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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2

    <312 – 이사장의 만찬2>

     

    경직된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입을 연 한 학생에 의해 변화하였다.

     

    “그까짓 분석이 뭐 대수라고 난리들이지. 평가하고 평가받는다. 그건 숨 쉬듯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너희는 살면서 누군가를 평가해온 적이 한 번도 없었나?”

     

    발언의 주인공은 동방검객 싱.

    그는 대수롭지도 않게 당밀죽과 어항육사, 궁보계정 한 그릇을 비우고 입을 열어 이사장과 모두의 시선을 무덤덤하게 받아내었다.

     

    “너 바보냐? 의도가 수상하니까 무서운 거잖아.”

    “우습군. 상대가 적의를 품을 가능성이 보이면 두려움에 떤다. 그렇다면 변방출신에 수인이기까지 한 너는 언제나 두려움 속에 살아가야 하는 거 아닌가?”

    “이 자식이… 말이면 단줄 알아?”

     

    손오천이 봉을 움켜쥐며 만찬자리의 분위기는 한층 더 개판이 되었지만 이사장이나 오크노디나 말릴 생각은 조금도 없어보였다.

    한쪽은 대립이 흥미로워서 그렇고, 다른 한쪽은… 남들이 안 먹는 접시를 냉큼 제 앞으로 가져오고 와구와구 먹느라.

    지젤이 어이없는 눈으로 오크노디를 쳐다보는 와중에 싱의 적나라한 지적이 이어졌다.

     

    “제국은 수인과 인간을 공평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언제든지 착취할 수 있는 노예로 바라보고 있지. 단지 사회의 도덕성이 향상됨에 따라 예전처럼 대놓고 부리지 못하고 있을 뿐. 그 살의는 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너는 그것이 두려운가?”

    “전혀. 내 앞에서 건방지게 수인을 노예로 부려먹겠다는 놈이 나오면 이 봉으로 머리를 깨부술 거다.”

    “그런 거다. 마음이야 어찌 먹었건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순간이 제재에 나설 순간이다. 검객들의 세계에서의 살기도 다르지 않지.”

     

    눈으로 째려보고 기수식을 취하며 검의 출수를 준비하며 서로의 간격을 잴 수는 있다.

    수상한 자가 다가오면 검집에 손을 올리고 보폭을 넓힐 수도 있다.

    경계심은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영역이다.

    그렇지만 선을 넘어서 검을 뽑으면 그때는 유혈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과한 경계가 일을 키운다.

     

    “누군가 널 노예로 부릴 것처럼 수상한 표정을 지었다고 봉을 휘두르면 제국은 좋다고 너를 감금할 거다. 어떻게든 죄를 씌워서 노예로 부려먹겠지. 명분을 허락했으니까.”

     

    에둘러 말했다고 하기도 힘든 싱의 이야기는 명백한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만 설쳐라.

    네 명을 재촉하고 싶지 않다면.

    흠칫 놀란 손오천이 이사장의 눈치를 보았다.

    사람 좋은 미소는 지젤의 것으로 충분히 보아온 손오천이지만 이사장의 미소는 어딘지 결이 달랐다.

    엑기스.

    감정의 정수.

    무언가 지금의 그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악의를 마주한 것처럼 몸이 떨렸다.

     

    “하하. 흥미로운 대화로군요.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면 음식은 드릴 수 없답니다?”

     

    하겠냐.

    너처럼 수상한 인간한테 이야기를.

    싱도 손오천도 입을 꾹 닫았다.

    차라리 이대로 모두가 입을 다물고 이 불편한 시간과 자리를 피하면 좋을 텐데.

    그런 암묵적인 침묵을 뚫고 뜻밖의 사람이 이사장의 제안에 응했다.

     

    “그럼 내가 하지 머♡”

    “매스각키 황녀. 당신… 진심이야?”

    “허접용사랑 다르게 나는 남의 눈치 안 봐♡”

     

    과연 안하무인의 메스가키답게 매스각키 황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사장의 시선을 받아내었다.

     

    “나는 어전회의 시간이 싫어♡ 황태자가 생색을 내고 신하들이 맞장구를 치고 아바마마는 묵인하는 소꿉놀이나 다름없어♡”

    “저런.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흘러가는 상황을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건 지루한 일이죠. 황녀님은 슬픈 과거를 지니셨군요.”

    “이 정도 이야기면 음식을 받을 수 있어?”

    “일반등급이라면 얼마든지.”

    “…호너 후라이드치킨은 삼대공신가문의 일원이기에 황녀에게 충성을 바친다고 하지만 감히 건방지게 내 부군의 자리를 노리고 있어♡ 괘씸해서 마주칠 때마다 힘든 일을 시키고 있지만 좀처럼 떨어져나가질 않아서 고민이야♡”

    “아쉽게도 일반등급이군요.”

    “꽤 중요한 애기였는데~? 한창 때 소녀의 연애이야기는 레어하지 않아~? 심지어 나 황녀라고~?”

    “누구나 그렇듯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들으면 지루하지 않습니까. 명작은 다시 봐도 즐겁지만 황녀님의 연애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가산점을 노린다면 제 딸아이에 대한 이야기였으면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황녀님도 마땅한 정보는 없나보군요.”

     

    자신만만하게 나섰던 황녀조차 과연 그 말에는 흠칫 놀랐다.

    매스각키 황녀의 측근 행세를 하는 호너 후라이드치킨의 치근덕거림에 대한 정보조차도 재단은 이미 입수하였다.

    그리고 그 사실을 감출 생각도 없다.

    면전에서 가해지는 통보는 정신이 아찔할만했다.

    이사장은 학생들의 일상을 상상도 못할 내밀한 부분까지 파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테이블에 만연해졌다.

     

    “일반등급 요리 내에서 주문이 없으시다면 임의의 일반등급 요리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매스각키 황녀가 망설이는 사이, 음식을 나르던 집사가 일반등급 요리를 하나 가져왔다.

    매스각키 황녀는 최초의 오만함을 잃고 이사장의 눈치를 보며 젓가락으로 음식을 깨작거렸다.

     

    “애초에 뭘 믿고 나선 거야? 저런 소름 끼치는 남자와 엮여서 좋은 소릴 듣지는 못할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잖아.”

     

    로지니의 투덜거림에 샌드쿠커가 마법사의 직관력을 발휘하였다.

     

    “그건 모르지. 원하는 게 있었으니까 무서워도 나설 수 있었던 거 아니야?”

    “뭘 원해서?”

    “배가 고팠다거나?”

    “저게 배고픈 사람의 젓가락질로 보여?”

    “…먹고 싶은 요리가 있었다든지?”

    “그건 설득력 있네. 요리의 등급이 낮아서 실망한 기색이기는 했지. 더 값진 이야기를 풀기엔 꺼림칙해서 망설이는 모습도 보였고.”

     

    불편한 침묵이 감도는 와중에도 부지런히 손을 놀리던 오크노디가 접시를 내려놓았다.

    잔반 하나 남기지 않고 접시를 싹 비운 오크노디가 주변의 눈치를 보더니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다들 애기 안 해요? 그럼 제가 해도 돼요?”

    “오크노디. 배는 이만하면 충분히 채우지 않았습니까. 부족하다면 제 마법배낭에 보관중인 식량을 드릴 수도 있습니다.”

    “지젤도 참. 바보예요? 모처럼 이런 좋은 기회가 왔는데 보존식으로 때우다니, 말도 안 되는 손해잖아요. 기회는 올 때 잡아야죠!”

     

    원체 식탐도 많고 새로운 음식에 대한 욕심도 많았던 아이다.

    자기 파파랑 애기를 하겠다는 걸 말릴 수도 없고 지켜보기로 결심한 지젤.

    방해꾼이 사라지자 이사장도 오크노디와 눈을 마주쳤다.

     

    “우리 따님은 어떤 얘기를 들려주려 합니까?”

    “음~ 배에서의 일은 조나한테 다 들었죠?”

    “물론입니다.”

    “그럼 조나도 모르는 걸 알려드릴게요!”

     

    오크노디는 품에서 100만 포인트 상당의 포인트카드를 꺼내들었다.

     

    “저런 엄청난 거액을 아직까지도 가지고 있었다고?”

    “다 쓰지도 못할 거 비키니아머단에 기부나 하지!”

     

    기가 질린 헤스티아와 뾰이의 푸념에도 오크노디는 멋쩍게 웃었다.

     

    “그건 곤란해요. 이거, 실은 복사본이거든요!”

    “뭐어?!”

    “정확히는 이 스티커를 썼죠!”

     

    오크노디가 포인트카드에 붙은 스티커를 떼자 뭉텅이로 있던 포인트카드들이 모조리 사라졌다.

     

    “이건 사기야!”

    “오크노디… 이슈타르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속임수를 썼군요!”

     

    이슈타르와 유피가 씩씩거리며 소리쳤지만 오크노디는 뻔뻔하게 대답했다.

     

    “어쩔티비.”

     

    의미는 몰라도 도발의 뜻은 명백했다.

    분노를 참지 못하고 칼을 뽑으려는 순간, 사방에서 집사들이 일제히 암기를 뽑아들거나 이슈타르를 향해 공격자세를 취했다.

    연회테이블과 만찬의 자리가 한 순간에 사방에서 교관급 실력자들과 그 사이에 섞인 교수급 실력자 조나의 가세까지 더해졌다.

    감히 칼이 칼집 밖으로 뽑혀나왔다간 연회테이블이 잿더미가 되도록 공격이 쏟아져도 이상하지 않을 극도로 살벌한 분위기!

    피부가 저릿할 정도로 강렬하게 진동하는 마력반응에 모두가 사색이 되었다.

     

    “이슈타르. 화난 건 알겠지만 검은 뽑지 마.”

    “우리까지 같이 공격당할 것 같잖아…”

    “다른 분들의 얘기를 들어요. 지금은 복수를 할 때가 아니에요.”

     

    이슈타르가 칼집에서 손을 떼자 비로소 집사들도 공격태세를 풀었다.

    그러나 한 번 경각심이 든 경비견들이 수상한 그림자를 빤히 노려보거나 주변을 서성거리듯, 집사들 또한 시선이 거듭 이슈타르 주변에 머물렀다.

     

    ‘세 명이었어.’

     

    그 와중에도 즈앙은 감지된 강자의 기척을 헤아리며 팔을 쓸어내리며 소름이 돋은 피부를 진정시켰다.

    오크노디의 근처에 기립해있던 조나 와이히엠하이, 이사장의 곁에 기립해있던 중년의 비서실장, 메이드들을 통솔하던 메이드장.

    심지어 난장판처럼 살기가 찌르르 울리던 와중에도 이사장은 조금도 두려워하거나 꺼려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최소 세 명의 교수급 강자.

    어쩌면 이사장은 그들보다 강한 건지도 모른다.

    모두가 만찬자리에서 거듭 깨닫는 사실에 몇 번째인지 모를 식은땀을 흘리는 와중에도 오크노디는 태연하게 물었다.

     

    “그래서 포인트버그 알려드린 건 몇 등급이에요?”

    “유니크등급 요리를 하나 드리겠습니다.”

    “얏호! 해냈다!”

     

    오크노디가 접시를 비울 때까지 이사장의 제안에 응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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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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