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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2

       

         

        

        

        

        

        

        

       “…막내가 사라졌군요.”

        

       “어디로?”

        

       “글쎄요. 게임을 끄기라도 했나?”

        

        

        

        없던 사람이 생겨나는 곳이 있다면, 반대로 있던 사람이 없어지는 곳이 생긴다.

        

        다크 존을 통해 긴밀하게 연관된 두 개의 세계. 그러나 인게임 내에서 시행한 인디언포인트 원자력 발전소 미션은 과거에 실제로 시행되었던 작전의 양상과는 판이하게 달라졌으며, 진동폭탄은 격발되지조차 않았다.

        

        과거가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덧씌워지며, 그리하여 두 개의 세계선은 두 번째 동기화에 돌입한다 – 그러나 이 세상의 그 누구도 그 사실을 알 수 없었고, 이는 방금 전까지 유진과 함께 게임을 플레이하던 대거 팀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눈이 멀 것 같았던 빛무리가 걷히자 유진은 사라져있었다.

        

        대신-

        

        

        

       “보아하니 막내의 행방을 알려줄 분들이 나타난 것 같네.”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명의 인원이 대거 팀의 앞에 나타났다.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전부 흐릿한 형상. 마치 공중에 블러를 칠해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사이를 비집고 생각보다 얇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로건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금방 돌아올 겁니다. 걱정하지 마시길. 지금쯤 즐거운 해후를 만끽하고 있겠지요.”

        

       “해후라, 누구랑?”

        

       “여러분들과요.”

        

        

        

        잠시간의 정적.

        

        그러나 다들 그걸 넋 놓고 들을 정도로 눈치가 없는 이들은 아니었다. 사라져버린 유진, 그리고 대거 팀을 만나러 갔다는 말. 즐거운 해후…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생각보다도 더욱 명백했기에, 오웬스는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

        

        

        

       “막내가 없는 대거 팀 말이로군.”

        

       “바로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아먹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자리에 없었다.

        

        뒤이어 입을 연 것은 로렌티나였다.

        

        

        

       “다들 좋아서 폴짝폴짝 뛰고 난리를 치고 있겠네요.”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왜냐면 제가 그랬으니까요. 저쪽 세계의 저 역시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걸요.”

        

        

        

        실로 그녀다운 논리와 이유였지만,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이들 역시 많은 기억을 이어받았고, 과거 유진이 실종되었을 때 느꼈던 비탄과 슬픔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그와 동시에 모두의 눈 앞에 홀로그램이 켜졌다. 유진이 무슨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눈물을 펑펑 흘리며 유진의 품 안에서 오열하는 두 명, 그리고 그 뒤에서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이런 상황은 어디의 누구에게 연락해야 하는지를 고민 중인…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이 분. 북극곰 씨, 한 번 읊어보시죠.”

        

       “공병여단장이잖아, 등신아. 공사 중인 안전캠프 조금만 돌아다녀도 보이는 사람을….”

        

       “제발 수준 떨어지는 대화 좀 그만 할 수 없겠나?”

        

        

        

        오웬스의 통렬한 일침과 함께 두 명의 대화는 끝났다.

        

        다시금 조용해졌지만 이들이 다시 말문을 여는 일은 없었다. 화면 너머로 보이는 막내의 당황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실로 재미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장 지금만 하더라도 두 명에게 껴안긴 유진이 ‘언제까지 우는 거지…?’ 하는 표정으로 둘을 쳐다보는 중이었고.

        

        물론 우는 분량만 10분이 넘어갈 즈음, 세 명은 바닥에 적당히 앉아 끝나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다른 세계의 자신들이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해당 광경을 시청 중인 세 명은 이미 해당 상황을 전부 거쳐간 지 오래였다.

        

        미국에서 거의 3주 동안이나 붙어다녔으니, 처음에 느낀 감정은 사라질 수밖에 없기 마련.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리 끝나는 건 좀 아쉽긴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한참 동안 돌아오지 못할 것 같군요. 먼저 나가보죠. 오후 트레이닝이 있으니. 나중에 또 봐요.”

        

       “들어가.”

        

       “가보겠다. 유진에게 안부 부탁하지.”

        

       “직접 해요, 선임관.”

        

        

        

        그러더니 고개를 스윽.

        

        여전히 부동 자세로 서 있는 두 인영. 외곽선 등이 완전히 뭉개져있어 알아보기는 어려웠지만, 그것이 적어도 사람 모양이고, 아까의 일례로 알 수 있듯이 충분히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했다 – 그리고 이런 수상쩍은 배경을 등지고 나타난 이유도 대강 짐작이 갔다.

        

        

        

       “당신들이 우리 막내를 집으로 돌려보내준 장본인이죠?”

        

       “그렇습니다.”

        

       “고맙다고 해두죠.” 

        

        

        

        그러더니 잠깐의 정적.

        

        

        

       “그렇다고 당신들을 믿는 건 아니에요. 어디 소속인지, 어디서 뭘 하던 사람들인지 아무런 것도 알 수 없는 사람들을 신용하는 취미는 없거든요.”

        

       “이해합니다.”

        

       “피차 계속해서 좋은 관계로 남을 수 있기를.”

        

        

        

        그 말을 남기고 로렌티나는 공중에 녹아들듯 사라졌다.

        

        오웬스 역시도 비슷한 느낌으로 그 둘을 바라보더니 로그아웃 과정을 거쳤고 – 그리하여 로건 혼자만이 남았을 때, 그녀는 벽에 기대어 흐릿한 인영을 쳐다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이 다음은 뭐지?”

        

       “구체적으로 어떤 뜻인지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말 그대로.”

        

        

        

        잠깐의 정적.

        

        그러더니 로건은 이어 덧붙였다.

        

        

        

       “이 미션들이 대거 팀의 과거를 선형적으로 따라간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것도 인디언포인트 원자력 발전소에서의 일이 마무리되는 것으로 끝일 텐데. 그 다음은?”

        

        

        

        짤막한 정적.

        

        이번에는 그들이 답할 차례였다.

        

        

        

       “이제부터는 여러분들이 하기에 달렸습니다. 그건 저쪽 세계 역시 마찬가지일 거고요. 하지만 그게 반드시 나쁜 일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겁니다.”

        

       “왜지?”

        

        

        

        작은 숨소리.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로건은 블러 처리된 그들의 얼굴이 마치 웃는 것처럼 보였다고 느꼈다. 그와 동시에 눈 앞에 떠오르는 이런저런 안내사항들 – 로스앤젤레스 공략전과 샌프란시스코, 새크라멘토 탈환전.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시애틀과 밴쿠버와 같은 캐나다를 거쳐 알래스카까지 이어지는 미션이 거기에 있었다.

        

        하지만 이 역시 끝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저희는 다크 존 2.0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여지껏 떠올랐던 모든 팝업을 가리는 하나의 창.

        

        다크 존 2.0. 그리고 그 옆에는 WW3이라는 글씨가 써있었다.

        

        그것을 보며 이어지는 말.

        

        

        

       “해당 교전 결과는 앞으로 다른 세계에 직접적으로 반영되겠지만, 그리 걱정하실 건 없습니다. 죽지도 않고 다시 살아나는 소속 불명의 수많은 오퍼레이터들이 몇 번이고 함께 교전할 예정이니까요.”

        

       “하.”

        

        

        

        로건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짤막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말뜻은 이러했다. 죽지도 않고 다시 살아나는 소속 불명의 수많은 오퍼레이터들은 다크 존을 플레이하는 유저일 것이며, 앞으로 그들이 다른 세계의 캐나다 및 알래스카 수복을 돕고, 이어 제3차 세계대전에도 참여할 거라는 소리였다.

        

        실로 광오한 생각이 아닌가. 

        

        하지만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러면 그 2.0인지 뭔지 하는 것의 엔딩은 미국의 국명이 지구 연합으로 바뀌는 건가?”

        

       “그건 어디까지나 저쪽 세계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겠지요.”

        

       “엔딩을 결정하는 건 그쪽이 아니라는 소리군.”

        

        

        

        혼자서 남아있게 된 결과가 이딴 중요한 소리를 듣는 것이라니, 그리 중얼거린 로건이 잠시 생각하더니 덧붙였다.

        

        

        

       “뭐,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야겠군.”

        

       “잘 가시길.”

        

        

        

        그리고 그 말대로, 로건마저 사라진 순간 두 명 역시도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하여 오로지 정적만이 그 자리에 남게 되었다.

        

        

        

        

        

        

        

       

        

        

        

        

        

        

        한편,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거지…?’

        

        

        

        유진은 그 어떠한 사전 설명도 하지 못한 채 로렌티나와 로건에게 붙들려 이카루스 HQ, 과거 자신의 방이었던 공간에 꼼짝없이 붙잡히게 되었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처참한 뉴욕의 광경은 더없이 익숙하고 끔찍했다.

        

        겨울이었다.

        

        

        

        

        

        

        

        

        

        

        

        

        

        

        

        

        

        

        

        

        

        

       “와, 진짜 전부 다 갖다버렸네. 아니, 다 태워버린 건가…?”

        

        

        

        실로 오랜만의 복귀였다.

        

        그동안 현실…현실이라고 하니까 뭔가 조금 애매하긴 하다. 뭐가 내 현실인지를 논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감이 있었지만, 어쨌든 과거 내가 5년 가까이 머물렀던 뉴욕이 아니라 내가 원래 있어야만 했던 홍제동의 집에서 한참을 보내다가 다시금 죽어버린 미국으로 복귀하니 실로 감회가 새로웠다.

        

        내 방이지만 내 방이 아닌 느낌. 내가 가져다놓은 이런저런 잡동사니들은 듣자 하니 장례식 아닌 장례식 때 전부 화르륵 불태워버렸다나 뭐라나. MG338과 MK18은 내가 거기까지 가져가버렸으니 원래 없다 쳐도, 내 전용 건 캐비닛은 이미 텅텅 비어버린 상태였다. 

        

        물론 돌아가고자 한다면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긴 했다. 이카루스 기어를 통해 나를 여기까지 데려다줬던 그 사람들에게 문자를 보내면 다시 집으로 복귀가 가능했으니까.

        

        과연 여기에 얼마까지 있게 될까.

        

        

        

       ‘…그보다 바이러스 제거 작업은 제대로 하고 가야겠지.’

        

        

        

        여기서 옷에 혹시나 오염된 뭔가가 묻어서 집으로 갔다가 바이러스가 퍼져버리면 대참사라는 단어로는 감당 불가능한 전 세계적인 판데믹이 발생할 것이다.

        

        국가와 국가, 대륙과 대륙 간 본래는 존재하지 않았던 바이러스가 전파된 여러 과거 사례들은 내가 더더욱 조심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상기시키고 있었다. 

        

        

        아무튼 실로 오랜만이다.

        

        사람으로 북적북적하다 못해 미어터지던 뉴욕은 얼마 전에 3주 가량이나 있어본 적이 있지만, 여기는 아니지. 과거의 기억이란 이다지도 쉽게 잊혀지는 법이었다. 몸으로 체득한 내용은 그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것과는 완전히 상반되었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나마 전력은 빵빵하게 들어오는 게 다행이었다. 애초에 이카루스 기어는 움직이는 핵융합로 비슷한 거니까. 구체적으로는 반응물질을 통해 막대한 전력을 뽑아내는 형식이었고. 대강 그 기술력을 응용하여 반영구적 전력 생산이 가능했다.

        

        요컨대 무슨 소린가 하니, 불도 잘 켜지고 난방도 잘 된다는 소리였다.

        

        야전침대는 그대로였지만.

        

        

        

       “아으, 이 침대에 눕는 것도 오랜만이네….”

        

        

        

        다행히 침대는 따로 안 치웠나보다.

        

        꼬리 부분을 넣을 수 있는 구멍이 마련된 침대. 손으로 몇 번 더듬어보니 내가 쓰던 매트리스라는 걸 단박에 짐작할 수 있었다. 대신 천장은 여전히 배관이 지나가는 콘크리트였다. 뭐라고 해야 하나, 실로 기분이 묘했다. 여길 다시 오게 되다니.

        

        처음 뉴욕에 왔을 때가 생각난다. 날씨가 너무 추운 탓에 소화가 잘 안 되어서, 아무도 없는 집에 대충 들어간 다음 화장실 붙잡고 구토부터 했었지. 그렇게 이불 안에서 벌벌 떨다가 잠에 들었고, 저체온증 때문에 간신히 불을 지핀 후 그걸 쬐면서 펑펑 울었던 기억….

        

        뭐라고 해야 하나, 그렇게 이런저런 기억을 되살리다보니 갑자기 슬그머니 졸려진다.

        

        그러고 보니 여기서 며칠 동안 있어야만 한다면 휴방 공지를 해야 하는데, 이걸 어쩌나….

        

        

       .

        

       .

        

       .

        

        

        

       ───똑똑똑!

        

        

        

       “으아, 뭐야. 들어와도 돼요.”

        

        

        

        그새 자버렸다.

        

        대략 30분 정도 지난 듯했다. 입가가 좀 축축했다. 아주 그냥 침까지 흘리면서 자버렸다 싶어 스스로에게 어처구니가 조금 상실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원래 아무 곳에서나 잘 자는 체질인 건지, 아니면 두 번째 집에 왔다고 마음까지 편해져서 자버린 건지 원.

        

        그렇게 입에 묻은 침을 슥슥 닦으며 들어와도 된다고 말하자, 도어락이 열리며 두 명이 들어왔다. 당연하게도 실로 익숙한 두 명이었다. 내 장구류에 얼마나 눈물을 흘려댔는지 아주 그냥 눈이 팅팅 부었다.

        

        당연하게도 오자마자 허그 공세가 이어졌다. 품에서는 흙과 먼지 냄새가 났다. 하도 다이스랑 하모니와 같이 다닌 탓에 향수 냄새에 많이 익숙해진 탓에 이런 생생한 향기를 맡으니 기분이 묘했다.

        

        아무튼 이번에는 다들 다행스럽게도 울지 않았다.

        

        

        

       “그동안 다들 잘 지냈어요?”

        

       “…잘 지냈냐는 말이 나오니, 너는?”

        

       “미안해요.”

        

        

        

        물론 천장이 무너졌을 때 누구를 밀치거나 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후방을 맡은 건 나였으니.

        

        혹여나 꿀밤 같은 게 날아오지 않을까 했는데 다행히도 그런 건 아니었다. 이 사람들 꿀밤은 정말 무지하게 아프니까. 만약 제대로 맞으면 체통없게 펑펑 울 자신도 있었고.

        

        아무튼 그 뒤로는 대화의 시간이었다. 주로 그동안 뭘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었다. 이미 4년 동안 같이 다녔기에 대거 팀의 초창기 멤버들은 내가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전부 다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가능한 대화였다.

        

        좌우지간, 이번에는 내가 물어볼 차례였다.

        

        

        

       “제가 없던 동안, 무슨 일이 나거나 하지는 않았죠?”

        

       “…무슨 일은 없었죠. 아무 일도 없었어요.”

        

        

        

        말 그대로. 

       

        아무 일도 없었단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생각하는 그런 무사태평한 상황이 아니었다 – 말 그대로 대거 팀의 작전 진행에 제동이 걸려버린 것이다. 이카루스가 가장 위급할 때 항상 소방수 역할을 해주었고, 굵직굵직한 작전들도 전부 해낸 대거 팀이 내 죽음으로 인해 멈춰버렸단 뜻이었다.

        

        당연히 그 여파는 상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상정하고 있던 작전들이 최소 한 달 가량 중단되었고, 그동안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는 알래스카를 거쳐 캐나다 해안을 통해 밀고 내려온 러-중 연합군에 의해 일진일퇴의 난전을 거듭하고 있었고.

        

        결국 두고 볼 수만은 없어 대거 팀은 로스앤젤레스로 향했다. 그 와중 공병여단장은 혹여나 모를 방사능 누출로 꺼려하던 인디언포인트 원자력발전소 발굴 공사에 총대를 메었고, 그 결과 굴을 뚫어낸 뒤 에코를 발견. 대거 팀에서 두 명을 차출해 급하게 뉴욕으로 보낸 것이었다.

        

        그게 로건과 로렌티나였고.

        

        

        

       “…그래서. 이제는 어떻게 할 건가요?”

        

       “뭐가요?”

        

       “다시금 전장으로 나갈 건가요?”

        

        

        

        당연하게도, 그건 쉽사리 대답할 수 없었다.

        

        아마도지만, 이들은 내가 나가야만 한다는 대답을 하는 순간 극구 말리다 못해 내가 입고 있는 장구류와 총기를 몽땅 뺏어버릴 확률이 더 높았다. 그리고 다크 존을 접하기 전의 나였더라면 아마 고개를 끄덕였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건 좀 말도 안 되는 소리였고.

        

        하지만, 오늘의 나는 이 질문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

        

        

        

       “나가야죠.”

        

       “그럴 줄 알았지. 하지만 더 이상….”

        

       “하지만 직접적으로 나가지는 않을 예정이에요.”

        

        

        

        그와 동시에 나는 이카루스 기어를 조작했고, 오퍼레이터 등록 명단을 허공 위에 펼쳐보였다.

        

        현재 활동하는 이카루스 오퍼레이터들은 대략 120명. 본래 300명 가량이었지만 사태 초반에 워낙 소모된 숫자가 많았다. 50개 가량의 시계는 소유주 사망 및 되찾을 수 없어 자괴했고.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알림 : 제2차 세계선 동기화 결과를 표시합니다.]

        

        

        

        촤르르륵.

        

        끝도 없이 늘어나는 오퍼레이터 숫자.

        

        새로운 인커젼 미션이라고 하면 눈에 불을 켜고 덤벼들 최전선 공략파 유저들 수만 명, 그리고 인커젼 미션을 적어도 시도해볼 수 있는 수십만 명의 유저들. 이들은 몇 번을 죽어도 다시금 돌아와 적들을 분쇄할 것이다.

        

        아마 내가 마무리하지 못한 사태를 배경으로 한 인커젼 미션이 새로 나오는 순간, 로스앤젤레스에 불멸의 오퍼레이터 군단이 쏟아질 것이다.

        

        스크롤을 내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숫자에 두 명의 표정이 기이하게 변하는 사이, 나는 웃으면서 덧붙였다.

        

        

        

       “저쪽 세계에서 지원군을 많이 얻었죠. 이제 제대로 반격할 시간이에요.”

        

        

        

        아마 몇 년 안에, 이 세계의 베이징과 모스크바에는 성조기가 꽂힐 것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직 완결까지 수백 편 이상 남았다는 게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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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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