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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4

       *** ***

         

       붉은 팔각모를 삐딱하게 눌러 쓴 당소열이 곰방대를 물고는 뒷짐을 지며 말했다.

         

       “8번 동작 이십 회 몇 회?”

         

       “이십 회!”

         

       “목소리가 작습니다. 사십 회 몇회?”

       

       “사시이입회에에에!!”

         

       “실시!”

         

       “하나…! 둘..!”

         

       오늘도 구르는 사천낭인들을 바라보며 나는 평상에서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사천성에 오고 나서 너무 바쁘게 움직였더니 영 피로가 풀리지 않았다.

         

       일단은 사파세력의 침공을 정리했다.

         

       정철이 내건 격문으로 인해 떠돌이 사파 놈들이 마구 사천성으로 유입되었지만 이 역시 이제부터 잦아들 일이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사천성이 정파의 영역임을 공고히 했으니 외부 사파의 유입도 주춤하겠지.

         

       사파세력을 정리하면서 사천성 문파들과 공을 나누어 사천성 문파들을 향한 불신 어린 인식도 제거했다.

         

       그리고 겸사겸사 사파세력을 정리하면서 추후 이놈들이 마냥 날뛸 수 없도록 고삐를 채우는 것에도 성공했다.

         

       사천낭인의 몸값은 비싸다.

         

       사파 무인들이 삥 좀 뜯었다고 울컥해서 낭인을 고용할 수 있을 정도로 싼 비용이 아니다. 그러니 정말 구명줄을 잡는 심정으로 의뢰를 넣겠지.

         

       지금이야 아직 사천성 정파들이 제대로 된 활동을 하지 못하니 사람들이 사천낭인들에게 의존하고 있지만 사천성 정파들의 제 역할을 하기 시작하면 자연히 사천낭인들을 찾는 사람들도 줄어들 것이다.

         

       아직 해야 할 일들은 남아 있지만 최소한의 균형을 잡았다고 해야 할까.

         

       “피튀 체조 11번! 이십회 몇 회?”

         

       “이이이이시이이이입회애애애에!”

         

       “후아아아암…”

         

       낭인들의 악쓰는 소리를 들으며 무협지 책장을 넘기고 있자니 마음이 평온해 절로 하품이 나왔다.

         

       생각해보니 정말 쉼없이 달렸네.

         

       불명 어르신에게 굴려지는 기간에는 휴식은 엄두도 못 냈고 그 뒤로 곧장 비천마차에 실려와서 사천성의 변화를 파악하고 균형을 잡는답시고 열심히 움직였다.

         

       바깥에서야 6개월이지만 몇 년을 쉼 없이 달려온 셈이었다.

         

       아무튼 급한 불은 껐으니 한 며칠은 푹 쉬자.

         

       ….그렇게 뒹굴거리고 있노라니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일이 터졌다.

         

       “이젠 못 참겠소!”

         

       “이러다가 과로사로 쓰러져 죽겠다!”

         

       중개인들이 들고 일어났다.

         

       *** ***

         

       낭인객잔의 모두가 식당에 모여들었다.

         

       성난 벌떼같이 윙윙거리는 중개인들. 팔짱을 끼고 있는 유사연. 뭔 일인가 싶어서 모여든 사천낭인들까지.

         

       “흑묘야, 쌀튀김 있냐?”

         

       “다 같이 나눠먹죠.”

         

       나 역시 이 좋은 구경거리를 놓칠 수 없으니 식당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일행들과 쌀튀김을 나눠먹으며 구경했다.

         

       “당장 사천낭인을 증원해 주시오!”

         

       “요새 하도 힘들어서 머리가 다 빠질 지경이오!”

         

       “의뢰인들의 분노를 받아내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이젠 못 참겠소!”

         

       사실 중개인들이 들고 일어난 건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었다.

         

       하루에도 수백 건의 의뢰를 받아내는 중개인들. 그러나 실제로 처리되는 의뢰는 얼마 되지 않는다. 낭인 한 사람이 하루에 하나의 의뢰를 처리한다고 해도 하루에 처리되는 의뢰는 30건이 되지 않는다.

         

       낭인들이 매일매일 의뢰만 처리하는 것도 아니고, 며칠 걸리는 의뢰나 몇 사람이 필요한 의뢰가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보면 하루에 처리되는 의뢰는 또 줄어든다.

         

       결국 대다수의 의뢰가 쌓여만 간다는 거고 의뢰인들의 불만 역시 점차 커질 수밖에 없으니 중개인들이 받는 압박도 커질 수밖에 없겠지.

         

       중개인들의 불만에 인상을 팍 찡그리는 유사연.

         

       “내가 안 뽑고 싶어서 안 뽑았냐? 누가 봐도 수상한 자들만 오는데 그런 자들을 어떻게 뽑아! 정철 때문에 별 떨거지들이 다 섞여서 들어오는데 그걸 어떻게 감당하려고?”

         

       유사연의 항변도 일리는 있었다.

         

       당가에서 반박 성명을 낸 뒤로 의뢰가 폭발하기 시작했을 테고 사천낭인의 주가가 떡상했으니 개나 소나 사천낭인이 되겠다고 달려들지 않았을까.

         

       그런 떨거지들을 일일이 상대해야 하는 유사연 입장에서는 낭인을 뽑고 싶지 않았겠지.

         

       “그렇다고 해도 한 사람도 뽑지 않은 것은 너무 심한 것이 아니오!”

         

       “사람을 충원할 의지가 있기는 한 게요?”

       

       중개인들의 항의에 유사연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금도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야. 개인비무대회에 대한 관심도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 그쪽도 신경 써야 해, 사천성 문파들과의 관계도 조율해야 해, 낭인객잔의 대표로도 얼굴 비쳐야 할 곳이 한두곳이 아니라고.”

         

       옥신각신하는 중개인과 유사연을 바라보며 쌀튀김을 씹으니 아주 꿀맛이군.

         

       이번 사태는 결국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처리해오다가 한계에 봉착했다고 요약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유사연이 사천낭인에 관한 모든 사항을 관리했다. 그러나 유사연의 직함이 하나 더 생기고 사천낭인의 가치가 떡상하면서 외부 활동이 크게 늘어나니 이런 저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라 봐야겠지.

         

       인사권을 쥔 사람이 다른 일을 하느라고 바쁘니 신규 인원이 충원될 수 있을 리가 있나.

         

       사천낭인을 뽑는 일도 중요하지만 유사연이 하는 일 역시 중요할 테니까.

       

       “아무튼 이대로는 일 못해! 사천낭인을 새로 뽑아주시오!”

       

       

       “그래 그러긴 해야 하는데…”

        

       음 이거 어째 느낌이 좋지 않은걸.

       

       결국 중개인들이 벌인 시위의 결론이 누군가가 사천낭인을 채용하는 일을 대신해 줘야 한다는 쪽으로 흐르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현재의 나야말로 이번 일을 떠넘기기에 아주 적합한 사람이었다.

         

       나는 재빨리 남은 쌀튀김을 입안에 쑤셔 넣으며 도망치려 했으나.

         

       “호천안!”

         

       유사연의 호명이 조금 더 빨랐다.

         

       “쌀튀김 그만 퍼먹고 일좀 해!”

         

       “젠장.”

         

       *** ***

         

       현재 사천성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무엇인가?

         

       바로 사천낭인이었다.

         

       그런 사천낭인들이 공고문을 붙였다!

         

       포고문의 내용이 순식간에 사천성 내에 퍼졌고 그 내용을 들은 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기뻐하거나 눈을 빛냈다.

         

       낭인객잔에서 신규 사천낭인을 채용한다!

         

       사천낭인 공채 소식에 청운의 꿈을 안고 있는 무사들과 젊은이들이 불끈 달아올랐다.

         

       그들에게 있어 사천낭인이란 낭만 덩어리나 마찬가지였다.

         

       오욕의 시간을 감내하며 묵묵히 자신을 갈고 닦다가 정철의 행동으로 인해 사천에 난세가 도래하니 영웅의 기개를 떨친 뇌검낭인!

         

       자신들을 멸시하던 사천인들의 태도 따위는 알 바 아니라는 듯, 자신들의 명성이 더렵혀지는 것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양, 당당하게 암흑가에 개입하며 자신만의 정도를 추구하는 사천낭인들!

         

       그 낭만에 취한 자들이 사천낭인이 되고자 낭인객잔으로 몰려들었다.

         

       그렇게 낭만에 취해 사천낭인이 되고자 몰려든 이들 역시 적지 않았지만 그들은 지원자의 일각에 불과했다.

         

       사천낭인이 되기 위해 낭인객잔으로 몰려드는 이들의 머릿속에는 하나의 검은 형상이 뚜렷하게 떠올라 있었다.

       

       그들이 머릿속으로 그리는 하나의 물건.

       

       그 물건의 시초는 영웅건이었다.

         

       산적연합을 토벌한 뒤 수여된 영웅건!

         

       영웅건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눈만 마주쳐도 요새 젊은이들을 향한 비방을 일삼던 노인들도 영웅건을 착용한 자에게는 웃으며 덕담을 했고.

         

       목이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콧대를 높이기 일쑤인 처녀들은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호감 어린 눈빛을 보냈으며.

         

       돈이 없지 자존심이 없냐며 소리치고 다니는 남자들도 눈을 착 깔 수밖에 없는 물건이 등장했으니까.

         

       모두가 영웅건을 쓴 자를 신처럼 우러러 보았고 신이 되길 소망했던 젊은이들은 영웅건 비슷한 것이라도 가지고 싶은 마음에 문파의 허리띠를 찾았다.

         

       그러나 영원할 것만 같았던 영웅건의 시대 역시 저물었다.

         

       정철의 등장으로 인해 사천성 문파들의 추태가 폭로되며 사천성 문파들과 무인들은 더이상 산적을 토벌한 공적을 자랑하기 힘든 처지에 놓이게 되었으니까.

         

       자숙의 의미로 그들은 자발적으로 영웅건과 허리띠를 벗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는 암흑가에 자리잡은 사파 세력이 일소된 이후 영웅건과 허리띠를 맨 무인들이 늘어나는 추세였지만 한풀 꺾인 영웅건과 허리띠는 더 이상 절대적인 상징물이 아니었다.

         

       현재를 대표하는 새로운 신물이 나타났으니까.

         

       흑립!

         

       흑립은 그저 영웅건을 대체하는 대체재가 아니었다.

         

       영웅건 그 이상의 물건이었다.

         

       우선 영웅건은 그 숫자가 적지 않았다. 결국 참여자 전원에게 돌아간 물건이었으니까. 그러다보니 영웅건을 맨 당사자들끼리는 그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영웅건의 착용에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으니.

         

       자연스럽지가 않았다!

         

       산적연합 토벌기념 영웅건은 가늘고 길어 펄럭이는 멋스러움이 넘치는 장비였지만 안타깝게도 실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쓰기에는 너무 길고 불편해 보였다.

         

       그런 불편해 보이는 장비를 부득불 착용하고 있는 자를 사람들이 어떻게 보겠는가.

         

       제 공적을 자랑하고 싶어 안달난 것처럼 보이겠지.

         

       대체품인 영웅수실이 있었지만 이 영웅수실은 한눈에 알아보기가 힘든 장비였으니 영 효율이 별로였다.

         

       이러한 이유들로 영웅건은 아쉬움이 남는 물건이었지만.

         

       흑립은 달랐다.

         

       상시 착용 가능!

         

       영웅건과 달리 흑립은 업무용 장비였으니 자연스러운 착용이 가능했으며 익명성을 유지해야 하는 명분상 어디를 쓰고 다니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저 쓰는 것만으로도 사천성의 신이 되어버리는 완전무결한 신물(神物)!

         

       절대흑립(絶對黑笠)!

         

       ‘흑립! 흑립만 쓸 수 있다면 나는 이 사천성의 신이 된다!’

         

       ‘산적토벌연합때는 영웅건이 그런 물건이 될 줄 몰랐으나 이번에는 다르다!’

         

       절대흑립을 손에 넣어 이 사천성의 신이 되겠다는 야망(?)을 품은 무인들과 젊은이들이 끝도 없이 몰려들었으니.

         

       “조졌네….”

         

       그 소식을 접한 호천안은 이렇게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절대흑립을 탐하는 골룸, 아니 사천성 청년들!

    *

    [히아신수]님께서 [5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재미있게 즐겨주셨다니 다행이군요. 더욱더 뽕차는 에피소드를 들고 찾아올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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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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