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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0

       “설마…저 사람이?”

         

       “뇌검낭인이..도박장에?”

         

       기루 전체가 술렁거렸지만 호천안은 신경 쓰지 않은 채 비어있는 도박판을 찾아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다가 한 곳에 앉았다.

         

       공교롭게도 방금 사기 주사위를 쓴다고 소란이 일었던 도박판이었다.

         

       “안 할 건가?”

         

       초짜 도박사들이 연신 마른침을 삼키며 눈을 뒤룩뒤룩 굴렸다. 도박사중 한명이 직직의 부하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진행해!”

         

       직직의 수하가 고민을 하다가 결단을 내렸다.

         

       어차피 초절정 고수를 손쉽게 물리쳤다는 뇌검낭인을 힘으로 쫓아낼 수는 없다. 결국 직직이 올 때까지 뇌검낭인을 어찌하지 못한다는 것인데 그럴 바에야 차라리 사기 도박판에 앉혀서 시간을 끄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었다.

         

       ‘사기 도박이라고 시비를 걸 수도 있지만 어차피 좋은 목적으로 온 것은 아닐 테니 상관없다!’

         

       “시, 시작하겠소!”

         

       규칙은 아주 간단했다. 네 사람이 각자 숫자에 돈을 걸고 자신이 돈을 건 주사위의 눈이 나올 때까지 주사위를 굴린다.

         

       “6에 걸겠소!”

         

       기루 측 도박사가 6이 잘 나오도록 조작된 주사위를 들고 굴렸다. 판을 이리저리 굴러다니던 주사위는 5가 나왔다.

         

       “으음…”

         

       초짜 도박사는 신음을 흘렸다. 아무리 6이 나오기 쉽도록 무게추가 박힌 주사위라고 해도 굴린다 해서 반드시 6이 나오도록 만들지는 않는다. 굴린다고 무조건 6이 나온다면 어떤 바보라도 주사위에 조작이 가해졌음을 알 수 있을 테니까.

         

       “5에 걸겠소!”

         

       “2에 걸겠소!”

         

       나머지 두 도박사들도 각자 눈에 돈을 걸며 주사위를 굴렸다. 어차피 6은 동료 도박사가 선점했고 6의 반대편인 1을 제외한 나머지 눈이 나올 확률은 비슷하니 아무 숫자나 골라 주사위를 굴렸다.

         

       그리고 호천안의 차례가 다가왔다. 호천안은 주사위를 손아귀에서 굴려보고는 중얼거렸다.

         

       “6이로군.”

         

       의미심장한 호천안의 말투에 제 발이 저린 도박사는 움찔해 입을 열었다.

         

       “무, 무슨 말씀이시오? 6은 이미 본인이 걸었으니 다른 눈을 거시게.”

         

       “그러지. 나는 1에 걸겠다.”

         

       도박판을 주시하던 손님들도, 직직의 수하들도, 판에 앉아있던 도박사들까지도 모두 고개를 들어 호천안을 바라보았다. 

         

       호천안은 그런 시선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주사위를 굴렸다.

         

       사채용은 호천안이 주사위를 던지는 순간 눈을 크게 떴다.

         

       ‘저 손놀림…저 자는…!’

         

       호천안의 손동작을 보는 순간 사채용은 그날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한 명의 도박사로서 그날의 그 광경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갑자기 마주 도박장의 도박사들을 공격하던 사천낭인, 호천안.

         

       그런 호천안을 잡기 위해서 고용했던 도귀.

         

       그리고 그들이 벌였던, 막대한 돈을 향방을 건 대항사위의 마지막 한 판까지!

         

       같았다!

         

       사체용은 그날 보았던 사천낭인 호천안의 손놀림과 지금 주사위를 던지고 있는 뇌검낭인의 손놀림이 동일하다는 것을 깨닫고 전율이 일었다.

         

       그때의 그…이류무사가 지금 초절정이 되었단 말인가!

         

       사채용이 호천안에 대한 진실을 깨닫고 몸을 떨고 있을 때. 그와 상관없이 호천안의 손을 떠난 주사위는 데구르르 굴렀다.

         

       그 주사위가 굴러가는 것을 바라보며 손님들은 생각했다.

       

       

       6이 나오도록 조작된 주사위라는 것은 6의 반대편에 위치한 1이 잘 나오지 않는 주사위라는 말과 같았다. 

       

         

       그런데 6이 나오도록 조작된 주사위라는 것을 알고도 1을 고른다고?

         

       정말로 1을 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일까 아니면 그냥 사기도박판에 대한 조롱인가.

         

       군중들은 호천안이 어떤 의도로 1을 골랐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구르기를 멈춘 주사위가 1이 나왔다는 사실만큼은 똑똑히 목도할 수 있었다.

         

       “오…!”

         

       “뇌검낭인이 승리했군!”

         

       관객들의 가벼운 탄성과 함께 판이 이어졌다. 판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관객들의 탄성 역시 커저만 갔다.

         

       “정말 대단하군!”

         

       “말하는 대로 눈을 뽑아내다니…! 그것도 저런 주사위로!”

         

       운이 따라주지 않아 차례가 오기 전에 끝나는 판을 제외하고 주사위만 잡았다 하면 그대로 말하는 눈을 뽑아내며 판을 끝내버리는 호천안.

         

       사기도박의 판을 오로지 기술만으로 헤쳐나가는 호천안의 모습은 도박이 좋아 이 영상루에 모여든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순식간에 주머니가 털린 도박사들은 창백한 얼굴로 자리를 떴다.

         

       “흐음.”

         

       호천안이 도박판에서 일어나 또 다른 도박판을 물색했다.

         

       이미 영상루의 손님들은 모두 호천안이 펼치는 도박을 보고자 하는 관객이 되어 있었고 시간을 끌라는 지령을 받은 도박사들만이 도박판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

         

       호천안은 망설임없이 다른 도박사들이 있는 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에는 골패 도박 판이었다.

         

       판에 앉아있던 도박사들은 연신 마른침을 삼키며 전의를 다졌다. 이미 판 밑이나 소매 속에는 필요한 골패들이 숨겨져 있는 상황이고 골패에는 도박사들끼리만 알 수 있도록 표식이 된 골패가 준비되어 있었다.

         

       ‘주사위야 고수니 손끝의 감각이 남다를 수 있지만 골패는 다르다!’

         

       자신들이 온전히 지배할 수 있는 판이라는 자신감과 함께 판을 시작한 도박사들이었지만 판에 앉아있던 자들의 호주머니는 순식간에 털렸다.

         

       귀신에 홀린 듯한 표정을 지으며 호천안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도박사들을 보며 관중들은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야!”

         

       “뇌검낭인이 도박 실력이 이렇게 뛰어나다니!”

         

       “고강한 것은 무공 뿐만이 아니었구나!”

         

       호천안의 행보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기루 측 도박사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라면 어떤 도박판이든 가리지 않고 참여했고, 승리했다.

         

       그런 호천안의 행보에 관객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도구에 의존하며 형편 없는 도박 실력으로 사기 도박이나 일삼던 기루의 도박사들!

         

       가짜 도박사들을 순수한 실력으로 압살하는 호천안의 모습은 보며 관객들은 깊은 만족감을 느꼈다.

         

       묵었던 체증이 단번에 내려가는 듯한 시원함!

         

       사채용은 관객들의 환호를 받으며 도구를 사용하는 가짜 도박사들을 거침없이 박살내고 있는 호천안을 보며 몸을 떨었다.

         

       도박은 다른 종목마다 다른 기술과 능력을 요구한다.

         

       주사위 도박에서는 판돈을 거는 능력과 손기술이 중요했고.

         

       골패 도박에서는 상대방의 심리를 예측하는 것과 동시에 패의 흐름을 쫓고 패의 수를 암기해야 한다.

         

       주사위 도박이라고 해서 또 다 같은 기술이 쓰이는 것도 아니었다.

         

       직접 주사위를 눈을 맞추는 손기술과 잔을 흔들어 주사위의 눈을 만드는 손기술은 전혀 다르다.

         

       골패 도박 역시 종목에 따른 기술과 심리 예측이 다 다르긴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전문적인 도박사들도 각기 특기라 할 수 있는 도박만 잘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데 지금 호천안이 보여주는 모습은 어떠한가.

         

       종목을 가리지 않고 압도적으로 불리한 판에 앉아 오직 자신의 도박 실력만으로 도구에 의존하는 도박사들을 털어버리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 저런 경지에 닿을 수 있는가.

         

       호천안의 폭넓은 도박 실력에 사채용은 그저 경외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천하 모든 도박을 통달한 자.

         

       늙은 도박사인 사채용의 눈에 비친 호천안은…그야말로 도신(賭神)이었다.

         

       “와아아아아!!”

         

       “뇌검낭인이 또 이겼다!”

         

       연승. 연승. 연승. 그리고 또 연승.

         

       호천안의 연승 행진을 바라는 사채용은 점차 그날의 의혹이 확신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꼈다.

         

       ‘역시 당신은 그때 일부러 패배했었는가…!’

         

       저런 판단력과 예측력을 지닌 자가 자신의 유리함을 팽개치고 비교적 적을 돈을 먹고자 단판 승부를 제안할 리가 없다.

         

       아무리 눈을 조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대항사위 판이었지만 저런 손재주를 지닌 자라면 충분히 원하는 눈을 뽑을 수 있었을 터였다.

         

       의혹이 확신으로 변하자 사채용의 머리에는 그저 한 가지 의문만이 남았다.

         

       “…어째서.”

         

       어째서. 왜. 무엇 때문에.

         

       그날 뇌검낭인은 황금 백 냥이 넘는 돈을 포기하고 패배를 자처했는가.

         

       그 이유를 알고 싶다.

         

       사채용은 그런 충동에 휩싸여 호천안이 도박을 벌이고 있는 도박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사채용의 발길이 호천안에게 닿기도 전.

         

       직직이 나타났다.

         

       “호오, 사천의 영웅 나리께서 이리 누추한 도박장을 찾아 주실줄은 몰랐구려.”

         

       직직의 등장에 호천안은 여전히 도박판을 바라보며 태연히 입을 열었다.

         

       “마치 못 올 곳이라도 왔다는 반응이로군.”

         

       직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등을 보인 채 태연하게 도박에 집중하는 호천안의 행동에 무시당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건 말건 호천안은 도박을 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한창 도박을 하러 다닐 때, 이 영상루에서도 꽤나 신세를 졌지. 사천성이 바뀌긴 한 모양이야. 수년간 이곳을 지키던 낮익은 얼굴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은 것을 보면.”

         

       “흐흐흐. 돈만 많이 요구하는 늙다리 도박사들을 말하는 건가? 다 쓸모 없어서 치워 버렸지.”

         

       호천안이 패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러니 이렇게 탈탈 털리는 게 아니겠나.”

         

       직직의 앞에서 패배한 도박사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판 위에 올려져 있던 돈을 싹 쓸어담은 호천안은 주머니를 흔들어 보였다.

         

       절그럭! 절그럭!

         

       당장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빵빵한 주머니에서 돈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네 돈을 내가 이만큼이나 땄다는 호천안의 도발에 직직의 얼굴이 굳었다.

         

       “밤이 깊었으니 오늘은 이쯤하고 돌아 가야겠군.”

         

       직직은 다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혼잣말을 하는 호천안을 보면서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섣불리 달려들 수는 없었다.

         

       뇌검낭인의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 서둘러 달려온 직직.

         

       직접 본 뇌검낭인의 수준은 결코 낮지 않았다.

         

       묵직한 돈주머니를 쥐고 왼쪽 어깨에 올린 불량스러운 자세였지만 그런 자세를 취하고 있음에도 빈틈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만약 충돌한다면 승패를 장담하기 어려운 수준.

         

       ‘함부로 적대하면 나만 독박이다.’

         

       뇌검낭인과 충돌하면 그 자체만으로 손해였다. 뇌검낭인과 싸워 지면 그대로 끝장이고 이기더라도 온전히 이기기에는 어려운 상대였으니 부상이라도 입었다가는 곧바로 쉬식이나 마차의 표적이 될 테니까. 

         

       계산을 마친 직직은 대인배처럼 웃으며 수하들을 물렸다.

         

       “흐흐흐. 한 명의 손님으로 왔으니 온전히 손님으로 대우해 주겠네.”

         

       “그거 고맙군.”

         

       직직을 지나쳐 기루 바깥으로 나가려던 호천안의 걸음이 멈추었다.

         

       “아, 참. 루주에게 할말이 있었지.”

         

       모두의 시선이 사채용에게 쏠렸다. 갑작스럽게 주목을 받게 된 사채용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혹시 도귀라는 도박사를 기억하시오?”

         

       “…내 도박장에서, 사천성에서 가장 큰 판의 주인공이 되었던 자를 어찌 잊을 수 있겠소.”

         

       “하하. 그렇군. 천하를 유랑하다가 우연히 그 자를 만나게 되어서 말이오.”

         

       “천하는 넓으면서도 좁군. 그래, 도귀는 잘 지내고 있소?”

         

       “누군가를 목표로 도박 실력을 열심히 갈고 닦았더군. 아주 자신을 날카롭게 연마한 모습이 참 보기 좋았소.”

         

       호천안의 말투에서 무언가를 느꼈을까. 사채용을 눈을 크게 뜨고 호천안을 바라보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렇군. 내 참고하겠소.”

         

       “내 영상루가 영 맥아리가 없어져서 좋은 도박사 영입하라고 훈수 한 번 놓아 봤소이다. 지금 천하 어디를 떠돌고 있을지 모를 자이니 아무 의미 없는 넋두리였군. 그만 잊으시오.”

         

       그 말만을 남기고 호천안을 훌쩍 떠났다.

         

       직직은 멀어지는 호천안의 뒷모습을 보며 사채용을 노려보았다.

         

       “내 상층에 쥐 죽은 듯이 가만히 있으라 했는데 왜 내려왔지?”

         

       “…기루의 도박사들이 손해를 보고 있었기에 한담이나 나누며 손해를 막아보려 했을 뿐이오.”

         

       “흥!”

         

       직직은 코웃음을 쳤다.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모양이군. 저기 저 뇌검낭인을 봐라. 결국에는 이 직직의 영역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푼돈이나 빼앗고 만족했지!”

         

       사채용은 직직의 주장에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그 모습을 본 직직은 사채용이 절망감을 느끼고 꼬리를 내렸다 판단하고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오늘 뇌검낭인에게 패배한 도박사들이랑 이곳을 관리하던 머저리들을 끌고 와라! 감히 이 직직 님의 얼굴에 먹칠을 하다니! 그 대가를 치르게 해 줘야지!”

         

       “예!”

         

       직직이 기루를 떠나고 직직의 직속 수하들이 기루를 관리하던 이들과 도박사들을 잡아들였다. 사채용은 그 광경을 물그러미 바라보다가 자신의 처소인 상층으로 돌아갔다.

         

       사채용은 모든 불을 끄고 침상에 누웠다. 바깥의 소란이 모두 잦아들고 기루에서 들리던 소음들이 모두 스러질 때까지 그저 침상에 누워 눈을 뜨고 있던 사채용이 몸을 일으켰다.

         

       이른 새벽에 기루를 빠져나온 사채용은 낭인객잔을 향해 걸었다.

         

       차디찬 겨울의 꼭두새벽이었건만 낭인객잔 앞에는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의뢰를 넣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사채용은 말없이 그들 뒤에 줄을 섰다.

         

       몰래, 조용히 기루를 빠져나와야 했던 사채용의 복장은 잠옷 그대로였고 겨울 새벽의 한파를 견디기에는 너무 얄팍했다.

         

       사채용은 몸을 떨고 이빨을 딱딱거리며 버텼다.

         

       “거, 그러다 얼어 죽소.”

         

       “그래요. 앞으로 한 시진 반은 더 기다려야 의뢰를 받아 줄 텐데 옷이라도 따듯하게 입고 다시 오는게 어떻겠소?”

         

       앞에서 기다리던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사채용에게 그런 말을 건넸지만 사채용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보다 못한 사람들 중 한 사람이 달군 돌을 사채용에게 건넸고 사채용은 그 돌의 온기에 기대 낭인객잔의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끼이익!

         

       이윽고 낭인객잔의 문이 열렀다.

         

       “거 보소, 어차피 우리 정도 순번이면 의뢰를 넣는 것은 따 놓은 당상이니까 일단 이 사람부터 들여 보냅시다.”

         

       “그럽시다. 이러다 이 사람 정말 얼어 죽겠네, 그려.”

         

       “고, 고맙소.”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던 사채용이 비틀거리며 낭인객잔 안으로 들어섰다. 이 엄동설한에 잠옷 바람으로 나타난 사채용을 보며 깜짝 놀란 중개인들이 일어나 사채용을 불가에 앉히며 두 번 놀랐다.

         

       “아니, 영상루주 아니시오?”

         

       “영상루주께서 이런 복장으로 어찌 이곳을 방문해 주셨소?”

         

       “의, 의뢰, 의뢰를 하고 싶소.”

         

       엄동설한의 추위를 견디며 기다린 한 시진 반.

         

       사채용은 수없이 생각하고 생각했다.

         

       사천낭인28호이자 뇌검낭인이라 불리우는 호천안.

         

       그런 호천안은 이미 사천성의 영웅이었다.

         

       그런 영웅이 기루 주인의 의뢰를 받고 기루를 지켜달라는 의뢰를 받을까.

         

       그런 의뢰를 받는다면 곧바로 구설수는 물론이고 비난까지 받을지 몰랐다.

         

       도움이 절실한 이들이 그토록 많은데 그걸 다 팽개치고 더러운 돈에 홀려서 기루나 지킨다고 말이다.

         

       급격하게 치솟은 인기만큼이나 뇌검낭인을 질시하는 이들이 많을 테니 그들은 뇌검낭인을 끌어내릴 기회를 놓치지 않겠지.

         

       어디 뇌검낭인에게 의뢰를 넣고 싶은 이가 사채용 하나뿐일까. 사천성의 모든 사람들이 사파로 인해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판국이다.

         

       자신의 어려움을 해결해 준다면 돈을 달라는 대로 줄 대부호들의 의뢰도 골라 받을 수 있는 위치의 뇌검낭인이 아니던가.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뇌검낭인이 의뢰를 받아 줄 가능성은 없었다.

         

       그럼에도 사채용은 의뢰를 넣기 위해 기다렸다.

         

       “직직으로부터…영상루를 지켜 주시오.”

         

       “그런…”

         

       중개인들의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나같이 난색을 표하는 중개인들의 표정을 보면서도 사채용은 꺾이지 않았다.

         

       [혹시 도귀라는 도박사를 기억하시오?]

         

       오늘 뇌검낭인과 주고받은 대화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를 목표로 도박 실력을 열심히 갈고 닦았더군. 아주 자신을 날카롭게 연마한 모습이 참 보기 좋았소.]

         

       그 대화는 사채용이 품고 있던 의문에 답을 주었다.

         

       어째서 황금 백 냥이 넘는 돈을 버리고 일부러 패배했는가.

         

       도귀라는 도박사를 살리고자 황금 백 냥이 넘는 돈을 포기했다.

         

       [지금 천하 어디를 떠돌고 있을지 모를 자이니 아무 의미 없는 넋두리였군.]

         

       무려 백 냥이 넘는 돈을 포기하며 살린 도귀다. 그런 도귀를 자기 수하로 받아들인 것도 아니고 이용한 것도 아니었다.

         

       호천안은 그저 도귀라는 도박사가 살아서 발전한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표했다.

         

       ‘뇌검낭인, 아니 호천안은…그토록 도박에 진심인 남자다.’

         

       그런 뇌검낭인이라면.

         

       아니 도박을 사랑하는 호천안이라면.

         

       도박사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는 않을까.

         

       그렇게 열심히 가꾼 도박사들의 전당에 저급한 사기 도구들과 애송이 도박사들로 가득 찼다는 원통함을 헤아려주지 않을까.

         

       그러니.

         

       황금 백 냥이 넘는 돈을 버리고 도귀를 구해주었듯이 자신의 손익을 초월하여 영상루를 구해주지 않을까.

         

       사채용은 그리 생각하며 일생일대의 도박을 하기로 결심했다.

         

       패는 사천낭인, 아니 호천안.

         

       “직직으로부터 영상루를 지켜 주신다면, 내 전 재산을 드리겠소.”

         

       판돈은 그의 모든 것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손모가지 따위는 가볍다.

    인생을 걸어라.

    *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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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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