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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0

     

    “그런데 대체 어쩌다 동생이 정령이 된 거야? 아니, 정령이 동생이 된 건가?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시루드는 혼란스러웠다.

    그동안 그냥 루크의 동생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파이리스가 정령이라니.

    추호도 의심을 하고 있지 않던 루크의 가족관계에 대해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닌가?

    루크는 뭐든지 가능해, 라고 얼렁뚱땅 넘기기에는 그것이 상당히 커다란 폭로다.

     

    “너도 사실은 정령이라던가?”

     

    그래서 시루드는 생각했다.

    ‘사실은 루크도 정령이 아닐까?’하고.

    아주 이상한 발상은 아니었다.

    그야, 루크만큼 신비로운 아이는 아마 지금까지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거니까.

     

    그게 사실은 인간이 아니라 정령이라서? 라고 한다면, 또 의외로 설득력을 얻는다.

     

    혼란스러운 시루드의 물음에 루크는 그저 웃었다.

    꽤나 사실에 근접한 발상이기는 했지만, 정답은 아니었다.

     

    “하하하. 정령인 것은 파이리스 뿐이야. 난, 그녀와는 달리 물질계에 종속된 몸이지.”

    “그럼, 말해봐. 왜 동생이 정령인건데?”

    “그건…….”

     

    혼란스러운 시루드의 물음에 루크는 그저 웃었다.

     

    확실히, 파이리스가 동생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명백한 사실이다.

    단순하게 그냥 행정상으로 그렇게 가족등록을 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정령과 여신의 관계, 그리고 여신과 자신의 관계를 되짚어보면, 파이리스는 확실히 이 몸의 ‘동생’이라는 관계에 부합하는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정령어’와 ‘신의 언어’의 유사점, 그리고 정령의 형질과 신의 형질이 유사한 점등을 종합해보면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

     

    그러나 정확히 파이리스가 ‘동생’인지 ‘언니’인지에 대해서는 약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신과 같은 개념적인 존재에게 인간의 법칙을 적용시킬 때에는 굉장히 섬세한 접근법이 필요했으니까.

     

    정령과 여신 등의 초 차원적인 개념을, 일반적인 필멸자가 만들어낸 단어로는 완벽히 설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정령은 현실에 확실히 존재하며, 무섭거나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니라는 어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파이리스가 자신의 동생이며 정령이라는 것을 밝힌 것이지, 일일히 그 정령과 여신의 관계와 기원까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그건 ‘자신이 밝혀도 되는’내용의 이야기도 아니다.

    ‘여신을 봉인한 그릇’으로써, 그 이야기는 밝힐 수 없었다.

    ‘루크’는 여신이 눈을 뜨면 나타날 ‘진실’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의지의 종말’을 두려워했다.

    그것은 자신 역시 절대 바라지 않는 일이었다.

     

    ‘신앙심은 아이들에게 특히나 위험하지…….’

     

    아이들은 ‘맹신’하기 쉽다.

    그리고 맹신이 곧 광신으로 변하게 되는 것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루크는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그냥, 옛날에 무슨 일이 있었다.”

    “그래? 무슨 일?”

     

    시루드는 자세를 고쳐앉으며 물었다.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루크는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후훗, 그건 비밀이란다. 알아서 생각하거라.”

     

    잔뜩 기대했다가 루크의 대답에 실망한 시루드가 툭 던지듯 묻는다.

     

    “……뭐야, 그게. 아, 혹시 사람이 마법으로 정령이 될 수도 있는 거야?”

    “글쎄……. 어떨까.”

     

    생각해보면, 아주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 같기는 하다.

    왜냐면, 이론적으로 마법에는 불가능이라는 것이 없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 방법은 자신도 모른다는 것이다.

     

    ‘딱히 연구하고 싶은 내용도 아니고 말이지…….’

     

    스스로의 의지를 그 무엇보다 중시하는 마법사가 이리저리 휩쓸리는 감정적인 정령이 되고 싶어 할 이유도 없을 뿐더러, 애초에 물질계의 존재인 인간과, 물질계에 ‘겹친’존재일 뿐인 정령은 그 구성부터가 달라서 변환이 굉장히 까다로울 것이다.

    아마 제대로 된 효율도 나오지 않으리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 어딘가에서는 그런 방식을 연구하는 사람도 있지는 않을까?

    세상은 넓고, 인간의 생각은 그보다 더 많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루크는 그저 작게 웃었다.

    시루드의 질문이 아이들 특유의 엉뚱한 상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왜 그러지? 방법이 있다면 혹시 너도 정령이 되고 싶은 것이냐?”

     

    그 웃음이, 시루드에게 어떻게 비치는 지는 상상도 못 한 채.

     

    시루드는 경악했다.

    루크에게 ‘방법이 있다’는 것은, 그동안 시루드가 겪어온 바에 의하면 이미 ‘할 수 있다’나 다름이 없는 말이었으니까.

     

    ‘맙소사, 루크가 자기 동생을 정령으로 만들었구나……!’

    심지어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자신마저 정령으로 만들 생각이 만만인듯 하다.

     

    “응? 왜 그렇게 놀라지?”

    “루크 이, 이 미치광이 마법사!”

    “……?”

     

    다행히, 루크가 미치광이 마법사라는 오해는 ‘자신은 사람을 정령으로 만드는 법을 모른다.’라고 해명하며 금방 풀렸다.

     

    아니, 오히려 풀리지 않은 것일지도…….

     

     

    ——–

     

    “정령들은 감정의 교류를 굉장히 중요시하지. 그래서 그들은 슬픔과 기쁨은 물론이고, 분노와 즐거움마저 순식간에 파악한다. 때문에 그들의 언어 또한 그러한 특성이 반영되어있기 때문에, 감정이 쉽게 담기고 빠르게 전달돼. 때문에 정령어 또한 아주 섬세하다.”

    “그렇구나…….”

     

    그렇게 두 여자아이들이 정령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 무렵, 시루드는 그냥 자신이 포기하기로 했다.

    어차피 스위치가 들어간 루크의 입은 뭘로도 못 막을 테고, 시루드도 이제는 마법 수업은 어찌 되든 상관이 없었다.

     

    정령에 대한 이야기도 한편으로는 시루드에게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였으니 말이다.

    사실 11살이나 되면 정령절에 선물을 주고 가는 사람은 부모님이라는 건 아마 대부분 알 법한 이야기이다.

    아마 또래 아이들 중에서 정령의 존재를 진심으로 믿는 아이들은 별로 없겠지.

     

    그런데 정령이라는 것이 어른들이 만들어낸 환상이 아니라 진짜로 존재하는 것이었다니?

    이 어찌 흥미롭지 않겠는가?

     

    마침 정령절도 다가오고 있으니, 잃어버린 동심에 한발짝 다가간 듯한 느낌이랄까.

    게다가, 그게 루크의 ‘동생’이라는 사실은 더욱 더 의외인 사실이었다.

    다만, 자신은 정령체의 상태를 볼 수 없고, 정령도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다는 점에서 살짝 아쉬움을 느끼고 있기는 했다.

    정령의 모습을 볼 수가 없는 시루드의 입장에서는 파이리스가 그냥 루크의 먹보 동생으로 보일 뿐이었으니까.

     

    시루드는 파이리스에게 과자가 다 빼앗겨버리기 전에 얼른 하나를 더 집어서 입에 넣었다.

     

    -바삭.

     

    ‘으음, 이거 꽤 맛있네.’

     

    차도 맛있고, 과자도 좋았다.

    역시 루크는 제과제빵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

     

    마법은 기본이고, 운동과 공부, 음악이나 미술적인 재능마저 전부 학년의 톱을 웃도는 루크다.

    심지어 제과제빵, 식물학을 비롯한 기타 지식들마저 차고 넘치며, 심지어 학습능력도 뛰어나서 처음 배우는 것도 금방 칭찬받을 수 있을 정도까지 해낸다.

    그건 회원가입조차 쩔쩔매던 컴맹에서 어느 순간 게임에서 ‘핵쟁이’소리를 들을 정도까지 성장한 사례를 보면 알 수가 있었다.

    사실, 그냥 루크는 원래부터 재능이 없는 분야를 찾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정령사들은 공감능력 또한 아주 뛰어나서, 눈물 또한 많지. 헬레나, 너는 어떻지? 눈물이 많으냐?”

    “나, 난 울보 아니거든!”

     

    헬레나는 루크의 물음에 버럭하며 외쳤지만, 속으로는 ‘이거 대체 왜 이렇게 날 잘 알아?’라고 생각했다.

    당장 저번에 시험에서 하나 틀린 걸로 집에 와서 앨리스 씨를 껴안고 울었을 정도이니까.

     

    하지만 그 외에도 루크가 열거하는 정령사의 특징은, 완전히 헬레나 자신의 성격과 거의 일치하는 것 같았다.

    혹시 방 안에 몰래 감시형 수정구라도 달아둔 것이 아닌가 약간은 고민할 정도였다.

     

    ‘이거 무슨 심리 테스트 같은 건가? 완전 내 얘기잖아…….’

     

     

     

    루크는 그렇게 한동안 헬레나에게 정령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정령이라는 것이 어떤 특성을 지니고, 어떤 환경을 좋아하며,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정령사에게는 어떤 능력이 있고, 그 능력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 지도.

     

    루크가 말했다.

     

    “정령어의 기본은 ‘소리’다. 헬레나, 너는 악기를 잘 다루느냐? 무슨 악기를 주로 배웠지?”

    “바이올린이랑 피아노를 조금. 왜?”

    “오호, 둘 다 아주 훌륭한 악기야. 그 두개는 특히 정령이 좋아하는 종류다.”

    “정말로?”

    -응!

     

    헬레나는 꽤나 흥미롭다는 듯이 눈을 빛냈다.

    헬레나의 목소리에 살짝 묻어나온 기대감을 알아차린 루크는 얌전히 웃으며 묻는다.

     

    “그럼, 연주는 잘 하느냐?”

    “뭐어……. 그냥 다른 애들보다는 잘 해.”

    “그럼 만약 토스크 콩쿠르에 나간다고 하면? 입상은 어떨 것 같지?”

    “그, 그게 말이 되니?”

     

    루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악기를 잘 연주하는 데에는 음악적인 감각적 재능은 기본이고, 악기라는 도구를 잘 다루기 위한 재능도 추가로 필요했다.

    그러나 헬레나는 악기연주 그 자체에는 엄청난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닌 듯했다.

     

    “그런가. 아쉽군.”

    “아쉽긴 뭐가 아쉬워!”

     

    헬레나가 당혹스러움을 토했다.

    그러고보니 루크는 악기도 엄청 잘 다뤄서, 조만간 토스크 콩쿠르에 나간다는 말도 있었다.

    그런 애 한테는 자신의 실력이 그다지 대단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물론 루크는 딱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았고, 정말 아쉽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지만.

     

     

    뭐, 과거의 정령사라고 모든 악기를 잘 다루는 것도 아니었으며, 결국 정령사의 자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악기도 마음처럼 잘 다루지 못 해서 결국 작곡만 하며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연주를 하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헬레나의 경우가 아주 특이한 것은 또 아닐 것이다.

     

    분명 재능이 있지만, ‘악기 연주’에 두각을 나타내 보이기엔 너무 이른 나이인 것이겠지.

    그리고 헬레나는 이제 겨우 11살이 된 어린 엘프였다.

     

    ‘그렇군, 악기의 숙련도가 부족하다라.’

    그렇다면 헬레나에게 맞는 정령어 습득법은 무엇일까?

    루크의 고민은 짧았다.

    “그럼, 헬레나. 노래는 어떤가?”

     

    ““노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으아ㅓ아아ㅏ아ㅏ 굉장히 늦어서 죄송합니다!!

    사실 말이죠, 루크가 동생인 파이리스를 정령이라고 직접 밝힌 부분은 충동적으로 써버리긴 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앞으로의 전개에 있어서 굉장한 변수로 작용할 것 같더라고요…!
    원래 전개에서는 파이리스가 정령이라는 사실은 처음부터 완결까지 아무도 모르는 걸 전제로 했거든요.
    애초에 300화까지 분량이 나올 거라고 생각도 안 하고 있었고…ㅋㅋ;;

    근데 그냥 생각없이 중간에 일상에피소드 떠오른다고 막 쑤셔박다보니 이렇게 됨.
    충동적인 글쓰기가 이렇게 위험합니다.

    그래서 결국 선택한 건 정면돌파네요.
    게다가 글 쓰는데 기력을 너무 써서 삽화의 퀄리티도 미묘하군요..!

    모르겠다! 내일의 나! 니가 어떻게든 해줘!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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