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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5

        

        

        

        

        

        

        

        

        

       “왜 이렇게 오랜만에 자연광을 맞는 듯한 기분이 드는지….”

        

       “세상 일이란 게 다 그렇죠. 막내도 상부가 호들갑떠는 건 많이 봤잖아요?”

        

        

        

        이틀 후.

        

        드디어 센트럴 파크 HQ의 지하 백수십 미터 아래에 존재하는 심문실로부터 합법적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사실상 딱히 한 것도 없긴 했다. 햇빛을 받지 못한다 뿐이었지 지하 시설 전반을 전부 이용할 수 있었으니까.

        

        내가 이틀간 머무른 곳은 심문 시설임과 동시에 수감 시설이기도 했고, 언젠가 말했듯이 폴른 및 각 세력의 고위 인사들을 심문하고 정보를 캐내는 곳이었다. 당연하게도 죄수들은 마치 죄수복 같은 단색 복장을 입고 다녔고, 밥도 매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배달되었다.

        

        물론 말했듯이 나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문제였다. 듣자 하니 수감된 이들은 말 그대로 청결한 독방 안에 갇혀서 아무 것도 시키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는 오히려 로렌티나와 로건이 맨날 찾아오는 탓에 정신이 산만해질 지경이었고.

        

        그래도 그 덕분인지 상당히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내가 없는 동안 무엇을 했는지, 원래 세계로 돌아간 뒤 뭘 하고 지냈는지…질문이 다 비슷비슷하긴 했지만, 결국 그 두 명이 내게 궁금해하는 건 그런 것밖에 없었다.

        

        

        그렇게 이틀 정도를 잔 결과, 아침 댓바람부터 찾아온 두 명이 이제 여기서 더 이상 머물 필요가 없다면서 드디어 나와도 된다는 허락을 해주었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차가운 뉴욕의 겨울바람이 나를 반겼다. 하늘은 쓸데없이 화창했고, 하늘을 가릴 정도로 높은 건물들은 여전히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서있었다.

        

        예전과 그닥 다를 바 없는 시설들이 나를 반겼다. 견고하게 지어진 건물들과 지하로 깊게 파들어간 시설. 지상에는 현장 오퍼레이터 서포트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이들이 근무 중인 여러 서포트 오피스가 있었다.

        

        옆으로 고개를 돌려 보면, 지하 시설로 통하는 왕복 4차선 규모의 거대한 길이 나있었다. 저곳이야말로 센트럴 파크 HQ 및 이카루스의 모든 기술력이 총집합된 곳이었다. 쉽게 말해서 다양한 전술 훈련이 가능한 항공모함 크기의 지하 공간이었다. 당연히 수만 명 단위가 사용할 수 있는 숙박 및 편의 시설도 구축되어 있고.

        

        

        

       “여긴 진짜 달라진 곳이 없네.”

        

        

        

        내 인생의 5분의 1을 불사른 곳.

        

        추억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거칠지만, 그렇다고 뇌리에서 영영 지워버리기에는 한없이 소중한 기억들이 공존하는 뉴욕.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지만 더 이상 섣불리 다가갈 수 없는 과거의 잔재…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이곳을 놓아줄 때가 아닐까.

        

        하지만 내가 과거를 돌아보고 있다면, 과거 역시 나를 돌아본다.

        

        사과 박스를 가득 싣고 가던 트럭 한 대가 갑자기 근방에서 정차하더니, 창문을 열고 이쪽을 바라본다 – 당연하게도 대거 팀 전원이 아는 사람이었고, 우리는 느닷없이 사과 한 박스를 얻게 되었다. 놔둘 곳이 없었기에 사과 박스는 꼬리로 돌돌 말아 들고 다녔지만, 그것이 이목 집중의 서막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세상에나.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아, 어쩌다보니….”

        

        

        

        두 번째로 만난 사람은 과거 내 전담 건스미스.

        

        듣자 하니 내가 MIA 처리가 된 후 다른 오퍼레이터 전담으로 새로 배속되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당연히 그리 되어야만 하는 거긴 하지만, 내가 사라진 이후의 세상을 다시금 맞이하는 건 상당히 미묘한 느낌이었다.

        

        물론 내가 무어라 말을 덧붙이기도 전 이어지는 두 시어머니의 말.

        

        

        

       “아쉽겠어. 막내가 총을 다시 잡기에는 좀 늦었거든.”

        

       “하하, 상관없지. 사람 죽이는 물건을 전문적으로 튜닝한다는 게 그닥 재미있는 일은 아니거든. 어찌 보면 다행인 일이지. 그러면 이제 이 친구는 뭘 하고 지내나?”

        

       “집으로 돌려보내줘야겠죠.”

        

        

        

        그 말에 나와 건스미스 둘 다 헛웃음을 터뜨렸지만, 실제로 거짓말은 아니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고, 나누고 싶은 대화도 많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지금은 그저 내가 되돌아왔다는 것만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될 뿐이었으니까. 그리고 꼬리에 돌돌 말린 사과 박스는 유진이, 내가 되돌아왔단 걸 널리 알리기엔 실로 충분했다.

        

        저 멀리서부터 내 존재를 알아챈 사람들이 다가와 인사를 건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인파는 더 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그렇게 한참 동안 외부를 싸돌아다니다가 겨우 숙소로 올 수 있었고.

        

        물론,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똑똑똑!

        

        

        

       “네, 열려 있습니다. 들어오세…세상에, 리처드!”

        

       “놀라야 할 건 나인데, 오히려 당사자들이 더 놀라는군.”

        

        

        

        전 태스크포스 레이저 소속, 현재 부상으로 사령부 근무 중인 전직 이카루스 오퍼레이터 리처드 바리오. 확실히 오늘은 과거 알고 지내던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 느낌이다.

        

        로건, 로렌티나와 나눠 먹고 있던 사과를 꿀떡 삼키고는 대답했다. 장구류 대신 좀 더 간편하지만 단정한 복장을 입고 찾아온 것이, 방금까지 근무하다가 온 것 같은데. 무슨 일이려나 싶어서 일단 의자를 갖다주었더니, 털썩 앉음과 동시에 대뜸 이야기가 시작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태스크포스 대거 일곱 명이 뉴욕으로 오고 있다. 지금쯤 미국 중부를 지나고 있겠지.”

        

       “…로스앤젤레스 상황이 그만큼 나아지기라도 한 건가요?”

        

       “며칠 전과 딱히 다를 바 없지. 제3세력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고, 로스앤젤레스에 가득히 들어찬 적들은 속절없이 쓸려나가고 있다. 당분간은 사태를 관망할 뿐이다만….”

        

        

        

        그와 동시에 그가 허공에 무언가를 펼쳤다.

        

        홀로그램 전자인증서.

        

        그러나 그 아래에 있는 유려한 서명과 독수리 모양 도장, 그리고 문서 최상단에 쓰여있는 내용은 해당 문서의 무게를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무겁게 만들었다.

        

        오늘 오후 일곱 시, 센트럴 파크 메인 홀에 대거 팀 전원이 집결할 것.

        

        

        대통령 명령이었다.

        

        

        

       “…반드시 전해줘야 할 명령이 하나 있어서 말이지.”

        

       “그 너구리, 또 무슨 일을 저지르려고….”

        

        

        

        터져나오는 헛웃음.

        

        대통령 명령을 가지고 온 사람 앞에서 대놓고 대통령을 너구리라고 칭하는 것도 상당히 대단하긴 했지만, 나를 제외한 그 자리에 있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어쨌든 현재 미국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도 그 양반일 터였으니.

        

        아무튼, 대거 팀이 뉴욕으로 건너온다는 소리는 상당히 기대가 되었다. 실로 오래간만에 열 명이 전부 집결한다는 소리가 아닌가.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어지는 말의 내용은 조금 곤란했다.

        

        

        

       “정복을 착용하고 오도록. 이 정도로 힌트를 줬다면 무슨 이야긴지 대충 알 거라고 생각한…아. 실례했군.”

        

        

        

        그 순간 시선이 몇 번 교차한다.

        

        어째서인지 나를 제외한 모두가 울적해지는 시간. 그리고 그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막내 정복은 다시 맞춰야겠네요.”

        

        

        

        요컨대 다시 말해, 내 정복은 이미 장례식 때 내 개인 물건과 함께 잿더미로 변해버렸단 소리였다.

        

        오늘만 해도 벌써 몇 번째 헛웃음인지 모를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 울어야만 할지 웃어야만 할지 모르겠는 표정을 지은 세 명은 덤이었고.

        

        어쩐지, 장례식장에서 하지 말아야만 하는 일이 부활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세상은 실로 요지경이었다.

        

        

        

        

        

        

        

        

        

        

        

        

        

        

        

       “대통령님, 대거 팀이 30분 후 JFK 군사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훈장 역시도 제 위치에 보관 중입니다.”

        

       “알겠네.”

        

        

        

        점차 어두워지는 바깥을 바라보던 그가 입을 열었다.

        

        

        

       “근래 하느님은 내게 후회하느니 차라리 미리 행하라고 몇 번이고 조언해줬다네.”

        

       “그렇습니까.”

        

       “하느님의 보살핌 아래 요원 한 명이 다시 살아서 복귀했으니, 더 이상 망설일 것도 없지.”

        

        

        

        단정하게 넥타이를 맨 뒤, 그는 집무실을 나갔다.

        

        훈장 수여식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이즈 차이가 좀 날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뒤져봐도 여성용 정복이 없다는군요. 급하게 약장이랑 계급장까지 박아온 거니까, 한두 시간 정도만 입고 있으세요.”

        

       “으극, 가슴 부분이 너무…!”

        

       “저 돼지 북극곰이나 저도 정복 입을 때마다 겪는 일이니까 조금만 참아요.”

        

        

        

        메달 오브 아너, 한국어로는 명예 훈장. 그 수여식이 무려 10분밖에 남지 않은 시점.

        

        방 안에서 유유자적 책을 읽고 있던 와중, 로렌티나는 반쯤 요식행위로서 문을 쾅쾅쾅 두들긴 다음 문이 열리자마자 내게 검은색 옷 하나를 던져준다. 새까만 색이었다. 물론 오른쪽 가슴팍 부분에는 말 그대로 약장들이 빼곡했다. 뭔가 했더니 ⅔ 이상이 전부 작전 참가 약장들이었다.

        

        약장 모양에까지 관심을 가지는 건 아니었지만, 이카루스 기어가 친절하게 하나하나 설명해준 탓에 알 수 있었다.

        

        물론 그 외에도 약장은 수두룩 빽빽했다. 온갖 종류의 공로 훈장, 수훈십자장, 은성 훈장…하나하나 세기도 벅찼-으나, 모든 약장의 최상단. 하늘색 바탕에 다섯 개의 별.

        

        명예 훈장.

        

        

        

       “…이걸.”

        

        

        

        태어나서 명예 훈장을 두 번이나 수여받는 사람이 있기나 할까 싶어 헛웃음을 터뜨렸다.

        

        아무튼 와이셔츠 위에 정복을 입었다. 실로 기이하게도 이 정복은 착용과 동시에 내 폐활량을 떨어뜨리는 기능이 있었다. 요컨대 더럽게 작다는 소리였다. 만약 흡 하고 힘을 주었다간 단추가 모조리 뜯겨나갈지도 몰랐기에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만 했다.

        

        물론 정복을 입고 들어온 로건과 로렌티나 역시도 그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무튼 둘 다 원판이 원판이었던 만큼 보기에는 참으로 예뻤다는 게 다행이었다.

        

        한편 가로로 긴 사다리꼴 모양의 천 하나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지길래 이게 뭔가 했더니, 내 전용으로 만들어진 치마였다. 허리를 천으로 감싼 다음 한쪽에 달린 단추를 끼우고, 꼬리 구멍에 내 꼬리를 끼운 다음, 아랫쪽에 달린 단추까지 여미면 되는 형식이었다.

        

        그걸 보던 로건이 한 마디 던졌다.

        

        

        

       “빌어먹을, 나도 엉덩이 부분 수선 좀 해달라고 했어야 하는데.”

        

       “뭐가 어떤가요.”

        

       “엉덩이 부분이 뜨잖아!”

        

        

        

        그리고 그 말대로, 꼬리라기보단 백색 솜뭉치처럼 생긴 뭔가가 치마 안에 답답하게 갇혀있었다. 은근히 불편하게 생기긴 했다.

        

        그보다 옛날에는 다 남정네였던 사람들이 치마를 입고 있으니 정말 적응이 안 된다. 환장할 노릇이긴 했다. 그러나 어쩌겠어. 그저 입으라고 하니 입는 수밖에. 지금 와서 바지를 달라고 할 수도 없고…물론 나는 그렇다쳐도, 이 둘에게는 나중에 꼭 바지도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헐레벌떡 밖으로 나갔다. 하늘은 어두웠지만 기지는 밝았다. 이미 반경 10km 내에는 어떠한 적도 찾아볼 수 없었기에 방광을 무시해버린 것이었다. 물론 적성국 위성에 걸린다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그건 이들이 알아서 하겠지.

        

        에어돔이 바깥의 찬 바람을 막아주고 있는 가운데, 주변은 조명들로 가득했다. 듣자 하니 오늘의 명예훈장 수훈자는 총 10명이라더라. 다르게 말하면 대거 팀 전체였다.

        

        

        얼마 전에 인사를 막 끝냈던 대거 팀원들을 맞이했다.

        

        어차피 열 명이 나란히 앉아있다가 단상 위로 올라가는 형태였기에 자연스럽게 다시 인사를 나눌 수밖에 없는 구조기도 했고.

        

        나를 제외한 이들 전원은 경력이 아주 화려했다. 과거 ISIL 때려잡는 작전에 투입된 이들도 있었을 정도였으니 말은 다했다고 봐도 좋았다. 그만큼 약장도 나보다도 화려했고.

        

        물론 이들은 딱히 그런 건 관심이 없는 듯했다.

        

        

        

       “그러고 보니 막내가 정복 입는 건 처음인가? 옷이 날개네. 국방 잡지 표지모델로 써도 손색이 없겠어.”

        

       “서킨스, 제발. 애 표정 실시간으로 썩잖아.”

        

       “하여튼 구리구리한 남정네들 같으니, 사이즈가 안 맞아서 힘겨워하는 거잖아요.”

        

        

        

        서킨스, 모건, 레이피어…아주 면면들이 화려하기 그지없다.

        

        이들과도 정겹게 인사를 나눈 뒤, 의자에 앉아 정면을 쳐다보았다. 훈장 수여식을 보기 위해 센트럴 파크 HQ에서 근무하는 인원 및 난민들이 수천 개의 좌석을 가득히 채우는 가운데, 시간은 오후 8시로 수렴하며 그동안 꺼져있던 조명이 독수리 문양이 새겨진 연단을 밝혔고 – 한 명이 걸어나왔다.

        

        헨리 미카엘 브레이튼. 가장 불행한 대통령.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그 어떠한 고뇌와 불안, 그리고 심적인 고통도 어려있지 않았다.

        

        어쩌면 그는 가장 힘든 시간을 겪은 대통령일지언정 본인의 직무를 가장 힘들어했던 대통령으로서 기록되지는 않을지도 몰랐다.

        

        

        

       ───!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 이 특별한 날을 맞이하여 기도를 드리겠습니다.”

        

       

        

        얼마 전의 과거, 뉴욕에서 명예 훈장을 수여받았을 때와 전혀 다르지 않은 첫인사와 함께, 8시가 시작된 순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수여식이 시작된다.

        

        명예 훈장. 건국의 아버지인 조지 워싱턴으로부터 시작된 군인의 나라는 군인을 통해 부강해졌고, 그리하여 세계 최강의 나라가 되었다. 군인으로부터 시작한 나라가 한 명의 군인에게 표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영예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 증거로, 헨리는 훈장 수여식 전의 개회사에서부터 몇 번이고 영예를 언급하며 명예 훈장의 가치, 그리고 그것을 받을 만한 사람들의 행보를 언급했다.

        

        오퍼레이션 노스피어스, 토치, 스틸 레인, 로스트 아카이브, 블루필드, 채리엇…그 외에도 정식 작전으로 기록되지 않은 그보다는 조금 스케일이 작은 전술 규모 작전들까지. 괜히 대거 팀이 헨리의 주머니칼, 이카루스의 선봉, 자유의 횃불점화자라고 불린 게 아니었다.

        

        

        

       “…정말, 어떻게 살아있는 걸까요. 다들.”

        

        

        

        작은 중얼거림.

        

        하지만 그에 대한 대답 대신, 내 바로 옆에 앉은 로건은 작게 미소지으며 내 손을 꼭 잡아줄 뿐이었다. 손 너머로 전해지는 온기는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실로 따뜻하기 그지없었다.

        

        대통령이 모든 분들에게 일어나라는 듯 손짓했고, 그리하여 의자에 앉은 이들 전원이 기립한다. 그러나 맨 앞줄의 좌석 몇몇 개는 비어있었다.

        

        헨리는 그것을 하나하나 언급해갔다. 살아있는 사람들과 이미 고인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이름이 몇 번이고 교차했다. 전자는 합참의장과 국방장관이었고, 후자는 부통령과 USSOCOM 사령관 등이었다. 의도적으로 자리를 비워놓은 이유가 있었다.

        

        시선이 교차했다.

        

        단상 위로 올라갈 때가 되었다.

        

        

        

       “그리하여, 이제…영광스럽게도, 태스크포스 대거 소속 전원에게 명예 훈장을 수여하도록 하겠습니다.”

        

        

        

        초창기 멤버 넷, 그리고 추가로 합류한 여섯 명의 인원들까지.

        

        온전한 순서대로 차례로 정렬한 뒤, 대통령은 한 명씩 이름을 호명했다.

        

        

        

       “안토니 오웬스.”

        

       “영광입니다.”

        

       “크리스토퍼 로렌티나.”

        

       “완전한 미국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대통령님.”

        

       “로건 블레미스.”

        

       “영광스러운 날이군요.”

        

        

        

        그리고 내 차례가 되었을 때, 헨리는 직접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유진 리 중사. 여지껏 수여식을 미뤄둔 내 불찰로 인해, 그대는 훈장 수여가 아니라 추서를 받을 뻔했지. 더 이상은 미루지 않겠네.”

        

       “영광입니다.”

        

        

        

        고개를 숙였다.

        

        그리하여 그는 싱긋 웃으며 다음으로 떠나갔다.

        

        에드윈 서킨스, 모건 A. 길리엄, 마커스 램퍼트, 수잔 레이피어, 윌리엄 체스터, 마이클 키신저…전원의 이름이 호명된 순간, 모두가 정면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수천 개의 의자에 빼곡하게 들어찬 사람들 전원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 우렁찬 박수가 울려퍼진다. 헨리가 떨리는 손으로 오웬스부터 메달 오브 아너를 걸어주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 다음은 로렌티나, 그리고 로건…다음은 나였다.

        

        침을 꿀꺽 삼켰다. 실로 다행스럽게도 두 번째 명예 훈장 수여식 때는 울지 않아 다행이었다. 오히려 가슴이 벅차오르며 입가에 참을 수 없는 미소가 지어졌다 – 사실 그다지 실감이 난다고 할 수는 없긴 했지만.

        

        수여자가 한 명씩 늘어날 때마다 박수 소리는 더더욱 크게 울려퍼졌고, 전원의 목에 훈장이 걸렸을 때는 말 그대로 귀청이 떨어질 듯한 환호가 이어졌다.

        

        

        그렇게 모든 행사가 끝나갈 즈음, 헨리는 연단으로 나와 폐회사를 시작했다.

        

        

        

       “오늘, 우리는 국가를 위해 위대하게 싸운 이들의 용기를 기리는 소중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부디 대거 팀이 영웅들의 전당에 영원히 기억될 수 있게끔, 그리고 이들의 리더십과 유산이 후손들에게도 두루 미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자유와 명예, 그리고 신의 가호가 언제까지나 여러분들께 함께 하기를 빌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시어 훈장 수여식을 빛낸 모든 분들께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저는 미국이 다시금 살기 좋은 나라가 될 때까지 헌신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함성과 축복 아래, 우리는 목에 훈장을 걸고, 감사패를 한 장씩 받아든 채로 단상에서 내려왔다.

        

        에어돔 너머로 보이는 수천 개의 별이 실로 선명하게 빛났다.

        

        돌아온 뉴욕의 겨울은 이다지도 아름다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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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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