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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5

        

       헉, 하는 군중들의 숨을 먹는 소리들.

         

       여인의 눈물은 강력한 무기가 맞다.

       그러나 이토록 강력한 여인의 눈물이라도 무찌를 수단은 있었으니, 같은 여인으로서 흘리는 맞눈물이나 강맹한 따귀 등등이 존재하는 것이다.

       눈물은 영 청의 취향이 아니라서, 그리고 또 이런 년에게 허리를 굽히기도 싫었으니 그냥 발등으로 뺨을 걷어차 주었다.

         

       응. 응. 제법 손맛, 아니 발맛이 있네.

       흡족해진 청이 다 들으라고 소리를 높여 물었다.

         

       “저기요. 왜 씨알도 안 먹힐 거짓말을 하세요? 여기 계신 협사분들이 그렇게 만만하게 보이세요? 무슨 천하의 병신새끼들도 아니고. 감히 섬서제일상방의 후계 싸움을 하는 아가씨를 만만히 보고 목수들이 몰래 해먹었다, 그런 말씀을 하세요?”

         

       물론, 청은 악인을 음경으로 만드는 데에 있어서는 전심전력 두뇌 전력 가동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상당히 날카로운 추리가 튀어나왔으니, 청을 아는 이들이라면 능히 놀랄 만한 기사(기이한 일)라고 하겠다.

         

       하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청은 어차피 악업 보고 죄인을 이미 정해 놓은 상태였으니, 어차피 이 년이 범인이다 알고 나서 하는 추리였다.

       본래 문제란 정답을 알면 그 과정을 역산하기는 어렵지 않은 것이니, 청은 그냥 아주 날로 먹었다고도 말 할 수 있겠다.

       모처럼 똑똑해 모습을 보인다고 놀라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윽……!”

         

       아가씨가 바닥을 굴렀다.

         

       “해아야!”

         

       그에 상방주가 바닥을 구르는 아가씨를 다급히 끌어안았다.

         

       청은 그제야 장흥상방 아가씨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데 뭐? 굳이 알아야 하나?

         

       “이게 무슨 짓이냐! 이 아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무슨 잘못 했는지 다시 불러드릴까요?”

         

       “아직 딸애 잘못이라고 밝혀진 것도 아니잖나!”

         

       “진짜 그렇게 생각하세요? 솔직히 그쪽 딸자식이 어떤 년인지 지금까지 몰랐어요?”

         

       “세상에 이런 법은 없다! 아직 우리 해아가 고의로 저질렀다는 증거가 없지 않나!”

         

       “저기 가지고 온 것들은 증거 아니고 뭐 증거 호소인인가?”

         

       “저것들이 저 살자고 거짓말을-”

         

       쿵. 청이 살짝 땅을 밟아 늙은이의 말을 끊었다.

         

       “그만. 혹시 딸자식 교육 어떻게 했는지 참 궁금하네. 참되거나 바르거라 가르치진 않았을 테고. 속여먹고 뜯어내고 당한 놈이 병신이니 똑똑하게, 남 등쳐먹고 살라고 했겠지. 그래서 지금 이 꼴 아니에요?”

         

       물론, 청이 놀라운 통찰력으로 사람됨을 평가하여 남문가의 가풍을 추론해 낸 것은 아니다.

       청의 고향에서 화면 속 회장님이 자식들에게 하시는 말씀들이 이렇지 않나.

         

       “천벌 받는 거라고 생각하고 그냥 그런가 보다 해요. 생목숨을 삼천이나 잡아먹었으면 나 아니더라도 벼락 맞아 죽었을껄.”

         

       청이 그리 말하며 거친 손길로 엉겨붙은 부녀를 잡아 뜯었다.

       악업을 그리 쌓고서도 제 딸 하나는 아주 소중한 모양인지, 떼어놓으면 붙들고 또 떼면 붙들고, 주름진 손으로 때리고 아주 난리통도 아니다.

         

       “놔, 놔라!”

         

       “아빠!”

         

       인간 미만인 것들이 아주 애틋하기는.

         

       그러나 양민 둘이 아무리 얼싸안아봐야 초절정 고수의, 아니 초절정 고수 아니여도 이미 인간 초월의 항우장사인 청의 우악스러운 힘을 어찌 이겨내겠는가.

         

       결국 늙은이는 저리 나동그라지고, 딸은 머리채를 잡힌 채로 질질 끌려나왔다.

       그 와중에서도 청은 큰 깨달음을 얻었다.

       왜 다들 머리채를 잡나 했더니, 직접 해 보니 이만한 손잡이가 없는 것이다.

         

       “이익! 놔! 놓으라고! 아악!”

         

       “벌써부터 아프고 힘들어서 어떡해요? 저 낙녕 사람들은 원수라고 하면 산 채로 삶아먹으려고 할 텐데. 아니면 더 끔찍한 일을 당할수도 있고. 깔끔하게 죽기라도 하면 좀 다행이고. 같은 여인으로서는 미안한 일이지만, 뭐, 그 정도는 감수하고 사업을 하셨겠죠?”

         

       그에 아가씨의 발버둥이 더욱 심해진다.

       그러나 제깟 게 어쩌겠는가.

         

       그러다 결국 잔뜩 억울한 고함이 터졌다.

         

       “왜 나한테만 그러는데! 죄다 다 그렇게 하잖아! 관에서 사업 따면 당연히 절반은 먹어야지! 안 그러면 병신이라고!”

         

       아주 순도 십 할, 절절한 억울함이 묻어나오는 그러한 외침이었다.

         

       군중들의 성난 웅성임이 퍼져나갔다.

       실토나 다름없는 소리였기에.

         

       아가씨가 멍청해서 이러는 것이 아니다.

       원래 악인이라는 생물의 마지막 항변이란 항상 이러한 것이다.

       나만 나쁜 놈이냐, 나보다 더한 새끼들도 있는데 왜 나만 가지고 그러냐. 다들 이리 사는데 왜 나한테만 유난이냐.

       기가 막힌 점이라면 그들이 정말로 억울하여 내뱉는 소리라는 것이다.

       개놈개년의 당연한 속성이라고도 하겠다.

         

       “그래서요? 다들 그렇게 한다 치고. 뭐 그렇게들 하겠지만. 그 결과로 사람이 몰살을 당했으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지 않아요?”

         

       “나는 몰랐어! 몰랐다구! 비가 쏟아질 줄 누가 알았냔 말야!”

         

       “몰랐으면 죄가 사라지나? 그냥 천벌이라 생각하고 시원하게 죽-”

         

       “네가 뭔데! 무슨 자격이 있어서 천벌을 운운해!”

         

       청이 멈칫하다,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뭐. 그래. 천벌은 아니고.

       굳이 말하자면 청벌이라고 해야 하나.

       음. 갑자기 팍 지치네…….

         

       “됐어요. 소리 지를 기력이 있어든 낙녕 사람들 앞에서 할 변명이나 생각해 두는 게 낫지 않겠어요? 나한테 해 봐야 갑자기 막 생각이 바뀌어서 놓아주거나 하진 않아요.”

         

       “싫어, 살려 줘! 제발, 나는……”

         

       분노, 부정 다음은 애원이었다.

       뭐였더라? 죽음의 오 단계?

       분노보다 부정이 먼저였던가?

       하지만 뭐 알아볼 방법도 없지…….

         

       청이 한 손에 아가씨의 머리채를 쥔 채로 소리쳤다.

         

       “자, 여러분. 이 죄인은 낙녕 땅에 보내 그 피해자들이 직접 심판할 수 있게,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 수 있도록 조처하겠습니다.”

         

       청이 꾸벅 허리를 접어 인사를 드린다.

       자. 이제 끝. 아가씨 잡았고, 늙은이도 뭐 열이 뻗치면 오래 살겠어?

         

       그런데, 어째 멀뚱, 또 멀뚱.

       청을 바라보는 눈빛이 어째 또렷하니 다 끝나고 제작자 명단 쭉 올라가는 이야기의 끝에 닿는 느낌이 아니다.

         

       음. 뭔가. 멋지게 한마디 해야 하나?

         

       청이 잠시 생각하다가, 순전히 서문청 한 개인의 의견을 토해놓았다.

         

       “여러분! 저기 저 늙은이가 하는 소리를 들으셨나요? 감히. 네깟 것이. 너희 것이. 도대체 이 무슨 소리일까요? 도대체 상인 놈이 어떤 존귀하신 옥체라고 감히를 입에 담는단 말인가요! 저 늙어빠진 상인 놈이 여러분의, 그리고 우리들의 상전입니까?”

         

       “아니오!”

         

       “아니올시다!”

         

       “상인이란 한미할 때는 손님을 맞아 웃는 표정과 아첨으로 떠받들다니, 크게 가세를 이루어 금은을 만지면 표정을 싹 바꾸어서 너희 거지새끼들은 더럽고 천해 상종하지 못하겠다며 아래로 깔봐 상전 행세를 합니다! 안 그런가요?”

         

       “옳소!”

         

       “그 말이 맞습니다!”

         

       “여기 섬서 제일의 상방이 이렇게 거대한 장원을 꾸린 것이 누구의 덕입니까? 저기 나자빠진 늙은 개새끼? 아닙니다! 순전히 여기 계신 장안의 협사분들께서 그간 애용하여 아껴주신 덕이 아닙니까! 전부 장안의 서안의 섬서의 여러분들께서 한 푼 두 푼 보태주신 금은이 이 거대한 장원을 이루지 않았냔 말이에요!”

         

       그에 군중들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이제껏 들어본 적 없는 혁신적인 발상의 전환이라서.

       땅과 하늘이 뒤바뀌는 건곤대나이의 수법으로 유명한, 저 서역의 코 대협적인 세계관의 역전인 것이다!

         

       왜냐하면 원시 고대 미개 중원에는 아직 민본주의라고 하는 사상이 제대로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초기 민본이라 할 사상은 있었지만, 그래봐야 역성혁명이라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다스리는 이가 금수와 같으면 때려잡아라 수준에 그치고 마는 것이다.

         

       왜냐하면 근본적으로 중원에서 민초라고 하는 표현에서 초草란 잡초, 하찮은데 딱히 쓸모도 없으면서 숫자만 많은 것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개 미개 원시 중원에서 한 개인이라고 하면 어리석고 이기적이며 멍청하고 사악한 그야말로 개병신새끼다.

       이런 병신들끼리만 천하를 채우면 아주 당연히 피와 눈물만으로 이루어진 인세의 지옥이 되고 만다고.

         

       그렇기에 하늘에서 지배자를 내렸으니, 천자께서는 이 병신새끼들 가운데 유일한 사람으로 자격을 가진 지배자이시다.

         

       즉, 중원의 천자는 민초들을 위해 무려 다스림을,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값비싼 은혜인 다스림을 ‘베풀어 주시는’ 존재다.

         

       국가는 민초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는 더 위대한 가치, 세상의 질서를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민초는 항상 질서를 어지럽히기 위해 눈이 벌개져 분탕을 치기 위해 안달이 난 쓸모없는 구성품에 불과하다고.

         

       이런 중원이니 민초란 항상 무력하다.

       그런데 이 권세를, 감히 눈도 마주치지 못할 권력을 가진 상인이 대체 누구 덕분에 컸냐고.

       다 너희 돈으로 이루어진 부귀라고 외친 이가 나타난 것이다.

         

       거기에 받은 민중들의 충격이란.

         

       “어? 그런가? 일리가…… 있어?”

         

       “그건 그렇지?”

         

       “삼십년 전만 해도 장흥상회라고 저어기 구석에 작은 포목상이었어. 그때는 주인장도 싹싹하고 품질 좋아서 믿을만하니 동네 사람들이 다 거기서 사지 않았겠나. 그래. 삼십 년만에 손님에서 감히 네놈들이 되고 마는군.”

         

        여기서 그쳤으면 좋았을 것을, 청이 굳이 거기서 사악한 선동을 더 보탰다.

       

       “그러니 앞으로도 이러한 횡포가 있으면, 제가 아니더라도 여러분께서, 협의를 품은 협사분들께서 나서 주십시오! 손님이 없이 제아무리 큰 상방이라도 버틴답니까! 이런 사악한 상방의 물건이라면 사지도 말고, 입에 올리지도 않으며, 거래를 끊어버리면 제 까짓 것들이 무얼 할 수 있겠습니까!”

         

       다시 한번 충격이 밀려들었다.

         

       물론, 청의 출신은 만민 평등을 주장하는 계급 사회이고, 굳이 따지자면 청의 계급은 빈민 바로 위, 최하층에 처박혀 있었다.

       그리하여 청이 아래에서 위를 보는 시선이 항상 날카롭고 표독스러워 한쪽으로 확 치우쳐 편향적이다.

         

       “그뿐인가요? 장흥상방에 거래하는 집에 왕래를 끊고, 누군가 장흥상방의 물건을 쓰면 사실을 알려 부끄러운 일임을 알려주고, 그래도 쓴다고 하면 침을 뱉고 모욕을 주어 세상 그 누구라도 이런 식인종에게 금은을 주지 못하도록 힘을 쓰실 수도 있겠지요. 여러분들은 결코 이 늙은이의 하인이 아닌, 이 권세를 이루도록 도와준 은인들입니다! 여러분들이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아주 못된 소리는 다 늘어놓는 청이었다.

         

       군중에게는 또 거대한 충격이다.

       아니, 그러한 방법이?

         

       그리고는 와아!!! 거대한 함성이 터진다.

       시대를 뛰어넘은 위대한 사상에 호응하여 찬사를 보내는 것이다.

         

       다만, 청은 제가 무슨 소리를 했는지 잘 모른다.

       왜냐하면 청의 고향에서는 그 누구라도 당연히 여길 만한 상식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참견할 권리가 있어! 하는 과격한 불매 운동은 상식이 아니라 그냥 청이라는 인간이 좀 막되먹어 보탠 사족이이기는 해도.

        

       하지만 이 시대의 거상들 또한 현대와는 근본부터 다른 개새끼들이기에 어느 정도 감면을 해줄 수 있다고도 하겠다.

       애초에 국법부터가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오는 시대이며, 잘 지키면 병신 취급이나 하는 시대이기도 하고.

       

       청이 중원에서 오 년 차 이제는 어엿한 중원인이 되었지만, 아직도 결국 고향 출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본래 인간이란 유년기를 보낸 사회의 뿌리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하는 존재이니까.

       

       덕분에 여기, 한 때 세상에 중심이었고, 지금도 중심이라는 말로 쓰이는 장안 거리에서.

       시대를 뛰어넘은 소비자의 권력(갑질)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칫 잘못하면 시대를 태워버릴 만한 끔찍한 불길이 될 수 있는 불씨이기도 했다.

       신분상으로는 저 하늘의 핏줄이신 공주님께서 친히 내려주시는 천금과 같은 말씀이기도 하고.

       

       하지만 청은 모른다.

       애초에 뭐 무슨 시대의 사명감을 가지고 민중을 계몽하려 한 소리가 아니라서.

       그냥 이대로 끝내기 민망하고 다들 기대하는 것 같아서 아무 소리나 내뱉었을 뿐이니까.

       

       그러니 그저, 이야. 마무리 참 잘 지었다고.

       그렇게 생글생글 웃으면서, 어느새 발에 채인 얼굴 반절이 호떡(호병)처럼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아가씨의 머리채를 꼭 쥐고 있을 뿐.

         

       참고로 중원에서 호떡이라 하면 기름에 튀겨 속이 빈, 청의 고향에서는 공갈빵이라고 하는 먹거리다.

       청의 고향에서 호떡이라 부르는 음식은 당밀전병(호전병)이라고 따로 부르는 말이 있기에.

       

       그렇기에 청이 생각했다.

       음. 갑자기 호떡 먹고 싶네. 호병이랑 호전병이랑 둘 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작중에 은는이가가 자주 오타가 납니다.
    이는 계속해서 더 나은 단어가, 더 어울리는 찰떡같은 낱말이 있지 않을까 고심한 흔적입니다.
    어여삐 봐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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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This Murim’s Crazy B*tch

I Am This Murim’s Crazy B*tch

이 무림의 미친년은 나야
Score 4.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female character in a martial arts game I’ve played for the first time. I know absolutely nothing about Murim, th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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