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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4

       양해율이 무너졌다. 그것도 같은 백보신권의 아래에 무너지고 말았다.

       

       소림의 윗사람 중에서 왜냐는 물음을 던지는 자는 없었다. 누가 보더라도 승패가 정해진 이유는 명확했으니까.

       

       단순히 저 여인이 백보신권을 더 잘 다뤘다.

       

       신권의 이해가 더 깊었다.

       

       그렇기에 모든 격차를 뛰어 넘어 양해율을 쓰러트렸다.

       

       “저 여인은 도대체…”

       

       장로 하나가 중얼거린 나지막한 단어 하나가 모두의 심정을 대변했다.

       

       저 여인은 도대체 무엇인가. 무엇이기에 소림의 모든 무공을, 심지어 신공마저도 완숙할 수 있단 말인가.

       

       “이번엔 제가 가보겠습니다.”

       

       양해율 다음에 나선 이는 훗날 장로의 자리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 이였다.

       

       정마대전이 지나간 후 최고의 재능이라 평가받는 무인이기도 했다.

       

       허나 여인의 앞에서는 무력했다.

       

       또 다시 한 사람이 스러졌다.

       

       그 다음에 나선 이는 소림의 장로였다.

       

       이대로 가봐야 피해자만 늘릴 뿐이니 자신이 처리하겠다며 발을 움직였던 그는 장로의 지위가 무색하게도 쓰러져 있던 무인 무리 옆에 함께 잠들게 되었다.

       

       한 사람이. 또 다시 한 사람이. 앞으로 걸음을 내딛었고 여인의 아래에 굴복했다.

       

       기껏 해봐야 일류 끝자락에 서 있는 여인에게 소림이 무너지려 하고 있었다!

       

       범운은 꿈이라도 꾸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지 않은가.

       

       새어나오는 헛웃음을 견딜 수가 없던 그는 문득 이전에 들었던 한 가지 이야기를 떠올렸다.

       

       무림맹을 단신으로 돌파했던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의 문파가 공격당했다는 이유로 무림맹을 홀로 무너트리려 들었던 그 자는 외부인이자 일류의 경지를 지닌 무인이었다.

       

       허나 천마신공을 사용하는 그녀가 지닌 무공에 대한 깨달음은 그 누구보다도 드높았으니 육신도 경지도 그녀의 아래에서는 그 어떤 의미도 가지지 못했다고 하였지.

       

       지금 내 앞에서 펼쳐지는 일과 그 이야기는 정확히 일치하는구나.

       

       그렇다면 저 여인이 바로 무림맹을 초토화시켜 그 이름과 명성을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든 장본인이란 말인가.

       

       마료가 아니었구나. 마료가 아니었어.

       

       본인이 착각을 했던 것이야.

       

       저 자는 정말로 단순히 이 곳의 명패를 깨러 온 악몽이었을 뿐이었던 게다.

       

       범운이 경악을 하는 동안에도 또 한 명의 무인이 스러졌다.

       

       “슬슬 끝을 낼까.”

       

       자신이 쓰러트린 무인을 아무렇게나 집어 던진 여인이 범운을 바라본다.

       

       “이제 남은 것은 그대뿐이다.”

       

       대응할 수 없는 재앙이 그를 바라본다.

       

       그 순간 범운은 과거의 일을 떠올렸다.

       

       나한진의 지휘자로써 천마의 앞에 섰을 때의 일을.

       

       소림에서 자부하던 모든 것이 압도적인 힘 앞에 무너져버린 일을.

       

       죽음이 두려워서. 자신의 숨이 끊기는 게 무서워서. 그 앞에 머리를 박고 목숨만은 살려 달라 빌었던 때의 일을.

       

       “어찌할 테냐.”

       

       어느새 다가와 자신을 내려다보는 가면의 모습에 범운은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걸 느꼈다.

       

       내가 이길 수 있을까? 내가 이 여인을 쓰러트릴 수 있을까?

       

       자신의 손 위에 나를 올려두고 재롱을 부리는 걸 구경하는. 너무도 거대해서 그 발치에 닿지 조차 못할 것 같은 이 여인을 내가?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나.

       

       “…명패를 드리겠습니다.”

       

       그래. 차라리 이게 나아. 발악을 하다 박살이 난 후에 명패가 박살날 바에야 그냥 명패를 내어주는 편이 훨씬.

       

       범운이 속으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고 있으려니 여인이 침묵을 이었다.

       

       그러다 가면 너머로 한 가지 소리가 들렸다.

       

       그는 이빨을 까득거리는 소리였다.

       

       *

       

       …하. 어이가 없군. 잠시나마 머리가 새하얗게 물들었을 정도로.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소림의 방장이라는 놈이 주먹 한 번 내밀어 보지 않고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다니!

       

       네 놈은. 네 놈은 오대 문파의 중심이 되어야 할 인물이지 않은가!

       

       그런 네 놈이 이리도 쉽게 굴복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하느냐?!

       

       정파의 몰락이 유쾌한 것도 정도가 있다!

       

       네놈들이 비참하게 바닥을 구르는 걸 보며 웃는 것도 정도가 있단 말이다!

       

       네 놈에게는 무인으로써의 자존심도 없는 것인가?!

       

       차라리 화산문주가 나았다.

       

       혈교의 손을 잡아서, 자신의 것이 아닌 추한 것의 힘을 빌려서라도, 자신의 역사를 부정하며 복수를 하고자 마음먹은 그 멍청이가 네놈보다 나았단 말이다!

       

       화가 치솟아 이빨을 까득거리다 길게 숨을 내뱉었다.

       

       한 가지는 칭찬해주마. 그 어떤 무인도 본인을 이토록 당혹스럽게 만들지는 못했다.

       

       한심함도 일정 이상이 되니 무언가를 이룰 수가 있구나.

       

       진기한 깨달음이야.

       

       입에 곰방대를 물지 않고서야 견딜 수가 없어서 가면을 살짝 들어 그를 물었다.

       

       연기를 피우며 주변을 살기로 짓누른다.

       

       내 다른 이들을 괴롭힐 적에 사용했던 것처럼 적당히 조절한 것이 아니라 진심을 담았다.

       

       이 자를 찢어 죽이고 말겠다는 의를 구체화하는 데에는 내공도. 육신도. 경지도 필요치 않았으니.

       

       방장을 자칭하는 쓰레기의 얼굴은 창백하게 물들어 그 이빨이 벌벌 떨리는 것을 참지 못했다.

       

       “한 가지 착각하는 것이 있는 듯 하여 특별히 정정해주마.”

       “무…무엇을.”

       “네 놈에게 선택권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무언가를 택한다는 것은 강자의 권리다.

       

       강자만이 생과 사를 가르고 옳음과 그름을 가를 수 있지. 약자인 그대는 강자의 허락을 받지 못한다면 선택조차 할 수가 없지.

       

       그리고 난 그대에게 선택을 맡길 생각이 없다.

       

       “덤벼라.”

       

       자신의 무공을 펼치다가 목숨을 잃던가, 아니면 이 자리에서 목이 날아가 죽던가.

       

       어느 쪽이더라도 결말은 같을 터이니. 어차피 죽을 것이라면 발악이라도 하고 죽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

       

       살의를 더하는 것으로 놈에게 움직임을 강요했다.

       

       그러자 녀석이 입술을 깨물고는 앞으로 내달렸다.

       

       사용하는 무기는 권이요 펼치는 무공은 반야공인가.

       

       방장의 지위를 이용해 그대에게 과분한 것을 익혔구나.

       

       저는 분명 신공이라 불러 마땅한 절기 중 하나다.

       

       불자로써 얻는 깨달음의 극한에 달해야지만 완숙할 수 있다 전해지는 저 무공이 지닌 잠재력은 무한할 지어니.

       

       저의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면 그대는 재미난 대적자가 되었으리라.

       

       허나 그대는 그렇지 않다.

       

       네 놈에게 반야공은 과분할 뿐이다.

       

       무인이기이전에 중이라 부르는 것조차 아까운 땡중놈이 어찌 반야공을 다루겠느냐.

       

       녀석이 내지른 주먹을 공명권의 이치로 흘려낸 후에 그 몸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러자 녀석이 몸 안으로 내공을 거두어 들였다.

       

       스스로가 금강이 되고자 하는 것이냐?

       

       그로써 공격을 견딜 수 있으리라 믿는 것이야?

       

       멍청하구나. 단단한 것을 박살내는 방법은 수도 없이 존재하거늘.

       

       본인이 내지른 권이 녀석의 복부에 닿았지만 그 충격은 녀석의 피부로 흘러들어가지 않았다.

       

       자신이 무공이 성과를 보였다 생각한 것일까.

       

       멍청한 녀석은 웃음을 지었지만 이내 그 입가에서 피가 새어 나왔다.

       

       간단한 이야기다.

       

       겉이 단단해 졌다면 그 속을 박살내면 되는 것.

       

       이를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 정도는 해주리라 생각했다만 그것조차 하지 못하다니.

       

       한심하구나.

       

       내장이 진창이 된 녀석은 그 이상 내공을 유지할 여력이 없었으니.

       

       금강불괴가 풀린 녀석의 턱을 후려치자 멍청한 놈이 바닥에 널부러졌다.

       

       이 놈은 목숨을 빼앗을 가치가 없는 존재다.

       

       허나 이 놈이 무인이랍시고 뻗대는 꼴을 더 이상 보고 싶지는 않군.

       

       바닥에서 벌레마냥 움찔거리는 놈의 혈도 몇 곳을 건드려 주었다.

       

       “끄아아아악!”

       

       그러자 놈의 입에서 멱따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저는 항상 본인이 스스로에게 행하던 것이다.

       

       혈도의 폭주.

       

       더 이상 내기를 형성할 수 없을 때까지 그것들은 제멋대로 움직일 것이고 자연스레 내기 하나 쓰지 못하는 몸이 될 때까지 고통에 몸부림쳐야 하겠지.

       

       무얼.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죽지는 않을 터이니.

       

       다만 폐인이 될 뿐.

       

       얼마나 자비로운 처사인가.

       

       저를 내버려 둔 채 소림의 패가 걸린 건물 앞에 섰다.

       

       처음에는 단순히 무인들을 박살낸 후에 저 패를 부수어 버리고 말 생각이었다. 마료가 부탁한 것은 그 정도 수준이라 여겼으니까.

       

       허나 생각이 바뀌었다. 방장이라는 놈이 하는 꼴을 보니 생각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

       

       혈도를 눌러 내기를 폭주시킨 후에 심호흡을 하며 자세를 취했다.

       

       소림이라는 이름을 대지에서 지워버리지는 않으마.

       

       본인이 이 곳을 완전히 지워버려서야 핑계를 댈 거리가 생기지 않는가.

       

       나라는 재앙 때문에 소림이 망했다고.

       

       그래선 안 되지. 그대들은 새로히 평가받을 요소조차 없어야 한다. 스스로의 잘못과 부족으로 기울어야만 한다.

       

       그러니 본인은 그저 흔적만을 남기도록 하마. 그대들의 무능이 가져온 흔적을 말이다.

       

       자세를 취하고. 진각을 밟았다.

       

       그에 따라 내 발을 기점으로 하여 금이 퍼져나가 허공으로 돌가루들이 튀었다.

       

       천마신공은 사용하지 않겠다.

       

       처음에 그리 결심했으니.

       

       대신 그대들의 무공에 그대들의 본관을 잃게 만들어주마.

       

       백보신권이란 무엇인가.

       

       백보 너머까지 닿을만큼 강한 권격을 내지르는 것이다.

       

       허나 본인은 이 권을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고 싶구나.

       

       백보 너머까지 존재하는 그 모든 것을 지워버리는 권으로 말이다.

       

       주먹이 내질러 진 후 본관이 있던 자리에 남은 것은 터를 잡았던 흔적뿐이었으니.

       

       이로써 명패를 부수는 데에는 성공을 한 셈이겠지.

       

       “바루야.”

       “무어냐.”

       

       마무리를 지은 후 슬쩍 고개를 돌려 바루 쪽을 살피니 녀석은 여러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내게 대답을 하면서도 주변을 경계하는 바루와, 손이 근질거리는 듯 움찔대며 헤실거리는 웃음으로 바루를 바라보는 유저들.

       

       소림이 망하건 말건 다들 별 관심이 없어 보이는 구나.

       

       “죽었다가 다시 돌아올 테니 기다리고 있거라.”

       “…기다리라고? 이 틈바구니에서?”

       “무얼. 그대를 해할 놈들도 아니지 않나.”

       

       본인이 그랬고 백화령이 그랬던 것처럼 그대를 귀여워하고 좋아해주는 이들일 뿐이다.

       

       “그게 문제가 되는 것이다! 강하게 나갈 수가 없지 않으냐!”

       “그럼 그냥 다 포기하고 잠시 인형이 되어 있거라. 살아온 세월이 세월인데 그 정도 쯤은 참을 수 있을 터.”

       “민가! 네 녀석! 그대의 일이 아니라고 너무 쉽게 말을!…”

       

       바루가 무어라무어라 소리를 쳤지만 난 그 소리를 한 귀로 흘려 들으면서 눈을 감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루가 옆에 있으면 손이 근질거릴 수밖에 없죠!

    —–

    어떤 분께서 285에 달하는 회차를 소장해 주셨습니다!

    글을 재밌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노력하는 작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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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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