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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5

        

       본래 사람의 악함이란 자기가 우습게 보던 이가 앞서나가는 것을 용인할 수 없게 만드는 법.

       세간에서는 이를 시기심이라 불렀으며, 질투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이치는 사람이 뭉쳐서 만들어진 단체에도 적용되며, 그 단체가 모이고 모여 만들어진 나라에도 적용이 되었으니.

         

       일본이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세상의 순리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으리라.

         

       여기서 진성이, 리세가 해야 하는 것은 이 시기와 질투를 부추기는 것.

         

       꺼져버릴 듯한 불씨에 바람과 장작을 집어넣어 활활 타오르게 만들고, 불이 쉬이 옮겨붙을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이리라.

         

       다만 위에서 말하였듯 시기와 질투는 인간의 본성이며 순리이니.

       그 도움이라는 것은 직접적인 것이 아닌 간접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용기를 내지 못하는 이의 등을 살짝 밀 듯 아주 미약한 것으로 충분할 것이니.

         

       [ 신주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관리하는 이들이 경거망동하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

         

       리세는 진성에게 자신이 한 일을 보고했다.

       칭찬해달라는 듯 반짝거리는 눈으로 말이다.

         

       [ 의원 중에서는 이번 일을 잘 사용하면 지지율을 올릴 수 있으리라 여기는 사람도 많았지만…. 이 역시 신주님이 날을 잡아서 설명해주겠다고 하니 수긍하더군요. ]

         

       리세는 여기까지 말하고 진성을 바라보았다.

         

       진성이 신사에 방문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어린 시선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진성은 그곳으로 갈 생각이 없었다.

       아니, 지금은 그곳에 가서는 안 되었다.

         

       정부가 그의 존재조차 몰랐던 과거와 지금은 달랐기 때문이다.

       정부는 ‘박진성 주술사’라는 토종 주술사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었으며, 당장이라도 그를 고용해서 일을 어떻게든 해결하고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안달을 내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비행기를 타고 외국으로 나간다?

         

       시선이 끌릴 수밖에 없다.

         

       최악의 상황에는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요원의 시야에 들어가, 그가 일본으로 밀입국을 하는 것을 목격할 수도 있었다.

         

       주술을 사용한다면 한 몸 숨기는 것이야 가능하기는 했지만….

       안타깝게도 현대에서는 몸을 숨기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일이 많았다.

       정보 자체를 숨기고 조작해야만 했다.

         

       ‘그 정도까지 할 필요는 없지.’

         

       진성은 고작 일본에 가기 위해 저런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정말 그가 직접 움직여야 할 일이라면 저럴 가치가 있다.

       하지만 이번 일은 그런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일본 정부나 단체에서 주술 의식을 의뢰한 것도 아니고, 대주술 의식에 참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대주술 의식의 과정을 참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거물과 독대할 수 있는 기회도 아니고, 음양사가 가지고 있는 주술 기록물과 주물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굳이 직접 갈 이유가 없지 않은가.

         

       “불만을 표한 이들 중 구락부에 속한 이들은 얼마나 있느냐?”

         

       [ 구락부에 속한 이들은 없었습니다. ]

         

       “무라타 류노스케 원로가 제대로 관리하고 있구나.”

         

       무라타 류노스케.

       색에 미쳐있는 노인네였지만 그 능력만은 확실했다.

         

       괜히 일본 정치계에서 원로라고 불리며 막후 정치를 펼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처럼, 류노스케는 온갖 수완을 발휘해가며 사람들을 제 뜻대로 움직이게 하고 있었다.

       불만을 품지 못하도록 충분한 먹이를 주었고, 허튼 생각을 할 수 없도록 물귀신에게 푹 빠지게 했다.

         

       그 덕분에 불만을 느끼고 있는 이들은 구락부가 아닌 다른 곳에서 나오게 되었다.

         

       쾌락 대신에 증오를 불태우며 활동하고 있는 이들.

       사이고 켄지처럼 다른 사람들이 자신처럼 나락으로 떨어지기를 원하는 이들 말이다.

         

       어쩌면 이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몰랐다.

         

       그들이 다른 사람을 자신의 위치로 끌어내려 하는 것.

       일본이 한국을 보며 고소해하는 것.

         

       이 두 가지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니까.

         

       “내 직접 방문하지는 못하지만 특별한 주술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정신을 보낼 것인즉, 그 준비를 돕도록 하거라.”

         

         

         

        * * *

         

         

         

       옛 중국에 위대한 무인이 하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이름도 없는 산속에서 화전을 일구며 살아가는 농부의 아들이었는데, 태어났을 때부터 그 용력이 범상치 않았고, 힘이 어찌나 장사인지 특별한 기술을 익히지 않았음에도 제 몸뚱이만 한 바위를 너끈히 들어 올리곤 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어떤 도사가 나서서 그 아이의 근골을 확인해보니 신선의 것과 한없이 닮아있음이라.

         

       “이 아이는 도를 깨달으면 능히 인간의 태를 벗고 신선이 될 수 있는 자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부디 저에게 맡겨주시지요.”

         

       하여 도사는 농부의 부모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를 자기 제자로 데리고 왔다.

       하지만 아이의 오성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아 도를 깨닫기에는 한없이 아둔하였고, 다만 근골과 몸을 움직이는 재능만은 있어 검선(劍仙)의 흉내를 내기에는 충분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로다. 오성이 아닌 오직 육신의 재주만으로 순양자(純陽子)의 흉내를 낼 정도이거늘….”

         

       그렇기에 도사는 도를 쉬이 깨닫지 못하는 아이를 항상 안타까워하였다.

         

       이러한 아둔한 오성은 세월이 지남에도 나아지지 않아 도사가 천리를 거스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아이는 도의 편린조차 잡지 못하였으며, 도사는 아이에게 오직 이 말만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너는 아둔하여 아무리 참선한다 한들 도를 깨닫지는 못할 것이다. 하니 검을 휘두르고 또 휘둘러 하늘에 닿도록 하여라.”

         

       그리하여 존경하는 스승의 말에 따라 아이는 청년이 되고, 청년이 중년이 되며, 중년이 노인이 될 때까지 오직 검을 휘두르고 또 휘두르기만 하였다. 도를 구하는 대신에 검을 휘두르는 법을 고민하였고, 등선을 욕망하기보다는 검이 하늘에까지 닿기를 원하였다.

         

       이러한 것이 일상이 되었을 때, 그는 어느 날 기이한 일을 겪게 되었다.

         

       검을 휘두르고 잠시 쉬려고 하자 제 몸에서 이상한 기운이 스멀스멀 밖으로 흘러나왔는데, 그것은 흩어지려 하지 않고 한데 모여 검의 형상을 이루었다. 그리고 검의 형상에서 손이 자라고 팔이 자라났으며, 이윽고 그것이 자신의 형상이 되었다.

         

       그 신체는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았으며, 그의 형상과 흡사했으나 오직 기(氣)로 이루어져 있었다.

         

       아이는 그것을 보고 자신이 하늘에 닿을 검을 만들어냈음을 깨달았으며, 자신의 앞에 나타난 그것을 원영신(元嬰神)이라 이름 붙였다.

         

         

         

        * * *

         

         

         

       도교에서는 몸 밖의 몸, 양신(陽神)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양신이라는 것은 깨달음과 수련으로 인간의 태를 벗어나 마침내 불사를 얻은 것을 뜻하며, 모든 것이 세월의 흐름에 사라지되 오직 이 양신(陽神)만은 유구하게 남으니 오직 이것만이 불멸한다고 하였다.

         

       ‘양신은 무엇이냐.’

         

       양신이라는 것은 신선으로 향하는 걸음이며, 신선 그 자체라.

       양신(陽神)은 불사이며 지고한 경지를 뜻하는 것이니, 양신을 이룬 자는 시신이 썩지 아니하며,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몸과 합쳐져 진정한 몸을 이루기도 하며, 법이 존재하는 한 불멸의 존재가 될 수 있게 하며, 몸 밖에 몸을 만들어내고 몸이 없음에도 몸이 존재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본래 육신을 이루는 것이 아닌 것으로 육체를 짜 올리고, 그 안에 정신을 집어넣는다. 영혼은 머리부터 발까지 모든 곳에 깃들어 있으니, 몸의 연장인 가상의 육체에도 영혼이 깃들어 있는바. 그렇다면 이것이 양신과 다를 바가 무엇이냐?’

         

       그렇다면 묻는다.

         

       기로 육체를 짜올리는 양신처럼 다른 것으로 육체의 형상을 만들고.

       단단하고 강렬한 정신을 옮겨 담아 제 뜻대로 움직이게 만들고.

       신체 일부라 착각하게 하여 영혼을 깃들게 한다면.

         

       이것이 양신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아아아—”

         

       어두운 방.

       진성이 손수 만든 특별한 향의 냄새가 진동하고 있는 깜깜한 방 안에서 진성은 가부좌를 튼 채 가만히 앉아 입으로 소리를 내었다.

       목과 입천장을 떨리게 만들며 내뱉는 그 소리는 동굴 속에서 흐르는 바람이 내는 기괴한 소리 같이 느껴지기도 했으며, 입을 쩍 벌린 괴물의 아가리에서 흘러나오는 소름 끼치는 소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는 가부좌를 틀고 허리를 꼿꼿이 선 자세로 눈을 감은 채 계속해서 소리를 내었다.

       폐에 있는 공기가 모두 빠져나갈 때까지 말이다.

         

       “아아아아-”

         

       폐의 공기가 모두 빠져나갔다.

       하지만 진성은 소리를 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마른걸레를 쥐어짜듯 폐를 쥐어짜서 최후의 공기 한 점까지 밖으로 내보냈으며, 그렇게 몸에 숨이 하나도 남지 않아 소리를 제대로 낼 수조차 없게 되었음에도 숨을 쉬는 것을 포기한 채 계속해서 뱉고 또 뱉었다.

         

       그리고 머리가 어지럽게 되었을 때.

       그제야 그는 숨을 크게 들이쉬어 폐를 공기로 가득 채웠다.

         

       “아—-”

         

       그리고 채워진 폐를 꾹 짓누르며 다시 소리를 내었다.

       다시 폐에서 모든 공기가 튀어 나갈 때까지 말이다.

         

       그는 이러한 작업을 반복했다.

         

       머리가 어지럽게 변하고, 몸의 감각이 애매모호하게 변하며, 자신의 정신이 모호해질 때까지 말이다.

         

       부족한 공기.

       특별하게 만든 향에 포함된 성분.

       정신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갈 수 있게 도와주는 진동음.

         

       그 세 가지가 합쳐져 진성의 정신은 정신의 깊숙한 곳으로, 삼매의 불길이 하늘하늘 춤을 추는 그곳까지 도달하였다.

         

       진성은 삼매의 불씨를 헤치고 그사이에 정신을 욱여넣었다.

       그리곤 불씨 속에서 느껴지는 수많은 생명과 그 생명과 연결된 끈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찾았다.’

         

       아주 가느다란 미물로 만들어진 생명의 실.

       자신과 분명히 인과가 닿아 있는 끈 하나를 발견했다.

         

       그는 망설임 없이 그 끈을 손으로 쥐었다.

       그리곤 믿었다.

         

       지극히 당연한 믿음으로.

       오직 진실이 가득한 마음으로 믿었다.

         

       이 끈은 나에게 비롯된 것이고.

       나의 몸에서 비롯된 것이고.

       나와 이어져 있는 것이고.

       나의 몸의 일부라고.

         

       그리하여 끈과 그는 연결이 되었고, 그는 가느다란 끈 끝에 있는 것에 정신과 영혼을 보낼 수 있게 되었으니.

         

       투두둑.

       투둑.

         

       “아.”

         

       그는 벌레로 이루어진 원영신(元嬰神)을 만들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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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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