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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3

     약 1시간 전.

     부ㅡㅡㅡ웅!

     

     바이크의 마도엔진이 마력을 뿜어내며 도로를 달린다.

     “거기, 멈춰!”

     도로를 막고 있던 제국군 소대 하나가 나를 잡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세웠으나, 나는 마도바이크의 앞을 들며 그대로 바이크를 띄웠다.

     파ㅡ앙!

     마도바이크의 몸이 떠오르고, 뒷바퀴 뒤로 뻗은 배기관에서 마나가 크게 폭발하듯 터져나간다.

     기본적으로 마도엔진은 풍석에 근간을 두고 있다.

     배기구는 말 그대로 풍석의 바람이 한곳으로 모여 뿜어져 나가도록 만들어진 곳이다.

     그렇기에, 마도엔진-풍석이 마도바이크와 위에 탄 사람 한 명을 띄울 정도로 강력한 바람을 뿜어낸다면.

     부ㅡㅡ웅!

     “우와앗?! 머, 머리가?!”

     

     바리케이드뿐만 아니라, 제국군 병사의 머리를 뛰어넘는 건 일도 아니다.

     끼리릭!

     착지할 때는 부딪치는 바람에 다소 차체에 무리가 오기는 하지만, 아직 망가질 때는 아니다.

     적어도 차체가 망가지기 이전에, 이 마도바이크는 힘을 다할 테니까.

     ‘마나가 없어.’

     내 마나도 슬슬 고갈되어 가고 있다.

     세인트 지오 노스트럼을 제압하면서 소모한 마나도 있고, 황제로부터 도주하면서 소모된 마나도 있다.

     바리케이드를 뛰어넘기 위해 순간적으로 출력을 높인 것도 마도바이크의 마도엔진에 불어넣은 나의 마력이니, 어딘가에서 마석을 갈아서 넣거나 액체의 형태로 불어넣지 않는 한 마도엔진은 멈출 수밖에 없다.

     “멈춰라!!”

     또다시 뒤에서 다른 제국군 병사들이 따라잡는다.

     사륜구동으로 달리는 마도자동차는 물론이거니와, 내가 달리는 것처럼 마도바이크를 탄 제국군 병사들이 뒤를 따라잡는다.

     “젠장, 노스트럼이었으면 비룡이 하늘을 날고 있었을 텐데!”

     마도자동차 대신 마법사들이 하늘을 날면서 쫓아왔을 것이다.

     머스킷을 든 제국군 병사들이 바이크를 달리며 나를 향해 쏘는 게 아니라, 비룡을 탄 용기병들이 화살을 날렸을 것이다.

     타ㅡ앙!

     어깨를 스친다. 

     본능적으로 몸을 낮췄고, 어깨에 마나를 흘렸다.

     “쓰으읍….”

     어깨가 저리다. 

     아무리 마나로 몸을 보호한다고 해도, 타격은 온전히 전해지기 마련.

     단순한 매직 미사일이어도 그 충격이 전해지는데, 마나가 서서히 줄어드는 와중에 탄환에 얻어맞았으니 그 고통이 장난이 아니다.

     “젠장, 저 괴물! 마탄을 맞고도 멀쩡해?!”

     제국군 병사의 목소리에 억울함이 서린다.

     보통은 마탄 같은 거 맞으면 몸이 뚫리고 그러겠지만, 소드 마스터는 인간의 모습을 한 괴물이다.

     “조심해라! 갑자기 몸을 돌려서 공격하는 걸 조심해!”

     바이크를 타고 달려오는 제국군 병사가 다른 병사들에게 외친다.

     내가 혹시나 속도를 낮추고 손에 든 파이프를 휘두를까 조심하면서도, 거리를 최대한 좁히며 머스킷의 방아쇠를 당기는 걸 멈추지 않는다.

     죽음을 불사한 자들.

     그리고 동시에, 나를 어떻게든 막으려고 하는 자들.

     “저자가 노스트럼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막아! 장군님 명령이다!”

     어떤 장군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지브롤터로 돌아가지 못하게 만들려고 하는 게 목적일 터.

     당연하다.

     황제는 나를 놓쳤지만, 그런 황제의 속마음 중에는 ‘그레이 지브롤터를 곱게 보내서는 안 된다’라는 생각이 있을 터.

     ‘누군지는 몰라도 묵인은 받았겠지.’

     그레이 지브롤터를 쫓겠습니다.

     황제는 대답이 없고, 장군은 그걸 암묵적 동의로 파악하고 나를 쫓는다.

     ‘잡히지는 않겠지만, 빨리 안 가면 곤란한데.’

     마도바이크의 계기판에 붉은 표시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익숙한 표식은 아니지만, 누가 봐도 알 수 있게끔 무언가가 고갈되어 간다는 신호였다.

     마석엔진을 돌릴 연료의 부족.

     바이크의 마석통에 보관된 마나가 부족하다는 뜻.

     “이런.”

     앞으로 지브롤터까지 가려면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철도를 따라 달리면서 스쳐 지나가는 과정에서 봤던 여러 도시의 표지판을 통해, 나는 어느덧 클레이돌 후작령까지 이르렀다는 것을 파악했다.

     그리고 동시에-

     “하.”

     마도바이크의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

     시끄럽게 돌아가던 마도엔진이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하고, 뒤따라오는 제국군이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멈춰라! 너는….”

     구구구구.

     하늘 위.

     

     넓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동시에 무언가가 하늘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나는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았다.

     “투명마법…?”

     갑자기, 비행선이 나타났다.

     대형은 아닌 중형-미래의 분류상 ‘비공정’에 가까운 녀석이었으나, 아무런 전조도 없이 비공정이 나타났다.

     그야말로, 마법 같은.

     “저건….”

     

     펄럭.

     하늘에서 빛나는 무언가가 아래로 떨어졌다.

     

     밧줄.

     하늘을 나는 배가 동아줄을 내려다주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지만, 나는 배의 갑판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이를 보고 바로 다시 한번 바이크를 번쩍 들었다.

     파ㅡㅡㅡ앙!

     남은 마나를 모두 쥐어짜내어 바이크를 띄운다.

     마도엔진의 마나가 줄어들고 계기판의 불빛이 사라지고, 공중에 붕 떠버렸던 바이크가 포물선을 그리며 아래로 떨어진다.

     꽈ㅡ악.

     나는 동아줄을 붙잡았다.

     이대로 밧줄이 끊어진다면 나는 그대로 3층 정도 되는 높이에서 그대로 떨어지고, 바이크를 다시 타지 못한 채 바닥을 구르게 될 터.

     하지만 밧줄은 끊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내가 잡자마자 바로 내 몸이 위로 끌어올려지기 시작했다.

     내렸던 닻을 당겨 올리듯.

     마도장치 특유의 감각이 밧줄 끝에 잡히고, 아래에서 나를 쫓던 제국군 병사들이 허망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본다.

     일부만.

     나머지는 전부, 아래로 떨어지는 마도바이크에 눈을 돌린다.

     콰ㅡㅡㅡ앙!

     마도바이크가 바닥에 처박히며 박살이 난다.

     동시에 나는 더욱더 빠르게 당겨지는 밧줄에 의지하며 비공정을 향해 날아가고, 곧 비공정의 갑판 위까지 날아가 착지했다.

     “안녕, 괜한 참견이었을까?”

     “전혀요.”

     

     익숙한 얼굴과 목소리, 하지만 낯선 복장.

     “여기에는 무슨 일로 이렇게 오셨는지.”

     “지브롤터로 급하게 날아가다가 이렇게 발견했지.”

     여기에 가장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존재-에르윈 황후가 나를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무슨 행사가 있을 때마다 봤던 드레스 차림이 아닌, 본인에게 너무나도 어울리는 라이딩 복장을 입고 있었다.

     “지브롤터까지는 데려다줄게.”

     “같이 안 가십니까?”

     “망명하자고?”

     “제국에 남으려고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음, 많지.”

     에르윈 황후가 쓰게 웃으며 제국 방향을 바라봤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협곡을 넘어가고 싶은데, 아직 제국에는 내 심리적인 식구들이 많아서 말이야.”

     “……회사의 직원들 말씀이십니까?”

     “그들의 가족들 또한 내가 책임지고 먹여 살려야 할 이들이지. 내가 황후를 포기하고 자리를 떠나게 된다면, 모두 실업자가 되는 걸 넘어서 바로 펜 대신 총을 들고 전장에 투입될 테니까. 안심해. 적어도 황제 때문에 제국에 남으려는 건 아니야.”

     “위험할 겁니다.”

     “음, 그렇겠지.”

     에르윈 황후가 뒷짐을 지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거짓된 황금이 보여주는 세상에서 전쟁은 일어났지만, 나는 그 전쟁 이후의 세상에 없었으니까.”

     “…….”

     “어떻게 생각해? 황제가 나를 숙청하려고 들까?”

     “예.”

     이건 회귀 전의 정보를 함부로 푸는 게 아니다.

     “전쟁을 일으키기 위한 자금은 아이페리아 인더스트리에서 전부 다 끌어들일 겁니다. 세금의 형태든, 아니면 압류의 형태든.”

     “나를 죽이려고 할까?”

     “죽이지는…않겠죠. 만일 죽이려고 한다면, 협박하십시오.”

     “어떻게?”

     “장모를 죽이는 장인은 장인으로 대할 생각도 하지 않겠다.”

     잠시, 심각하게 굳어있던 에르윈 황후의 표정에 미소가 옅게 서리기 시작했다.

     “…아하하하!”

     그러면서 동시에 에르윈 황후가 배를 잡고 폭소를 터뜨렸다.

     “그거 정말 무서운 협박이겠는걸! 이야, 꼭 써먹을게.”

     “무조건 통할 겁니다. 당장 황제가 저를 붙잡지도 않았잖습니까?”

     “그렇겠네. 음, 마냥 죽이려고 하는 건 아니다 이거지?”

     “예.”

     구구구.

     비행선이 클레이돌 후작가의 하늘을 날아, 협곡으로 나아간다.

     “합스베르크 황제가 죽이려고 하는 건 비상식적인 존재들뿐입니다. 혹은 그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는 이들뿐이지요.”

     “그러면 살아남으려면 제국의 부역자가 되어야 하는 걸까?”

     “아이페리아 인더스트리를 그대로 살리려고 한다면, 일시적으로 협력하십시오. 어떠한 모습이든, 살아있기만 하다면 그 뒤를 도모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 망국의 공주가 내게 했던 말이지만, 특정 상황에서만 사용되는 말은 아니다.

     “죽으면 그걸로 끝이지만, 살아있다면 무엇이든 가능성이 생기는 법이니까요.”

     “…….”

     “살아주십시오. 적어도 손자손녀 얼굴을 보고, 그 아이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것까지 다 보고 가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네. 응. 그렇지.”

     에르윈 황후가 옅게 웃으며 갑판 안쪽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아스타시아는 네게 맡길게. 나는 최대한 제국이 과도하게 병력을 끌어내지 못하게 어떻게든 억제해 볼 테니까, 부디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줘.”

     “물론입니다. 전쟁은….”

     “나는 전쟁특수같이 사람의 피를 흘려서 돈 버는 건 싫거든. 설령 황금 때문에 난리가 나더라도, 피 묻은 황금은 질색이라서 말이야.”

     딸칵.

     갑판의 일부가 좌우로 열리더니, 곧 아래에서 무언가가 위로 솟아났다.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결혼 선물이야. 축하해, 사위.”

     에르윈 황후가 나를 향해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갑판으로 올라온 은색의 마도바이크 위에 오른다.

     “협곡까지 따로 조종할 필요 없이 그대로 직진하면 되게 만들어뒀으니까, 한숨 푹 쉬어도 될 거야. 아쉽게도 나는 슬슬 돌아가야 할 것 같아서.”

     “어디 땅에 정박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정박?”

     에르윈 황후가 마도바이크의 페달에 발을 올리며, 품에서 검은색 안경을 꺼냈다.

     “괜찮아. 떨어지기 전에 점프하면 돼.”

     “저기….”

     “부순다는 거 아니야. 떨어지기 전에 풍석의 출력을 최대한 아래로 뿜어낸다면, 아주 천천히 착지할 수 있지 않겠어?”

     “…….”

     그것참.

     “혹시 아스타시아에게도 그런 거 보여준 적 있습니까?”

     “아니. 이번에 처음인데?”

     “저기….”

     “괜찮아, 괜찮아.”

     내가 말릴 틈도 없이.

     “애들 이름 지어주기 전까지, 안 죽어.”

     에르윈 황후는 그대로 바이크를 타고 갑판을 뛰었다.

     몇 미터 상공일까.

     적어도 수백 미터는 되어 보이는데, 그걸 그대로 바이크를 몰고 뛰어버리다니.

     “…….”

     사람이 죽지는 않을 것이다.

     떨어지기 직전 바이크를 박차고 뛰어 낙법을 펼쳐도, 잘못 착지한다고 해도 발목 살짝 삐끗하는 정도로 끝나기는 할 것이다.

     문제는 에르윈 황후가 제국에 착지하고, 제국으로 간다는 것.

     “…안전장치는 마련해 뒀으니, 죽지는 않겠지.”

     황제는 에르윈 황후를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죽이지는.

     “…….”

     잠시 뒤.

     서서히, 협곡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미 깃발을 나부끼는 제국군의 정예병들이 관문을 지키고 있고, 제 1관문 위에는 아버지와 로버트를 위시한 지브롤터의 기사들이 협곡을 틀어막고 있었다.

     “역시.”

     예전부터 로버트의 머릿속에 귀에 피가 나올 정도로 심어두기를 잘했다.

     로버트 경이 아니었어도 아버지라면 제 1관문이 뚫리기 전에 어떻게든 막아냈겠지만.

     * * *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은색의 바이크.

     그 바이크를 향해, 제국의 장교들이 머스킷을 겨누며 다가간다.

     “무슨 짓이오, 황후.”

     “무슨 짓이기는. 아아, 어쩐다.”

     덜커덩.

     아주 천천히 풍석의 바람을 뿜어내며 착지한 바이크에서 내린 에르윈 황후가 두 손을 든다.

     “지브롤터가 아직 적이라고 정해진 것도 아닌데.”

     “황후.”

     “치사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레이 지브롤터가 그냥 온 것도 아니고, 제국에 큰 도움을 줬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비행선을.”

     “뭐. 연행이라도 하려고?”

     에르윈 황후가 두 손을 앞으로 내밀자, 클레이돌 후작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밧줄로 묶지는 않겠지만, 따라오시오. 처분은 폐하께 맡기겠소.”

     “…….”

     에르윈 황후는 두 손을 내리며, 굳게 닫힌 협곡 방면을 바라봤다.

     협곡은 굳게 닫혀있었다.

     지난 수 년 동안 수도 없이 많은 물자가 오다니며, 왕국과 제국이 수도 없이 교류했던 장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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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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