재미있어서 괴롭혔더라.

       

         

       내가 유리아였어도 정이 떨어질 것 같았다.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처음에 했던 말은 잠깐 잊고 이번에는 솔직하게.

       

       

       “무시하는 건 아니에요. 저도 평민인데, 무시는 뭔 무시에요.”

       “그럼 뭔데요. 아까 했던 말처럼 그냥 재미있어서 그랬다는 거예요?”

       “아니요. 아까는 그냥…”

       

       

       ‘어떤 말을 해도 안 믿으시니까. 최후의 변론이죠.’

       

       

       답답한 속마음은 잠깐 감추고.

       그럴싸한 대안을 제시했다.

       

       

       “어.. 그냥 말이죠….”

       

       

       유리아는 헛웃음을 뱉었다.

       이런 내 모습이 얼마나 답답한지, 나도 잘 아니까.

       

         

       나도 참 머저리다.

         

       

       그래서 더 유리아에게 미안한 거고.

       

       

       나는 내 기준에서 최선의 답을 했다.

       

       

       “제가 나빠서 그런 거죠.”

       “하.”

       

       

       -짝.

       

       

       유리아는 내 뺨을 때렸다.

       

       

       ***

       

       

       이틀 뒤 과제를 끝내고, 아카데미에 돌아가기 위해 내려가는 길.

       

       

       “…”

       

       

       산에서 내려가는 유리아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완벽하게 과제를 끝냈고, 이제 아카데미에 돌아가면 순위권으로 다시 복귀할 수 있는데.

       

       

       순위전에서 한나한테 초반에 져버리는 바람에 최하위권으로 떨어진 순위를 다시 복구할 수 있는데.

         

         

       좀처럼 기운이 나지 않는 유리아는 깊은 한숨을 뱉었다.

         

         

       “하아…”

         

         

       리카르도를 만나고 나서 계속, 이 상태다. 뭔가 찝찝하고 개운하지 않은 이 기분.

       

         

       ‘제가 나빠서 그런 거죠.’

         

         

       아직도 그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뺨을 맞고도 해맑게 웃는 얼굴이.

         

         

       -이제야 좀 속이 시원하네요.

       -미쳤어요?

       -한 대 정도는 맞아야 하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고개를 숙이고 고맙다고 하는 그가 미우면서 마음에 걸렸다.

       

         

       분명 싫은데.

       엄청 싫은데.

       우연으로도 다시 보고 싶지 않은데.

         

         

       다시 한번 보고 싶다고 마음속에서 외치고 있는 자신이 미웠다.

         

       

       정말 많이 좋아했으니까.

         

         

       항상 백마 탄 기사님처럼 등장해서 악당들을 물리쳐주고.

         

         

       -아가씨. 물어요.

       -나, 멍멍이 아닌데?

       -민트 초콜릿 입욕제 사 올게요.

       -나 잘 짖어!

         

         

       독이든 홍차를 마시고 쓰러졌을 때.

         

       

       -어떤 새끼냐.

       -…

       -지금 말하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너희 진짜 죽어.

         

         

       고위 귀족들이 있는 앞에서, 고작 평민인 남자가 이를 갈고 서 있었으니까. 반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다.

         

         

       이제 다 지난 일이지만.

         

         

       “하아.., 유리아 정신 차리자.”

       

       

       정신 차려야지.

         

         

       유리아는 리카르도를 용서해 줄 마음이 없다.

       

         

       복학할 수 있었는데 돌아오지 않은 것이 괘씸했으니까. 올리비아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워낙에 거짓과 과장이 부푼 귀족들의 소문을 믿지 않는 자신이 내린 결론이다.

       

         

       “저기 유리아.”

         

         

       기운 없는 자신이 걱정되는지, 조용히 말을 걸어주는 루인. 좋은 친구를 둬서 기분이 나아지는 유리아였다.

       

       

       “표정이 많이 안 좋은데, 우리 가는 길에 숲의 친구나 갈래?”

       “숲의 친구? 저번에도 갔었잖아.”

         

         

       루인은 웃으며 말했다.

         

         

       “또 가면 되지.”

         

       

       유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귀한 시간을 내준 루인에게 민폐를 끼칠 수 없으니까.

       

       

       “아니. 괜찮아. 이제 괜찮아졌어.”

       “내가 살게.”

       “아니야 진짜 괜찮아.”

         

         

       아쉬운 미소를 지은 루인.

       조금을 더 걸었을까.

         

         

       “어.. 뭐야.”

       

         

       선두에 서 있던 루인이 무언갈 보고 급하게 유리아의 옷을 잡아당겼다.

         

         

       “꺅!”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유리아.

         

         

       유리아는 재빨리 일어나려고 했다. 루인이 저러는 거면 몬스터나 도적이 나타난 거니까.

         

       

       재빨리 전투 자세를 취하고 일어나려고 하는 순간.

         

       

       “유리아. 가만히 있어.”

         

       

       루인은 유리아를 잡아 세웠다.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마법을 구사하고 있는 루인. 유리아는 입을 꾹 다물었다.

         

         

       루인은 작게 읊조렸다.

         

         

       “씨발.”

         

         

       뭔가 단단히 잘못된 모양.

         

         

       유리아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거대한 남자가 서 있었다.

       거대한 대검을 들고.

       맛이 간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남자.

       

       

       “복이 많아 보이십니다.”

         

         

       뚝. 유리아의 이마에 핏방울이 떨어졌다.

         

         

       “어…어…?”

         

         

       말을 더듬는 유리아.

         

         

       루인 또한 아무 말 하지 못하고 있었다.

         

         

       눈앞에 거대한 존재 때문에.

         

         

       검은 사제복을 입고.

       거대한 대검을 들고 있는 흉터가 많은 남자.

       

       

       그는 검은 성서를 들고 말했다.

         

         

       “아… 길 좀 물어봅시다. 성도님들”

         

         

       -꿀꺽.

         

         

       “구원으로 가는 길을 아십니까?”

         

         

       순식간이었다.

         

         

       차가운 대검의 칼날이 유리아의 눈앞에 다가왔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을 때.

       

       

       “뭐 하십니까.”

       

       

       쾅. 강한 파열음과 함께 땅이 크게 울렸다.

         

       

       ***

       

       

       먼지구름이 걷혔다.

       

       

       눈을 질끈 감았던 유리아는 살며시 눈을 떴다.

       

       

       다친 곳 없이 멀쩡한 몸.

       유리아는 안도의 한숨을 뱉었다.

       

       

       “뭐 하는 겁니까. 진짜 뒤지고 싶습니까?”

       

       

       차갑게 굳은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정중하지만 건방진 말투.

       익숙한 말투에 유리아는 고개를 들었고.

       

       

       두 손으로 대검을 받아내는 붉은 머리의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는 말했다.

         

         

       “일단 눈 감아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지각요정… 죄송합니다…

    베른슈타인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후원 감사합니다! 열심히 써서 지각 요정이 아닌 연참요정… 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SiraMn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작품이 친절하고 주인장이 맛있다니…!
    극찬을 감사합니다!
    앞으로 등장할 캐릭터들 많은 사랑 부탁 드리겠습니다!

    레데이카님 2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짱잼 졸잼! 극찬 감사합니다.
    더욱 더 발전하는 수정요정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YanB1117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두 편씩 꽉꽉…
    노력해보겠습다만 그럼 즉사 요정이 되어버려요….!
    후원 감사합니다!

    관조자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보고 가셨다니 너무 감사하네요.
    앞으로 더 재미있게 쓰도록 노력하는 요정이 되겠습니닷!
    후원 감사합니다!

    양파슬리님 100코인 후원감사합니다!

    요즘 카페인 음료로 몸을 채우고 있는 카페인 요정!
    후원 덕분에 2배 카페인 요정이 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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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13년간 모신 악녀가 쓰러졌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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