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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1

       

       

       『저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정말 많은 고민을 했어요.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대동아공영회의 계획에는 수많은 희생이 따릅니다.』 

       『그렇지요.』

       

       나는 적당히 대꾸하며 생각했다. 당장 내가 알고있는 것만 해도. 령자폭탄이니 마수화니, 인간을 죽이거나 괴물로 만들어 전쟁에 써먹으려는 계획들이었으니.

       

       요까이찌 교수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안타깝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되어서는 안 돼요. 정말 안타깝습니다. 어째서, 어째서 그런 희생이 있어야만 하는가. 모두를 지킬 수는 없는 것인가— 으흑.』

       『아니, 왜 울어요.』 

       『요요 센세! 울지 말고…… 여기 지리가미.』

       

       양복자가 티슈를 건네주었고, 요까이찌 교수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하지만, 예.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는 것은, 결국은 필요악으로써 존재합니다. 저도 입회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해요. 하지만 여러분보다는 조금 더 알고 있어요. 제가 대동아공영회를 위해 힘쓰는 것은, 단순 일본만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저는, 그보다 더, 인류의— 흑!』

       『우왓, 콧물 나온다! 센세, 흥!』

       『푸응!』

       

       양복자가 건네준 지리가미로 코를 푸는 요까이찌 교수. 한장 더 받아 눈물을 닦고 나서야 조금 진정되었는지 다시 말했다.

       

       『……아, 고마워요. 이제 좋아졌습니다. 술을 마시면, 이렇게 감성적이 되어버려서……』

       『괜찮아요. 계속 말씀하세요.』  

       『예. 아무튼, 그렇다고는 해도, 예. 대동아공영회의 그것은, 제가 바라는 이상과는 많이 다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도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만, 끅! 히끅! 물, 물을 좀 마시고……』

       

       요까이찌 교수는 자신의 앞에 놓인 잔을 들어 벌컥벌컥 들이켰다. 양복자가 화들짝 놀랐다.

       

       『요요 센세! 그거 물이 아니라 술—』

       『크으. 그래도, 저는, 이 길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최악을 피하기 위한, 차악이라고도 할 수도 있겠지요…… 그 이상은, 말해주기 곤란합니다…… 여러분을 위해서……』

       

       그렇게 말하는 요까이찌 교수는 이미 혀가 꼬이고 눈이 풀렸다. 양복자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거짓말은 아니라는 건가. 

       

       ‘신기하네.’

       

       우리를 거짓말로 속이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하는 말을 들으면 기본적으로 선한 사람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진심으로 대동아공영회의 계획이 옳다고 생각하는 건가. 아니, 차악 어쩌고 했지. 옳지는 않지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내가 모르는 뭔가를 알고 있기에, 그런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그게 뭘까. 좀 더 자세히 물어보면…… 아니야.’

       

       여기서 더 캐보는 것은 무리겠지. 상태창으로 확인해봐도 그렇고, 겉으로 봐도 이미 비몽사몽해서 말도 두서없이 꺼내는 만취 상태다. 그런 상태에서도,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비밀만큼은 결코 말해주지 않는 것이다.  

       

       ‘어차피 대동아공영회의 정식 회원이 되면, 자연스레 알게 될 정보야.’ 

       

       대동아공영회의 비밀에 대해 억지로 더 물어보다간 오히려 의심을 사고, 서로간의 신뢰만 깨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거 하나만 더 물어보자.’

       

       『그건 그렇고, 요까이찌 선생.』

       『으부. 부……』 

       

       아니, 완전히 맛이 갔네. 마지막에 물인 줄 알고 도수 높은 술을 원샷한 것이 치명타였던 모양이었다. 

       

       『옆에 있는 섬 말인데요. 서봉도(西棒島).』

       『으에, 제모탑(制帽塔)……? 제복의 모자로 만든 탑……?』 

       『아뇨. 여기 동검도 옆에 있는 서봉도 말예요.』 

       

       요까이찌 교수는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으아. 거기. 응. 선배 교수들한테 들었어. 들었어요.』  

       

       아까 낮에 물었을 때 잘 모른다고 했던 것은 역시 거짓말이었구나. 나는 요까이찌 교수에게 재차 물었다. 

       

       『뭐라고 들었어요?』 

       『들었습니다. 무서운, 무서운 게 있다고, 위험하니까, 절대 가지 말라고……. 그 섬에는! 절대 가지, 말라고…… 당부를 들었으니까…… 끅!』 

       『아니. 대체 뭐가 있길래 그래요?』 

       

       내 질문에, 요까이찌 교수는 마치 무서운 것이라도 본 것처럼, 두 팔로 자신의 몸을 감싸고는 오들오들 떨며 말했다. 

       

       『그건, 여러분들이 알면, 알면 안 됩니다. 저는, 여러분들을 담당하고 있는, 지도교수로서, 무엇보다 여러분들의 안전을…… 그러니…… 여러분들도, 어디까지나…… 성실한 생도로서……』

       

       그렇게 말이 점점 줄어들더니, 이내 잠들어버리는 요까이찌 교수.  

       

       『선생! 선생!』

       

       얼굴을 찰싹찰싹 때려봐도 반응이 없다. 완전히 골아떨어졌다. 양복자는 요까이찌 교수를 부축하며 말했다.

       

       “진짜 오소로시이한 것이 있는 모양이야! 하는 말도 진심이고, 부루부루 떨면서 무서워하는게 느껴지던 걸!” 

       “흐음.” 

       “우리더러 걱정되니까 가지 말라는 것도 진심인 것 같고. 네에, 어떡할래?” 

       “그야,”

       

       “안 가볼 수 없지. 지도에서 이름이 지워진, 무슨무슨 연구소라니까 또 무슨 괴물을 만들고 있는 곳인게 뻔하잖아.” 

       

       내 말을 들은 송병오가 흥분해서 외쳤다.

       

       “사보타주할 셈인가! 저번 반딧불이 마약 때처럼!” 

       “뭐…… 그건 아니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사보타주하는 건 이번엔 무리겠지. 저 섬에 있는 연구소가 파괴되면, 학교 교수들은 당연히 이곳에 있는 우리부터 의심할테니까.”

       “으음! 그것도 그렇네 그려! 그러면……?”

       

       나는 쉿, 하듯이 손가락 하나를 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 몰래 갔다오자. 들키지 않는 선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야. 저번처럼 괴물이나 이상한 약을 만들어내는 기계가 있다면, 몰래 기계를 조금 망가트리고 온다던지.” 

       “옳아!”

       “이꾸이꾸!” 

       

       아이까와와 무라사끼 녀석에게 통역을 마친 양복자가 나에게 말했다. 

       

       “그런데 요요 센세 말야, 여기 그냥 두고 가면 히도이요! 적어도 숙소에는 옮겨 놓는게 도오까나? 그게 더 안전하고.” 

       

       생각해보니 그게 낫겠다. 나는 송병오와 함께 요까이찌 교수를 부축하며 숙소의 침상 위에 눕혀놓고, 다시 한 번 요까이찌 교수의 상태를 확인했다. 

       

        [K-HUNTER’S STATUS SYSTEM ver.3.2.2]

        [유저 정보]

        성명 八日市洋一(요까이찌 요오이찌)

        연령 만 23세

        마력 F급

        각성 영매/E급

           마력주입/S급

        상태 만취·숙면 

        [▷메인 화면]

       

       좋아. 술에 만땅 취해서 일어날 기미조차 없다. 이 정도면 안심이다. 그렇게 요까이찌 교수가 세상 모르고 잠든 사이, 우리는 숙소 바로 앞의 선착장으로 향했다. 

       

       올 때 타고온 모터보트를 묶은 줄을 풀자 송병오가 기겁했다.

       

       “모다 뽀트를 탈 셈인가? 교수가 깰 걸세!”  

       “흐흥! 시끄럽게 엔진을 켤 필요는 없쟝!” 

       

       배 뒤쪽으로 선풍기같이 튀어나온 스크류를 양복자가 염동력으로 돌리자, 찰박찰박하는 정도의 소음만 내며 물 위로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모터보트.

       

       “쟈쟌—! 이른바 도미꼬 엔진!” 

        

       애당초 거리가 멀지 않았기에, 서봉도는 금방 가까워져 왔다. 점점 가까워지는 서봉도를 보며 송병오 녀석이 외쳤다. 

       

       “마치 상륙작전 같군!”

       “저기! 선착장이 있어! 저기에 배를 대자!”

       

       마침내 서봉도 한켠의 선착장에 닿은 우리는, 모터보트를 부두의 말뚝에 밧줄로 단단히 묶었다. 송병오 녀석이 말했다.

       

       “헌데, 이곳 선착장을 보게. 다 낡아빠진 것이, 과연 이 섬에 사람이 있기는 있겠나?” 

       

       녀석의 말대로, 선착장이라고는 했지만 다른 배도 없고, 그저 옛날부터 방치되어있던 나루터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나는 별빛에 지도를 비춰보며 말했다. 

       

       “지도를 보니 이쪽은 옛날에 어민들이 이용하던 곳이고. 섬 서쪽에는 큰 배를 댈 수 있는 제대로 된 선착장이 있는 모양이야.” 

       “그렇구만!”

       

       『자, 그러면.』

       

       나는 일본어로 말을 시작했다. 이제 엿들을 요까이찌 교수도 없고, 분대원 모두가 한번에 알아들을 수 있게 일본어로 얘기하는 것이다. 

       

       『지도를 보면 연구소는 산 중턱에 있어. 여기서 바로 가는 등산로는 없는데……』

       『길 따위는 필요 없다!』

       『무라사끼 녀석의 말이 맞아. 빙 돌아갈 것 없이, 여기서 숲을 통과해 직선거리로 가자.』

       

       우리는 낙엽 쌓인 울창한 숲 속으로 들어갔다. 매미가 울던 낮과는 달리, 풀벌레 우는 소리로 가득한 숲속. 하지만 낮과 변함없는 것이 있다면, 밤이라고 해도 꺾이지 않은 더위였다. 나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밤에도 덥네.』

       『백년 만의 더위라잖아! 아휴……』

       

       양복자도 헐떡거리며 동의했고, 그런 모습들을 보며 이유하가 말했다.

       

       『다들 힘들다면, 냉기라도 쏘이겠소?』

       『아냐. 만약을 위해 마력을 아껴둬야지.』 

       

       나는 이유하의 에어컨 제안을 거절했다. 물론 이곳에서 교전은 최대한 피할 생각이었지만, 혹시라도 이곳에서 마수나 혼종 괴물을 마주치거나 하면 어쨌든 싸워서 이겨야 했으니까.

       

       그리고 사실, 더위 정도는 별 문제가 아니었다.

         

       『다들 발 밑 조심해.』

       『응……!』

       

       산 속의 숲길이라고 해도 그리 험하지는 않았지만, 바닷가 특유의 짙은 밤안개가 내려앉아 있었다. 한치 앞도 보기 힘들 정도의 짙은 안개. 

       

       밤하늘의 별빛은 보였기에 산 속에서 길을 잃거나 할 우려는 없었지만, 전방의 시야가 방해받는다는 건 아무래도 불안을 초래하는 요소였다. 

       

       『허어……! 안개가 이리도 심하니, 뭐라도 나올 것 같군.』 

       『흥! 뭐라도 나오라고 해라! 베어버리면 그만이다!』

       『헤에! 귀신이라도 나오는 것 아닐까나?』

       『도, 도미꼬 쨩! 그런 무서운 얘기는—』

       

       그 때, 

       

       —쿠웅…… 

       —쿠웅……

       

       우리의 진행방향 앞쪽에서, 땅이 흔들리는 것이 느껴질 정도의 육중한 발걸음 소리가 안개 너머로 들려왔다.

       

       ‘마수?’

       

       —쿠웅…… 

       —쿠웅……

       

       마력은 잘 느껴지지 않았지만, 소리로 볼 때 저 정도의 육중한 질량이라면 적어도 중대형 마수다. 나는 분대원들에게 곧장 지시했다. 

       

       『천천히 뒤로 물러서.』

       

       우리는 천천히 뒤로 물러섰고, 마침 안개가 조금씩 걷히며 소리의 근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안개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것은, 높이가 3-4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무언가.

       

       ‘그럼 그렇지.’

       

       이 섬에 분명히 뭔가가 있으리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아직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대동아공영회가 만들어낸 혼종 마수같은 무언가이리라. 

       

       나는 분대원들을 힐긋 뒤돌아보며 빠르게 말했다.

       

       『다들, 어떤 마수인지 파악해. 아무리 혼종 마수라도, 기본 베이스가 되는 마수가 있어. 게다가 저거, 내 마력감지로 감지했을 때 마력량이 그리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아. 기본 베이스가 되는 마수만 알면, 약점을 파악하는 것은 쉬운—』 

       『아, 아닐세! 저, 저건……!』 

       

       송병오 녀석이 외쳤다. 내가 녀석들을 향해 잠시 시선을 돌린 사이, 뭔가를 본 듯한 얼굴이었다.

       

       녀석은 안경을 올려쓰며, 일본어로 말하는 것도 잊은 채 조선어로 외쳤다. 

       

       “자, 잘 보게! 저건 마수의 형상이 아니야! 내가 공부한 마수중에 저런 마수는 없네! 하지만, 저, 저게 무엇인지는…… 알아!”

       

       그렇게 외치는 송병오 녀석의 눈동자에는 공포가 깃들어 있었다.

       

       “아, 알고 있다고! 저건……! 공……”

       

       나도 정면을 바라보았다. 마침내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그 형체가 눈에 자세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파충류처럼 비늘로 덮인 피부에, 고개를 높이 치켜들고, 강인한 두 발로 우뚝 선 채로, 두껍고 긴 꼬리를 끌며 다가오는 저것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내 눈으로 봐도 영락없는,

       

       ‘……공룡?’

       

       공룡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공포의 짐승! 공포의 4연참(4/4)!!!

    사실 어제·오늘·내일에 걸쳐 나눠서 올릴까 했지만, 도중에 끊기가 애매해서 한번에 올렸어용!!!

    그리고, 저……

    최근 등장한 새 캐릭터 때문에 혹시나 오해가 있을 독자분이 있을지도 몰라서 노파심에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제 소설에서 주인공이 히로인들을 놔두고 남캐와 이어지는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140퍼센트의 확률’ 같은 것도 없고, ‘단 1퍼센트의 확률도 방심할 수 없습니다’같은 것도 없어요.
    그냥 절대로 없습니다. ‘그런데 짜쟌 절대라는 건 없군요’같은 것도 없어요.

    남자 주인공은 반드시 초반부터 유대를 쌓아온 히로인들과 이어져야 하며, 히로인은 당연히 여성이여야만 합니다.

    그것이 약속이니까요.

    그럼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즐거운 주말 되세용!!!!!!!!!!!

    다음화 보기


           


Gyeongseong’s Hunter Academy

Gyeongseong’s Hunter Academy

경성의 헌터 아카데미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oke up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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