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15

    숙소에 도착한 이후, 간단한 회의에 들어가기 전 요청의 확인과 안부를 묻기 위해 소리드가 루크의 객실을 찾아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나다.”

    “아, 소리드. 잠시만요.”

     

    잠시후 안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와 문고리를 돌리는 소리.

    그리고 곧 객실의 문이 열렸다.

     

    “보아하니, 짐은 다 푼 것 같구나.”

     

    벌써 짐을 풀고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것인지, 루크는 이미 교복을 벗고 평소 입던 잠옷차림이었다.

    소리드의 곁에 다른 정치인들이 없다는 것을 빠르게 확인한 루크는 평소와 같은 어른스런 말투로 입을 열었다.

     

    “별로 짐이 없어서 말이지.”

    “하하. 그렇겠구나.”

     

    베리튼에는 딱 시험을 치르고나서 바로 돌아갈 예정이라서 24시간도 채 있지 않을 예정이기 때문에, 루크가 가져온 짐의 양은 굉장히 적었다.

    아마 짐 정리를 금방 끝낼 수 밖에 없으리라.

     

    “헌데, 정말로 그때 안 데려다 줘도 되겠느냐?”

     

    소리드는 그런 루크에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것은 루크가 혼자서 마법 경시대회가 열리는 마탑으로 가겠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이었다.

     

    혼자서 마탑으로 찾아 가겠다고 하는 어린아이를 어찌 걱정하지 않겠는가?

    심지어 이곳은 루크에게 익숙한 곳이 아니라 해외가 아닌가?

    루크의 보호자인 예르나도 함께 오지 않았기에 소리드가 도움을 주지 않으면 루크는 정말로 혼자서 길을 찾아가야 하는 것이다.

    고작 생일이 지난 10살짜리 아이가 말이다.

     

    이는 사실 루크가 따라오겠다는 예르나를 만류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루크로서는 그것이 최선이었다.

    예르나가 자신을 따라오면 파이리스를 관리할 사람이 없어지기 때문에, 집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

    그렇다고 파이리스를 데리고 함께 베리튼으로 온다면 더욱 만만치 않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 이유를 루크가 확신한 것은 바로, 베리튼이 정령절을 기념하는 규모가 에이레스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정령절을 기념하는 물품 중에 세계수를 의미하는 장식 나무가 있다는 것으로 알 수도 있었지만, 정령절을 기념하는 문화가 바로 베리튼에서 기원한 문화였기 때문이다.

     

    그 에이레스의 작은 이벤트에조차 그 난동을 피웠는데, 파이리스가 정령절의 종주국(?)인 베리튼에선 어떤 난리를 피울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그래서 루크는 자기 혼자만 다녀오겠다 이야기를 해서 예르나도 이미 설득을 시켜둔 상태였다.

     

    그리고 그 판단은 아주 적절했다.

    파이리스가 만약에 정령절이 다가오는 것을 대비해 알록달록한 장식으로 꾸며진 저 거대한 ‘진짜’세계수를 보고 무슨 행동을 했을 지 아주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으니까.

     

    루크는 소리드의 걱정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물론이다, 여기서 더 폐를 끼칠 수는 없지.”

     

    루크는 이미 소리드에게 많은 것을 배려받았다.

    비행기편은 물론이고, 숙소와, 식사, 심지어 교통비까지.

    게다가 그는 자신의 ‘사업’이야기까지 긍정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더 이상 받기만 하는 것도 미안한데다, 그도 바쁜 와중에 자신에게 신경까지 써 달라는 것은 더욱 더 큰 결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도 어린아이 혼자서 길을 찾아가기엔 힘들지 않겠느냐?”

    “하하하, 나를 너무 어리게 보지 말게, 소리드.”

     

    베리튼에 처음으로 온 것도 아니고, 길을 모르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말이 안 통하는 것도 아니다.

    유일한 차이점이라고는, 베리튼에서는 ‘길‘이라는 단위가 아니라 ‘빌’이라는 금전단위를 사용한다는 것 정도 외엔 에이레스와 딱히 다를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루크는 자신의 가슴을 툭툭 두드리며 당당하게 말했다.

     

    “그대도 알다시피 나는 굉장히 안정적인 서클사용자이고, 혼자서 길을 찾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지혜로우며,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수단까지 있다. 심지어 치안은 에이레스보다 베리튼이 훨씬 더 좋지 않은가?”

    “흐음, 그건 그렇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소리드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야, 아무리 루크가 처음 봤을 때 보다 훨씬 자랐으며 어른스러운 척을 하고 있다고 해도, 분홍색 잠옷을 입은 채 콧대를 높이는 모습을 보면 여전히 손녀뻘의 어린 여자아이 같았으니까.

    소리드는 슬쩍 언질을 주듯 말했다.

     

    “정 그러면, 내 운전수만 붙여도 되는데 말이다.”

     

    그러나 루크는 웃으며 사양했다.

     

    “차라리 버스를 타고 이동하겠네. 그대의 운전수에게 괜히 일거리를 만들었다고 욕을 먹고 싶진 않네.”

    “하하하, 그가 그러진 않을 게다. 오히려 좋아할 걸.”

    “사람의 마음은 모르는게지, 그가 그대의 말을 어떻게 면전에서 거절할 수 있겠나.”

    “흐음, 그건 또 그렇겠구나.”

     

    소리드도 루크가 이토록 거절하고 있으면 어쩔 수는 없다.

    소리드에게도 이미 정해진 일정이 있었고, 루크보다 훨씬 더 빨리 숙소를 나와야 했으며, 루크 자신이 걱정할 것 없다며 그런 자신의 도움을 사양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소리드는 여전히 걱정되긴 하지만, 더 이상 그 걱정을 내비치는 것도 루크에게 극성으로 보일 듯하여 가만히 고개를 저으며 생각했다.

     

    ‘이것 참, 자립심이 강한 아이로군. 사춘기인가.’

     

    비록 손주의 친구라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루크에게 자신은 남이나 다름없는 사이가 아닌가.

    여자아이 입장에서는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너무 신경을 쓰는 것도 불편할 것이다.

     

    “그래,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럼 나는 신경 쓰지 않으마. 혼자서 하고 싶다면 그리 하거라.”

    “고맙군, 소리드. 그러면, 이제 그대도 그대의 일을 준비하러 가게. 나 또한 준비를 해 두어야 하니까.”

    “그래, 경시대회 준비, 잘 하거라.”

     

    그렇게 인사를 건네며 루크의 객실에서 몸을 돌린 소리드는 혼자서 생각하며 돌아갔다.

     

    ‘……그래도 역시 경호정도는 붙여 두어야 하겠지?’

     

    나중에 루크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것도 안 될 일이니까 말이다.

     

    —-

     

    그렇게 소리드를 내보낸 후, 루크는 문을 닫고 몸을 돌려, 대충 정리해 둔 자신의 짐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일 필요한 물건들을 미리 준비해 둘까.”

     

    가장 먼저 휴대폰과 지갑, 이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지갑은 당연히 돈을 써야 하니까 챙겨야 하는 것이고, 휴대폰도 이제 메시지를 보내는 데에는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곤 하나, 그래도 여전히 수신을 받는 데에는 필요하기 때문에 두고 다닐 수는 없다.

     

    그리고 두번째로는 경시대회의 규칙상 입게 되어있는 아카데미의 교복과, 학생증을 챙겨야한다.

     

    아카데미의 교복이 필요한 이유는 이 마법 경시대회가 아카데미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각 아카데미의 구분을 위한 것이고, 학생증은 이 아카데미에 재학중이라는 증명이 됨과 동시에, 출전 자격이 된다는 자신의 신분증이자 통행증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디스펠, 폴리모프.”

     

    -파앗.

     

    루크가 작게 주문을 외자, 옆머리에서 잠깐 은은한 빛이 나며 이내 폴리모프로 숨겨두었던 뿔이 나타난다.

     

    교복에 적용된 기초적인 생활 인챈트를 제외한 어떠한 마법적 인챈트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던가?

    루크는 시험장에서 괜한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폴리모프를 해제해야 했다.

     

    알아본 바로는, 만약 마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들통나면 그 즉시 실격처리가 된다고 하니 루크는 특히나 더욱 조심해야했다.

    안 그래도 지니고 있는 서클 때문에 일반인들보다 생체 마나량이 수천, 수만배이상 더 높아서 심사관에게 훨씬 더 주의깊게 살펴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폴리모프로 인한 마력흔을 깨끗이 지우기 위해서라면 아마 오늘부터 폴리모프를 해제한 채로 생활을 해야 할 터.

     

    루크는 자신의 모습을 잠시 호텔 객실에 놓인 화장대의 거울에 비춰 보며 중얼거렸다.

    계속 연산중이던 폴리모프를 해제하면서 약간 답답했던 머리가 상쾌해지긴 했지만, 그 뿐이다.

    자신의 뿔을 보니 또 답답한 마음이 든다.

     

    “역시, 뿔은 거슬리는군.”

     

    한동안 숨기고 있다가 오랜만에 꺼내서 그런 걸까?

    뿔이 그 일이 있기 이전보다 확실히 커졌다는 느낌이 확 든다.

    루크는 자신의 뿔을 만지작거리며 한숨을 쉬었다.

     

    “하아. 이것도 나름대로 줄여보려고 줄인 것이긴 한데…….”

     

    이미 망가진 밸런스를 완벽히 되돌리는 것은 역시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이상해 보이지 않을 정도로는 애를 썼다.

    루크는 자신이 굉장히 기묘한 몸 상태가 되었던 것을 떠올리며 이마를 문질렀다.

     

    누가 드래곤 아니랄까 봐 괴상한 모양의 뿔을 4개에서 2개로 줄이고, 최대한 일반적인 수인족이 지닐 법 한 뿔의 형태로 되돌리는 것 만 해도 얼마나 힘들었던가?

     

    ‘그 땐 아예 제대로 눕지도 못 할 정도였지, 아마.’

     

    그게 자신의 성장한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그야말로 끔찍하기 그지없다.

    가슴도 발이 안 보여서 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커다랗고, 뿔은 추가로 난 뿔의 각도가 뒤를 향해서 제대로 누울 수도 없는데다 머리를 감을 때에도 굉장히 방해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 뿐 아니라 신경쓰지 않으면 빠져나오고 마는 날개는 또 어떤가?

    그것까지 고려하면 자신은 뒤로 눕는 건 아예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드래곤 하트를 사용미숙으로 폭주시켰을 때 용으로 변화하기까지 했던 걸 떠올려보자.

    자신이 파르바티에게서 의식을 되찾으며 몸을 되돌릴 수 있었던 것을 보면, 이 몸의 형태는 어떻게든 마음먹은대로 바뀔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정 안되면, 평생 폴리모프로 살아가는 것도 방법이고.’

     

    루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가져온 뿔마개를 끝에 비벼누르며 침대에 풀썩 쓰러지듯 누워버렸다.

    회의가 있는 소리드와는 달리 자신은 별 예정도 없으니 눈이나 좀 붙여 둘 생각이었다.

     

    ‘그러고보니, 내일은 몇 시에 일어나야 하려나.’

     

    루크는 잠시 예전 현장체험학습 때 소요된 이동시간을 떠올려 보았다.

     

    ‘그때 아마 이동에 숙소에서 50분 정도 걸렸던가.’

     

    그 시간을 고려해 보면 아마 이 거리의 숙소에서는 40분에서 30분 정도 걸릴 것이다.

    그렇다면 넉넉하게 50분 정도로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정령절 전날이기는 하다만, 그게 아주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그야, 루크가 컴퓨터를 하며 얻은 정보로는, 정령절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는 날이라는 반응이 대세였기 때문이다.

    아마 다들 집에 있을 테니 교통상황은 훨씬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지만 루크는 몰랐다.

     

    정령절 베리튼에 도래하는 교통의 재앙을.

     

    그리고, 그런 의견이 컴퓨터 내에서 대세였던 이유는 단지, 그런 사람들 만이 컴퓨터에 앉아 글을 게시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이게 아니고.
    호의가 계속되면 가끔은 사양도 하는 루크입니다.
    우리의 루크는 둘리가 아니니까요! 하하!

    하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위기에 봉착??

    근데 진짜 크리스마스 전날에 왜 교통체증이 있는 걸까요?
    집에서 가족들과 보낸다며!!

    다들 거짓말쟁이야.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