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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

       새로이 밝은 용봉 비무제의 둘째 날은 어제와는 또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기쁨과 설렘, 긴장과 동요가 공존했다.

         

       용봉 비무제를 즐기기 위해 찾아온 이들은 어제처럼 웃고 떠들기 바빴으나, 비무제에 직접 참가하는 생도들에겐 비장감이,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기 위해 먼 곳에서 찾아온 가족들에게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수많은 무림의 동도들과 가족, 무림맹주와 무림의 주요 인사들이 지켜보는 자리다. 그들의 눈에 한 번이라도 더 띄기 위해선 치열한 예선을 뚫고 본선에 올라가야만 한다.

         

       ‘실수해선 안 된다!’

       ‘내 어깨에 가문의 미래가 달려 있다.’

       ‘문파의 명예를 실추시킬 순 없지.’

         

       제각기 다른 이념을 품은 채 비무대에 오른다. 누군가의 검이 다른 누군가의 창을 물리치고, 누군가의 주먹이 창을 물리친 검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병조, 남궁수 본선 진출!”

       “갑조, 명진 본선 진출!”

       “정조, 한백 본선 진출!”

         

       용봉 비무제의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1학년 최상위권 생도들이 일찌감치 본선 진출을 결정 짓자, 숨죽이고 있던 중위권 생도들간의 박터지는 비무가 시작됐다.

         

       “히야앗!”

       “하압!”

         

       승리하고, 패배하기를 반복하여 3승을 챙긴 생도들의 본선 진출이 하나둘씩 결정될 무렵.

         

       백우진은 그제야 느긋한 얼굴로 자신에게 배정된 병조의 비무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비무대 위에는 황보세가의 차남 황보준걸이 자신의 두 번째 상대를 비무대 밖으로 내던지며 2승째를 수확하고 있었다.

         

       “하하하! 다음 상대는 누구인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머리 하나쯤 더 큰 그가 자신만만하게 외치자 누구 하나 나서지 못하고 눈을 돌렸다.

         

       황보세가는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오대세가에 들었던 명가 중의 명가였다. 지금이야 위세가 조금 낮아졌다곤 하나 그들이 지닌 저력이 어디 간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그들의 가전 무공인 벽력패왕권(霹靂覇王拳)은 대성하면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벽력탄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난다고 하여 무림의 일절로 손꼽히기도 했다.

         

       일정 시간 동안 도전자가 존재하지 않으면 비무대 위에 선 생도에게 선택권이 돌아간다.

         

       “겁쟁이들 같으니, 흐흐!”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이들은 이미 본선 진출을 거머쥐었고 남은 이들은 고만고만한 놈들 뿐이었다.

         

       자신에게 도전장을 내밀 상대는 없으리라 생각한 황보준걸이 곧 있을 선택에 대비하여 적절한 상대를 찾기 위해 주변을 살피고 있을 때였다.

         

       “어구구구.”

         

       모두가 숨죽이며 황보준걸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고개를 돌리고 있을 때, 백우진이 앓는 소리를 내며 비척거리는 걸음으로 비무대 위에 올라섰다.

         

       그 순간 관객들, 특히 여성들로부터 감탄이 터져 나왔다.

         

       “저 멋진 공자님은 누굴까?”

       “너무 잘생겼다! 이쪽을 한 번 봐줬으면….”

       “꼭 이기세요, 공자님!”

         

       여인들이 모두 백우진을 응원하기 시작하자, 배알이 꼴린 남성들은 노골적으로 황보준걸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우리를 대신해 놈을 신나게 패달라고!”

       “저 기생오라비 같은 놈한테 지면 안 돼!”

         

       비무대 밖에서 남녀로 갈린 관객들의 기싸움이 한창일 때, 황보준걸은 제 눈을 의심하고 있었다.

         

       “네놈은…, 백우진?”

         

       약자멸시라는, 약자에게 한없이 강해지는 특성을 보유한 그는 자신보다 아래에 있는 이들 대다수에 대해 일말의 관심도 없었지만 백우진이라는 존재만큼은 명확히 기억하고 있다.

         

       면룡(面龍). 기가 막히게 잘생긴 얼굴과 그에 미치지 못하는 최악의 실력으로 모두의 조롱을 한몸에 받는 얼간이.

         

       최근에는 이런저런 소문이 나돌면서 평가가 조금 상승했다곤 하나 여전히 그의 입장에서 백우진은 상대할 가치조차 없는 버러지에 불과했다.

         

       “어, 나야.”

       “…….”

         

       한없이 가벼운 대답과 몽롱하게 풀린 시선. 비무를 위해 올라왔다기엔 조금의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모습에 황보준걸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정녕 나랑 싸우기 위해 올라온 것이냐?”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황보준걸이 믿기지 않는다는 투로 묻자, 백우진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여기에 왜 올라왔겠냐.”

         

       재롱이라도 부리려고 올라왔을까.

         

       비아냥대는 말투에 황보준걸의 얼굴색이 살짝 붉어졌다.

         

       “입을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적어도 두 발로 비무대 아래로 걸어 내려가고 싶다면 말이다.”

         

       상대방을 압박하기 위해 흉흉한 기세를 거침없이 흩뿌리며 말했지만 백우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건 네가 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닐걸?”

         

       내가 너에게 패배할 일은 없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하자 황보준걸이 당장에라도 달려나갈 듯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것으로 네놈의 운명은 결정됐다.”

         

       약자를 무시해도 가지고 노는 취미는 없던 그였다. 허나, 이번만큼은 놈에게 처절한 패배가 무엇인지 뼛속 깊이 각인시켜주고 말겠다고, 다짐했다.

         

       심판직을 맡은 교수가 두 사람을 비무대 중앙으로 불러모았다.

         

       “정신을 잃거나, 기권을 외치면 패배다. 장외 또한 마찬가지고. 또한 살수를 사용하면 실격패가 될 테니 유의하도록.”

         

       비무에 필요한 주의사항을 모두 전한 심판이 비무대 구석으로 물러났다.

         

       “지금부터 황보준걸과 백우진의 비무를 시작한다!”

         

       황보준걸이 오른쪽 주먹을 앞으로 내밀며 기수식을 취했다. 반면 백우진은 검조차 뽑지 않고 멍하니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력을 다한 움직임으로 백우진의 지척에 다다른 황보준걸이 주먹에 적당한 내기를 담아 내질렀다.

         

       ‘네놈은 절대 쉽게 끝내지 않겠다!’

         

       철저하게 망가뜨린 후 비무대 아래로 내던져줄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한 방에 나가떨어지지 않도록 내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었다.

         

       “차핫!”

         

       지금의 주먹으로 승기를 잡으리라 믿어의심치 않던 황보준걸에게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눈앞에 있던 백우진이 별안간 사라지더니 제 품 안에 깊숙이 들어와 자신이 내지른 팔과 멱살을 붙잡고 있는 게 아닌가!

         

       “무, 무슨…!”

         

       그야말로 눈 깜빡할 사이였다.

         

       황보준걸의 팔과 멱살을 잡은 백우진은 그가 내지른 힘을 그대로 이용하여 놈을 비무대 밖으로 냅다 던져버렸다.

         

       “으얽!?”

         

       꼴사나운 비명과 함께 황보준걸의 거구가 하늘을 날았다.

         

       백우진은 그가 날아가는 방향에 있는 관객들에게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곧 떨어지니까 조심들 하시고.”

       “으, 으아아!”

         

       황보준걸의 그림자가 머리 위에 드리워지자 근처에 있던 관객들이 혼비백산하여 도망쳤다.

         

       쿠웅!

         

       그와 동시에 허공에 길게 머물렀던 녀석의 신형이 제법 커다란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떨어졌다.

         

       순간, 병조 비무대 근처로 정적이 찾아왔다.

         

       파란(波瀾), 이변(異變). 이 외에 어떤 말로 작금의 상황을 설명해야 할까.

         

       높은 곳에서 떨어진 황보준걸은 워낙 근골이 단단한 탓에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허나, 속은 달랐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눈 깜빡할 사이에 백우진이 사라졌고, 자신은 하늘을 날았다. 그리고 이곳에 떨어졌다.

         

       비무대 밖에 떨어졌음은 곧 장외패를 뜻했다.

         

       ‘내가 졌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모두에게 조롱이나 받던 백우진에게 이토록 쉽게?

         

       ‘꿈, 그래, 꿈일 것이다.’

         

       이윽고 그가 현실을 도피하려 할 무렵, 백우진은 한참을 기다려도 자신의 승리를 선언하지 않는 심판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린 그가 여전히 수습하지 못한 얼떨떨한 얼굴로 외쳤다.

         

       “배, 백우진 승!”

         

       그와 동시에 환호성 또한 터져 나왔다.

         

       “꺄아아악!”

       “너무 멋있잖아!”

         

       이렇게까지 되니 황보준걸도 자신이 패배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백우진은 비무대 끄트머리에 쭈그리고 앉아 황보준걸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야, 방심하면 이렇게 망신당하는 거야. 앞으론 제발 긴장하면서 살자. 응?”

         

       안 그래도 심란한 속을 벅벅 긁어대는 말투였으나 황보준걸은 아까처럼 경거망동하여 화를 내지 못했다.

         

       ‘그래, 방심했다.’

         

       무인에게 있어 방심은 독임을 알면서도 상대를 멋대로 재단하고 얕봤다.

         

       쏟아지는 시선을 온몸으로 견디며, 황보준걸은 자리에서 일어나 백우진을 응시했다.

         

       그의 두 눈은 투기로 가득했다.

         

       황보준걸에겐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 더 이상 패배하지 않고 1승만 더 챙기면 본선에 진출할 가능성은 충분했다.

         

       “본선에선 절대 지지 않겠다.”

         

       오만과 방심이 쏙 빠져나간 그의 눈은 제법 봐줄 만했다.

         

         

       * * *

         

         

       우연이었다.

         

       그녀가 비무대에 올라선 백우진을 보게 된 것은.

         

       그 이후는 본인의 선택이었다. 상위권에 위치한 황보준걸에게 도전장을 내민 백우진의 모습을 지켜보기로 한 것은 말이다.

         

       누구 하나 쉬이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승부는 끝이 났다.

         

       “배, 백우진 승!”

         

       비무대 끝에 선 백우진은 황보준걸에게 조언을 건넸고, 그 자존심 높던 황보준걸은 이를 받아들인 듯 다음을 기약했다.

         

       그럴 리가 없음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자신과 함께 있을 때에는 일부러 약한 모습을 보였던 건 아닐까.

         

       ‘아니겠지….’

         

       그만큼 믿기 힘들었다. 한 번의 위기가, 시련이 사람을 이토록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을.

         

       당당하게 선 그는 자신을 연호하는 관객들을 향해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래, 저 밝은 미소.

         

       언제나 자신에게만 보여주었던 그 미소가 이제는 자신을 제외한 모두의 것이 되어버렸다.

         

       그 사실이 그녀의 기분을 밑바닥까지 떨어뜨렸다.

         

       기분이 나빠졌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녀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지독하게.

         

       

       기어코 스스로 빛을 내기 시작한 백우진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이 아주 조금, 혼탁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안녕하십니까, 독자님들!!

    저녁 9시 또는 자정 전에 한 편 더 올리겠습니다!

    작가후기는 그때 적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선작, 댓글, 추천, 알람 설정 부탁드립니다,,,ㅎㅎ!

    그럼 조금 있다가 뵙겠습니닷.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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