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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3

    정령절을 앞두고 베리튼으로 출국이 예정된 루크는 서드의 서클상황이나 아카데미에 대한 근황, 또는 ‘화상자국’의 증상을 확인하는 목적으로 익숙한 카페로 서드를 불러내었다.

    요즘 들어 서드가 아카데미를 다니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나눌 대화의 양이 많아졌기 때문에 공원의 벤치나 길거리에서 만남을 가지기 보다는 어느 장소를 구해 만나는 게 훨씬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날씨도 조금은 쌀쌀해졌고 말이다.

     

    그리고 근 한달만에 루크를 본 종업원 미네는 감탄했다.

     

    “어머, 루크니? 너 정말 많이 컸구나.”

     

    아이는 금방금방 자란다고 하지만, 이번에 루크는 정말로 눈에 띄게 자란 것 같았다.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해야 하나, 원래도 성숙한 아이였지만 아이 같은 모습은 여전해서 어른 흉내를 내는 것 같았다면, 이제는 정말 어른스러운 느낌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래서 미네는 가볍게 농담을 던졌다.

     

    “너 좀만 더 자라면 여기서 일해도 되겠다, 얘.”

    “하하, 고맙군.”

     

    루크 역시 그 이야기가 농담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웃으며 대꾸한다.

    당연히 손님을 받고 차를 타고 디저트를 만드는 건 어려움 없이 할 수 있긴 하지만, 정식으로 고용되어 일을 하기에 자신은 너무 어려서 만약에 받아야 할 돈을 떼어먹힌다면 고용노동법의 보호도 받을 수 없었던데다가, 애초에 굳이 이런 카페에서 일을 할 필요도 딱히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그걸로?”

     

    루크가 카운터에 서서 메뉴를 말하기도 전에, 미네가 묻는다.

    항상 루크가 들어오면 시키는 메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루크도 미네가 어떤 메뉴를 말하는 것인지 알고 있기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살짝 웃어보인다.

    이런 사소한 배려가 루크로 하여금 이 카페를 만남의 장소로 선호하는 이유들 중에 하나로 만든다.

    물론 그런 것 보다는 이 카페만큼 ‘그것’을 잘 만드는 곳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그렇게 주문서에 찍힌 것은 민트초코 프라페 하나.

     

    적당히 상쾌하고 적당히 달콤한 이 카페의 것이 아니라면 입맛에 맞지 않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는 박하의 향이 너무 강해서, 또는 반대로 향이 너무 약해서 문제가 되기 일쑤였으니까.

     

    어쩌면 루크가 처음으로 마신 민트초코 프라페가 이 카페의 것이라, 첫인상이 그대로 고정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첫인상이란 중요한 법이니까.

     

    ‘그래서 서드가 걱정이 되는 것이지.’

     

    서드의 첫인상은 결코 좋다고 볼 수 없었으니까.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서드는 사회성도 떨어지고, 웃는 표정도 그다지 자연스럽지 못하며, 말이나 행동의 표현방식도 굉장히 거칠다.

    그런 것 들은 아무래도 사람들에게 긍정적이게 받아들여지는 요소들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아카데미에서 또 질 나쁜 친구들을 사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최근 걱정이 되고 있었다.

    친구를 많이 사귀라고 하긴 했지만, 서드의 친구를 직접 본 적은 없으니…….

     

    ——–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저쪽에서 한 남성이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온다.

    싸움이라도 했는지 얼굴에는 반창고를 붙인, 성격이 나빠 보이는 얼굴의 남자였다.

    서드다.

     

    하지만, 루크는 그것이 남들에게서 흉한 화상자국을 감추기 위해 선택한 일종의 배려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카데미를 마치고 곧장 카페로 온 것인지, 서드는 여전히 교복이었다.

     

    루크는 서드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서드, 이쪽이다. 어서 이리 앉거라.”

    “아, 스승님……?”

     

    루크의 인사에 서드는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가 불과 한두달 전인데, 눈에 띄게 변화한 분위기가 당혹스러웠기 때문이다.

     

    서드는 우물쭈물 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루크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꺼내기 시작한다.

     

    “꽤 오랜만이지? 서드. 이제 곧 정령절이로구나. 아카데미는 어떻지? 요새 다닐 만 한가?”

    “예, 예에. 괜찮습니다. 문제 없습니다.”

    “그거 다행이로구나. 괴롭히는 아이들은 없고? 나쁜 친구들을 사귄 것은 아니지?”

    “네, 물론이죠. 다들 제게 정말로 잘 해주고 있습니다.”

    “그거 참 좋은 일이구나. 기숙사에 들어갔다면서, 거긴 괜찮고?”

    “네, 혼자서 살 때 보다는 훨씬 낫더군요.”

     

    서드의 대답에 루크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삶에 큰 어려움은 없는 모양이다.

    그러다 문득, 곤란한 생각이 들었다.

     

    ‘흐음, 이러니 왠지 내가 어머니가 된 느낌이다만…….’

     

    마치 아카데미에 보낸 자식을 걱정하는 어머니가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문득 들어버린 것이다.

    일반적으로 마법사의 사제관계란 부모와도 같은 것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미묘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루크의 그런 미묘한 속마음을 서드는 알아차릴 수 없었다.

    당장에 눈 앞에 들이닥친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 만 해도 벅찼기 때문이다.

     

    ‘맙소사, 스승님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지?’

     

    루크는 확실히 ‘성장’했다.

    몸은 몰라도, 서클이 확연히.

    서드또한 꽤 감각이 예민한 마법사였기 때문에 그것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것은 일반적으로는 경사라고 볼 수 있다.

    자신도 이제 2서클을 만들고 3번째 고리를 만들기 위해 나아가는 중이었으니까.

     

    “축하한다. 이제는 너도 서클이 차근차근 올라가고 있구나. 아주 안정적이야.”

    “가, 감사합니다.”

     

    역시 자신의 스승은 자신이 말 한마디 하지 않았음에도 바로 눈치채고 축하를 건네왔다.

    그야 그렇다.

    그녀는 자신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마법사이니까.

    하지만, 서드는 여전히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헌데 스승님. 당신의 그 성장은 대체…….”

     

    이전에는 전혀 알 수 없었으나 서드가 최근 서클을 올려보니 알 수 있는 사실은, 루크가 현재 얼마나 말도 안되는 존재인지 더욱 더 확실히 알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지식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해도 성장의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은가?

    4서클에서 5서클, 그 사이의 기간이 말도 안되게 짧다.

    그렇기에 루크의 성장은 굉장히 이상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변화는 으레 부작용을 떠안기 마련이다.

    자신의 경우에도 갑작스러운 서클의 상실과 서클의 성장을 겪으면서 몸으로 체득한 사실이 아닌가?

    그만큼 서클이라는 것은 섬세하고, 위험한 것이니까.

     

    그래서 서드는 걱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스승님께서는 지금 급하게 힘을 키우는 중인 것입니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자신도 지금처럼 느긋하게 힘을 기를 수가 없다.

    스승이 부작용을 감수하며 서클을 상승시키고 있는 것이라면, 자신도 그만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터.

     

    서드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루크는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너무 크게 걱정할 것 없단다. 나는 그저, 본래의 경지가 있기 때문에 빠른 것뿐이니까.”

    “예? 그게 무슨…….”

    “이미 지나왔던 길을 되짚어가는 중이라는 것이지.”

     

    루크는 그리 말하며 자신의 앞에 놓여진 음료를 들어 쭈욱 들이켰다.

    무언가 말 못할 부작용을 감수한다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도 평온한 표정이었다.

     

    “자세한 것을 말해줄 수는 없지만, 현재 나는 본신의 힘을 되찾아가고 있다……. 라고 알아들으면 되는 것이다. 이 몸의 성장도 그 영향이고.”

    “아!”

     

    그 말에 서드는 그제서야 탄성을 내었다.

     

    ‘과연, 역시 스승님이다.’

     

    역시 그런 것이었나, 루크는 현재 모종의 이유로 힘을 잃고 어린아이의 몸으로 변해버린 상태인 모양이다.

    사실 어렴풋이 그럴 것이라 생각은 했다.

    그게 아니라 루크가 정말로 10살짜리 꼬마아이였다면, 처음부터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니까.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자신이 직접 경험해 보지도 못 한 일을 마치 경험한 것처럼 행동할 수는 없는 법이 아닌가?

    반면 루크는 마치 모든 것을 이미 한번 겪어본 사람처럼, 모든 마법과 지식에 너무나 능숙했다.

     

    하지만 만약, 루크가 이미 어느정도 삶을 살아왔고, 어떤 마법이나 계략으로 인해 어려진 상태이고, 다시 힘을 되찾아가는 중이라고 한다면 모든 것이 꽤 말이 되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에 확답을 받은 서드는 안심했다는 듯 평온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역시 그런 것이었군요, 안심했습니다.”

     

    루크도 그 모습에 웃음으로 답하며 생각했다.

     

    ‘뭐, 급한 건 사실이지만 말이다.’

     

    솔직히 말해, 부작용을 감수할 정도로 급하지는 않겠지만 일단 급하다는 것 자체는 거짓말이 아니긴 했다.

     

    당장 눈앞에 존재하는 위협인 시가르마타, 그리고 아직 정체를 모르는 아티팩트의 흑마법사, 그리고 일전에 채집한 리치의 목적과 배후, 그것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면 당장 서클의 상승에 박차를 가할 필요성은 있었다.

    하지만 서클쪽은 조바심을 낼 수가 없다.

     

    매일 흡수할 수 있는 마나의 양에는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도둑질까지 해 가며 마나를 무작정 쌓아올리는 것은 안된다.

    그건 미래를 대비하자고 지금을 팔아 넘기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대응책을 찾은 것이, 바로 ‘돈’이었다.

    돈이 있으면 어떤 마법재료든지 극단적으로 희귀한 것만 아니라면 바로 구매할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당장 생활에 큰 보탬이 된다.

     

    그것이 최근 루크가 돈을 벌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이유였다.

     

    하지만…….

     

    “저기, 스승님. 갑자기 표정이 안 좋아지신 것 같습니다. 혹시 무언가 고민하고 계신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아아, 내 표정으로 걱정이 드러났는가.”

     

    루크는 곤란하게 웃었다.

    요즘들어 표정관리가 잘 안 된다는 느낌이 들고는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그 표정도 지우는 것이 어렵지는 않은 일이지만, 그동안 그런 것에 할당하던 신경들이 줄어든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표정을 만들고 관리하는 것도 솔직히 말하자면 귀찮은 일이다.

    항상 자신의 표정을 생각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니까.

     

    원래 날 때부터 마법사였던 루크는 애당초 이토록 감정이 많았던 적이 없었고, 또 그렇기에 얼굴에 지금 생각하는 것이 드러날 일도 별로 없었다.

    그래서 종종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 지 의식하지 않으면 잊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역시 무언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로군요.”

     

    서드는 굉장히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루크는 곤란했다.

    잠깐 걱정을 했던 것은 서드가 그 이유를 들으면 웃어버릴지도 모를 정도로 아주 사소한 일 때문이었으니까.

     

    “네가 걱정할만한 것은 아니다. 그저……. 하아, 인형을 구할 수 없어서 그랬을 뿐이니까. 며칠 전, 인형을 구하러 간 인형점이 문을 닫았더구나. 언제 다시 연다는 말도 없고 말이다.”

     

    하지만 루크의 걱정과는 달리, 서드는 웃지 않고 당황했다.

     

    “인형…… 말씀이십니까?”

     

    인형이라니?

    정말로 그 얇은 천 안에 솜을 채워넣은 아이들이나 가지고 놀 법한 장난감을 말하는 것일까?

    서드는 순간 루크가 인형을 사러 인형점에 갔다가 문이 열지 않아서 터덜터덜 되돌아오는 모습을 상상했다.

    생각해보니 그 모습은 정말로 그 또래 여자아이나 할 법한 행동이라서, 겉으로만 보면 어울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말았다.

    불경하게도 말이다.

     

    서드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생각했다.

     

    ‘아니, 그럴 리가. 분명 뭔가 그 인형과는 다른 것을 말씀하신 것이겠지.’

     

    어쩌면, 인형을 그 말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인형’이라 불리우는 메를린의 아이들을 생각해야 할 지도. 

    “혹시, 말씀하신 그 인형점이…….”

     

    조심스럽게 묻는 서드를 보며, 루크는 태연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하하, 그대가 알려나 모르겠군, ‘메를린 인형점’이라는 곳인데 말이다.”

    그 말을 들은 서드는 그 즉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메를린 인형점 말씀이십니까!?”

    역시나, 이번에도 자신의 예측은 빗나가는 법이 없었다.

    ‘메를린 인형점’까지 생각하고 있다니…….

    설마 자신이 우려했던 일이 이제 벌어지려 하는 것인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엥? 서드 의외로 뒷골목에서는 발이 넓은 거 아니야?

    근데 사실 루크는 진짜로 인형 사려고 했던거임ㅋㅋㅋ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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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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