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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0

    <310 – 이사장의 저택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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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장의 저택

    1F – 입구컷의 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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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없이 불길한 푯말을 보며 이사벨이 말했다.

     

    “꼭 유적지같네.”

    “비슷합니다. 정식으로 초대받지 않은 이들이나 침입을 목적으로 침투한 이들이 이따금 저택에 나타나기에 1층은 그런 이들을 격퇴할 목적으로 존재합니다.”

     

    집사가 벽면에 박힌 사각형 모형의 흠에 카드를 삽입하자 기다란 복도 곳곳에서 장치가 꺼지고 함정이 비활성화 되는 소리가 들렸다.

     

    “물론 여러분은 정식으로 초대를 받고 온 손님이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복도는 제법 길었다.

    걸어서 꼬박 10분이 걸릴 정도의 길이.

    층을 오르는 것이 정말 만만치 않겠다는 예감에 학생들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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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장의 저택

    2F – 목각인형의 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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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단을 올라 문을 열자 기사학부 지망생들의 훈련시설에서나 볼법한 목각인형들이 나타났다.

    실제 훈련장을 방불토록 하는 2층 내부에서는 목각인형들이 끼긱 끼긱 관절 움직이는 소리를 내며 각기 다른 무기를 들고 서성거렸다.

     

    “이곳의 통과는 간단합니다. 덤벼드는 목각인형을 모두 격퇴하고 통로의 반대편에 도착해서 계단을 오르는 겁니다. 앞에서 길을 열 테니 따라오십시오.”

     

    오크노디는 허접집사라고 부르는 집사가 가볍게 산책을 나온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저 실력이 허접?’

     

    물론 오크노디 혼자의 생각이었다.

    다른 학생들의 눈에는 조나가 아닌 다른 집사들의 실력도 충분히 대단했다.

    숏소드부터 장창까지 온갖 병기를 든 허수아비들이 뚝뚝 끊어지는 특유의 걸음으로 집사를 향해 다가가더니 무기를 휘둘렀다.

    뒤에서 보기에는 가슴이 섬뜩해지는 공포스러운 광경이었지만 집사는 가볍게도 툭툭 무기를 쳐냈다.

    학생들과 허접집사의 거리가 점점 멀어졌다.

    남 일처럼 보기만 할 때가 아니었다.

     

    “안 따라가요?”

     

    오크노디의 재촉에 정신을 차리고 뒤를 쫓으니 학생들도 조금은 긴장이 풀렸다.

     

    “집사가 맨손으로 받아치느라 미처 생각 못했는데 우리는 무기 들고 싸워도 되잖아.”

    “그러게?”

    “혼자서 한 번에 여러 마리를 막지 않아도 사람 수가 많으니 인당 하나를 상대하는 수준이고.”

    “그보다 이거 약하지 않아?”

    “생각보다 만만하네.”

     

    가벼운 마음도 잠시.

    복도 어디선가 [레벨 업]이라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갑자기 허수아비들의 공격에 무게가 실렸다.

    공격강도가 다르다.

    관절의 움직임이 조금 더 매끄럽다.

    변화를 느낀 모두가 불길한 미래를 직감하였다.

     

    “이거… 설마 조금씩 강해지는 거야?”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요?”

    “왜 모르는 거야. 너희 집이잖아.”

     

    이슈타르의 투덜거림에 오크노디가 해맑게 대답했다.

     

    “파파를 만나러 가는 건 저도 처음이거든요! 이런 재밌는 집에 사는 줄 알았으면 좀 더 빨리 놀러오는 건데 정말 아쉬워요!”

    “이슈타르…”

    “모, 몰랐잖아. 몰랐으니까 물어볼 수도 있는 거잖아. 그런 쓰레기를 쳐다보는 눈으로 보지 마…”

     

    의도치 않게 쓰레기 취급을 당한 이슈타르가 허둥지둥하는 와중에도 선두에서 길을 여는 집사는 느려터진 걸음으로 학생들의 심기를 거슬렀다.

    참다못한 손오천이 뒤에서 그를 재촉했다.

     

    “거 조금 더 빨리 가면 안 되나?”

    “잊으셨나보군요. 저는 안내를 맡은 안내인 겸 집사입니다. 저택의 집사는 방문자의 역량을 시험할 의무가 있죠. 층의 시험과는 별개로 여러분이 적정실력을 지녔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집사의 시험을 병행하여 치르고 있는 셈입니다.”

     

    빠르게 일직선으로 주파하면 층의 난이도가 오르기 전에 가볍게 통과할 수 있겠지만 안내인은 의도적으로 일정수준까지 난이도가 오르도록 방임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하기야 그들이 생각하기에도 아직은 버티는 것을 넘어서 덤벼드는 목각인형을 휙휙 집어던지고도 남을 정도로 여력이 넘쳤다.

     

    “질문이 있어. 혹시 무기를 빼앗아도 되나?”

    “한번 해보십시오.”

     

    헤스티아는 망설이지 않고 목각인형 하나의 손에 들린 대검을 빼앗았다.

    대검을 빼앗긴 목각인형의 색깔이 갑자기 시뻘겋게 변하였다.

     

    쾅!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어 헤스티아를 덮치는 목각인형에 놀란 헤스티아가 망치를 휘둘렀다.

    쾅 소리와 함께 박살 나는 인형.

    나무가 아니라 쇠로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귀가 울리는 충격음과 함께 인형이 박살났다.

     

    “보다시피 무기를 빼앗긴 인형은 광폭화를 일으키는 기믹이 숨어있습니다.”

    “빼앗은 무기의 소유권은?”

    “원한다면 가지셔도 무방합니다. 다른 기믹을 감당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

     

    헤스티아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대검을 내려놓았다.

     

    “왜 내려놨어?”

    “우린 오크노디의 친구로 초대받은 입장이야. 초대받은 사람이 저택의 물건을 멋대로 훔쳐 가면 집안사람들이 가만 있을 리 없잖아.”

     

    헤스티아의 지극히 상식적인 지적에 내심 저 정도면 힘으로 훔쳐도 되겠는데 싶었던 학생들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남의 집에 쳐들어가서 집안 살림을 훔치고 당당하게 들고 나가는 것은 친구도 손님도 아니었다.

    헤스티아의 말에 뒤늦게 눈치를 보던 아카디아와 지젤이 슬쩍한 무기를 우르르 바닥에 풀었다.

     

    “그 잠깐 사이에 목각인형을 얼마나 쓰러뜨린 거야?”

    “정확히는 쓰러뜨린 목각인형들을 먼저 부수고 훔친 무기입니다.”

     

    지젤이 자신의 사업방법을 밝히며 손을 털었다.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던 용사도 슬쩍 했던 무기를 내려놓았다.

     

    “너는 성검 같은 사기무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렇게 남의 무기가 가지고 싶냐?”

    “…강화재료로 챙겼을 뿐이야. 잘 하면 될 수 있을 줄 알았다고.”

     

    조명대의 강화조건이 생각보다 자비롭던 것을 기억하던 이슈타르는 이곳의 철검을 훔쳐도 성검강화에 써먹을 수 있지 않을지 기대했었다.

    물론 RPG 게임의 용사라는 족속들이 남의 집에 들이닥쳐서 아이템을 털고 세계평화를 위한 징발이라는 핑계를 대며 당당하게 합리화를 하는 편이라고 해도 친구 집 물건을 터는 건 좀 아니었다.

    물욕을 내려놓은 일행은 덤벼드는 목각인형만 쓰러뜨렸고 마지막에는 나름 합을 주고받거나 접근하면 성가심을 느낄 정도로 목각인형도 강해졌다.

     

    “10분쯤 더 지나면 얼마나 더 강해질지 궁금하기도 하네. 겪어보고 싶지는 않지만.”

     

    호기심 반 두려움 반의 가능성을 접어둔 채 모두는 층을 계속해서 올랐다.

    목각인형의 다음은 무려 화살피하기.

    점점 빠르게 날아드는 화살을 속 터지는 속도로 느릿느릿 걸어서 다 통과해야만 했다.

    화살피하기 다음은 갑자기 바닥이 덜컹 개방되어 아래층과 이어지는 함정룸.

    시간이 지날수록 함정이 개방되는 속도와 빨라지고 개방되는 칸수가 늘어나는 트랩룸이었다.

     

    “뭔가 재밌는데?”

    “훈련도 되고.”

     

    가끔 놀러오면 좋지 않을까 싶어질 정도로 층을 오르는 재미가 있는 저택!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급반 학생들도 이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견적을 낼 수 있게 되었다.

     

    “집사가 요구하는 시간을 버티는 건 그렇게 어렵지가 않은데?”

    “이거 작정하고 버티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소위 말하는 고인물의 도전욕구, 강자의 호승심을 자극하는 구조에 자극받은 학생들!

    지고쿠는 가장 먼저 스위치에 불이 붙었다.

     

    ━━━

    이사장의 저택

    9F – 과녁의 층

    ━━━

     

    “이곳은 과녁의 층입니다. 멀리서 과녁이 조금씩 다가오는데 간격을 허락하면 자동으로 폭발하는 폭발과녁입니다. 사격에 필요한 장비는 층의 입구에서 대여하고 출구에서 회수합니다.”

     

    방아쇠 누름 증후군을 앓고 있는 진성 트리거해피 지고쿠에게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유혹!

     

    탕탕탕!

     

    집사의 말을 듣자마자 총을 집어든 지고쿠는 무서운 기세로 다가오는 과녁을 펑펑 터뜨렸다.

    선두를 앞장서려던 집사조차 당황할 정도로 빠르고 정확한 속도였다.

     

    “쏜다. 쏜다! 탄환은 계속 보급되고 표적도 무한! 쏜다! 갸하하! 여긴 완전 천국이잖아!”

     

    출구에 도착한 지고쿠는 남들이 다 지나갈 때에도 후미를 지켰다.

    참다못한 집사가 한 마디를 했다.

     

    “언제까지 거기서 총만 쏘고 계실 겁니까? 두고 갑니다?”

    “난 여기서 살 거야. 오늘부터 여기가 내 집이야.”

     

    지젤이 진지하게 우려를 표했다.

     

    “재단의 숨겨진 함정에 당해서 정신오염이라도 당한 거 아닙니까?”

    “그냥 총이 쏘고 싶었던 거겠죠! 기능경험치를 잔뜩 올릴 기회를 만나서 신이 난 마음은 알겠지만 지금은 참아주세요. 파파가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걸요!”

    “으으. 오크노디 네 부탁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나중에 꼭 다시 올 수 있게 해주기로 약속해.”

    “집사아저씨. 돼요?”

    “후우. 식사를 마친 뒤라면 가능합니다. 손님으로서 주어진 의무이자 지령은 식사자리에 참석할 것. 이것 하나뿐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고쿠는 장난감 코너에서 엄마 손에 잡혀서 끌려가는 아이처럼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질질 끌려 따라갔다.

    체구만 보면 자신이 애를 끌고 가야 할 양반이 어린애인 오크노디에게 끌려가는 꼴이었지만.

     

    “킥킥. 오크노디가 더 어른 같아.”

    “티토소가한테 그런 말 들을 정도면 말 다했네.”

    “뭐어? 즈앙. 나한테 한 소리 듣는 게 머가 어떻다고 그래?”

    “무해한 다람쥐한테 신발을 물린 느낌?”

    “으으으. 물어버린다!?”

    “그런데 이걸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거야? 내 눈에는… 병사양성소처럼만 보이는데.”

     

    훈훈했던 분위기도 잠시.

    북부대공녀 아이린의 혹한처럼 차가운 한 마디에 분위기는 차갑게 식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다음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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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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