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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4

    <314 – 등반의 이유>

     

    파파는 정말로 3일 만에 <만액용약탕>을 대령했다.

    유니크등급 요리 중에서도 초가 몇 번이 붙어도 부족할 정도로 희귀한 확률로 등장하는 유니크요리.

    4학년이 되고 대륙정세가 개판이 되는 회차에서나 겨우 나올까말까 한 요리를 초반부에 먹는 이점은 말할 것도 없이 엄청났다.

     

    [요리도감에 유니크요리 <만액용약탕>이 수집되었습니다.]

     

    ━━━

    한방요리수집 30종 – <무병장수> 기능습득.

     

    유니크요리 [만액용약탕] 수집 – 질병저항력 10000%증가.

    ━━━

     

    질병계열로 분류되는 모든 종류의 공격 및 상태이상에 사실상 면역이나 다름없는 수준의 엄청난 보정치가 부여된다.

    100%만 해도 대부분의 효과가 무효화되는데 10000%나 되는 수치는 신체컨디션이 악화되고 특수한 디버프로 퍼센테이지가 까여도 도저히 100% 밑으로 수치가 내려가기 힘든 엄청난 보정치다.

    이젠 눈밭에서 구르고 옷이 축 젖은 채로 잠들어도 감기조차도 걸리지 않겠지.

    겨울이 되면 한번 해볼까?

    으음… 왠지 이사벨이나 아카디아에게 걸리면 메챠쿠챠 옷이 벗겨지고 온천에 집어넣어질 것 같다.

     

    [인물 <아카디아>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합니다.]

    [인물 <이사벨>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합니다.]

     

    응? 근데 이게 나쁜 건가?

    온천이벤트가 열리면 개꿀이잖아.

    맥반석 계란과 식혜를 수집할 기회는 못 참지.

    겨울이 되면 꼭 해봐야겠다.

    잊지 말라고 위시리스트에 적어놔야지!

     

     

    * *

     

     

    다음 만찬을 기다리기까지 3일의 시간.

    학생들의 숙박장소는 두 곳으로 나뉘었다.

    10층의 특별시설인 숙박실.

    혹은 저택 밖의 크루즈선.

    저택을 오르기를 포기한 이들은 크루즈선에 돌아갔다.

    마음이 거부하는 장소에 오래 머무를 정도로 대담한 이들은 없었고, 그만한 정신력이 있다면 애초에 저택체류를 포기하지 않았으니까.

    모브는 그런 하급반의 추세를 거스른 몇 안 되는 학생이었다.

     

    “또 목각인형의 층이냐?”

    “1층을 제외하면 가장 앞에 있고 손쉬우니까.”

    “빠르다고 가장 쉽다고 여기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다. 경지가 오르고 일이 어려워지거든 초보시절과는 전혀 딴판인 난이도가 기다리니까.”

    “용병생활의 깨달음이야?”

    “그래. 베는 것이란 정말로 어려운 일이지.”

     

    자쿠의 대답에서 모브는 그가 아직도 베기라는 단순한 기술에 숨겨진 깊이 속에서 헤매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뭐든지 전문가가 되거든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렁이 시절과는 전혀 딴판인 시야가 열리기 마련이다.

     

    “상관없어. 어려움과 맞서 싸우는 것은 아카데미에 들어온 이래로 가장 오래도록 하는 일이니까.”

     

    모브의 몸을 둘러싼 저주받은 장비아이템은 그 자체로 충분한 시련이었다.

    몸으로 받는 고통을 하루하루 이겨내는 만큼 착실하게 강해진다.

    어려운 일을 하는 것은 이제 모브에게 숨 쉬듯이 자연스러운 일상이자 살아간다는 행위 그 자체다.

     

    “그런 너에게 전해줄 좋은 소식이다. 오크노디가 아래층으로 가는 녀석들에게 들려주라더군.”

    “오크노디가?”

    “각층에서 30분 단위로 버틸 때마다 특별한 보상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여기는 그런 곳이라더군.”

    “…!”

    “목표가 생겼으니 도전할 보람이 나냐?”

    “제법. 없을 때에도 하려던 일이었으니 선물을 받은 기분이야. 자쿠 너도 여길 노릴 생각?”

    “목각인형은 <무기술>을 시험하기 좋은 상대니까. 암흑마나 따위에 의지하지 않고도 착실하게 힘을 키울 수 있다면 몸이 받는 부담도 덜해지지.”

     

    물론 알고 있다.

    이런 짓을 한다고 진짜 괴물처럼 강한 헤스티아나 싱 같은 녀석들을 쫓아갈 수는 없다고.

    그렇다고 목이 아플 정도로 고개를 들어야만 어렴풋이 경지가 보이는 강자들과 모든 것을 비교해가며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약자에게도 약자의 삶이 있다.

    이사장의 저택인지 탑인지 훈련시설인지 모를 곳에서도 약자들은 약자 나름대로 성장의 기회를 잡고 강해져야 했다.

    아카데미의 여름방학을 허비한다면 복귀 후에 이어질 2학기도, 나아가 2학년 진급도 그리 수월하게 찾아오지는 않을 테니까.

     

    “그냥 버티는 건 재미없지. 오랜만에 내기시합이다.”

    “누가 더 오래 버티는지 겨뤄보자고?”

     

    투구를 뒤집어쓴 얼굴임에도 자쿠는 모브가 웃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지.

    이 녀석은 언제나 내 도전을 거부하지 않았어.

    여름방학에 오크노디의 초대를 받은 것이 꼭 나쁘지만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미소만큼 가벼운 발걸음으로 자쿠가 목각인형의 층에 뛰어들었다.

     

     

    * *

     

     

    싱은 상당한 도전욕구를 느꼈다.

     

    던전이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아래로 내려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가장 깊은 심부에 귀한 보상이 잠들어있으니까.

     

    탑이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위로 오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가장 위의 꼭대기에 귀한 보상이 잠들어있으니까.

     

    그는 성취를 얻는 것이 좋았다.

    무엇보다도 오크노디가 귀띔해준 정보가 그의 마음에 부채질을 했다.

     

    “여기는 <훈련의 탑>이라고 불리는 스페셜 공략지대예요! 원래는 버려진 시설이라서 사람이 관리할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보니 신선하네요!”

    “아는 장소였나?”

    “예전엔 자주 놀러 다니기도 했거든요.”

     

    …지금보다 더 어린 나이에 이런 살벌한 시설을 제 집처럼 드나들었단 말인가.

    뭐, 오크노디의 강함을 떠올리면 납득하지 못할 이야기는 아니었다.

    유령여동생도 오크노디의 주변에서 낯선 탑이 신기한지 유령의 형태로나마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 시설은 어떻게 이용해야 가장 효율이 좋지?”

    “음~ 30분 단위로 늘어나는 각 층의 특별보상을 얻으려는 생각이 없다면 역시 정상정복이죠?”

    “정상정복?”

    “탑은 등반한 최고층수에 따라서 시설이용을 종료하고 밖으로 나갈 때 보상을 지급하니까요!”

     

    지금 같은 경우에는 파파가 저희에게 보상을 챙겨주는 걸까요?

    오크노디의 대답은 강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힘을 숨기고 있는 자.

    싱은 한눈에 알아보았다.

    이사장은 보통 강자가 아니라고.

    그가 직접 챙겨주는 특별한 선물이라.

    위험하고 꺼림칙할 수는 있어도 그만한 성능만큼은 보장되리라고 확신했다.

    적어도 무가치한 쓰레기를 그럴싸한 핑계로 포장하는 쪼잔한 소악당으로 보이지는 않았으니까.

     

    “꿈 깨. 정상은 내가 가장 먼저 오를 거야.”

    “마법밖에 쓸 줄 모르는 네게는 과분한 보상이다. 너야말로 순순히 포기해라.”

     

    싱과 아이린은 모든 층을 가장 선두에서 올라섰다.

    용사조차 기세에서 밀릴 정도로 빠른 등반은 절실함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용사는 이미 강하다.

    두 사람이 동시에 덤벼도 승산이 없을 정도로.

    강해지고 싶다.

    그 갈망을 이 탑을 오르는 것으로 해소할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세상은 간절함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

     

    ━━━

    이사장의 저택

    39F – 침묵의 층Silent Floor

    ━━━

     

    상성의 벽이 찾아왔다.

    소리를 내면 사방에서 칼바람이 몰아치는 침묵의 층.

    어떻게든 소리가 날 수밖에 없는 방에서 싱은 외통수에 몰렸다.

    무영창 마법으로 층을 돌파한 아이린과 달리, 싱은 진도가 막혔다.

    후발주자로 설렁설렁 오르던 즈앙이 가벼운 발을 내세워 소음트랩을 피해 지나쳤다.

    용사는 <홀리 미러>로 다른 방위에 소음을 일으켜 공격의 방향을 엇나가게 만든 뒤, 칼바람의 빈틈을 돌파하였다.

    싱은 그들처럼 재주를 발휘할 수 없었다.

    그가 할 줄 아는 것은 오직 검을 휘두르는 것.

    자신의 범위에 다가오는 모든 물질을 베는 것이다.

     

    “…여긴 넘을 수 없겠네.”

     

    광풍처럼 강맹하게 무기를 휘두르며 길을 열던 헤스티아도 39층의 벽에 가로막혔다.

    강하게 무기를 휘두를수록 칼바람도 매섭고 점점 더 크게 들이닥치니까.

    첫 일격을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늘어나는 바람을 받아치는 무기에서 소음이 날수록 다음에 날아드는 칼바람은 더욱 많아진다.

    근접무기 사용자에게는 무덤이나 다름없었다.

    등반이 실패했음을 깨달은 이들은 등반을 포기하고 밑의 층에서 30분 이상을 버텨 특별보상을 얻을 작정으로 층을 내려갔다.

    무투가 롯토도, 체력바보인 손오천도, 그 밖의 많은 학생들이 발을 돌렸다.

    심지어는 헤스티아조차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 층에서 싱만이 포기하지 않고 고독한 싸움을 이어나갔다.

     

    캉캉!

     

    검이 칼바람을 쳐낼 때마다 일어나는 소음에 더 크고 더 많은 바람이 몰아쳐도.

    무리해서 더 나아가다가는 칼바람에 살해당하겠다 싶을 수준의 궁지에 몰려도.

     

    ‘안라게의 사도와 싸워보고 절실히 느꼈다. 지금의 내 실력으로는 오크노디를 돕는 것조차도 벅차다. 본국에 돌아가 복수를 끝마칠 가능성도 없겠지.’

     

    성장할 수 없다면 차라리 여기서 죽겠다.

    비장한 각오를 품은 그에게 천진난만한 오크노디의 목소리가 들렸다.

     

    “흐음~ 힌트를 줄까요?”

    “…오크노디. 너는 이 탑의 등반에 흥미가 없는 것 아니었나?”

    “린이 오빠를 보고 싶어해서요!”

     

    언제나 오크노디의 주변에 묶여있는 린.

    진짜여동생의 형상을 빌린 가짜유령.

    진짜가 아니라는 것은 진즉에 알고 있다.

    그럼에도 같은 얼굴을 지닌 존재라는 것은 마음을 무디게 만든다.

    하물며 자신이 지키지 못한 존재라면 더더욱.

     

    ‘이번만큼은’

     

    무심결에 그런 무른 생각을 품게 만드는 것이다.

    유령에게는 그것이 생존전략일 뿐이다.

    그가 죽으면 그의 여동생 행세를 하며 오크노디의 곁에 머무를 이유를 상실하겠지.

    그러니 가짜린이 오크노디를 재촉하여 이곳으로 끌고 온 것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

    이성적으로는 그런 전후관계를 전부 알고 있음에도 까닭모를 간질거림이 그를 자극했다.

     

    -오라버니. 저는 오라버니만 곁에 있으면 만족해요.

     

    말로 내뱉기조차 수줍어 손바닥을 간질거리듯이 손으로 글자를 새기던 아이.

    욕심 없이 착한 아이.

    그런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겠다고 욕심을 내어 칼을 쥐고 어른들이 맡긴 일을 해왔던 싱.

    그가 없는 사이에 린은 좋을 대로 가문의 어른들의 손에 의해 휘둘러지고 유린당했다.

     

    ‘진짜 린이라면 나를 걱정하지 않겠지.’

     

    함께 있고 싶다는 그 작은 소망마저 지켜주지 못한 자신에게 무엇을 바라겠는가.

    남은 것은 원망뿐일 것이다.

    사념을 읽어도 그런 과거까지는 파헤치지 못한 것인지, 의도적으로 외면한 것인지.

    가짜 린은 원망 대신 은근한 걱정을 보인다.

    그것이 기쁜지 슬픈지조차 알 수 없어진 싱은 그저 검을 휘두르는 몸에 힘을 실었다.

     

    “힘 빼요!”

     

    그런 속마음을 꿰뚫어보듯이 내던진 오크노디의 조언.

    흠칫 놀란 그에게 오크노디가 말했다.

     

    “바람을 힘으로 베어봤자 뭐가 달라져요? 바람은 베는 것이 아니라 받아넘기는 것이죠!”

     

    베는 것이 아니라 받아치는 것.

    원한과 분노만이 들끓던 그의 검이 오크노디의 뒤에 숨어서 고개를 내밀고 자신을 훔쳐보는 유령의 얼굴을 떠올렸다.

    힘이 빠진 검은 더욱 가볍고 빠르게 움직였고, 검 끝에서 일어난 소음은 더욱 작아졌다.

    날아드는 칼바람의 위력이 작아지자 그가 느끼던 힘겨움은 덜해졌다.

    어느덧 싱은 변화를 체감했다.

    39층의 칼바람이 더는 힘겹지 않아졌다.

    그를 힘겹게 만들던 칼바람은 스스로의 원한과 분노가 메아리처럼 되돌아오던 것이었으니까.

     

    드르륵.

     

    층의 출구에 도달한 싱의 옆으로 1시간 이상을 체류하고도 층을 돌파한 자에게 주어지는 특별보상이 떠올랐다.

    싱은 그 보상에 손을 올리기보다도 먼저 자신의 뒤에서 싱글생글 웃고 있는 오크노디를 돌아보았다.

     

    “너도 같았나?”

    “으음~ 꽤 애를 먹기는 했었죠! 올힘 캐릭이 머리를 안 쓰고 우직하게 힘으로 이겨먹기에는 힘든 관문이었으니까요.”

     

    싱은 깨달았다.

    늘 웃는 얼굴이기에 잊기 쉽지만 오크노디의 과거는 자신의 과거에 못지 않았다.

    어쩌면 현재진행형으로 그녀의 어둠은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오크노디에게도 원한과 분노가 있다.

    자신은 여동생을 떠올리고 감정을 절제했지만 오크노디는 무엇을 떠올리고 감정을 절제하는 걸까.

     

    ‘역시 음식인가?’

     

    오크노디의 미식에 대한 집착을 어쩐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싱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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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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