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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0

       정유가 안내해 준 곳은 건물 뒤편의 커다란 공터였다.

       

       돌맹이들이 난잡하게 널려있는 그 한 가운데에는 맨 손으로 불상을 깎아내고 있는 노인이 있었다.

       

       그가 조각을 하고 있는 것은 대리석처럼 조각을 하기에 최적화된 녀석이 아니었다.

       

       투박하고 단단하여 성벽을 지을 때 많이 사용되던 놈이었지.

       

       허나 노인은 자신의 손으로 툭툭 두드리는 것으로 거대한 암석을 가뿐히 세공했다.

       

       겉으로 보기에도 꽤 재미있는 풍경이다만 무를 아는 자라면 충격을 받을 광경이었다.

       

       저 단순한 동작에 얼마나 많은 것이 섞여 들어가 있는지.

       

       이로써 확실해졌군. 이 자는 소림의 장로역을 역임하던 자가 맞다. 심지어 본인이 아는 이름이로군.

       

       “손님.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이 작업만은 끝마치고 싶어서 말이지요.”

       

       말을 걸기도 전에 노인이 목소리를 냈다.

       

       “얼마나 걸리지?”

       

       그에 여느 때처럼 대답했더니 정윤이 내 쪽을 노려봤다.

       

       예의를 차리라는 질책이 담겨 있음이 훤히 보였지만 무시했다. 과거 본인의 아래에 무릎 꿇었던 자에게 어찌 예를 다해야 한단 말인가.

       

       “금방 끝납니다.”

       

       정작 노인은 무례에도 별 개의치 않고 대답을 건넸다.

       

       금방인가. 슬쩍 시선을 돌려 바루를 살피니 노인이 불상을 깎는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시청자들도 저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듯 하니 느긋하게 지켜보도록 할까.

       

       10분 가량을 기다렸을 즈음 노인이 석상에서 손을 떼고 허리를 폈다.

       

       그가 작업한 불상의 얼굴에는 자비와 엄격함이 새겨져 있었다.

       

       예전부터 생각한 것이다만 이 인간은 무인보다는 조각가의 재능을 지닌 녀석이야.

       

       가만 불상의 얼굴을 보다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인 노인이 몸을 돌려 우리 쪽에 인사를 건넨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여기 신림의 문주 만벽이라 합니다.”

       “민트초코파인애플피자라고 하네. 이 쪽은 바루고.”

       “바루라고 하네. 반갑네.”

       “오오. 이거야 귀한 손님이 오셨군요.”

       

       노인은 당혹스러운 시선으로 나를 살피다 바루를 보고는 탄성을 내질렀다.

       

       바루의 귀여움에 빠질 주책없는 인간은 아니니 아마 바루가 지닌 신령의 기운을 느낀 것이리라.

       

       “이 두 분은 나설 공의 소개로 의뢰를 받으러 오신 분들입니다.”

       “나설의 소개인가? 그녀의 추천이라면 믿을 만 하지.”

       “설아가 믿을 만 하다고?”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두 개의 단어가 함께 튀어나와서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내어버렸다.

       

       그게 무슨 헛소리인가. 그 누구보다 사건과 사고를 터트릴 가능성이 높은 그 녀석이 어찌 믿음직스럽다는 소리인가.

       

       – 진짜 이해 안 된다는 표정인데 ㅋㅋ

       – 편집자 고로시를 이렇게.

       – 평소에 뭐 한 거야.

       

       – 나설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제가 무슨 문제를 일으켰다고 그러시는 거에요?!]

       

       “본인이더냐? 몰라서 묻는 게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 죽을 길을 찾아 떠나던 꼬맹이에게 어찌 믿음직스럽다는 이야기가 닿을 수 있는가.

       

       솔직히 말해 지금도 가끔 그대를 볼 때마다 불안하단 생각이 나는 것을 네 놈은 모르겠지.

       

       – 나설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저 편집 일 잘 하잖아요! 아니에요?! 저 뭐 잘못했어요?!]

       

       “모른다면 되었다.”

       

       굳이 알 필요 없는 이야기이니.

       

       이런 내 대답에 설아가 발작을 했지만 무시했다. 지금은 대화를 해야 할 사람이 따로 있으니 말이다.

       

       “본래는 이 곳에서 준다는 의뢰를 받을 생각이었다만.”

       “생각이 바뀌셨습니까?”

       “그래. 마료. 소림의 장로였던 자여. 그대가 이러고 있는 것을 보니 다른 생각이 들더군.”

       

       내가 노인의 진짜 이름을 읊자마자 주변에서 대기하던 무인들이 뛰쳐나와 내게 무기를 겨누었다.

       

       소림의 뜻을 지닌 놈을 답게 연계가 잘 되는 군. 어지간한 녀석이었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두 손을 들어야 했을 것이야.

       

       “소림에서 왔나?”

       

       방금 전까지 예를 차리던 노인의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불도를 따르는 녀석의 목소리에 성이 새겨진 것을 보면 이런 식으로 곤욕을 치른 게 한 두 번이 아닌 듯 하구나.

       

       “아니. 나는 불도를 그리 좋아하지 않거든.”

       “그렇다면 무림맹에서 왔느냐?”

       “그것도 아니다. 본인은 무림맹과 척을 진 사이라서. 놈들이 일을 내어줄 리가 없지.”

       “그럼 어찌 내 이름을 아는 것이냐.”

       “보이는 것을 어찌 안 보인다 이야기할까.”

       

       멍청한 중아. 네 놈은 그대의 정체를 숨기고자 하는 듯 하다만 그런다 하여 네 몸에 평생토록 쌓아온 것을 감출 수 있겠느냐?

       

       모든 움직임에서 묻어나는 것을. 자신이 안에 지닌 내기에서 새어나오는 것을. 모두 다 감추는 게 가능하냐고 묻는 것이다.

       

       상대가 그대보다 하수라면이야 가능할지도 모르지.

       

       허나 본인은 그대가 감히 짐작도 하지 못할 곳에 서 있는 사람이다. 네 놈의 같잖은 수작에 넘어갈 인간이 아니란 것이야.

       

       이러한 것을 마료에게 이야기해 주었더니 마료가 입을 다물었다. 내 말이 진담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려는 것이리라.

       

       정작 시끄러운 소리를 낸 것은 다른 쪽이었다. 나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놈들은 마료를 향한 무례에 목소리를 높였다.

       

       “헛소리를!”

       “순순히 불기나 해라! 험한 꼴을 보기 전에!”

       “우리가 언제까지 말로만 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날이 잔뜩 서있군. 중이라는 녀석들이 이리도 성급해서야 원.

       

       “뭐어. 좋다. 본인이 정파와 관련이 없다는 증거를 보여주마.”

       

       본인의 내기를 몸 바깥으로 이끌어냈다.

       

       천마신공의 내기는 주변의 모든 것들을 집어삼키는 포악함을 지니고 있으니. 이를 상대해 본 자라면 착각할래야 착각할 수 없을 터.

       

       신공이 자신의 포악함으로 주변을 위협하자 그에 따라 본인의 주변을 둘러싸던 이들의 안색이 시퍼렇게 물들었다.

       

       “자아 알겠느냐? 본인은 정파와 관련이 있을 수가 없는 몸이니라.”

       

       본인의 무고를 입증하기 위해 기운을 내 보인 것이었다만 주변을 둘러싼 이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무기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보였으니.

       

       놀라진 않았다.

       

       저런 식으로 나올 것을 알고 일부러 천마신공의 내기를 드러낸 것이니까.

       

       힘 좀 깨나 쓴다는 놈들은 일단 한 번 박살을 내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편하거든.

       

       주변에 퍼트렸던 내기를 이용해 그대로 저들을 짓눌렀다.

       

       문주의 곁을 지키는 이들이니만큼 나름의 경지를 지니고 있다만 그래봐야 본인의 앞에서는 무력했다.

       

       드높은 하늘이 저들을 짓누르고 있는데 어찌 그를 견딜 수 있을까.

       

       “거기까지 하지요.”

       

       본인을 둘러싼 이들이 이빨을 부들거리며 널부러지는 것을 견디고 있던 중 마료가 목소리를 냈다.

       

       그 말은 나를 향한 것이기도 했고 내 주변을 향한 것이기도 했으니.

       

       이야기를 할 준비가 되었다 판단한 나는 내기를 거두어 들였다.

       

       그러자 나를 위협하던 이들이 바닥에 널부러져서 가쁜 숨을 내쉬었다.

       

       “괴이한 이름이여서 떠올리는 게 늦었습니다. 민가. 현 화산의 문주시여.”

       “나를 아는가?”

       “모를 수가 없지요. 단신으로 무림맹을 제압한 무인의 이름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겠군. 다행이야. 경우에 따라서는 한 번 마료를 박살낼 생각도 하고 있었다만 수고를 덜게 되었으니.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이런 누추한 곳에서 말씀을 나눌 분들이 아니신 듯 하니.”

       

       곰방대를 꺼내어 입에 문 채 앞서 걸어가는 마료를 따라가려던 순간 바루가 내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왜 그러느냐.”

       “민가야. 그대는 어느 장소에 방문하면 사고를 쳐야 적성이 풀리는 게냐?”

       

       어째 가는 곳마다 다툼을 일으키느냐는 바루의 잔소리에 나는 시선을 피하고 말았다.

       

       짐작이 가는 구석이 한 둘이 아니었던지라 어쩔 수가 없었다.

       

       *

       

       마료는 소림의 장로로 재직하던 인간이다.

       

       한창 본인이 무림을 뒤엎고 다니던 시절에도 소림의 중역으로 활동을 하던 녀석이고.

       

       본인이 무림에서 떠나 은거를 택할 때까지 소림의 부흥을 위하여 최선을 다한 놈이기도 했다.

       

       따로 악감정이 있는 상대는 아니었다. 이 녀석은 중이라는 단어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인간이었으니까.

       

       그나마 소림에서 멀쩡하던 녀석에게 무얼하러 싫은 감정을 품겠는가. 이 놈 이외에 멍청한 녀석들이 한 둘이 아닌데.

       

       “내 몇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마료의 안내에 따라 어느 방에 들어온 나는 대뜸 목소리를 냈다.

       

       “무엇입니까?”

       “소림의 장로가 왜 소림에서 빠져나온 것이냐. 그리고 소림의 무공을 가르치는 녀석이 왜 스스로를 사파라 주장하는 것이야.”

       

       가장 이해가 안 되던 부분이다.

       

       내 다른 녀석이 소림에서 빠져 나와 자신의 문파를 창설했다면 크게 의문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권력욕에 미쳤구나. 정도로 여기고 말았겠지.

       

       허나 이 놈은 아니다. 이 놈은 스스로가 소림이라는 것, 그리고 정의 길에 서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지니고 있던 녀석이다.

       

       그런 녀석이 어찌하여 소림에서 빠져나와 스스로를 사라 주장한단 말인가.

       

       “이야기를 하자면 좀 깁니다마는.”

       “괜찮다.”

       “그렇다면. 차근차근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백화령이 무림을 휩쓸고 외부인들이 이 세상에 등장하며 정파가 붕괴의 위협을 겪던 그 때 소림이라 하여 그 흐름 바깥으로 빠져나올 수는 없었다.

       

       흐름을 타는 것으로 어떻게든 이름을 지키느냐. 아니면 전통을 지키며 천천히 몰락하느냐. 두 가지의 선택지만이 남은 그 순간에 몰락을 택할 이가 어디에 있을까.

       

       그렇게 소림도 외부인을 끌어들이기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거기까지는 괜찮았습니다. 저도 그것이 옳다 생각했었으니까요. 허나 문제가 된 것은 너무 과했다는 것입니다.”

       

       이치를 버리고 외부인의 입맛에 맞는 것을 가르친다.

       

       그럼으로써 인원을 보충하고 세력의 힘을 키운다.

       

       여기까지는 좋은 전략이라고 할 만 했다.

       

       허나 소림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많은 유저를 끌어 모으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 지를 깨달은 소림은 더 많은 이들을 끌어들이는 것에 집착을 하기 시작했다.

       

       “바른 말을 해야 할 이들 대부분이 정마대전에서 사망했으니 소림에는 간신배밖에 남지 않았지요. 그들은 소림을 지키는 것보다 자신들의 세력을 키우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과거 이 세상에 본인이 처음 발을 들였을 때 화산에서 보았던 풍경이 소림에서도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저와 이 곳의 사람들은 그에 필사적으로 반대하다 결국 쫓겨나고 말았지요.”

       

       소림에서 버림받은 이들은 이 곳에 새로운 문파를 창설하고 꿋꿋이 소림의 뜻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이치를 버리고 욕심을 쫓는 게 정이라면 자신들은 사가 되겠다며 스스로를 사라 칭했다.

       

       “그 끝에 지금에 도달했습니다.”

       

       곰방대를 입에 문 채 마료의 이야기를 듣던 본인의 감상은 하나였다.

       

       빌어먹을 정파 놈들 중에선 멀쩡한 녀석들이 없는 것이냐?

       

       흔히 오대 문파라 부르던 것들 중 화산은 혈교에 손을 뻗었고, 소림은 전통을 지키자는 놈들을 내쫓기까지 하다니.

       

       꼴을 보아하니 다른 곳이 어떨지 훤히 보이는 군.

       

       이러니 이 세상의 무공이 개판이 난 게지.

       

       하아.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치를 지키려는 자가 남아있다는 사실인가.

       

       “마료.”

       “예.”

       “내 어지간한 것은 다 이루어 줄 테이니 아무것이나 바라는 것을 부탁해 보거라.”

       

       이 빌이먹을 세상 속에서도 이치를 지키려는 것이 기특하야 보상을 해주려는 것이다. 사양하지 말고 이야기를 하거라.

       

       “진담이십니까?”

       “본인이 입 밖으로 낸 말을 되돌리겠느냐.”

       

       내 말을 들은 마료는 눈동자를 굴리며 무언가를 망설이다가 이내 결심을 내린 듯 약간 낮아진 목소리로 내게 이야기를 했다.

       

       “저어. 그럼 하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하나로써 세력과 대적할 수 있는 화산문주께서만이 가능한 일입니다.”

       “잡설은 되었다. 본론을 말하라.”

       “소림의 문패를 부수어주실 수 있는지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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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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