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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4

        자신을 ‘찰리’라는 이름으로 소개한 인간이 조심스럽게 걸음을 내디뎠다.

        그의 걸음걸이는 마치 갓 태어난 새끼가 발걸음을 떼는 것처럼 불안정했고, 그의 다리를 덜덜 떨렸다.

        겨우 한 걸음을 걷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에겐 많은 시간과 힘이 필요했다.

       

        만약 그가 갓 태어난 새끼 인간…… 이라기엔,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걸을 수 있는 동물이 아니었지?

        그렇다면 대략…… 생후 12개월이 지난 이후라고 생각해야 하나?

        아무튼, 대략 그 정도의 나이가 된 인간이었다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 갓 태어났을 테니까.

       

        하지만 이 ‘찰리’라는 이름을 가진 인간 용병은 아기가 아니었다.

        이제…… 30살을 넘겼다고 했던가?

       

        “오오오오…….”

       

        털썩!

       

        결국 세 걸음 정도를 힘겹게 걷다 주저앉는 찰리.

        그의 두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다리가…… 팔이…… 내 다리가…….”

       

        “…….”

       

        그가 슬퍼서 우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에게서는 ‘기쁨’의 감정만이 보였다.

       

        ‘신체가 재생되어서 기쁜 것인가?’

       

        어찌 보면 이것이 답일 것이다.

        이 세계에서는 잘린 팔다리를 재생시킬 수 있는 이능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다.

        그러니 팔다리를 잃어버렸다가 다시 재생했으니, 저렇게 기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세계에는 팔다리를 재생시킬 방법이 없어도, 팔다리를 대체할 물건이 존재한다.

        실제로 이 인간 역시 몸의 70%를 기계로 대체했고 말이다.

       

        ‘음. 지금은 30%까지 줄어들었군.’

       

        내가 기른 농작물을 먹은 인간 용병의 몸은 착실하게 재생하기 시작했다.

        파괴된 기계로 된 팔다리가 다시 재생한 것은 물론.

        기계로 대체한 몸의 내장도 다시 재생을 한 것이다.

       

        실제로 지금 인간의 가슴에선, 기계로 이루어진 ‘인공 폐’가 삐죽 삐져나와 있었다.

        폐의 반쪽이 재생되며, 자연스럽게 기계로 이루어진 인공 폐를 몸 밖으로 밀어낸 탓에 저렇게 된 것이다.

        지금은 폐의 반쪽만 재생되어서 저런 모양새지만, 이내 폐가 모두 재생되면 인공 폐는 몸 밖으로 완전히 밀려날 것이다.

       

        ‘점점 인간에 가까워지는구나.’

       

        이전까지는 그저 ‘인간인 척하는 금속 덩어리로 보였는데, 이제는 ‘몸의 일부만 금속으로 대체한 인간’으로 보이는 정도였다.

        인간들은 그저 ‘뇌’만 존재한다면 자신을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뇌는 다른 동물이나 기계에도 존재하는데.’

       

        ‘뇌’라는 기관은 인간만의 고유한 기관이 아니다.

        동물에게도 존재하고, 기계에게도 ‘뇌’의 역할을 하는 기관이 존재한다.

        그런데 왜 인간들은 ‘뇌’만 멀쩡하다면, 온몸을 기계로 바꾸어도 본인을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일까?

       

        ‘이런 부분에서는 나와 인간이 다른 종족이라는 것이 실감 나는군.’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인간 찰리는 나의 앞으로 기어와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

       

        또다시 나를 ‘신’으로 신앙하는 인간의 모습에, 나의 얼굴이 저절로 구겨졌다.

        이전의 세계에서 자꾸 신으로 추앙을 받아서 이번 세계에서 ‘힐링’을 추구하려 한 것인데, 설마 여기서 또 신으로 신앙의 대상이 될 줄이야.

        또 피곤해지는 기분이다.

       

        “난 신이 아니다. 일어나거라.”

       

        “……설령 신이 아니더라도, 저에겐 신과 다름이 없습니다.”

       

        신앙을 하는 인간들은 이게 문제다.

        자기 생각과 믿음에 확고하기에, 다른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자기 자신의 내면에 갇혀 버린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이들은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심지어 그들이 신이라고 추앙하는 ‘나’의 말조차 듣지 않는다.

        그저 자신들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내가 나를 ‘신’으로 신앙하는 이들을 싫어하는 이유에 ‘남편의 일’이 있는 이유도 있지만, 방금과 같은 이유도 있다.

        자기 내면에 갇힌 이들은 그만큼 피곤하다.

       

        “딱히 신체를 재생하는 것 정도는 쉬운 일이 아니더냐. 너희 인간들도 기계로 몸을 대체하거나, 신체를 재생하는 기술 정도는 있을 텐데?”

       

        뭐였더라? ‘세포 복제 기술’이었던가?

        내가 농사지은 작물처럼 ‘신체를 재생’하는 기술과는 그 원리가 다르지만, 결과라는 부분에서는 비슷하다.

        그러니 인간 찰리의 말에 따르면, 그 기술을 개발한 인간들도 신이 되는 것이다.

       

        “전혀 다릅니다.”

       

        “……다른가?”

       

        “신체 재생 기술은 공짜가 아닙니다. 큰 대가가 필요하고, 설사 실행한다고 하더라도 부작용이 크죠.”

       

        “…….”

       

        그런…… 가?

        이 세계의 인간들은 기술을 그 정도로 발전시키지는 못한 모양이다.

       

        “게다가, 아무리 어마어마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겨우 농작물 좀 먹은 정도로 신체가 재생되지는 않습니다!”

       

        “음?”

       

        “아, 물론 인공 식량이 아니라 진짜 농작물이 ‘겨우’라는 말로 표현될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으음?”

       

        농작물을 먹는 것으로 신체가 치유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었던가?

        내가 알고 있는 ‘생물’이라는 존재는, ‘먹이’를 먹음으로써 자기 몸을 구성하고, 활동할 에너지를 얻고, 상처 입은 육체를 치유한다.

        그러니 ‘먹이’를 먹는 것으로 신체를 회복시키는 것은 당연한…….

       

        “……아.”

       

        뒤늦게 깨달았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우리 ‘드래곤’의 상식이라는 것을.

       

        우리 드래곤은 충분한 먹이와 양분만 섭취한다면, 잘려 나간 팔다리나 망가진 장기를 순식간에 재생할 수 있다.

        애초에 자신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강제적인 진화를 이루어낼 수 있는 생물이니까.

        잘려 나간 팔다리를 재생하는 것 정도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인간은 그게 안 된다.

        그들은 찢어진 피부나 부러진 뼈를 다시 붙일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재생 능력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그들은 불필요한 기계로 훼손된 몸을 복구해야 하는 것이다.

       

        “…….”

       

        “이런 기적을 보여주셨는데, 어찌 신이 아니겠습니까. 아니, 설사 당신이 악마시더라도…….”

       

        “그쯤 하거라.”

       

        “넵!”

       

        내 말에 인간 찰리가 입을 다물었다.

        다만, 입은 다물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빛에서는 나를 향한 열렬한 신앙이 보였다.

        그야 저렇게 강렬한 신앙을 보내고 있다면 모를 수가 없다.

       

        ‘난 신도 아닌데…….’

       

        물론 여기서 신앙을 모은다면 나는 이 차원의 ‘신’이 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난 신이 되고 싶지 않았다.

        한 종족을 책임지고 싶지도 않았고, 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부정적이기 때문이었다.

       

        “적당히 지내다 돌아가거라.”

       

        “네!”

       

        나는 대충 그렇게 말한 후 집으로 돌아갔다.

        어차피 인간 하나의 신앙 정도는 조금 걸리적거리는 정도에 불과했으니까.

        그냥 무시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            *            *

       

       

        “……라고 생각했었지.”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렇게 쉽지는 않았을 걸요?

        – 유유자적은 쉬운 일이 아니죠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이 웃기 시작한다.

        동시에 나를 놀리는 이들도 몇몇 보인다.

        ……틀린 소리가 아니었기에, 나는 볼을 부풀렸다.

       

        잠시 그렇게 채팅창을 바라보았을까.

        나는 볼에 집어넣었던 바람을 빼고 다시 말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푸우~!”

       

        – ㅋㅋㅋㅋㅋ

        – 볼빵빵 귀여워

        – ㄱㅇㅇ

        – 푸우~!

        – 저게 진짜 할모니? 할모니가 저렇게 귀여워도 됨?

        – 와… 내 심장이 당했다!!

       

        “문제가 생긴 것은…… 그로부터 3달 정도가 지났을 때였던가?”

       

        몸의 90%가 유기물로 재생된 인간 찰리가 떠나간 지 1달 정도가 흘렀을 때였다.

       

        “인간들이 내 농장을 습격했단다.”

       

        – 오

        – 드디어!

        – ㅎㄷㄷ

        – 드디어다!

        – 과연?

        – 어떻게 될까나?

        – ㄷㄱㄷㄱㄷㄱ

       

       

        *            *            *

       

       

        “떠나겠다고?”

       

        나의 질문에, 인간 찰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완전히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잠시 바깥에 다녀오고자 할 뿐입니다.”

       

        찰리는 나의 영역에서 살아가기로 했다.

        그가 나를 신으로 칭송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으나, 그의 몸 대부분이 다시 유기물의 신체로 돌아온 탓이기도 했다.

       

        이 세계는 행성 대부분이 오염될 정도로 과학 기술이 발전된 차원이다.

        그리고 행성 대부분을 뒤덮은 오염 때문에, 인간들은 극심한 식량난에 허덕이기 시작했다.

        결국 인간들은 ‘오염된 식량’을 먹기 시작했다.

       

        실제로 인간들의 도시에서 유통되던 ‘인공 식량’은, 어느 정도의 오염이 되어 있는 식량이었다.

        인간들이 자신들의 몸 일부를 기계로 대체한 것에는, 그런 ‘오염된 식량’에서 몸을 지키기 위함이기도 했겠지.

       

        하지만 지금 찰리는, 그렇게 기계로 대체되었던 몸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상태였다.

        아직도 10% 정도는 기계로 이루어져 있기는 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계가 몸에 박혀 있다’라는 것 정도일 뿐.

        아예 ‘기계가 신체를 대신한다’인 부분은 전부 원래의 유기물로 돌아온 상태였다.

       

        “지금의 저는 바깥의 오염된 환경에서 완벽하게 살아갈 수도, 오염된 먹을 것을 먹을 수도 없겠죠.”

       

        “흠…….”

       

        “뭐, 지금은 그 쓰레기 같은 것을 먹으라고 줘도 못 먹겠지만요.”

       

        찰리가 ‘이곳에서 입이 너무 고급져졌습니다’라고 중얼거리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고는 다시 얼굴을 굳히며 말을 이었다.

       

        “이미 주인님께 봉사하기로 한 몸. 주인님을 떠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한가?”

       

        찰리는 내 영토에서 ‘농부’로 일하기로 나와 계약했다.

        나는 그에게 영토를 빌려주고, 그는 농사를 지어 그 소출의 일부를 세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세금이 맞나? 이럴 때 사용되는 단어가 맞는지 조금 헷갈린다.

       

        “그렇다면 왜 나가려 하는 것이냐?”

       

        “바깥에 두고 온 제 재산이 좀 있습니다. 그것을 회수할 겸, 바깥과 커넥션을 만들려 합니다.”

       

        “커넥션?”

       

        “네.”

       

        그 순간, 인간 찰리가 두 눈을 번뜩였다.

       

        “허락하신다면, 이곳에서 나는 농작물을 바깥에 팔아보려 합니다.”

       

        “흠…….”

       

        말하자면…… 바깥에 두고 온 자기 재산을 가져올 겸, 이곳에서 농사지은 작물을 팔 유통 경로를 만들어 보겠다는 것인가?

       

        ‘그렇군. 나쁜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그저 ‘농사’를 지음으로써, 인간들이 말하는 ‘힐링’을 하려 했다.

        그리고 농부는 자신이 지른 농작물을 다른 인간에게 파는 것으로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구하는 이들이다.

        그러니 찰리의 말은 나쁜 것이 아니었다.

       

        “그래. 마음대로 해 보거라.”

       

        “네!”

       

        내 허락에, 기쁘게 대답한 찰리가 내 영토를 벗어났다.

        그리고 약 한 달의 시간이 흘렀을 때.

       

        “……음?”

       

        나는 영토 밖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늘따라 이상하게 글이 잘 안 잡혀서…

    아무튼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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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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