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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4

        

        “…무, 뭐. 대체 뭘 그렇게 열심히 쳐다보는데!”

        

        남자에게 미소보다는 피곤하고 귀찮다는 표정을 훨씬 더 자주….

        아니, 애당초 그에게 웃는 얼굴을 보여준 적은 있었나 의문인 검은 머리 소녀. 아나스타샤가 홍조 가득한 얼굴을 픽 돌리며 부끄러움을 감추는 듯한 대사를 내뱉었다.

        

        당황했는지 픽 새는 발음, 옥타브가 과도하게 올라간 말꼬리.

        안절부절 못하는 기색이 역력한 시선 처리와 덩달아 어색하게 떠는 다리.

        마무리로 앙큼하게 낀 팔짱은 무심한 척하면서도 은근히 챙겨주는 그녀의 매력을 여실히 강조하고 있었으니.

        

        “있잖아 누님. 오늘따라 더 매력적으로 보여서 그러는데… 응?”

        

        마침 장소도 호텔 객실 안.

        

        잘 정돈된 호화로운 침대도 미리 준비되어 있을뿐더러, 동석할 마음이 전혀 없다는 의미로 아예 방문을 열어제끼고 나가버릴 셈이 아니라면 도망칠 공간도 없다.

        

        호레이쇼가 천천히 다가간다. 아나스타샤는 음흉하게 굴지 말라며 뒷걸음질 친다.

        더욱 가까이 접근하자… 미처 확인하지 못했는지 침대 난간에 다리가 걸린 그녀가 이불 위로 폭신! 하고 다이빙해서 안착한다.

        

        “읏!? 양배추 닮은 주제에 진짜!”

        

        솔직히 마음 같아선 이대로 확 덮쳐버리고 싶었지만 그건 절대 안 될 말씀이다.

        

        왜? 그야 마구잡이로 들이대면 무조건 거부당하니까. 예전처럼!

        

        길거리 헌팅도 그렇고 나름 먹어주는 외모라고 자신했지만, 정작 그녀는 별로… 슬프지만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으니 그런 부분에서 호감 살 생각은 집어치우고 최대한 신사적인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

        

        무려 그녀의 보수적인 성향에 맞춰 고서점에서 연애학 개론 서적을 사 읽고, 인터넷 연애 및 플러팅 강좌까지 수강하며 갈고 닦은 솜씨를 토대로 오늘에야말로 결실을 거두겠다는 결사의 각오로 그는 대화에 임했고.

        

        처음에는 턱주가리를 날릴 것처럼 주먹을 꼭 쥐고 있던 아나스타샤의 가드를 내리게 설득했다.

        다음엔 너무 환경을 의식하지 않게 하면서도 차분히 로맨틱한 무드를 잡듯이 그녀의 모든 점을 칭찬해가며 분위기를 풀어나갔으며.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뺨에 조심스럽게 손을 얹고 숙인 고개를 들어 얼굴을 마주보게 하자, 기다리고 기다리던 허락의 말이 떨어졌다.

        

        “저기, 나도 사실… 호레이쇼 너를…….”

        “!!”

        

        빨갛고 작고, 촉촉한 앵두 같은 입술이 살포시 열렸다.

        

        선뜻 다가오는 건 아직 무서운 듯, 혹은 여기서부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모르는 듯이 제자리에서 뜨거운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마냥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애틋하고 가련하다.

        

        상기된 얼굴, 서로에게 들릴 것처럼 쿵쾅거리는 심장, 침대보가 말려들어가도록 꽉 움켜쥔 손. 모든 게 오케이 사인을 보내오고 있으니, 분명 미치도록 황홀할 게 틀림없는 교감을 이제 즐기기만 하면…!

        

        

        [ 외부 개입으로 인한 VHR(Virtual Hyper-Reality; 초증강현실) 접속 장비 정지, 긴급 중단 명령어 입력이 탐지되었습니다. 시뮬레이션을 프로세스를 중도 저장없이 종료합니다. 엘리시움 사의 기억 회상 및 재구성 서비스(Memory Replay & Reconstitution Service)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

        

        

        “아잇, 씨바!! 2초… 아니, 진짜 1초만 더 기다렸다 끄지 그랬냐아아 도미노!”

        

        “1초는 무슨. 내가 무슨 니 엄마냐? 넌 넷 정키고? 아침 댓바람부터 이런 골방에 틀어박혀서 가상 현실 프로그램만 줄창 돌리고 있게? 아, 사장님은 네임드 용병이 매상 자주 올려준다고 좋아하긴 하시더라.”

        

        달콤한 꿈도 깨고 난 다음에는 흔한 망상에 불과하다. 그것도 아주 지독한 쓴맛만 뒤에 남기는 녀석.

        

        결국 이게 다 뭐였냐 하면. 잊어버린 비밀번호나 코드 등 잊어버린 중요 정보가 있다면, 보안 문제로 변경 기능이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기억을 되살리라는 용도로 만든 메모리 시뮬레이션을 악용한 모습이었다는 소리다.

        

        개인 정보와 권리는 문자 그대로 개나 줘버린, 불법의 경계에 아주 찐~하게 한 발자국 걸친 맞춤형 개인 가상 서비스로.

        민간에서는 이제 이걸 최대한 극사실적으로 표현되도록 커스텀 해서, 여러 ‘대리 만족’을 체험시켜주는 수단으로 장사하는 VR 사업장이 있는 셈이고.

        

        하여간 분명 약 먹고 따로 해독제까지 빨아가며 일하는 건 도미노일진대, 그보다 더 퀭한 얼굴 꼬라지를 자랑하는 호레이쇼가 대뇌 접속 기기를 벗어 던지고 어기적어기적 의자에서 일어났다.

        

        덤으로 짤막하게 30분, 1시간 정도 박혀 있던 게 아닌 모양인지 우드득 소리가 나는 전신을 부여잡으면서.

        

        “어으… 여긴 다 좋은데, 요금 좀 올리고 사무용 의자나 간이 침대가 아니라 안마 의자 같은 걸 가져다 놓으면 안 되나? 뻐근해 뒤지겠네.”

        

        “그야 그건 하루 활동량으로 따지면 60km를 뛰어도 모자란 놈이 이러고 있으니까. 그리고 네가 잘 되는 것도 바라고, 아나스타샤 누님을 존나 보고 싶은 건 알겠는데 말이야…. 이건 좀, 너무 음침하지 않냐?”

        

        어차피 실내엔 어디서 흘러나온 건지 모를 뿌연 연기가 가득하겠다.

        

        거리낌 없이 들고 다니던 각성제 가득한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문 도미노가 불을 붙이며, 방금 전까지 친구가 붙들고 있던 단말기의 제어용 화면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기존 기억을 기반으로 현장 재구성, 가용 메모리를 최대로 사용하여 철저한(Full-Scale) 가상 현실 수립.

        거기에 등장 인물 성격 유추에 쓰는 프롬프트 태그(Prompt tag; 유도 꼬리표)는 또 부끄러움 많음, 연상, 연애에 익숙하지 않음, 순수함, 츤(Tsun) … 데레(Dere)…?

        

        “…….”

        

        그나마 쓰레기 보는 눈빛이나 경멸까지 가지 않은 건 팀 리더로서 인정하는 일말의 마음과 상하 관계를 존중하는 성격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무리 그래도 과연, 이건 인간적으로 어떤가… 하는 짜게 식은 눈초리를 받자, 물론 나름 억울한(?) 게 있는 호레이쇼도 변명을 주워 섬겼다.

        

        “어허! 잠깐, 그 중 몇 개는 사장님 추천이었어! 그리고 나도 웬만하면 자연스럽고 멋지게 재회해서 인사하고 싶었지~ 근데 반년이 넘게 의뢰를 수십 개씩 돌아도 누님을 못 만난 걸 어떡하냐! 이렇게라도 안 보면 속이 타 들어가는 것 같은데!”

        

        “……그래, 뭐. 일단은 좀 나와라. 밥때가 지나도 안 오길래 주문은 미리 해 놨어. 오멘은 벌써 다 먹고 나갔을지도 모르겠네.”

        

        확실히. 그건 그렇다.

        

        땅덩어리가 뒤지게 넓고, 사는 사람도 더럽게 많다지만. 하베스트 플래닛 네트워크 기준으로 알아주는 네임드 용병이 받을만한 고난이도 의뢰는 같은 기간에 열 몇 건이 겨우 나오는 실정인데 이렇게까지 안 겹치기도 쉽지 않은 노릇이다.

        

        오죽하면 작년 크리스마스에 파라다이스 복권 개표 방송을 보다 말고, TV에서 아샤 누님을 봤다며 갑자기 환호하는 호레이쇼를 동료들이 진짜 미친놈 보듯이 쳐다봤을까?

        

        한평생 같이 활동하는 신세다 보니, 비록 데어데블이란 코드네임이 아깝게 질질 짜고 미련 넘치는 찌질한 모습도 잔뜩 보는 사이여도.

        

        또 한편으론 그의 실망감도 충분히 이해는 가는 만큼 더한 추궁은 나중을 위해 삼켰다.

        

        …툭하면 여자 고프다고 사먹으러 다니던 애가 운명적인 만남을 경험했다며 하루 아침에 이런 순정남으로 변할 줄은 미처 몰랐지만!

        

        어쨌거나 개인실이 구비된 VR 게임장에서 아쉬워하는 호레이쇼를 질질 끌어낸 도미노는 그들이 즐겨 찾는 식당, 간판에는 어쩌구저쩌구 레스토랑이라 써져 있지만 편하게 자리잡고 앉아서 주문해먹는 가게로 왔다.

        

        대충 정문 앞에 깔린지 너무 오래되어서 거의 지면과 일체화한 것 같은 도어 매트에 신발 밑창을 문질러 닦고 안으로 들어사자….

        

        – 정체불명의 자연산 식료? NO! 99.98%의 검증된 인공 식재료만 사용하는 저희…. –

        

        와그작!! 우득, 까드득!

        

        자동으로 재생되는 환영 멘트를 다 짓뭉개고도 남는 거친 소음.

        거기에 질겁한 표정으로 접시를 대강 비우고 황급히 떠나는 선객들을 마주친, 이 상황이 익숙하기 그지없는 두 사람은 바로 눈치챘다.

        

        아, 오멘이 아직 한창 식사 중이구나.

        

        “저 소리는 언제 들어도 적응이 안 된다니까?”

        “난 시원해서 좋기는 한데, 자주 듣다 보면 왠지 내 이빨이랑 턱 쪽이 괜히 좀 아리더라….”

        

        영양제를 꽂을 수 있게 설계된 특제 방독면은 이물질이 묻지 않게 테이블 위가 아니라 아예 옆자리 의자에.

        

        조금만 힘을 줘도 부러지고 휠 게 뻔한 포크와 나이프 대신, 어디 의료 수술이나 사건 현장에서 쓸 법한 라텍스 장갑을 한계까지 늘려서 낀 거구의 남성. 오멘이 얼핏 봐도 20개는 넘게 쌓인 접시 무더기를 옆으로 밀어 놓은 채 스테이크를 잘도 뼈째 씹어먹고 있었다.

        

        “아으, 형님 오셨다 인마. 오늘도 다른 손님들을 몽땅 대피시킬 정도로 절찬리에 요란하게 잘 먹고 있… 잠깐, 왜 내건 고기가 아니라 망할 볶음밥이야??”

        

        “뼈도 다 활용 가능한 영양소 덩어리다. 문제없이 섭취할 수만 있다면 당연히 먹는 게 이득인데 굳이 내가 남의 눈치를 보느라 남기는 건 비효율적이지. 그리고 고기를 식게 놔두는 건 죄악이라 내가 먹었다. 억울하면 네가 알아서 하나 다시 시켜라.”

        

        “…매번 우리말고 같이 밥 먹을 사람이 한 명도 안 남는 건 괜찮고?”

        

        “흥! 일시적으로 쫓아내는 손님보다 매출에 크게 기여하는 정도의 양식미는 언제나 지키고 있다. 날 애송이 깡패 취급하지 마라.”

        

        건너편 의자에 풀썩 주저앉으면서 건넨 인사 겸 놀림에 한마디도 안 지는 논리적 답변이 되돌아왔다.

        

        덩치는 사람 세네 명 합쳐 놓은 걸 우습게 넘어가는 저거너트면서 성격은 여전히 꼬장꼬장하고 완벽주의자 성향이 짓은 게 평소의 오멘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안쪽으로 살짝 엿볼 수 있는 주방에서 기분 좋게 프라이팬을 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고 계신 사장님을 좀 보라.

        

        비싼 전용 영양제보다 싸게 몸을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식비를 차마 낭비라 할 수는 없겠지만, 주기적으로 이만큼 폭식해야 하는 건 일종의 고문 겸 사치가 아닐까…?

        

        인체 개조와 관계된 건 돌이키기 어려운 선택이기에 부정적인 말은 함부로 하지 않기로 약속했지만, 부러우면서도 영 불편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무튼 그래서, 지명 의뢰야? 네 성질머리에 밥이나 같이 먹자고 휴일에 부른 건 아닐 거 아냐.”

        

        “논리적이지만 틀렸다. 다만, 네가 알게 되는 게 시간 문제인 말썽거리를 찾았기에… 의견 확인이 필요해서 미리 불렀다고 해두지.”

        

        스르륵, 하고.

        아쉬운 대로 볶음밥을 입안 가득 밀어 넣는 호레이쇼를 향해 오멘이 터치 패드 하나를 식탁 위로 부드럽게 미끄러트렸다.

        

        화면에 팝업 되어 있는 건 동영상, 웹에 게시된 날짜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최신 데이터.

        

        다른 사람이 주었다면 무슨 명작 포르노라도 추천해주는 건가… 싶었겠지만. 이걸 준 상대가 아무래도 상대인지라 그럴 가능성은 한없이 영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이 고화질 영상의 정체는 무엇이냐.

        뭐긴 뭐야, 기깔나게 잘 뽑혔다고 입소문을 탄 아나스타샤 발렌타인의 모델 데뷔작인 뷰티 프로모션 비디오지.

        

        “….”

        

        이제 또 한바탕 꽃향기와 풋풋한 청춘의 내음을 포함한 광고가 지나가고.

        자기가 골방에서 구질구질하게 돌리던 시뮬레이션보다 여러모로 완성도 높고 훨씬 실감나는 컨텐츠의 향연을 아무 말없이 묵묵히 지켜본 호레이쇼의 침묵이 무거웠다.

        

        얘가 이렇게 조용해진 게 대체 얼마 만이더라?

        

        잡아와 달라는 부탁을 듣기는 했지만 이런 용건인 줄은 전혀 몰랐던 도미노는, 정직하게 호레이쇼의 반응이 전혀 예상되지 않았다.

        

        여태 용병인 줄 알았던 상대가 실은 연예인이라 당황하려나?

        착잡하기는 해도 쫓아갈 실마리를 찾았다며 기뻐할까?

        그것도 아니면….

        

        “………아, 집에 가서 혀 깨물고 죽을까.”

        “야, 얌마!!”

        

        어지간히도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눈동자에 초점이 사라진 건 물론이고, 기묘하게 올라간 입꼬리에서 바람새는 소리가 흘러나오는 게 약간 실성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

        

        오멘에게 뼈 좀 적당히 먹으라 방금 말한 주제에, 자기는 빈 숟가락을 잘근잘근 씹고 있는 걸 한 번쯤 놀릴 만도 하건만. 오멘은 신사답게 생각할 시간을 약간 주었.

        

        “이 멍청이가. 첨부 사항은 대체 왜 꼼꼼하게 안 읽는 거냐? 동의 하에 촬영한 개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공된 광고 영상이라 하지 않나.”

        

        “아잇. 썅!”

        

        아니, 역으로 놀리는데 집중했다.

        진정한 친구라면 어설프게 위로하는 게 아니라 병 주고 약 주는 게 기본이라는 것처럼.

        

        그래도 덕분에 실연으로 인한 자살 위험군에서 반동 분자로 전직하는데 성공한 데어데블 씨가 무사히 기운을 되찾긴 했다.

        

        “좋았어…! 그럼 사람 헷갈리게 만드는 이런 망할 영상은 뽑았다는 메모리털 타임즈 스튜디오부터 폭파시키고 생각하면 되겠네!!”

        

        “그것도 이미 늦었다. 촬영 당일 날에 웬 사이비 단체가 폭탄 테러로 사상자만 200명 가까이 냈더군.”

        

        “이런 개씨바아알!!!”

        

        어쩌면 너무 기운이 넘치는 것도 같지만… 그 부분은 필수 부작용이니 어쩔 수 없다 치고.

        

        누님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며 본인이 대신 꺼이꺼이 울고 자빠진 호레이쇼가 눈물과 함께 밥을 씹어 삼키거나 말거나, 패드를 다시 품에 갈무리한 오멘이 핵심이 되는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애타게 찾던 ‘누님’이 다른 메트로폴리스로 활동 거점을 옮긴 모양인데, 자연스럽게 만나는 게 글러먹은 이제는 어쩔 거냐며.

        

        “…잠깐만. 이게 일회성 출장이 아닌 걸 넌 어떻게 그리 확신하냐?”

        

        “하도 노래를 부르고, 마침 네놈이 여자 놀음으로 팀 공금을 깨작깨작 갉아먹는 일도 없어졌기에 사비와 합쳐서 사설 탐정을 고용해서 뒤를 캤었다. 작년 말에 출장 의뢰를 받아서 여길 뜬 이래로 아예 돌아오질 않았더군.”

        

        태연하게 대답하는 오멘을 아나스타샤 본인이 봤다면 왜 너까지 만만치 않은 사생활 침해를 저지르는 거냐며 소리를 빽 질렀겠지만… 어쩌겠나? 딱히 악용도 안 했고, 어디에 떠벌리지도 않았으니 이 정도면 사실 꽤 정중한 편에 더 가까웠다.

        

        “너 이 새끼…! 너도 역시 누님이 같이 있는 편이 좋잖냐! 왜 여지껏 싫은 척 나만 구박했던 건데!!”

        

        “깊게 관계되면 위험한 느낌의 여자라고 했지, 마음에 안 든다고는 한 적 없다. 일 처리 완벽하고, 우리에겐 과분한 희생 정신도 있는 걸 똑똑히 봤고. 무엇보다 밑바닥 출신에 대한 편견이나 나 같은 괴물 자식도 거부감 없이 대해주니… 팀에 들어오거나 함께 일할 수 있다면 틀림없이 편하겠지.”

        

        탁!

        

        칭찬 아닌 지적에 살짝 붉은 기가 감도는 얼굴을 멋쩍게 쓸어넘기려다가, 스테이크 기름이 잔뜩 묻었다는 걸 자각하고 신경질적으로 접시에 장갑을 벗어 던진 오멘이 곧바로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잊지 말아라, 우리가 하베스트 플래닛에서 순위권 용병인 이유는. 첫번째로 현지 출신이라 지리감이 뛰어나고, 두번째로 얼굴이 여기저기 통한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결과지 순수한 실력으로 따지면 당장 수도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전속 의뢰로 먹고사는 최상위권 용병들과 경쟁하는 건 위험할 수도 있다. …물론 넌 그래도 가겠다고 고집 부리겠지만.”

        

        “가서 후딱 아샤 누님만 설득해서 모셔오면 될 거 아니야! 그리고 어디까지나 장기적으로 수입이 줄어드는 걸 우려하는 거지, 너도 진짜 실력적으로 밀릴 생각은 없을 거고!”

        

        “……팀에 홍일점 하나 있는 건 확실히 나쁘진 않겠지. 호레이쇼의 연애 사업이 성공하느냐는 좀 다른 얘기겠지만은.”

        

        “아냐, 이번엔 다르다고! 아까 봤겠지만 열심히 훈련도 했어!!”

        

        식사를 반도 안 비운 사람이 둘이나 있지만 가는 길, 기차에~ 택시에~ 네오 헤이븐까지 한참 이동해야 한다는 걸 아는 그들은 상의조차 하지 않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데어데블 호레이쇼는 원래부터 대찬성. 녹턴 도미노도… 혹시 모를 치정 싸움은 약간 걱정되지만 안 좋은 위기 상황에 겪은 그녀의 인품이라면 믿을 수 있다는 입장.

        

        그리고 개인 행동이 잦아도, 안에서는 외려 팀의 기둥 비슷한 노릇을 하던 오멘 또한 은근히 관심을 두고 조사하고 있던 게 만천하에 드러났으니 의뢰가 없는 지금이 딱 다녀오기 좋은 적기였으니.

        

        

        이제 이야기는 여기서 현재로 되돌아온다.

        

        우선 기차 타고 네오 헤이븐으로.

        

        거기서 이제 사설 탐정의 조사에 따라 아나스타샤가 잠시 머물렀다던 가정 집 주소를 블랙 마켓에 조회하는 데에도 성공.

        

        소유주가 슈나이더 맥퀸으로 등록되어 있지만 갑자기 자택으로 찾아가는 건 굉장한 실례이며 협조를 못 받을 가능성이 현저한만큼 따로 운영하는 가게인지 술집인지가 있다는 것까지 확인하고 목적지를 그곳으로 바꾼 세 사람이었지만.

        

        네오 헤이븐은 대형 택시 요금도 바가지라며 욕을 한 바가지 퍼붓고 내린 그들을 가로막은 건… 경계하던 ‘수도 용병’ 중에서도 좀 허접스러운 무리와, 왠지 무시하기엔 오싹오싹한 느낌이 드는 백은발 여성.

        

        “사람이 지나가는데 비킬 줄도 모른다면 멀리 좀 꺼져라, 이 버러지 같은 놈들. 길 한복판을 처막고선 무슨 시답잖은 시간 낭비를 하는 거냐?”

        

        “어떤 새끼가 겁대가리 없이 이 스틸볼님에게 그런 말…을…?? 아니, 이런 씨발. 얜 또 뭐가 이렇게 커?!”

        

        정말 딱 맞는 장소로 찾아올 수 있었던 건 준비성도 좋았지만 행운이 따라준 결과라면.

        당사자를 미처 만나기도 전에, 그녀를 아껴도 너무 아끼는 언니와 맞닥뜨린 건… 생각보다 꽤 크고 중대한 불행이었을지도 모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스포일러 :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곧 예비군인데 허리가 이래서야 원…. 환자 좀 그만 괴롭혀 주십쇼 이 국가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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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Status: Ongoing Author:
No matter how many times I repeated the episodes, I couldn't clear the true ending of the open-world shooting RPG, Neo Haven. Just when I thought I finally cleared the hidden true ending... they want me to actually clear it without any help from the game system or save/load fea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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