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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4

       하오문도로부터 급보를 전해 받은 백우진이 안색을 흐리고 있을 무렵.

         

       정무학관의 교수진 및 명가의 자제들에게 속속들이 전서구가 날아들었다.

         

       내용은 동일했다.

         

       마침내 거병한 혈교의 광신도들이 정무학관으로 향하고 있다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렇기에 도리어 더 공포스러운 내용.

         

       정무학관 역사상 유례없는 대위기에 모든 교수진이 부관주실에 모여 회의를 열었다.

         

       “당장 생도들을 피신시켜야 합니다!”

       “피신이라니, 혈교 놈들에게 학관을 통째로 내어주자는 거요?”

       “목숨까지 내어주는 것보단 낫지 않소!”

         

       의견이 두 가지로 갈렸다.

         

       지금이라도 생도들과 함께 학관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쪽과 혈교 놈들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 쪽.

         

       전자와 후자 모두 그럴싸한 명분을 손에 쥐고 있었다.

         

       학관의 생도들은 아직 배움의 단계에 있는 덜 여문 무인들이니 전쟁을 경험하기엔 이르다는 전자.

         

       그리고 이대로 도망치면 정파의 위신이 땅에 떨어짐은 물론이요, 도망친 모두가 세인의 손가락질이나 받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 거라는 후자.

         

       언진섭은 고민에 빠졌다.

         

       ‘양쪽 모두 일리가 있어서 문제로구나.’

         

       전자에 힘을 실어 생도들과 함께 피신하자니 세인의 비난이 두렵고, 후자에 힘을 실어 혈교와 맞서 싸우자니 계란으로 바위 치기밖에 되지 않을까 두렵다.

         

       어느 한쪽의 편을 고르려 하면 다른 한쪽의 의견이 목에 걸린 가시처럼 따끔거린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나 다름없는 상황.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그는 처음으로 관주의 부재를 뼈저리게 느꼈다.

         

       ‘관주님이 계셨더라면….’

         

       관주는 부관주인 언진섭과는 여러모로 다른 인물이었다.

         

       한번 결정을 내리면 다른 한쪽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그의 성미와 추진력이라면 이미 두 선택지 사이에서 무엇이든 결정을 내리고 준비를 시작했을 터.

         

       ‘참으로 간사하구나, 간사해.’

         

       매번 불편하게 여기던 관주의 성격을 그리워하는 자신을 깨닫고 쓴웃음을 짓는 그.

         

       고작 하루 전까지만 해도 그의 부재가 자신에게 더없이 호재라며 기뻐했건만, 사람이 어찌 이리도 간사한지.

         

       비로소 처음으로 관주의 어깨에 올라가 있는 짐의 무게를 제대로 느껴본 것만 같다.

         

       “부관주님! 시간이 없습니다.”

         

       이미 하루쯤 되는 거리 앞에 혈교의 무리가 포진해 있는 상황.

         

       피신을 택하든, 항전을 택하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건 지금뿐.

         

       앞에는 교수들이 자신의 대답만을 기다리고 있고, 창밖을 내려다보면 가문으로부터 소식을 전해 들은 생도들이 구름떼처럼 몰려와 있다.

         

       이런 걸 내우외환이라고 표현해도 될는지.

         

       ‘내 결정에 모두의 목숨이 달려 있다.’

         

       감당키 어려운 목숨의 무게에 짓눌려 어느 쪽으로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을 때.

         

       굳게 닫혀 있던 부관주실 문이 거세게 열림과 동시에 우렁찬 목소리가 내부를 가득 메웠다.

         

       “동작 그만-!”

         

       부관주를 비롯한 교수들의 시선이 일제히 소리가 난 방향으로 돌아갔다.

         

       문 앞에 서 있는 이는 다름 아닌 백우진이었다.

         

       그의 존재를 확인한 교수들이 어안이 벙벙해져 당황하고 있는 사이.

         

       그가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이곳 학관은 제가 지휘합니다.”

         

       미친 건 아닌지 의심스러운 수준의 발언에 교수들이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자네 정말 미쳤나?”

       “감히 교수들의 신성한 회의에 끼어든 것도 모자라, 그따위 망발이라니!”

       “세간에서 좀 오냐, 오냐 해주니 자네가 뭐라도 된 것 같은가?”

       “부끄러운 줄 알게!”

         

       일개 생도의 약진에 미약하나마 질투를 머금고 있던 교수들의 폭언이 쏟아졌다.

         

       그리고 그를 좋게 보고 있던 교수들도 이번만큼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언짢아하는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다.

         

       뭐, 이 정도는 예상했다.

         

       갑자기 생도가 회의 중에 들어와 지휘권을 갖겠다고 말하면 누구라도 그럴 테지.

         

       평소였다면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지금은 위기가 코앞에 닥친 전시상황.

         

       그들을 설득할 명분도, 시간도 없다.

         

       그러니 힘으로 제압하는 수밖에.

         

       “다시 한번 말합니다.”

         

       그가 말문을 엶과 동시에 단전에 꽉 붙들고 있던 기운을 일시에 해방시켰다.

         

       마침내 억압에서 해방된 거대한 기운들이 그의 전신 모공에서 뿜어져 나와 넓은 부관주실을 단숨에 가득 메웠다.

         

       “허억…!”

       “이, 이 어마어마한 기운은 대체…?”

       “쿨럭!”

         

       전신을 무겁게 짓누르는 기운에 숨을 헐떡이고, 거센 기침을 토해내고 당황하는 교수진.

         

       이에 백우진이 걸음마다 무겁게 내디디며 부관주실 중앙에 서서 선언했다.

         

       “이제부터 학관의 지휘는 제가 맡습니다.”

         

       그가 말하는 지휘란 이곳의 모든 생도의 목숨을 제가 쥐겠다는 것이었다.

         

       조금 전 언진섭을 무참하게 짓누르던 그 무게를 짊어지겠다는 뜻과 진배없는 말.

         

       백우진은 이쪽을 멍하니 바라보는 언진섭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집니다.”

         

       그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검집째로 들어 땅을 내리찍었다.

         

       쿠웅-!

         

       건물 전체를 뒤흔드는 굉음 속에서 그가 또박또박 말을 내뱉었다.

         

       “이에 대한 반박은 오직 비무로만 받겠습니다, 이상.”

       “…….”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 * *

         

         

       처음부터 이럴 작정은 아니었다.

         

       교수진이 빠르게 사태를 파악하고 적당한 결과를 도출해내면 그에 따를 생각이었는데.

         

       ‘완전 개판이구먼.’

         

       은근슬쩍 훔쳐 들은 교수진의 회의는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당장 하루 거리에 혈교 놈들이 잔뜩 깔려 있는데 의견 통일은 되지도 않고, 결정권자인 부관주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앉아서 입만 꾹 닫고 있고.

         

       이러다가는 정말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서 다 쓸려 나갈 기세였다.

         

       ‘이렇게 된 이상, 학관 생활은 이제 끝이다.’

         

       솔직히 지금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마침내 칼을 뽑아 든 놈들의 첫 목적지가 왜 여기인지.

         

       다만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이곳에 자신이 있어서가 아닌가 싶은데….

         

       ‘나 하나 잡자고 첫 목표를 학관으로 삼는다는 게 말이 되나?’

         

       너무 자의식 과잉이 아닐까 싶은데, 또 그걸 제외하면 도무지 답이 없다는게 문제다.

         

       아무튼.

         

       이유를 불문하고서라도 놈들이 칼을 뽑아 들었음은 본격적으로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뜻.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전쟁에 돌입했는데 학관 생활을 이어가는 게 가능할 리가.

         

       그래서 막 나가기로 했다.

         

       건방지면 어쩔 텐가, 반박은 비무로만 받을 건데.

         

       최소 부관주가 직접 나서지 않는 이상, 다른 교수들은 그의 털끝조차 건드리지 못할 터다.

         

       ‘참으로 씁쓸하구먼.’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린 교수들을 보며 도리어 마음이 착잡해졌다.

         

       차라리 비무를 하자고 달려드는 게 나았을 것이다.

         

       적어도 외압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뿌리를 지닌 인물이라는 뜻일 테니.

         

       정파가 숭상하는 의와 협은 시들어 바랜 지 오래라더니, 정말 그런지도 모르겠다.

         

       고개를 설레설레 저은 백우진이 교수들을 향해 지시를 내렸다.

         

       “우리는 이제부터 수성을 준비합니다.”

       “수성이라니!”

       “지금이라도 빨리 생도들을 이끌고 피신하는 게…!”

         

       조금 전부터 주구장창 피신을 부르짖던 교수들의 반발이 뒤따랐다.

         

       백우진은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그게 정말 가능할 것 같습니까?”

         

       고작 하루 거리에 혈교의 교인들이 몰려들기에 앞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그들 또한 이쪽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은 자명한 일.

         

       “그런 상황에서 생도들을 줄줄이 매달고 피신을 시도한다? 다 죽는 꼴 보고 싶습니까?”

         

       피를 빨아 급속도로 강해진 혈교의 주구들과 생도들의 추격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답은 뻔히 보인다.

         

       “비교적 약한 생도들부터 차례차례 죽어 나갈 겁니다. 그러다 운 좋으면 선두에 있는 몇 사람 정도는 살 수도 있겠습니다, 그려.”

         

       백우진이 터무니 없는 제안을 해대는 교수들을 향해 이죽거렸다.

         

       “자신 있으신가 봅니다? 산처럼 쌓인 제자들의 시신을 짓밟고 당당히 살아갈 자신이.”

       “……!”

         

       적나라하고 통렬한 말투에 교수들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붉게 달아올랐다.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자신들이 생도들 생각은 조금도 않고 제 기준으로만 생각하고 있었음을.

         

       백우진이 말을 이었다.

         

       “수성에서는 적어도 모두가 할 일이 있습니다. 약하면 약한 대로, 강하면 강한 대로 한 사람도 빠짐없이 맞물려 돌아갈 수 있단 뜻이지요.”

         

       정무학관의 높다란 벽과 지형을 잘만 이용하면 수성에 용이하게 써먹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장점은 생도들의 비빌 언덕이 되어줄 것이다.

         

       도망치느라 무방비하게 등을 내어주었을 때보단 훨씬 더 힘을 발휘할 수 있을 테지.

         

       모두의 생각이 수성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가고 있을 즈음, 백우진이 네 손가락을 펼쳐 보이며 마지막 말을 던졌다.

         

       “나흘, 나흘만 버티면 우리 모두 살 수 있습니다.”

         

       그가 확언하자, 한 교수가 물었다.

         

       “나흘이 지나면 혈교가 자연스럽게 물러날 리는 없을 테고…, 그리 확신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좋은 물음이다.

         

       처음으로 대답할 가치가 느껴지는 물음에 백우진이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어젯밤 무림맹에 서신을 보내 두었습니다.”

       “아니, 어떻게…!”

         

       크게 놀란 표정을 짓는 교수들.

         

       그도 그럴 것이, 그들 또한 무림맹에 서신을 보내려다 주요 길목을 죄다 차단하고 있는 혈교의 주구들에게 막혀 이미 한 차례 실패했기 때문이었다.

         

       백우진은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서신이 당도해 무림맹의 지원이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 보았을 때 대략 나흘이 나옵니다. 그러니 우린 그 나흘만 버티면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혈교 놈들을 일망타진할 수도 있겠군!”

       “바로 그겁니다.”

         

       희망의 불씨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때마침 밖에서도 우렁찬 함성이 들려왔다.

         

       와아아아-!

         

       조원들에게 생도들을 설득하라고 보내 두었는데 아무래도 잘 해결된 모양.

         

       모든 게 순조롭다.

         

       백우진은 마침내 의견을 통합한 교수들을 향해 외쳤다.

         

       “그럼 지금부터 수성 준비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들에게 각각의 지시를 내리며 전열을 가다듬으며 백우진은 간절히 빌었다.

         

       자신이 보낸 서신이 하루빨리 무림맹에 도착하기를.

         

       ‘…잘 가겠지?’

         

       가는 도중에 한눈만 안 팔았으면 좋겠는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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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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