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10

        

         관음보살,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천수관음.

         

         약간 히트 송 비슷하게 유행을 타기도 했던 반야심경에 나오는 관자재보살과도 동의어로 알고 있다. 아마도, 100% 정확하지는 않으니 조심스럽지만!

         

         보통 불당 중앙에 놓이는 본존불 옆에 계시며 자비와 교화로 중생을 구제하기에, 모든 걸 살피고 모든 걸 보듬기 위한 천수천안을 가지고 계시다…였나?

         

         나도 깊이 아는 건 아니고 기본 교양 수준으로만 주워들어서 자세히 배운 건 아니기에 함부로 단정지어서 말할 수 있는 게 많지는 않은데.

         

         적어도 얼굴이 수상할 정도로 마음이 동하는 미형이라던가, 원래 비구니 의상이 저렇게 피부 노출이 많았나, 가슴은 또 왜 저리 크고 골이 드러나 있는가, 가부좌를 안 튼 건 그렇다 쳐도 각선미를 강조한 건 고의인가, 얼마짜리 조형이길래 저렇게 표현이 세심한가, 와중에 조명 색이 자색, 적색 등으로 계속 순환되고 있는 건 그나마 꽤 펑키하네~

         

         하고 싶은 말이야 정말 많았고 목구멍 바로 앞까지 치솟았지만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 용케도 참았다고 해 주길 바란다. 아니, 진짜로. 누가 내 노력을 좀 칭찬해줘. 제발.

         

         

         “미처 몰랐는데, 불교라는 종교는… 약간 관능적인 미를 숭배하는 성향이 강했나 봅니다? 만다라교도 비슷한 종교론을 계승했던가요?”

         

         아뇨, 그냥 하필 저걸 주문한 사람이 번뇌 덩어리인 중생이에요. 앞뒤를 억지로 끼워 맞추는 인지 오류를 굳이 저지르실 필요는 없습니다. 예.

         

         

         “예전에 우연히 볼 기회가 있었던 반파된 미륵상의 예상 복원도는 훨씬 후덕한 표본이었는데 말이죠. 이럼 과거엔 본능적인 욕구 충족을 위해 실물을 만들었다는 학계 가설이 또 힘을….”

         

         제발 뭐든지 성욕과 연관 지어서 생각하려 하지 마십쇼. 이상성욕이 범람하던 심연에서도 순수하게 불상을 그런 용도로 취급하던 놈은 없었어요 시발!

         

         눈앞에 놓인 예외를 너무 일반화하지 말아달라니까?

         

         

         “구세기에는 눈의 피로감을 이유로 원색 조명을 지양하는 걸로 알았는데요. 당시에도 예술 감각이 시대를 많이 앞서갔던 선구자가 있었나 봅니다?”

         

         그건…… 불교가 대중에게 너무 친숙한 방면으로 어필을 잘했던 게 아닐런지.

         종교라는 게 보수적으로 행동하는 방향으로 쉽게 기울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니크한 감성으로 풀이되는 걸 여러모로 망설이지 않았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재해석은커녕 숫제 2차 창작물에 가까운데, 자꾸 이걸 기준으로 왜곡된 이미지가 전파되는 걸 정말 두고만 봐야 하나? 뭔가, 방관자의 책임 같은 게 강하게 느껴지는뎁쇼.

         

         

         “흠… 이런 것도 생각보다 괜찮군. 입체감 있는 조형물이 주는 느낌은 확실히 달라.”

         

         냉정히 분석함과 같이, 정신 오염에 심각하게 노출된 걸로 보이는 저 사람은 대체 어찌해야 할지 감도 안 온다.

         

         

         하여간 외야의 일반 손님들이 제멋대로 떠드는 걸 주워듣고 마음속으로 열성적인 딴지를 걸며 새삼 깨달았다.

         

         살아가는데 별지장이 없어서 문제삼은 적은 없지만 이쪽 지구의 문명 단절이 꽤 심각하다는 걸.

         특히나 기록 기술이 다양하고 다각화되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렇게 처참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2세기에 가까운 시간 격차는 역시 어쩔 수 없나?

         

         그러고 보니 그때도 좀 오래된 물건들은 슬슬 기록 매체의 한계 수명에 가까워진다며 데이터 이관 보존을 강조하는 글을 어디서 봤던 것 같기는 하다.

         

         나름 생활에 여유 있는 사람들도 긴가민가하는 심각한 정보와 지식 편향이 언뜻언뜻 보이는 건 물론. 당시 사회상이나 문명, 기술 수준에 대한 정확한 사료史料가 충분히 남아있지 않아서 추측에 의존하는 부분이 상당한 모양이다.

         

         아직도 사막화가 현재 진행형인 데다가, 곳곳에 방사능 지대가 남아있을 만큼 세계 대전보다도 심각했다던 대전쟁의 여파도 정말 크다 싶었고.

         

         그러니까 벌이가 마땅치 않은 스캐빈저들이 멀쩡한 옛날 물건 같은 걸 수색해서 발굴하는 걸로 인생 일발 역전을 노리는 거겠지. 으음.

         

         “자, 보시다시피 이렇게 ‘부차적으로 달린’ 은은한 조명 기능도 아주 선명하게 작동합니다. 연꽃과 소나무 끄트머리가 약간 부러졌지만. 염주와 승려복, 거기에 광원이 대륜 등은 손상조차 없죠. 미관상 흠잡을 곳이 없는 구시대 종교 우상, 감정가 2억 2천만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저것 좀 보라.

         

         배터리에 회로 수명까지 문제가 몇 갠데, 애당초 저 낡아빠진 골동품의 조명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는 걸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가품을 판별하는 연도 측정인지 무슨 감식 과정인지까지 무사히 통과했다고 하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

         

         그러니 내 추측 겸 확신은 이거다.

         

         말마따나 거의 완벽하게, 기적적으로 어디 밀폐된 공간에서 보존된 물건을 스캐빈저나 트레져 헌터가 주워 온 다음. 그걸 구입한 사장님이 내부 전기 부품 파트만 조심스럽게 손봤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겸사겸사 데이터 저장 칩도 일부인 것처럼 슬쩍 안에 숨겨놓은 셈이겠지.

         

         무슨 정밀 공업사를 운영하던 분이라 하지 않았나? 심지어 자체적으로 신기술을 개발할 정도로 이해도도 뛰어났다 하고.

         

         비록 복원 전문가는 못되더라도 그런 쪽 숙련공의 손길마저 가미된 골동품이라면 조금 비싼 건 어쩔 수 없지 않을까… 납득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그래도 내가 이 말은 꼭 좀 하고 넘어가야겠다. 도저히 못 참겠어.

         

         “제로야, 저게 네 옛날 베이스 모델 두세 대 어치 값이란다… 저게, 저게에…!!”

         

         – ……정말 그렇게 세상 안타까워 하실만큼 아샤님 기준으로는 시대적 가치가 없는 물건입니까? –

         

         그럴 리가, 가치야 물론 있겠지. 소개한 것처럼 예쁘게 낡은 골동품인데. 하지만 역사적 유물 취급을 하는 부분이 존나게 글러먹었다니까!

         

         이건 ‘그래, 괜찮네.’와 ‘완전 좋은데?’라는 평가를 동일시하는 수준의 비약이야! 내가 익명으로라도 시대를 뛰어넘은 이 금단의 지식을 증명할 수단이 있었다면 진작 이 모든 오해를 풀었다.

         

         계몽, 망할 계몽 수치가 높아도 너무 높아. 보여서는 안 될 게 막 보여…. 크으아아악!!

         

         “1번 테이블! 3억 크레딧 나왔습니다. 아, 곧장 17번 테이블이 3억 2000만… 다시 1번 테이블에서 4억 크레딧을!”

         

         알프레드 씨에게 화났던 것과는 별개로, 조각상이라 소개된 상품이 생각 이상으로 마음에 드셨는지 1번에 앉은 에멜다 여사님이 꽤 열성적으로 입찰가를 올리고 계셨다.

         

         누가 쫓아오면 바로바로 호가를 높이는 형국.

         

         그렇지만 아무래도 현재 가격은 온전히 예술품으로서의 가치만 평가받고 있는 만큼 진짜 경쟁자들이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도 모두가 아는 사실, 폭풍 전의 고요처럼 어디까지 올라가나 각자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9억 4000만, 6000만. 10억! 1번 손님께서 10억 크레딧의 가격 변동선을 맞춰서 입찰하신 관계로 최소 호가를 5천만으로 상향 조정하겠습니다. 혹시 기존 입찰자 중에 휴게 시간이 필요하신 분이 계신다면 잠시 휴장을…. 그냥 빨리 마무리하라고요? 네, 그렇다면 곧바로 이어서…!”

         

         와우, 이 피규어 겸 무드등은 충분한 수요가 있다는 시장 논리에 따라 출품자를 단번에 화성으로 보내준답니다?

         

         어차피 계층 간 수입 격차나 자본 차이가 말도 안 되는 세상, 누가 돈을 얼마나 벌고 어떤 식으로 소비하던 난 얼마든지 수긍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참….

         

         “…음, 다행이야. 그래도 우리집보다는 아직 싸잖아? 인정하고야 말고. 못할 것도 없지. 그럼,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어.”

         

         “얘가…? 아샤! 잠깐 사이에 얼굴이 왜 이리 빨개졌어?”

         

         – 건강 이상 징후는 아니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개인적인 이유로 심박수와 혈압이 조금 높아지셨지만요. –

         

         후추가 같은 무게의 금과 거래된다던 시대에 떨어진 현대인의 기분이 이러할까.

         

         뺨과 이마를 더듬는 헬레나의 서늘한 손길에도 뒷목 근처의 열기는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예견된 벌이에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계신 알프레드 씨와 달리, 나름 적응이 끝났다고 자부하던 난 내 안에 존재하는 ‘한국 남자의 감성’ 부분이 정말 자근자근 즈려밟히는 느낌에 몸부림을 칠 수밖에 없었다.

         

         아니야. 나도 사이버펑크 맛, 부자의 허영심, 이해하기 어려운 예술 감각 이런 주제를 세상 누구보다 좋아하다고 자부하긴 하는데 이건 너무 부끄럽잖아!

         

         21세기의 업보를 어깨에 몰아서 진 느낌이 영… 왜 너무 많은 걸 아는 죄로 내가 대신 고통받아야 하냐고요.

         

         “에잉…… 카지노 한 게임에 50억씩 태우던 무서운 아가씨가 남이 쓰는 건 또 엄청 아까워하시는구먼. 거 나도 개인 투자로 재미 좀 볼 수 있지 않나!”

         

         “…남이 과소비하는 거에 몰입하는 것도 아니고, 알프레드 씨가 버는 거에 배 아파하는 건 더더욱 아니니까 가만 있어봐요 쫌.”

         

         어허, 그건 내 돈이 아니었다고! 그리고 그런 걸 크게 말하지 좀 마요! 자칫하면 난 이따가 뒤지게 혼난다고!!  

         

         “48번에서… 45억, 꿀꺽. 입찰가 나왔습니다. 제 발음이 약간 부정확할 수 있으므로, 지금부터는 추가로 메인 모니터에도 크게 표시해드리는 걸로.”

         

         자기가 직접 지갑에서 뭔가를 내는 것도 아니거늘, 살벌하게 치솟는 가격이 새삼 부담되는지 유쾌하게 소리지르며 분위기를 이끌던 태도가 무색하게 침을 삼킨 사회자가 진중한 자세로 스탠스를 바꿨다.

         

         어디, 48번이라면… 그 목소리 크고 살벌하게 말하던 보가드 이사인가 하는 사람이 있는 화이트 타이거 매니지먼트 그룹이다.

         

         몰래 엿들은… 크흠! 어디까지나 경매장 실내에 달린 음향판에 수집된 비공식 음성 데이터에 의거하면. 이건 단순히 간 보려고 던진 게 아니라, 동일 호가 입찰이 불가능한만큼 최대한 합리적인 타협점을 브레인스토밍 한 결과라고.

         

         아마… 아까 해설해주셨던 알프레드 씨의 논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겠다.

         

         개발자가 멀쩡히 살아있으니 당장 원천 기술 데이터를 손에 넣어서 얻을 수 있는 건 시간과, 원본 데이터를 정당하게 입수했음에 따라 등록할 수 있는 특허권 정도?

         

         그게 얼마나 쓸모 있느냐를 100%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으리라. 누구나 입장차라는 게 절대 존재할 테니까.

         

         이제 그걸 취득하게 되는 주체가 특별한 활용처가 없는 펀드라면 다시 되파는 게 확정적이니 중간에 수수료 떼고 남겨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를 미친듯이 고려했겠지.

         

         “50억 크레딧! 52번 테이블에서 50억을 입찰해 주셨습니다만. 저… 손님 여러분…? 현재 최소 호가는 5억이 아니라 5천만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실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불 능력에 의심이 없으신 분들만 모였다는 건 잘 알지만, 저희 본 경매에는 철회라는 개념이 없어요 정말?”

         

         뉴 밀레니엄 펀드가 많이 세게 불렀다. 아니면 질렀다고 하는 게 맞으려나.

         

         그들에 비한다면 견적을 비교적 보수적으로 낸 화이트 어쩌구 사모 펀드보다 해당 자료에 더 발라먹을 구석이 많다고 여긴 모양이다.

         

         …자기네들끼리 음습하게 쑥덕인 내용을 보면, 칼같이 득실을 계산했다고 하기보단 일단 사놓고 오늘 참석하지 못한 B사에 값을 후려칠 요량이 더욱 강했지만.

         

         “쯧!”

         “그렇게 과하게 내느니, 차라리 그 꼬장꼬장한 사장과 연봉 협상을 시도하고 말지.”

         

         봐라, 제시된 가격을 듣고 두 눈으로 확인하자마자 미련없이 의자를 밀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퇴실해버리는 사람들이 줄줄이 나왔다.

         

         일부러 소식을 듣고 먼 길을 찾아오기는 했어도 자존심 하나 지키겠다고 수억이나 수십억을 구태여 억지로 보탤 필요는 없다는 거겠지.

         

         사업에 관한 마인드는 꽤나 확실한 비즈니스 맨들이다.

         

         그러나 눈물 한 방울은커녕 땀 한 방울도 허투루 흘릴 생각이 없는 금융 자본과는 다르게, 산업 근간에 성실히 종사하시는 중공업 계열사의 임원분들은 또 의견에 차이점이 있으신가 본데.

         

         “이건 뭐 미처 카운트다운을 할 새도 없군요. 32번 고객님께서 방금 63억 5000만을 입력하시는 걸로, 조각상 분야에서 크라이테리아 단일 품목 최고 낙찰가 가격을 크게 웃도는 액수가 나왔습니다.”

         

         에멜다 여사를 비롯한 순수한 예술품 애호가들이 거품이 과해도 너무 과하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거나 말거나.

         

         고 짧은 대기 시간 동안 임시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분담금 비율을 조정하는 건 물론, 기어이 기술 공유 계약마저 체결한 32번 테이블의 공업사 임원진들은 이제 자기 손을 떠난 문제라는 듯 팔짱을 끼고 관망하는 자세를 취했다.

         

         어딘가 한계까지 쥐어짠 티가 역력한 액수 아닌가? 지갑을 탈탈 털은 것처럼.

         

         마치 더 들어오면 그대로 덤터기 씌워버리고 나갈 거니까 처신 잘하라며 협박하는 느낌도 썩 강하고.

         

         정밀 공학 연구소, 경공업 및 중공업 제조업사 등등 폭넓은 분야의 이름난 기업들이 집착하는 신기술. 이쯤 되면 그 잘난 것의 정체가 좀 궁금해지는 게 사람 성미가 되시겠다.

         

         그래서 문제의 기술 말인데… 어… 음….

         

         – 데이터 백업 및 전용 클라우드 저장까지 완료. 여유가 되는대로 차분히 분석해서 실용화 시뮬레이션 및 응용 기술 개발에 힘을 쏟도록 하겠습니다. –

         

         “…잘 부탁해. 그거 엄청 중요한 거거든?”

         

         아니, 진짜 잠깐만.

         아까 홀에서 조각상을 공개했을 때, 구경하겠다는 핑계로 티 안 나게 내부 회로에 접속해서 기밀 자료를 복사한 날 욕하기 전에 진정하고 생각해보라.

         

         해킹 과정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걸 적극 악용한 계획 범죄이지만, 여기엔 바다보다 깊은 사연이 있다니까?

         

         내가 양심없는 미친 도둑년이라 그런 게 아니고, 정~말 미래의 나에게 필요한 기술인데 엉뚱한 기업의 손에 들어가서 제때 상품으로 개발이 안 될 수도 있는 노릇이 아닌가?

         

         기술 해금 미션처럼 엉뚱한 방향으로 발전한 신제품이 나와서 곤란할 가능성도 있고!

         

         이제 화이트 해커인 난 그걸 대비해서 사소한 보험을 든 것뿐이랍니다?

         금고에 사본을 만들어서 안전하게 넣어두는 걸 보통 절도라고 하지는 않잖아요? 안전한 보관이지? 어허허.

         

         더군다나 파산 상태라 사회 활동이 없을 뿐 원작자도 멀쩡히 계시니까… 언젠가 세상에 나올 물건을 잠시 최고급 인공지능을 통해 미리보기 하는 것에 불과하다.

         

         게다가 지금 와서는 못 본 걸로 치고 돌려줄 마음도 없었다.

         

         어쩐지 아무리 둘러봐도 카탈로그에 없던 정밀 장비 3D 프린팅용 초대형 공업 스캐너의 행방을 이제서야 깨달았거든. 왜 게임에서 재료 투입하는 걸로 망할 차원 균열 간섭기를 찍어냈던 그 설비 말이다.

         

         그걸 상용화하는데 필수적인 초정밀 분사 제반 기술이 이렇게나 최근에 겨우 개발되었으니 안 보이던 게 당연하지.

         

         그동안은 시중에 풀리지도 않았던 미래 제품을 애타게 찾느라 시간을 허비한 셈이지만… 이렇게 우연치 않게 얻어버렸네?

         

         이럼 아주 만약에, 기술이 빛을 못 보고 사장될 것 같아도 난 다양한 선택지를 가지게 되었다.

         공공연하게 오픈 소스로 확 풀어버리던~ 아니면 제로를 이용해서 혼자 몰래 개인용 설비를 만들어서 쓰던지. 크흠…!

         

         “63억 5천만을 넘는 가격을 부르실 분 안 계십…. 아, 죄송합니다! 입찰 유도 행위가 아니라 현재 호가를 명확히 해드리는 과정에서 나온 말실수입니다. 아무튼, 더 안 계시다면 5, 4, 3… 2… 1… 낙찰!! ‘추정 연식 200년, 선정적 아름다움과 시각 효과를 품은 이름 모를 부처상’은 이쪽 단체 손님들께 넘어갔습니다!”

         

         땅땅땅!

         

         검은색 경매 망치가 판을 두들기고, 마침내 이십 분은 넘게 내 시신경과 망막을 괴롭히던 번뇌의 상징도 재포장되어 눈앞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래, 잘 가라. 부디 다신 만나지 말자.

         

         “하아….”

         

         “거 조금은 이 늙은이와 같이 기뻐해주면 좋겠네만…. 뭐, 그런 걸 강요할 순 없지! 이어지는 경매에 아가씨가 손님 자격으로 참가하는데 관심이 있다면 즐기고, 아니면 우리도 이만 돌아가세나.”

         

         크게 벌었다는 즐거움보다도 옆에서 한숨을 푹푹 내쉬는 나를 걱정, 하루짜리 단기 고용직임에도 직원 정서 복지를 지극히 신경 써 주신 노인의 배려를 받아 단추를 풀었던 와이셔츠를 잠그며 일어났다.

         

         알프레드 씨와 정산할 것도 남았고, 중간에 바에 들러서 의뢰 완료 보고도 해야겠지만… 이것도 혹시 지인 찬스를 써서 전화로 대충 해도 괜찮으려나.

         

         그럼 이대로 집으로 돌아갈까? 가서 푹 쉬고… 또 자고 일어나면, 오늘 겪었던 어처구니없는 일련의 사건들도 다 과거의 추억으로 남으리라.

         

         “그래, 가서 카지노 얘기도 그렇고. 게임에 50억을 태웠다는 건 어떤 기막힌 사연인지. 이 언니한테도 꼭 알려줘야지? 응?”

         

         “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크아아악, 21세기의 부끄러움을 한몸에 떠안고 익사해라!

    항상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Status: Ongoing Author:
No matter how many times I repeated the episodes, I couldn't clear the true ending of the open-world shooting RPG, Neo Haven. Just when I thought I finally cleared the hidden true ending... they want me to actually clear it without any help from the game system or save/load features.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