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313

       ‘손님들 중 누군가가…영상루를 위해 의뢰를 넣었단 말인가?’

         

       호천안은 혼란에 빠진 듯한 사채용을 보며 웃음기 어린 말을 늘어놓았다.

         

       “다 끝난 일이니 말하는 것이지만 그 때문에 참으로 골치가 아팠소. 루주도 아닌 의뢰인들이 영상루를 구해 달라는 것 자체도 골치가 아팠고…또 어떤 이는 의뢰 접수도 제대로 안 하고 제멋대로 자기 의뢰를 받아줬다고 착각하고 막대한 돈을 놓고 도망치고…”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는 투로 한숨을 내쉰 호천안.

         

       “낭인객잔의 의뢰에는 법도가 있소. 의뢰지에 의뢰 내용을 적고 중개인은 의뢰인과 상의해 의뢰에 관한 제반사항을 확인하고 가격을 매기지. 그 후 낭인들이 일을 승낙하고 끝내면 중개인들은 의뢰 완료 대금을 받아낸다오.”

         

       관중들은 뇌검낭인과 사채용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뇌검낭인이 하는 말은 마치 넋두리 같으면서도 동시에 사채용에게 하는 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게 참, 애매해졌단 말이오. 낭인객잔 내부에서도 이 일 때문에 말이 많았소. 결국 우리가 나서서 일은 해결되었고 돈도 받았는데 무슨 문제냐. 아니 이런 식으로 의뢰를 받을 거면 규칙은 왜 정한 거냐. 앞으로 돈을 던지고 도망치면 다 의뢰를 받아 줄 것이냐. 그렇다고 다 돌려주면 공짜 의뢰가 아니냐. 이것도 원칙 위반이다. 등등…”

         

       호천안이 한숨을 내쉰 채 말이 없자, 성격 급한 관중들 중 누군가 물었다.

         

       “그래서 어찌 결론이 나셨소?”

         

       “너무 큰 건이라 중개인들이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한 것이 발단이니 일정 금액 이상의 의뢰는 낭인객잔 전체가 상의하기로 내부 규정을 새로 세웠소. 그 다음으로는 이번 일을 정식 의뢰로 가정한 뒤 적절한 의뢰비를 책정했소. 그래봐야 의뢰인이 던지고 간 돈의 일각에 불과하더군. 그러니 이제 남은 돈을 어찌 처리해야 할지 결정해야 했지.”

         

       호천안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덧붙였다.

         

       “뭐, 이번 일에 대해서는 낭인객잔에서 별도의 입장 발표가 있을 테니 궁금한 것은 그때 해결하시게나.”

         

       군중들은 생각했다.

         

       대체 의뢰비로 던지고 간 돈이 얼마였길래 사천낭인 전체를 고용하고도 한참이나 남았다는 것일까.

         

       큰돈의 향방만큼이나 사람의 주목을 끌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영상루의 모든 사람들이 호천안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아무튼, 남은 돈을 처리해야 할 문제는 골칫덩이가 되었는데…이놈들이 말이오. 나한테 그 돈을 죄다 떠넘기는 것이 아니겠소? 괜히 영상루에 도박이나 하러 갔다가 이 사달이 났으니 나보고 알아서 해결하라는 논리였지.”

         

       “허…!”

         

       “그래서 그 돈을 어찌하실 생각이시오?”

         

       “솔직히 나라고 뾰족한 수가 있겠소? 어느 선택을 하더라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으니 참…그렇게 끙끙거리고 있자니 문득 화가 나더란 말이오? 아니 왜 내가 영상루 때문에 지금 이렇게 골머리를 썩혀야 하는거지?”

         

       모두가 호천안의 발언에 침을 삼켰다.

         

       “그러니 나 역시 영상루에 이 골칫거리를 떠넘기기 위해 왔소이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구려.”

         

       호천안은 품에서 두터운 서류 봉투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영상루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루주 역시 이 골칫덩이가 만들어진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소?”

         

       호천안이 끌끌 웃었다.

         

       “제대로 한 판 벌입시다. 이 골칫덩이를 누가 처리하는가를 걸고 말이오.”

         

       그렇게 천하에서 가장 기이한 판이 시작되었다.

         

       영상루의 모든 도박판이 멈추었다. 도박사도 손님들도 모두 일층의 한 판을 주목했다.

         

       “이야…엄청나군.”

         

       관객들과 도박사들은 호천안과 사채용의 도박판을 보고 감탄사를 터트렸다.

         

       대항사위의 항아리가 무려 다섯 개가 층층이 올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닥에 놓여 있음에도 사람의 키를 훌쩍 넘어가는 높이.

         

       “뇌검낭인의 손재주가 기가 막히긴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원하는 눈을 뽑는 것은 힘들겠군.”

         

       “그래. 아무리 종업원들이 심혈을 기울인다고 한들 항아리를 다시 쌓는 과정에서 비틀림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니 어찌 항아리 안을 예측할 수 있겠나. 순수한 운의 승부가 되겠어.”

         

       “루주에게도 충분히 승산이 있겠군.”

         

       이런저런 평가를 내리던 관중들은 호천안이 주사위를 쥐자 입을 다물었다. 순간적으로 조용해진 도박장에 호천안의 중얼거림이 울려퍼졌다.

         

       “본디 대항사위는 홀짝을 통해 판돈을 거는 도박 아니오? 그러나 이 판은 단판에 판돈조차 없으니 좀 불합리하군. 후공이 된 사람은 주사위 한번 던지지 못하고 홀짝도 선택하지 못하니 구경만 하다가 결과를 받아들어야 하지 않소.”

         

       “그렇구려.”

         

       “그래서는 너무 재미가 없지 않겠소? 그러니 규칙을 조금 개정합시다. 매 순배마다 자신의 눈을 정하고 그 눈이 나온 자가 이기는 것으로. 주사위의 눈을 고르는 순서는 순배마다 바꾸는 것으로. 어떻소?”

         

       “동의하오.”

         

       “좋소…나는 4에 걸겠소. 루주는?”

         

       “그럼 나는 2에 걸겠소.”

         

       호천안이 쥔 주사위가 던져졌다.

         

       따앙! 땅! 따라랑! 따당!

         

       항아리에서 주사위가 굴러가는 소리가 조용해진 영상루에 울려 퍼졌다. 길게 이어지던 경쾌한 소음이 사라지고 마른침을 삼킨 시비들이 항아리를 하나 둘 치웠다.

         

       이윽고 마지막 항아리가 치워지고 드디어 주사위의 눈이 드러났다.

         

       “아….!”

         

       “6이로군!”

         

       항아리가 다시 쌓였고 이번에는 사채용이 주사위를 던졌다.

         

       땅! 따다당! 따당!

         

       사채용의 주사위는 1이 나왔다.

         

       “키야! 쫄깃쫄깃하구만!”

         

       “이런 예측불허의 판 역시 도박의 묘미 아니겠나!”

         

       호천안이 가볍게 주사위를 손 안에서 굴리며 사채용을 바라보았다. 사채용이 먼저 주사위의 눈을 말할 차례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채용은 주사위의 눈을 말하는 대신 질문을 던졌다.

         

       “한 가지 물어도 되겠소?”

         

       “대답할 수 있는 것이라면 대답해 드리지.”

         

       “영상루를 구하는 일이 낭인객잔의 규칙을 뜯어고칠 정도로 난감한 일이었다면, 낭인들과 중개인들이 그 돈에 욕심을 품지 않았다면, 그대들의 입장에서는 영상루를 구하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선택지였을 것이오.”

         

       호천안은 의뢰비를 돌려주러 왔다.

         

       사채용은 호천안의 행동을 그렇게 판단했다.

         

       사실 지금의 판 자체가 눈 가리고 아웅이나 마찬가지인 짓이었다. 규정을 지키지 않은 거액의 의뢰자라고 에둘러 말했지만, 그 의뢰자가 사채용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추측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호천안이 돈을 돌려주러 온 것이라 확신한 사채용은 지금 호천안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째서 이런 방식으로 돈을 돌려주려고 하는가.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분명 명성에 금이 갈 터인데…’

         

       지금 호천안의 행동은 무조건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처리가 애매한 돈이라고는 해도 그걸 도박판에 올려 버린 것 자체가 무책임하다는 인식을 줄 일이었다. 동시에 의뢰인의 익명성을 철저하게 지켜야 할 사천낭인이 의뢰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흘렸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행동이기도 했다.

         

       정말로 정해진 의뢰비만 받을 의도였다면 조용히 사채용을 방문해 돈을 건네주면 그만이었는데 왜 이런 복잡하고 뒷말만 나올 일을 벌였는가.

         

       “그럼에도 왜 이런 골칫덩이 의뢰를 받으셨소?”

         

       사채용은 그 점이 참을 수 없이 궁금했다.

         

       사채용과 군중들은 호천안의 답을 기다렸다. 서로가 서로에게 돈을 떠넘기는 기묘한 판에서 왜 내 기루를 구해주는 의뢰를 받았냐고 묻는 기묘한 상황.

         

       “그건 사천낭인과 낭인객잔의 원칙을 지키기 이전에 한 사람의 사천인으로서 놓칠 수 없었던 선례를 만들 기회였기 때문이오.”

         

       “…선례?”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에 사채용이 되물었다.

         

       “사천성에서 모든 사파를 몰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오.”

         

       “으음…”

         

       “음…”

         

       호천안의 입에서 모든 이들이 외면하고 있던 불편한 진실이 언급되었다.

         

       “사천성의 밤을 밝히는 등불에 사파가 꼬여드는 것 역시 어찌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오. 그러니 그 등불들은 어쩔 수 없이 사파를 받아들여야만 하지.”

         

       사채용은 호천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등불들은 그저 사파의 착취 아래 신음성만을 흘려야 하는가?”

         

       호천안은 그렇게 물었다.

         

       “사천성의 어둠에 속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견딜 수 없는 악행을 인내하고 또 인내하면서 그리 죽어가야만 하는가? 영상루를 구해달라는 의뢰는 받은 것은 그런 질문에 대한 우리들의 답이었소.”

         

       아무리 사천의 어둠 속에 묻혀 있는 자들일지라도, 도를 넘는 사파의 횡포에 비명을 지른다면, 사천낭인은 그 비명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

         

       그 답변을 통해 호천안은 선을 그었다.

         

       앞으로 사천의 암흑가에 자리잡을 사파들은 영상루의 일을 기억할 것이다. 정확히는 영상루의 의뢰를 받아 등장한 뇌검낭인에게 단전이 깨져버린 직직의 최후를 기억할 것이다.

         

       암흑가에 있는 이들의 의뢰일지라도 사천낭인들은 의뢰를 받아준다.

         

       그 사실을 똑똑히 알게 되었으니 남아 있는 사파들은 더 이상 안하무인격으로 사람들을 착취하지 못할 것이다.

         

       참지 못한 누군가 낭인객잔에 의뢰를 넣는다면 사천낭인들이 출동할 것임을 알게 되었으니까.

       

       

       명분을 갖추기 위해 신중하게 움직어야 할 정파와 다르게 의뢰만 받는다면 언제든지 칼을 뽑아들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으니까. 

       

       그러니 사파의 무인들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을 지키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호천안은 결코 사파들을 몰아낼 수 없는 암흑가에서..사람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경계선을 그었다.

         

       “아아….”

         

       그 사실을 깨달은 사채용은 그저 탄식을 흘렸다.

         

       이래서야…호천안이 돌려주러 온 돈을 꼼짝없이 받아야 할 상황에 처해버렸지 않은가.

         

       만약 이 돈을 받지 않는다면 사천낭인의 도움을 받으려면 전 재산을 바쳐야 한다는 괴소문의 근간이 될 일이었다.

         

       호천안에게는 고개를 숙이고 또 숙여 감사함을 표현해도 모자랄 은혜를 입었는데 어떻게 그 계획에 누가 되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렇기에 사채용은 패배를 위한 선택을 했다.

         

       “…나는 6에 걸겠소.”

         

       사채용은 어쩐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흑립 속에 숨겨진 호천안의 얼굴이 웃고 있을 것 같다고.

         

       “좋군. 나는 1에 걸겠소.”

         

       호천안이 망설임없이 주사위를 던졌다.

         

       따앙!

         

       포물선을 그리며 높이 치솟은 5단 항아리 속으로 빨려드는 주사위를 보면서 사채용은 이런 생각을 했다.

         

       ‘전에 도귀를 상대로 대항사위판에서 눈을 뽑아낸 전적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전혀 상황이 다르지.’

         

       눈을 뽑아내기 이전에 항아리를 가지고 수많은 판을 진행했던 그때와 다르게 지금 호천안이 대항사위 안으로 주사위를 던져 넣은 것은 단 한번.

         

       그리고 쌓여있는 항아리의 수는 다섯 배.

         

       판이 진행될 때마다 새로 쌓아 올릴 테니 판마다 미세한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까지.

         

       호천안이 자신이 원하는 눈을 뽑아낼 가능성은 한없이 낮았다.

         

       그러나 어쩐지 사채용은 호천안이 1을 뽑아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그렇기에 1의 반대면에 위치한 6을 골랐다.

         

       툭 하고 주사위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시비들이 서둘러 움직여 항아리를 치웠다.

         

       “아…!”

         

       “오오…!”

         

       주사위의 눈은 1이었다.

         

       “후, 이제야 이 골칫덩어리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군.”

         

       호천안은 서류 봉투를 들어 사채용에게 내밀었다. 사채용은 그런 호천안을 바라보다가 정중하게 서류 봉투를 받아들었다.

         

       “그럼 볼일도 끝마쳤겠다, 이만 돌아가 봐야겠소.”

         

       호천안은 미련없이 몸을 돌리며 말했다.

         

       “잘 놀다 가오. 루주.”

         

       모두가 말을 잃고 사라지는 호천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여섯 개의 눈 중에서 자신이 말한 눈이 나올 확률은 1/6. 호천안이 의도한 대로 눈을 뽑아내지 않았더라도 1이 나올 확률은 충분했다.

         

       그러나 어쩐지 지금의 판을 지켜 본 관객들은 기묘한 확신이 들었다.

         

       호천안이 의도적으로 1이라는 눈을 뽑아냈다는 확신.

         

       “도신…”

         

       “도신이다.”

         

       관객들 중 누군가가 그렇게 중얼거렸고 사채용은…사라지는 도신의 등을 바라보며 포권을 해 보였다.

         

       ‘고맙소.’

         

       존경할 수밖에 없는 행보를 보여준 남자에 대한 예우였다.

         

       사채용은 호천안의 신형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저 말없이 허리를 숙이고 손을 모았다.

         

       사천성의 암흑가에 질서라는 이름의 새로운 선이 그려진 날.

         

       영상루에서 벌어졌던 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미공개]님께서 [10코인]을 후원해주셨군요.

    언제나와 같은 후원! 언제나와 같은 도박편!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