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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1

    <311 – 이사장의 만찬>

     

    지적을 받기 전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모두에게 즐거운 훈련테마파크처럼 보였던 이사장의 저택도 실제로는 군사훈련시설이나 다름없다.

    즐거운 마음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기대도 흥분도 남지 않았다.

    학생들의 머릿속에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어린 나이에 외부와 격리된 섬에 끌려오는 아이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위험해지는 각 층에서 일정시간 동안 살아남기를 강요당한다.

    실력이 부족하고 재능이 부족한 아이들은 죽는다.

    살아남은 아이들은 간신히 목숨을 건지지만 그것도 잠시.

    생존일자가 늘어날수록 다음에 투입되는 시간은 점점 더 길어진다.

    가혹한 훈련에 살아남은 아이들의 숫자가 한 자릿수로 전락한 뒤에야 훈련은 끝나고 남은 이들이 재단의 장학생으로, 혹은 메이드와 예비집사로 선별된다.

    이곳은 그런 가혹한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장소일지도 모른다.

     

    “오크노디는 이곳에 처음 왔다고 했지?”

    “넹!”

     

    그럼 여기보다 더 심한 시설도 세계 어딘가에는 존재한다는 거네.

    이사벨이 차마 꺼내지 못한 말은 모두가 속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불쌍한 녀석.

     

    “오크노디… 기분이 좋아지는 조명 켜줄까?”

    “야. 총 쏴볼래?”

    “상인들은 돈주머니를 만지면 기분이 좋아지고는 합니다. 원한다면 금화주머니를 빌려드리죠.”

     

    물론 영문 모를 친절을 받는 당사자는 마냥 행복함에 겨워하며 뭐든지 전부 좋다고 받았다.

     

     

    * *

     

     

    ━━━

    이사장의 저택

    20F – 특수 플로어 : 식당

    ━━━

     

    살풍경한 훈련시설들만 보아왔던 이들이 마침내 훈련시설에서 해방되었다.

    정작 학생들의 표정은 어둡고 심각해졌다.

    장소가 어디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 무엇이 기다리고 있느냐가 중요했다.

    시설의 끔찍함을 생각하던 이들의 발상은 어느덧 이 모든 설비를 만들어낸 장본인에게 닿았다.

    오크노디의 파파.

    재단의 이사장.

    그는 대체 어떤 존재일까.

    얼마나 위험한 존재일까.

    그런 자와 만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생각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위험하게만 느껴졌다.

     

    “사형장에 제 발로 향하는 기분이야.”

     

    즈앙의 불평에 손오천이 금방이라도 체할 것 같은 표정으로 식당 문앞에서 망설였다.

    그 꼴을 보고 비웃을 줄 알았던 안내역의 집사조차도 잔뜩 긴장한 기색으로 옷에 구김은 없는지, 무언가 실수는 없는지 점검을 가진 후에 노크를 했다.

     

    “수석장학생 오크노디 님과 친구 분들을 식당으로 모셨습니다.”

    “들어오라 하십시오.”

     

    들려오는 목소리는 뜻밖에도 산뜻하고 시원시원한 젊은 남성의 목소리였다.

     

    기다란 연회용 테이블.

    자리마다 앞에 놓인 식기들.

     

    지젤의 가느다란 실눈은 빠르게 이사장에 대한 정보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고급정장의 형상을 띠고 있지만 몸에 두른 옷은 겹치고 겹친 마나반응을 다 검출하기도 힘들어서 눈이 부실 정도의 대마력을 지닌 마갑의 일종.

    저런 괴물 같은 스펙의 옷은 황실전속재단사와 대장장이의 작품이 아닌 이상에야 절대로 기성품일 수 없다.

    연갈색의 머리카락과 단정하게 다듬은 눈썹은 미용을 돕는 사용인의 존재를 알린다.

    연회테이블을 가득 채울 음식을 이런 외딴 섬에서 공수할 수 있다면 전속요리사도 있겠지.

    암살자가 노리기 가장 좋은 직업 3위 내에 드는 의상사, 미용사, 요리사를 모두 거느리고 있다.

    대리인이 아닌 본인일 확률이 더욱 높아졌다.

    무엇보다도 등장 이래 단 한 번도 얼굴에서 가시지 않는 웃음이 그의 여유를 반증한다.

     

    ‘친절함을 위한 미소가 아니야.’

     

    동물은 먹이를 보면 웃는다.

    저 남자의 웃음도 동물과 다르지 않다.

    물리적인 먹이로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도 자신의 가학심, 어떠한 정신적 욕구를 충족시킬 기대감에 웃는 것이다.

     

    “모두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제일 와이히엠하이. 사회에서 큰일을 하는 여러분들의 가문이나 후견세력에 견줄 정도는 아니지만 조촐하게 작은 재단 하나를 경영하고 있는 와이히엠하이 재단창립자 겸 재단이사장입니다.”

     

    막대한 힘을 지녔기에 자신을 과시하지 않고 낮춘다.

    방심하기보단 남을 방심시키는 유형의 인간이다.

    권력을 극도로 음험하게 다루는 부류다.

     

    “하고 싶은 말이나 묻고 싶은 말은 많으리라 생각하지만 우선은 먼 길 오느라 고생이 많았을 터. 배부터 채우고 보죠.”

     

    요리사들이 갓 요리한 음식들을 메이드들이 줄줄이 내어왔다.

    집사들은 고급스러운 병 속에서 찰랑거리는 와인을 얼음물에 담가 가져왔다.

    뜨거운 요리와 차가운 와인.

    웃음으로 일관하는 이사장과 극도의 긴장감에 일거수일투족을 주의하는 사용인들의 태도가 대비되어 더욱 꺼림칙하고 섬뜩한 자리.

    오직 이사장과 오크노디만이 사람 좋게 웃는 만찬이 시작되었다.

     

    [기니피그 통구이]

    [원산지 – 남부도시국가연맹(아머리 공국산)]

    [추정요리 기능 300 이상]

    [보조요리기능 – 재료감별, 재료숙성, 양념, 굽기]

    [특수효과 – 잡내제거, 양념숙성, 육즙보존, 참숯향기, 원기충전]

     

    작은 돼지구이 하나에도 수일에 걸친 숙성과 진귀한 재료를 이용한 양념, 속을 꽉 채운 맛과 향, 입안을 감도는 즐거움이 기본으로 깔려있다.

    종류는 많지만 어느 요리도 허투루 만든 것이 없으며 모두 먹는 이를 즐겁게 만들었다.

     

    “시벌. 이거 뭐 최후의 만찬이냐? 더럽게 맛있네.”

    “바보. 입으로 말하지 마.”

    “윽.”

     

    손오천의 눈치 없는 한 마디에 이사벨이 옆에서 발을 꾹 밟았다.

    이사장이 와하하 웃으며 짐짓 너그럽게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저는 사형수를 떠나보낼 때 달콤한 요리보다는 인생의 쓰디쓴 교훈을 맛보게 하는 걸 즐기는 편입니다.”

    “죽일 작정이었으면 고문풀코스로 대접했을 거라는 뜻이네.”

    “하하하.”

     

    그렇게 들려도 무방한 소리 아니냐는 즈앙의 빈정거림에도 이사장은 사람 좋게 웃었다.

    결코 즈앙의 말이 틀렸다고 정정은 하지 않는 점에 오싹함을 느낀 몇 명이 눈치를 보며 입으로 옮기던 요리를 슬그머니 내려놓았다.

     

    “다들 입맛 없어요?”

     

    오크노디는 그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았다.

    행복해 죽겠다는 얼굴로 접시를 쥔 손이 떨어질 줄을 몰랐다.

    재주도 좋게 고기를 크게 물어뜯고 뼈만 남기고 살을 한 입에 쏙 흡입했다.

    가시가 많은 생선요리도 암흑마나를 이용해 뼈만 일으켜 세우고는 살만 욤뇸뇸 먹어치웠다.

    복스러운 수준을 넘어서 진기명기에 가까운 포식의 재주!

     

    ‘확실히 강자들은 달라도 뭔가 다르군요. 이 숨막히는 분위기 속에서 묵묵히 한 그릇은 비우다니.’

     

    지젤은 괜히 오기가 들어서 내려놓았던 식기를 다시 집어들었다.

    식사를 하면 절대로 음식을 남기지 않는 오크노디의 식습관을 곁에서 지켜본 것도 그의 결단에 분명 한몫 했으리라.

    어쩌면 그 용기를 낸 것이야말로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여러분은 무상의 호의를 받는 것이 부담스러우신가보군요. 하기야 아카데미의 식당도 포인트를 받고 바깥세상에서도 화폐를 받는데 딸의 친구라는 신분만으로 공짜 밥을 먹는 것은 사회상식에 어긋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죠.”

     

    이사장은 마나보드 하나를 꺼내들었다.

     

    “아카데미의 포인트를 본딴 승선포인트는 제게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물건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목적은 지니고 있죠. 제 초대를 받은 손님이 어떤 기호를 지니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포인트를 모으는지를 통해 한 사람의 생존방식을 수집합니다.”

     

    마나보드 위로 익숙한 얼굴들이 떠올랐다.

    오크노디. 이슈타르. 아이린.

    모두 크루즈선에 탑승했던 학생들의 얼굴이었다.

     

    “아이린양의 식사주기는 하루 2회. 양이 적고 맛이 없어도 고칼로리가 보장되는 북부인 특유의 생존을 위한 식사관이 돋보이는군요.”

    “!”

    “주요 포인트 수입원은 인질교환. 전장에 익숙한 종군마법사답게 군의 방식을 즐겨 쓰는군요. 나이에 맞지 않는 의젓함이 보이는 훌륭한 인생관이었습니다.”

     

    배에서 보낸 시간으로 자신의 인생이 읽혔다.

    아이린의 얼굴에 감출 수 없는 꺼림칙함이 일어나는 사이, 이번에는 다른 이의 이름이 불렸다.

     

    “헤스티아양의 식사주기는 하루 5회. 종류불문 기회가 되는 대로 많은 양의 식사를 하며 북부대공녀와는 다른 야생의 식사관을 보여주었습니다.”

    “…”

    “주요 포인트 수입원은 훈련시설에서의 기록달성 및 실력에 자신이 있는 승무원과의 대련에서의 승리. 타인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인생을 살아가는 업으로 삼은 용병다운 훌륭한 인생관입니다.”

     

    말하지는 않아도 이 자리에 참석한 다른 이들도, 어쩌면 참석하지 않은 나머지 학생들도 모두 이런 식으로 정보를 뽑히고 정리가 되었을 것이 명백했다.

    기프트 아카데미의 교사가 학생의 정보를 추려내고 평가하는 것은 성적을 매기고 진급과 진학, 졸업을 결정짓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이사장이 제 딸의 친구들의 정보를 추려내고 평가하는 것은 무엇을 목적으로 행하는 걸까.

     

    “이처럼 저는 제 딸아이의 교우관계에 무척이나 관심이 많답니다. 그러니 저택을 떠나는 그날까지 식사를 하고 싶으신 분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사소해도 좋고 진귀해도 좋습니다. 그에 상응하는 음식을 답례로 드리겠습니다. 물론 제 아이와 관련된 이야기라면 더 좋을 겁니다.”

     

    겉으로 보기엔 자식에게 무척이나 관심이 많아 보이는 잘생긴 젊은 부모님의 오지랖이다.

    그러나 발언의 진의, 속을 헤아리려고 들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섬뜩한 기분만을 주는 발언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자식에게 관심이 많은 부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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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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