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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4

       그 이후로도 꾸준히 사격 훈련은 하고 있다.

        

       검성한테 잡혀서 클레어, 레오, 앨리스와 함께 체력단련도 했고, 체력이 조금 붙었다는 이유로 서투르게나마 검술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검성을 따라와 구경하던 제니퍼는 나에게 근접전투를 가르치겠답시고 이리저리 굴려댔고.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다고 자신감이 팍팍 늘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확실하게’ 성공할 수 있다는 보증이 사라져버렸으니까. 전장을 누비면서도 머리에는 총을 맞지 않았던 이유가 여신이 나를 보고 계산해낸 가능성 때문이었다면, 그 또한 지금 시점에서는 사라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검성 말대로라면 나는 노력 하나는 확실하게 할 줄 아는 녀석이다. 그러니 하다못해 할 수 있는 한 실력을 늘리는 수밖에.

        

       그리고—

        

       열차 바깥에서 괴성이 들렸다. 총소리가 들린 직후에 따라오던 비명들과는 다른 것이었다.

        

       정확히 묘사하자면,

        

       “으아아아아악!”

        

       저 하늘 위에서부터 떨어져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소리였다.

        

       하필이면 나 들으라는 건지 창문 근처에 떨어져서 어디가 부러지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렸다.

        

       멀리서 들리던 총소리가 불규칙해졌다.

        

       “……어…….”

        

       그래, 생각보다 끔찍하지?

        

       클레어와 레오가 할 말을 잃은 표정이 되어버렸다.

        

       전투가 끔찍하다는 거야 이미 겪어본 바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사람과 싸우다가 죽는 모습과 괴물에게 일방적으로 살해당하는 모습을 비교하자면 뒤쪽이 훨씬 더 끔찍했다.

        

       “열차가 국경을 넘는 순간부터 그리폰이 따라붙도록 미리 준비해 두었습니다. 하늘 높이 날다가 총소리를 듣고 내려온 모양이군요.”

        

       그렇다.

        

       실력이 줄었으니,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해 그 줄어든 실력 부분을 커버해야 했다.

        

       아직 비행기가 나는 소리는 매우 시끄러웠다. 열차 뒤에 공군을 붙이면 벨부르 측에서 극도로 반발할지 모른다. 아무리 국경을 넘지 않는다고 해도 국경까지 군대를 끌고 오는 행위 자체가 이미 무력 시위니까.

        

       하지만 그리폰은 훨씬 더 조용하게 날 수 있다. 밤이 어두우니 하늘 높게 나는 그리폰은 사람 눈에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아직은 ‘군대’ 취급은 아니었다. 사람들 눈으로는 내가 키우는 애완용 짐승이었을 뿐이다. 벨부르 사람을 해치지 않는 이상 핑계를 대고자 하면 댈만한 핑계는 넘쳤다.

        

       ……사실, 내가 하는 말을 은근히 제대로 듣지 않는 녀석의 성격을 생각하면 국경까지만 따라왔다 기다린 것이 아니라 벨부르 상공까지 따라왔다고 해도 전혀 놀라지 않을 거다.

        

       창문 바깥이 밝게 번쩍였다.

        

       그리폰이 마법을 난사하는 모양이다.

        

       그리폰이 하늘에서 강습하고, 열차에 타고 있던 대규모의 군대가 육상에서 공격한다.

        

       상대가 기갑 병력을 끌고 온 정규군이 아닌 이상 이길 방법은 없다.

        

       클레어와 레오는 다소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역으로 나는 마음이 놓였다.

        

       역시 뭔가 준비하려면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니까.

        

       참고로 말하자면, 만약 열차가 도착해야 할 시간에 도착하지 않으면 바로 제국 군대가 출동하도록 준비를 마쳐두기까지 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어떻게 되든 저쪽은 무조건 죽은 목숨이었다는 소리다.

        

       *

        

       대체 어떤 미친놈일까.

        

       만약 우리가 우리라는 것을 몰랐다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다. 제국 안에 열차를 털어먹는 강도들이 있다는 소리니까.

        

       게다가 술 취한 인간을 선로에 두어서 열차를 멈춘다는 발상도 이상했고. 보통은 열차가 그냥 사람을 치고 지나가 버리지 않을까? 차장이 오랫동안 기관차 운전을 해온 사람이 아니었다면 열차가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예, 전부 체포했습니다. 죽은 자가 열 둘, 생존한 자가 일곱입니다.”

        

       수도 이상하게 적었다.

        

       “확실하게 무장해제 되었습니까?”

        

       “그렇습니다.”

        

       “좋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양옆에 클레어와 레오를 대동하고, 얼굴에는 베일이 드리워진 챙 넓은 모자를 썼다. 낮이라면 얼굴이 희미하게 비쳐 보였겠지만, 빛이 거의 없는 밤이라면 너무 가까이 있지 않은 한 얼굴을 들키지는 않으리라. 참고로 클레어와 레오는 밋밋한 가면을 썼다.

        

       기사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에는, 그의 말대로 포박된 자가 일곱 명 있었다. 모두 남자였고, 제대로 씻지 않아서 꼬장꼬장했다. 수염도 한참 자르지 못한 것 같았고.

        

       입고 있는 옷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겨울이었으니 전부 두꺼운 옷이었다. 헤진 코트를 입은 자들이 있었고, 아니면 가죽옷을 입은 자들이 있었다.

        

       “살, 살려주십시오……!”

        

       내가 다가가자, 손이 뒤로 묶인 남자들은 모두 바닥에 이마를 대며 외쳤다.

        

       “이들은?”

        

       “아직 정확한 것은 모르겠습니다만, 무장 강도인 것 같습니다.”

        

       “국경 근처에 이런 무장 강도들이 있다고요?”

        

       원래 국경 지역은 타 국가와 인접했다는 특수성 때문에 오히려 치안이 좋은 경우가 많다. 물론 두 나라가 서로 극도로 사이가 좋아서 국경이 말 그대로 선만 그어둔 수준이거나, 아니면 두 나라의 경제적 차이가 너무 심해 한쪽에 불법입국을 노리는 이들이 모여들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긴 한다.

        

       하지만 벨부르가 아무리 제국과 사이즈 차이가 있어도, 국가를 버려야 할 만큼 못 사는 곳은 아니다.

        

       그리고 보통 그런 식으로 치안이 무너져야 한다면 경제 수준이 떨어지는 쪽이 무너져야 하는 거고.

        

       내 되물음을 힐난이라고 받아들였는지, 기사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뭐, 이 사람 잘못은 아니다. 만약 정말로 강도가 나타난 거라면 이 영지를 관리하는 이의 잘못이겠지.

        

       그리고, 이 영지를 관리하는 곳은—

        

       “크로우필드…….”

        

       “…….”

        

       내 중얼거림에 클레어와 레오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백작 부인의 상태를 생각하면, 이건 노렸다기보다는 순수하게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대로라면 미아가 거의 확정적으로 다음 영주가 되겠으나, 차기 영주가 ‘영주’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지금 이곳을 관리하는 자는 크로우필드 백작 부인이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나는 크로우필드 쪽에는 전혀 언질을 주지 않았다. 미안한 말이지만, 미아도 내가 벨부르에 방문했다는 사실은 모른다.

        

       나는 고개를 저어 생각을 밀어냈다. 지금 당장 고민할만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지금 이 자들의 처우를 결정하는 것이 옳다.

        

       “혹시 이 자들에게 특기할만한 점이 있었습니까?”

        

       “예. 이걸 보십시오.”

        

       그렇게 말한 기사가 나에게 보인 것은 검집에 들어가 있는 검이었다.

        

       양손으로 공손하게 받친 그 검을 받아서 뽑아 들어보았다.

        

       꽤 오랫동안 관리를 받지 못한 모양인지, 검날 여기저기가 부딪혀 뭉툭해져 있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이가 나간 것 같지는 않다.

        

       관리를 받지는 못했지만, 몇 년 단위는 아니고 몇 개월 단위인 모양이다. 아직 검날 자체는 빛을 받으면 빛날 정도로 매끈했다.

        

       “…….”

        

       하지만 그런 것보다도, 검의 형상을 보고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법국?”

        

       그건 법국의 기사들이 쓰는 검이었다.

        

       굳이 머리를 굴릴 것도 없이, 어떻게 된 일인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제국 내에도 잠입한 법국의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군요.”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만…….”

        

       법국의 제복을 입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법국의 사람이라기에는 너무 꼬질꼬질했고.

        

       하지만 이렇게 법국의 검을 들고 있었다.

        

       “만약 법국의 인간들이라면 어째서 이 검을 가지고 있었을까?”

        

       옆에서 클레어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 검이 ‘중요한’ 검이었을지 모르죠.”

        

       이전에 보았던 제리코의 검처럼.

        

       여신의 힘을 이용해 만들어진 검이라면, 이해는 간다.

        

       제국에 잠입해 이런저런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신성력이고 뭐고, 자신들을 지탱해주던 모든 힘이 사라졌다.

        

       결과적으로 작전을 계속해나가지도 못하고, 본국과는 모든 연락이 끊어져 버리고, 법국 자체가 와해하였다는 소식만 들어왔다면.

        

       그리고 그 소식을 ‘완전히 믿을 수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면.

        

       “……무장 강도이긴 하지만, 보통 무장 강도는 아니었군요.”

        

       나는 이마에 손을 얹었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크로우필드 백작 부인에 대한 평가를 수정해야겠다.

        

       관리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관리하긴 했으리라.

        

       다만, 그 ‘강도’라는 인간들의 실력이 너무 좋아서 사병으로 완벽하게 잡아낼 수 없었으리라.

        

       마을을 습격한다거나, 지나가던 행상인을 습격하는 것은 영지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다. 그게 아무리 인구수가 적당히 많은 백작령이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그 강도들을 열심히 쫓고 쫓아서 섬멸하려고 애를 쓰게 되고, 강도들은 수에 밀려서 계속해서 도망 다니며 수가 점점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지나치게 절박해진 나머지, ‘확실한 한 방’을 노리게 된다.

        

       우리가 탄 열차는 다른 열차들과 구분하게 하기 힘들게, 일부러 야간에 운행되는 열차의 시간과 비슷하게 선정했다. 동시에 다른 열차들과 시간이 겹치지도 않게.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하도록.

        

       하지만 애초부터 ‘그냥 다음 기차’를 기다리고 있던 강도들에게는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이었다.

        

       “……당신들, 운이 나빴습니다.”

        

       만약 일반적인 화물열차였다면, 이들의 계획은 제대로 먹혔을지 모른다. 안에 타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거고, 무장한 인물들의 실력도 ‘전 성당 기사’보다는 떨어졌을 테니까.

        

       그렇게 물자를 확보해 벨부르 국경을 넘었다면 다른 희망이 있었을지 모르지.

        

       정말로, 지독하게 운이 나빴다.

        

       퓌요오오, 하고, 저 하늘 위에서 그리폰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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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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