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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1

       하룻밤 사이에 만들어졌다곤 믿을 수 없는 크기의 개미굴을 보며 백우진은 확신했다.

         

       이곳이야말로 혈교 놈들이 200년간 무림맹과 사흑련의 눈을 피해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밀 중 하나일 것이라고.

         

       “선택지가 별로 없었겠지.”

         

       혈교가 멸망할 당시의 흉흉했던 상황을 떠올리면 답이 나온다.

         

       무림맹과 사흑련의 특수부대가 중원 전역은 물론이고, 새외마저 넘나들며 혈교의 잔당들을 무참히 참살하고 다니던 상황.

         

       처음에는 단순히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땅 밑으로 파고들었을 것이다.

         

       그러다 서서히 시간이 지나고 추적의 끈이 느슨해지기 시작했을 즈음, 복수의 칼날을 갈기 시작하면서 인간을 납치해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했을 테지.

         

       “장소도 아주 적절하네.”

         

       위치선정도 탁월하다.

         

       남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산속의 땅 밑에다가 아주 깊게도 만들었다.

         

       흙은 그 자체로 생명의 보고이기에 어느 정도 지하 공간의 기척을 숨겨주었을 테고, 또 거기에 진법까지 덧씌웠으니 더욱 안전해진 거겠지.

         

       “분명히 몇 개 더 있다, 이거.”

         

       남들 몰래 일 벌이기에 탁월한 시설을 놈들이 하나만 운영했을 리가 없다.

         

       모르긴 몰라도 지역마다 최소 하나 이상은 존재하지 않을까.

         

       그리하여 백우진은 곧장 인근 마을로 달려가 하오문주에게 서찰을 적어 보냈다.

         

       땅을 팠더니 혈교의 비밀 기지가 나왔다고, 지금부터 땅 밑을 샅샅이 살펴야 한다고.

         

       …물론 서찰이 남의 손에 들어가는 위험천만한 상황을 대비해 조금 어렵게 쓰기는 했지만, 하오문주쯤 되는 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문주님께서 서찰에 적어두신 말의 의미를 모르시겠다고….”

         

       그 뒤에 들른 마을에서 맞이한 하오문도가 그리 말하더라.

         

       자신이 어렵게 적은 건지, 아니면 하오문주를 너무 과대평가한 건지.

         

       어느 쪽이든 피 같은 이틀을 날려 먹은 셈.

         

       백우진은 위험을 무릅쓰고 이야기를 상세히 풀어 쓴 뒤, 그나마 무공 수위가 가장 높아 보이는 하오문도에게 서찰을 맡기며 조심해서 전달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그렇게 새로운 서찰이 전달되고서 하루 뒤부터 본격적인 수색이 시작되었다.

         

       다만 그러한 탐색이 곧장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아무렴 탐색 범위를 지상에서 지하까지 늘리는 일인데, 바로 효과를 볼 수 있을 리가.

         

       백우진이 부지런히 길을 옮기며 눈에 보이는 족족 혈교의 무리를 해치우며 나아가 섬서에 다다랐을 즈음.

         

       “역시 하나만 있는 게 아니었구나.”

         

       사천의 어느 깊은 산속에서 자신이 말한 개미굴을 발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비교적 무력이 약한 하오문의 손으로 처리하기엔 무리가 따르는 상황.

         

       하는 수 없이 백우진은 다른 이에게 도움을 청했다.

         

       [도와주십시오, 장인어른!]

         

       그가 도움을 요청한 곳은 다름 아닌 사천당가.

         

       도굉보다 앞서 장인어른이라는 말에 공격당한 그는 시간이 흘러 백우진을 사위로 인정한 상태였다.

         

       난데없는 도움 요청에 당황했으나, 그는 곧장 당가의 무인들을 이끌고 개미굴을 습격했다.

         

       한창 중원을 시끌시끌하게 만드는 혈교 무리를 잡아들일 수만 있다면 큰 공을 세우는 것과 다름없기에.

         

       최근 명성이 살짝 떨어진 당가로서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물론 공을 세우는 일이 아니라고 해도 그들은 받아들였을 것이다.

         

       백우진은 그들에게 있어 더없이 큰 은인임과 동시에 가족이니까.

         

       혈족 중심의 세가에서 가족을 빼면 무엇이 남겠는가?

         

       “일단 한 가지는 해결했고….”

         

       화경의 고수가 직접 나선 덕분에 일은 아주 손쉽게 해결되었다.

         

       동시에 무림맹, 사흑련에서도 무인들을 풀어 지역을 수색하기 시작하면서 탐색의 범위가 크게 넓어지고, 밀도 또한 높아졌다고 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였다.

         

       ‘놈들을 점점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땅 밑에 마련해둔 주요 시설이 벌써 두 곳이나 발각되었다.

         

       거기에 더해 하오문을 필두로 무림맹과 사흑련이, 명성을 떨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무인들과 중소방파가 속속들이 합류하고 있는 상황.

         

       이 정도면 놈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정말 멀지 않았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도 무는 법.

         

       물론 지난 200년간 그들이 중원 전역에 숨겨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기에 단언할 수는 없지만, 서서히 숨통을 조여가고 있음은 확실하다.

         

       슬슬 숨이 부족해질 즈음이면 깨달을 것이다.

         

       이대로 있다간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전부 죽게 될 거라고.

         

       그리고 그때가 바로 혈교가 웅크리고 있던 몸을 일으켜 본격적인 전쟁에 돌입할 때일 터.

         

       “빨리 돌아가야겠네.”

         

       슬슬 대비해야 한다.

         

       전쟁에서 살아남는 건 강한 자가 아니라, 준비된 자다.

         

       제아무리 고강한 경지라고 해도 눈먼 화살에 목숨을 빼앗기는 비정한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원들의 정신을 단단히 무장시킬 필요가 있다.

         

       당장에라도 학관으로 돌아가고 싶었으나, 그 전에 할 일이 있다.

         

       섬서백가.

         

       든든한 울타리였음과 동시에 그보다 더 단단한 족쇄였던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어서 오십시오, 도련님!”

       “무사 귀환을 감축드립니다!”

         

       대문을 지키고 선 무사들의 환대가 자신의 달라진 위세를 실감케 한다.

         

       예전 같았으면 명목상으로 이루어지는 목례나 포권 정도에 그쳤을 텐데.

         

       그것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어쩔 수 없는 욕심이란 게 있다.

         

       더 강한 이, 더 잘난 이와 깊은 연을 맺고 싶고, 또 줄을 대고 싶은 마음이야 누군들 다를까.

         

       본성을 욕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오히려 그들을 이해한다.

         

       다만.

         

       ‘정이 없어요, 정이.’

         

       가족으로서는 받아들이기 더 힘들어졌을 뿐.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세상 모두가 등을 돌려도 오히려 더 따뜻하게 품어줘야 하는 것이 가족이란 존재 아닌가.

         

       가장 작디작은 사회의 한 구성체이자, 오롯이 내 편으로 존재해야 할 곳에서 같은 이유로 배척당하는 고통은 당해보지 않은 이는 모른다.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또 괴로운 일인지.

         

       다시 한번 마음을 굳힌 백우진은 얼마 안 있어 부리나케 달려와 자신을 환대하는 외총관을 향해 물었다.

         

       “아버지는 어디 계십니까.”

         

       일단 명목상으로는 아비인 백영학과의 재회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 * *

         

         

       최근 급변하는 분위기를, 달라진 공기를 온몸으로 체감한다.

         

       섬서백가의 명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제 아비부터 자신에 이르기까지 가문의 명성은 꾸준히 증가해온 추세이기는 했으나, 지금의 분위기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금까지는 가문의 성세를 부풀리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도모하며 얼굴을 비추는 것으로 이름을 알렸다면, 지금은 한 사람이 보인 압도적인 무위가, 의기 넘치는 행동이 그들의 이름을 더 높은 곳으로 띄우고 있다.

         

       “자식 농사 하나는 기가 막히게 지으셨구려, 하하핫!”

       “…….”

         

       반쪽짜리 성공이었던 자식 농사가 갑자기 대풍년으로 바뀌었다.

         

       가문을 위해 희생시킨 덜 아픈 손가락이 별안간 대성하더니, 이제는 제 형을 뛰어넘는 것으로도 모자라 정파의, 아니, 무림 최고의 후기지수가 되었다.

         

       “약소하지만 내 작은 성의니 받아주시오.”

       “섬서백가와 함께 사업을 하나 하고 싶은데…, 혹 생각 없으시오?”

         

       섬서백가와 연결 고리를 만들고자 하는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발길이 끊이지는 않는 곳이었으나, 이렇게까지 성황이었던 적은 없었건만.

         

       기실 그들은 섬서백가와 연을 맺기 위해 찾은 게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한창 중원 전역으로 폭발적인 명성을 등에 업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백우진이라는 이름 석 자의 가장 머리에 달린 것이 ‘백’ 씨이기에 찾아왔을 뿐.

         

       가문 내외의 대소사를 처리하고, 객당에 가득한 손님들과 마주 앉아 웃고 떠들기를 몇 시진.

         

       마침내 저녁을 맞이한 그는 피로해진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이것이 무가로서 나아가야 할 본연의 성장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 올린 가문의 명성은 무가(武家)로서가 아닌, 단순히 혈족 중심의 사업체로서 떨친 명성이 아니었나 하는.

         

       아마 맞을 것이다.

         

       은연중에 그것을 깨닫고 있었기에 더욱 자식의 성공에 열을 올렸을 것이다.

         

       자신은 하늘에 다다르지 못했으니, 자식이라도 다다랐으면 하는 마음을 품은 것일 테지.

         

       결국 무가가 하늘에 닿기 위해 지녀야 할 것은 무력이기에.

         

       ‘하늘에…, 닿고 있다.’

         

       정파에 속한 무가가 칭하는 하늘이란 오대 세가를 뜻한다.

         

       구파일방과 함께 정파 무림을 양분하고 있는 다섯 개의 거대한 가문.

         

       쭉 뻗은 손끝으로 그들의 몸에서 풀려나온 실오라기 한 가닥의 감촉이 전해진다.

         

       꾸준히 그들의 뒤를 쫓고 있음에도 좀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던 그들이 이제는 한 번만 더 힘껏 도약하면 온몸으로 붙잡아 함께 땅을 뒹굴 정도로 가까워졌다.

         

       덕분에 세간에서는 오대 세가의 이름을 육대 세가로 바꿔야 한다, 오대 세가의 일좌를 차지하고 있는 모용세가나 당가가 떨어져 나가고 그 자리를 섬서백가가 차지해야 한다는 등.

         

       많은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

         

       백영학은 그것이 기꺼우면서도 마냥 기뻐하지는 못했다.

         

       분명 이러한 상황은 지금껏 자신이 평생을 바쳐 쌓아 올린 가문의 성세 또한 한 몫 했겠으나,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어낸 것은 자신이 아닌, 자신이 외면한 자식이었기에.

         

       그는 감고 있던 눈을 떠 제 앞에 앉아 담담한 표정으로 차를 들이켜는 자식을 바라보았다.

         

       눈앞에 있음에도 어느 정도의 성취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제 아들이 자신의 경지를 훌쩍 뛰어넘어 가문 내 최고의 고수가 되었다는 뜻.

         

       달리 말하면 가문 내에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손에 쥘 수 있게 되었다는 뜻과도 일맥상통한다.

         

       앞서 말했듯, 결국 무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력이기에.

         

       제가 낳은 자식이나, 어린 시절 이후로 크게 알고자 하지 않아 잘 모르는, 그리고 이제는 더 모르게 되어버린 자식을 향해 그가 입을 열었다.

         

       “깊은 밤중에 찾아온 이유가 무엇이냐.”

         

       애써 무덤덤한 척하며 내던진 말에 가문 전체를 뒤흔드는 벽력탄급 발언이 떨어졌다.

         

       “사파의 여식과 혼인하게 되었습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_ _)

    원래는 아무리 늦어도 오후 1~2시 내에는 연재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막혀버리는 바람에 너무 늦었네요.

    다음부터는 이렇게 늦을 때도 짧은 공지로나마 말씀드릴 수 있도록 더 세심하게 신경 쓰겠습니다.

    새벽중으로 또 써서 연재 이어가도록 하겠읍니다.

    그럼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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