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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4

   라그렌 가문의 가주실.

   그곳에서 크라슈는 독왕 하우란 라그렌과 마주하고 있었다.

     

   하우란의 눈에는 딸의 인생을 망치는 놈팽이를 보듯, 굉장히 깊은 언짢음이 담겨 있었지만.

   그와는 별개로 크라슈를 자세히 살피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그때보다도 훨씬 강해졌군.’

     

   하우란의 눈매가 좁혀졌다.

     

   하우란이 크라슈를 처음 만난 건 기껏해야 1년 전 정도였다.

   당시에 크라슈를 마주한 하우란은 크라슈의 잠재력을 살피고 놀랐다.

     

   재능이라기보다는 독기에 가까운 형태로 성장한 크라슈는 또래 중에서는 감히 맞붙을 수 있는 자가 없을 정도로 강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찝찝함은 있었다.

   크라슈의 강함은 누가 봐도 미래를 끌어다 쓴 것에 가까웠다.

     

   시간이 지난다면 결국 천재들에게 따라 잡힐 수밖에 없는 운명에 발버둥 치기라도 하듯.

   크라슈는 정말 독기 하나만으로 강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때로는 그런 이들이 정상에 서는 법도 있었다.

   그러니 하우란은 크라슈를 딱히 얕잡아보지 않았다.

     

   오히려 그 또한 후에 크라슈가 시대를 이끌어 나갈 인물이라고 평가했을 지경이기 때문이다.

     

   그런 지금.

   크라슈와 다시 마주하게 된 하우란의 눈에는 경악이 담겨 있었다.

     

   ‘고작해야 1년이다.’

     

   그 1년 사이에 크라슈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하우란은 크라슈가 재능의 한계점을 발버둥 쳐서 돌파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다시 나타난 크라슈는 재능의 한계가 보이지 않은 상태로 바뀌어 왔다.

     

   무슨 짓을 한 것인지는 몰라도 그 과정은 독왕조차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

     

   ‘……설마 환골탈태?’

     

   천재들도 잘하지 못하는 환골탈태를 이룩한 것인가.

     

   그거라면 재능의 한계점이 대폭 늘어난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긴 하나.

   저 나이에 환골탈태라니 이건 역대 천상사강 중에서도 없던 일이었다.

     

   ‘명백히 괴물이 되어 가고 있군.’

     

   하우란이 속으로 침음을 삼켰다.

     

   처음 볼 때도 독기 하나만큼은 제일이라고 생각했던 놈이 어느샌가 재능조차 제일의 영역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최근에 그의 별칭을 정해야 한다는 말이 괜히 오간 게 아님을 깨닫게 된다.

     

   저 아이는 얼마 안 가 천하십강에 오를 것이다.

   그리고 또 얼마 안 가 천상사강에 오르게 될 것이다.

     

   그다음은 어딜까.

   하우란으로서는 짐작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있다.

     

   이제는 다른 별조차 삼킬 정도로 거세게 빛나고 있는 크라슈라는 별의 옆.

   그 별에 빠져 버려 눈이 멀어 버린 아이가 자기 딸 하링이었다.

     

   고슴도치도 제 아이는 이쁜 법.

   하우란은 자기 딸을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했다.

     

   자식 중 유일하게 남은 자식이다.

   당연히 아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런 그녀가 마음에 품은 이는 너무 먼 길을 가고 있었다.

   그것도 제국에서 가장 신분이 높은 이와 약혼할 만큼 말이다.

     

   ‘황가 또한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라니.’

     

   하우란의 입에서는 깊디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몸속에 생긴 내단을 해결하기 위해 온 것이었지.”

     

   하우란은 잡념을 집어넣고, 본론을 꺼내기로 하였다.

     

   최근 황제가 슬며시 밀어주기 시작한 4황녀가 함께 있는 상황이다.

   딴소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예, 그렇습니다.”

     

   어린놈의 몸에 왜 내단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내단 쪽은 하우란이 전문이긴 하였다.

     

   “공방실로 갈 테니 따라오거라.”

     

   어차피 해결하겠다면 집무실은 환경이 안 맞았다.

   그러니 하우란은 크라슈를 데리고, 공방실로 이동하였다.

     

   공방실로 이동하는 내내 하링은 크라슈의 옆에 딱 붙어 있었다.

   그런 딸의 모습이 야속하기는 해도 라그렌 가문 핏줄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라그렌 가문은 딱 한 번이라도 사랑하는 이가 생긴다면 거기에 옭아매어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다.”

     

   하우란은 공방실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안에서 독을 제조하고 있던 이들이 깜짝 놀라 하우란에게 고개를 숙였다.

     

   “다들 일이 있으니 잠깐 나가주게.”

     

   하우란의 정중한 말에 일하고 있던 이들은 자신이 하던 일을 서둘러 정리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크라슈는 안에 가득 찬 진한 독향을 느끼며 시즐리를 보았다.

   그녀는 어느새 입구 앞에 걸려 있던 마스크를 얼굴에 쓰고 있었다.

     

   신경 써줄 필요도 없었다.

     

   하우란은 공방실 안쪽으로 계속해서 나아갔다.

   그러고는 동물의 사체 같은 것이 잔뜩 병에 담겨 있는 방에 도착하였다.

     

   그것은 전부 숨이 끊긴 영물들이었다.

   사냥의 흔적이 없는 것을 보아하니 자연적으로 죽은 녀석들을 수습해 독 연구에 사용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우란은 나무 의자를 하나 가져와 그러한 방의 중심에 앉혔다.

     

   “우선, 확인부터 해보지.”

     

   크라슈는 하우란을 따라 순순히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하우란은 크라슈의 등 뒤에 양손을 올리고는 조용히 집중했다.

     

   그렇게 조금 긴장된 침묵 속에서 하우란이 크라슈의 내부를 살폈을까.

   얼마 후 그의 눈이 게슴츠레 떠졌다.

     

   “……정말이군.”

     

   그는 크라슈의 몸속에 자리 잡은 결정체를 발견했다.

     

   하우란은 그것에 담긴 힘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없었다.

   세계에서 아우라를 다루는 건 크라슈와 전 투황 듀란달 말고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크라슈의 몸에 있는 내단이 굉장히 위험한 상태라는 것이다.

   지금이야 기문과 사계를 통해 억누르고 있긴 하지만 만약 이 힘이 터져 나온다면 크라슈의 몸은 그야말로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어쩌자고 이런 걸 몸에 품었나.”

     

   하우란은 이 내단이 크라슈가 직접 의도하여 만들어낸 것임을 눈치챘다.

   그러니 그에게 힐난하는 눈빛을 보내자 크라슈도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때는 이게 최선의 방법이었습니다.”

     

   익시온 놈들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 마당이다.

   크라슈는 한시라도 빨리 창제무신을 완벽하게 다룰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 보니 이런 형태로라도 마곡에서 아우라를 가져와야만 했다.

     

   “빼내실 수 있겠습니까?”

     

   크라슈 또한 이 내단을 아직 사용할 방법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걸 몸 안에서 깨운다면 자기 몸이 견디지 못할 것이란 거였다.

   그렇다면 바깥으로 빼내어 그 방법을 고민해 보는 게 훨씬 나았다.

     

   크라슈의 말을 들은 하우란은 한 번 더 크라슈의 몸속에 깃든 내단을 살폈다.

     

   “잠시 기다려봐라.”

     

   그러고는 크라슈를 두고, 책장 쪽으로 다가갔다.

   거기에는 다양한 연구 일지들이 있었다.

     

   하우란은 그런 연구 일지들을 계속해서 열어보며 살폈다.

     

   쉬운 일이 아닐 거란 건 진작 알고 있었던 일이다.

   그러니 크라슈는 하우란이 답을 가져올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렸다.

     

   그러기를 한참.

   얼마 후 하우란은 한 연구 일지에서 단서를 발견했다.

     

   “오래전, 우리 가문에 자기 몸에 만들어진 내단을 빼내어 달라고 찾아온 노야가 있었다.”

     

   크라슈와 같이 인간의 몸으로 내단을 만들어낸 이.

   그자는 자신을 선인이라는 이름으로 칭하였다.

     

   “이 일지에 따르면 내단을 빼내는 걸 무사히 성공했더군.”

     

   그 뒤로 선인은 라그렌 가문에게 큰 빚을 졌다며 앞으로 라그렌 가문 또한 별을 따라 빛날 거라 일컫고 떠났다.

   실제로 라그렌 가문은 그 뒤로 승승장구하여 제국에서도 알아주는 가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동화 같은 이야기였지만, 라그렌 가문의 일지에 적혀 있으니 진짜로 있었던 일이었다.

     

   “이곳에 기재된 방법을 써볼 생각이다마는 지금은 구할 수 없는 재료들이 몇 가지 있다.”

     

   워낙 오래전 시대인 만큼 일지에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동식물이 기재 되어 있었다.

   아무리 독에 조예가 빠삭한 라그렌이라도 존재하지 않는 재료로 약을 만들 수는 없다.

     

   그러니 하우란은 한가지 수를 쓰기로 하였다.

     

   “라그렌 가문이 관리하는 금역, 최후의 방주. 그곳이라면 아직 이곳에 적힌 재료들도 남아 있을 터다.”

     

   금역, 최후의 방주.

   지금까지 세상에 있었던 모든 동식물이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존재하는 뒤틀린 세계 침식이다.

     

   누군가에게는 이곳이 보물 고처럼 보이기도 하겠지만.

   모든 동식물이 살아 있다는 소리는 곧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또한 그대로 존재한다는 소리였다.

     

   그렇다 보니 최후의 방주 속에 자칫 들어갔다간 고대의 예기치 못한 질병에 노출이 되거나.

   혹은 인간에게 극독이라 할 수 있는 것에 노출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당연하지만 일반인은 출입 금지다.

   웬만큼 무위를 익힌 이들이라도 철저한 준비를 마치지 않는다면 섣부른 입장은 금물인 곳이었다.

     

   “문제는 라그렌 가문조차 이 중 한 가지 재료는 발견하지 못했다.”

   “어떤 겁니까?”

   “혼풀이 꽃. 모양과 특성만 기재 되어 있을 뿐, 지금껏 존재하는 것조차 의문인 풀이다.”

     

   일지에 기재가 되어 있으니 사용되었음은 분명한데.

   존재조차 알 수 없는 꽃이라.

     

   크라슈는 잠깐 턱을 눌렀다.

   그도 그럴 게 회귀했던 크라슈조차 본 적 없는 꽃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쪽 지식은 구태여 찾은 적이 없으니까.’

     

   저주라면 크라슈도 전문가지만 독 쪽은 조예가 없었다.

     

   ‘잠깐만.’

     

   그러다 문뜩 크라슈는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하우란 님, 혹시 혼풀이 꽃의 특성이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겠습니까?”

   “음, 혼풀이 꽃은 영혼의 힘을 묶어두는 꽃에 특성을 보이고 있다. 영혼이 혼풀이 꽃에 묶인 이는 살아 있는 인형이 되어 버리지. 이것이 내단을 빼내는데 사용되는 이유는 내단과 영혼의 연결점을 끊어내도 문제없게 하기 위함이겠지.”

     

   이쪽 분야로 전문가답게 하우란의 입에서는 혼풀이 꽃의 특성이 술술 흘러나왔다.

   이야기를 들은 크라슈는 잠깐 생각에 잠기며 머릿속을 이리저리 뒤졌다.

     

   그러고는 그와 유사한 저주를 하나 떠올렸다.

     

   ‘영혼 수감.’

     

   상급 저주 중 하나이자 걸린 대상의 영혼을 수감 시켜 버린다는 이름 그대로의 저주다.

   저주에 걸린 이는 영혼이 수감 되어 버려 살아 있는 인형이 된다.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특성 자체는 비슷해.’

     

   크라슈는 하링을 돌아보았다.

     

   하링은 지금까지 달링과 도르마와 함께 저주와 독을 동시에 공부해 왔다.

   어쩌면 그녀라면 방법이 있을지도 몰랐다.

     

   “하링,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으응?”

     

   하우란의 이야기를 집중하고 있던 하링은 의아한 얼굴로 크라슈를 보았다.

   그러고는 크라슈가 괜히 말을 걸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크라슈는 곧바로 하링과 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크라슈와 이야기를 나눈 하링은 이래저래 고민해 보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 같아. 결국 필요한 건 영혼을 묶어 둔다는 효과니까.”

     

   하링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하링이 걱정을 내비쳤다.

     

   “그래도 크라슈,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

     

   재료가 바뀌는 만큼 어떤 부작용이 올지 모른다.

   게다가 이번 부작용의 경우에는 크라슈라고 해서 무턱대고 이그니스로 지워버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약의 효과를 온전히 받기 위해서는 부작용 또한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하링의 걱정을 본 크라슈는 짧게 미소 지었다.

     

   “지금까지 하링, 네가 만들어준 영약을 먹고 잘못된 적은 한 번도 없었어.”

     

   오히려 위기를 넘겼으면 넘겼지.

   크라슈는 하링의 약으로 인해 위기가 생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네 실력은 내가 믿어.”

     

   그 말을 들은 하링은 움찔거리더니 이내 양 주먹을 꾹 쥐었다.

     

   “……알았어. 크라슈가 믿어주면 나 최선을 다해서 만들어 볼게.”

     

   혼풀이 꽃을 대처할 재료를 만들어내겠다고 하링이 굳은 다짐을 보였다.

   크라슈는 하링을 믿기로 하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하우란과 눈이 마주쳤다.

     

   그의 얼굴이 크라슈도 순간 멈칫할 정도로 어느새 악귀로 변해 있었다.

   딸 가진 아빠는 다 저런 건가.

     

   “하우란 님, 나머지 재료는 제가 직접 최후의 방주로 들어가 구해오겠습니다.”

     

   회귀 전, 크라슈 또한 어쩔 수 없이 금역을 전전했던 적이 여럿 있다.

   그중에는 최후의 방주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알았다. 나머지 재료는 내가 준비해 놓지.”

     

   표정을 고친 하우란에게서 겨우 허락이 떨어졌다.

   재료를 구하기 위해 최후의 방주로 나아갈 시간이었다.

     

     

   * * *

     

     

   크라슈가 최후의 방주로 출발하던 때.

   라그렌 가문의 앞에 몇몇 인물이 도착했다.

     

   “여기로군요. 준비하겠습니다.”

     

   그곳에 지휘관으로 보이는 이는 중절모자를 눌러쓴 채 지팡이를 쿵 찍었다.

   그리고 그런 노신사의 옆에 툭 튀어나온 개 주둥이에 입마개를 한 남자가 터벅터벅 걸어 나왔다.

     

   “킁, 독향이 진동하는군.”

     

   코를 벌렁거리며 냄새를 맡은 이는 다른 이들보다 큰 체격을 지닌 사내였다.

   그를 힐끗 본 노신사는 입을 뗐다.

     

   “탐색에 문제가 생깁니까.”

     

   노신사의 질문을 들은 남자는 코웃음을 쳤다.

   그러고는 살의를 번들거리는 눈을 드러냈다.

     

   “그럴 리가.”

     

   세계 침식자 광견.

   그가 라그렌에 도래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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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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