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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5

        평소처럼 농사를 짓던 나날이었다.

        물론 내가 한 일이라고는, 농작물이 잘 자라는지 지켜보는 일이 전부였지만 말이다.

       

        내가 알고 있는 농사 지식은 몇 안 되는 데다, 내가 심은 작물들은 하나 같이 나의 영향을 받은 식물들이다.

        아무리 내가 힘을 숨겨봐야, 필멸의 존재들은 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저 그 영향을 최소로 줄일 뿐.

       

        그렇기에 내가 심은 작물들은, 인간들이 그러하듯 끊임없이 관리해 줄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냥 알아서 놔둬도 잘 자란다.

        매번 ‘풍년’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쨌든 매년 상당한 수확을 거둘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오늘도 내가 만들어낸 황금 인형들이 벌레를 쫓아내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내 영토의 외곽에서 소란이 들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흠…… 뭐지?”

       

        마침 할 일도 없겠다.

        호기심이 든 나는 소란이 이는 곳으로 향했다.

       

        퍼엉! 펑!

       

        으아악!!

       

        저게 뭐야?!

       

        “흠?”

       

        그곳에선 많은 인간? 기계? 인간?

        ……어쨌든 인간인 이들이 화기를 든 채 내 영토에 돌진하고 있었다.

       

        철컥!

       

        두두두두두두두두-!!

       

        캬아아악!!

       

        그리고 그런 외부의 침입자에 대항하기 위해, 내 영토의 경계선을 따라 심어진 ‘작물’들이 공격을 가한다.

        ‘포식목’은 자기 포식 기관을 꺼내 접근하는 인간들을 집어삼키고, ‘화초(火草)’는 밟히자마자 단숨에 폭발하며 불길을 뿜는다.

        그 외에도 씨앗을 총알처럼 쏘아대는 열매나, 금속에 달라붙어 부식시키는 포자를 내뿜는 버섯 등이 인간들을 덮친다.

       

        물론 인간들도 강하게 공격을 가하긴 했다.

        그들이 가진 화기가 불길을 뿜고, 폭발하며 내 작물들을 손상시켰으니까.

        하지만 그 대부분은 ‘블랙 우드’라는 나무에 가로막혔다.

       

        내 영토의 외곽을 따라 심은 작물 중 ‘블랙 우드’의 역할은 하나였다.

        외부의 오염된 토지에서 불어오는 ‘오염 물질이 섞인 바람을 여과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블랙 우드’는 주변의 금속이나 열기, 에너지를 흡수하는 성질을 가진 나무다.

        그렇게 흡수한 것들을 사용해, 저 특유의 검은빛을 띠는 특수한 표피를 생성해 몸을 지키는 특성을 가진 것이다.

        ……적어도 ‘원종’은 그랬다.

       

        내 영역에 들어온 것들은 주변에 넘쳐나는 것이 에너지라는(마그마와 용금이 넘쳐나는 곳이 내 영역이다) 것을 깨달았는지, 조금 이상하게 진화를 하더랬다.

        그렇기에 내 창고에서 원종의 씨앗을 발견했을 때는 ‘방풍목’으로 딱 이라고 생각했다.

       

        ‘역시 효과가 좋군.’

       

        봐라.

        인간들의 화기에서 일어난 불길과 재, 오염 물질이 블랙 우드에게 흡수되고 있지 않은가?

        덕분에 내 영역에 침투하는 오염 물질은 극히 일부였다.

        그리고 저 정도는 내 영토에서 자체적으로 정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평가는 이 정도로 하고…….’

       

        영토의 방위시설(?) 평가를 뒤로한 후, 이번에는 나의 시선이 인간(?)들에게 향했다.

        ……대부분 육체의 60% 이상이 기계로 개조된 이들도 인간인가 싶긴 했지만, 일단은 전부 ‘유기물로 이루어진 뇌’를 가지고 있으니 인간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겠지?

       

        어쨌든 그 인간들에게 나의 시선이 향했다.

        이유는 ‘그들이 왜 내 영토에 공격을 가하는가?’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

       

        ‘이해할 수가 없군.’

       

        인간들의 공격을 받는 경우는 처음이 아니었다.

        인간은 ‘반짝이는 것’을 좋아하는 종족.

        그런 그들에게 온몸에 ‘황금’을 덕지덕지 두르고 있는 나는, 그야말로 먹음직스러운 존재일 것이다.

        ……필멸자가 초월자에게 품는 본능적인 두려움을 잊어버릴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 나는 내 본모습을 인간들에게 드러내지 않았다.

        심지어 이 세상에서는 ‘크레딧’이라고 부르는 ‘전자 화폐’를 사용하기에, 내가 황금을 꺼내 든 경우도 거의 없었다.

        그렇기에 인간들이 ‘탐욕’의 감정을 줄줄 흘리며 내 영토에 침략할 이유는 없을 텐데?

       

        ‘왜지?’

       

        내 영토에서 황금이나 보석이 발견되었…… 을리는 없다.

        영토를 구매한 후, 그 부분은 꼼꼼하게 확인했으니까.

        ‘힐링’하기 위해서 영토를 구한 것인데, 정작 영토 때문에 나의 ‘힐링’이 망가지면 소용이 없지 않은가?

       

        물론 내 본체도 다른 곳에 두었다.

        내 본체가 있는 곳에는,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금맥’이 형성되고는 하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들이 내 영토를 침략할 이유가 없는데?

       

        “흠. 역시 모르겠군.”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들의 생각을 모르겠다.

        뭐, 드래곤인 내가 인간들의 사고방식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만약 전생의 내가 이 광경을 보았다면, ‘전생에 인간이었는데 어떻게 인간의 마음을 모르냐?!’고 나를 꾸짖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전생의 나에게 이렇게 말하겠지.

       

        인간의 사고방식 따위, 천 년만 지나도 전부 잊어 버리게 된다고.

       

        ‘드래곤으로 살지 않았으면, 살아남을 수도 없었겠지.’

       

        아직 인간의 사고방식이 남아 있었던 ‘새끼’ 때였던가?

        내가 사냥할 수 있는 먹이가 ‘바퀴벌레’ 비슷한 생물밖에 없었을 때, 그때의 나는 그 생물의 혐오감에 차마 입에도 댈 수 없었다.

        그리고 그 결과, 몸에 힘이 떨어진 나는 점점 사냥에 실패하는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죽음의 문턱까지 다다랐었다.

        운이 좋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그때 죽었을 것이다.

       

        그런 경험들이 하나하나씩 쌓이며, 나는 인간의 사고방식과 관념, 상식을 버렸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으니까.

       

        ‘이런. 잠시 딴생각을 해 버렸군.’

       

        중요한 것은 이거다.

        나는 인간의 사고방식을 알지 못한다.

        그러니 여기서는 일을 간단하게 해결한다.

       

        “직접 물어보면 되겠지.”

       

        물론 지금, 이 상태로는 물어볼 수 없을 것이다.

        인간들은 지금 흥분 상태이고, 그들은 손에 무기를 들고 있으니까.

        그러니 먼저 제압을 해야 할 것이고, 그것은 나에게 아주 쉬운 일이다.

       

        덜컥!

       

        “컥?!”

       

        “모, 몸이 움직이지 않아?!”

       

        나의 손짓에 따라, 내가 가진 ‘금속 지배력’이 인간들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내 목표는 인간들의 신체를 대체한 ‘인공 신체’…… 이곳 인간들은 저것을 ‘임플란트’라고 부르던가?

        플라스틱과 같이 ‘금속이 아닌 부품’도 존재하지만 저런 신체는 대부분이 ‘금속’으로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그 부분만 살짝 건드려주면…….

       

        쿠당탕!

       

        “아악!”

       

        “모, 몸이…….”

       

        ……저렇게 된다.

        자신들의 대부분을 ‘금속’으로 두르는 지성체의 문명은 분명 내가 가진 ‘금속 지배력’에 취약하지만 이 세계는 특히나 나의 ‘금속 지배력’에 취약한 것 같다.

        그러게 왜 쓸데없이 멀쩡한 몸을 인공 신체로 바꾸어서는.

        에잉~ 쯧쯧.

       

        인간을 따라 하듯 혀를 찼다.

        ……생각대로 잘 안되어서 ‘쭛쭛’에 가까운 소리가 나버렸다.

       

        어쨌든 인간들의 ‘제압’은 완료되었기에,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이들이 왜 내 영토에 침략을 시도했는지, 그 이유를 들을 상대를 찾아보던 중이었다.

       

        “음?”

       

        제압된 인간들의 뒤편.

        그곳에서 익숙한 인간의 모습이 보였다.

       

        피투성이가 된 채, 온몸이 포박된 찰리가 말이다.

       

        “네 이름이…… 찰스였던가?”

       

        “찰리입니다.”

       

        그렇게 나와 찰리는 다시 재회했다.

       

       

        *            *            *

       

       

        – ㅋㅋㅋㅋㅋㅋㅋ

        – 와. 찰리가 배신한 것은 아니었나봄.

        – 아닠ㅋㅋ

        – 무슨 방풍목이 폭발도 막아욬ㅋㅋㅋㅋ

        – 이게 진정한 딸?깍 아닐까?

        – 몰?루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진짜 웃기넼ㅋㅋㅋ

       

        “생각지도 못한 만남이었으나, 덕분에 나는 찰리라는 인간에게 대략적인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단다.”

       

        찰리는 그의 목적대로 숨겨두었던 본인의 재산을 찾으러 갔었다.

        그 과정에서 친구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는 몸을 구성하고 있었단 대부분의 인공 신체가 본래의 유기물 신체로 돌아온 상태였기 때문이다.

        기존의 방식을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찰리는 친구의 도움을 받으려 했던 것이지.”

       

        문제는 찰리가 믿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친구가, 정작 그를 배신했다는 것이다.

        분명 기계로 팔다리를 교체했을 찰리가, 멀쩡한 팔다리로 돌아온 광경을 보고 탐욕을 부렸던 모양이었다.

       

        결국 찰리는 무법자라는 인간들에게 붙잡혔고, 고문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다가 고문을 참지 못하고, 결국, 내가 있는 곳을 무법자들에게 밝혔다고 했다.

       

        – 와

        – 안타깝네

        – 고문은 킹쩔 수 없긴 함.

        –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딱히? 무언가를 하지는 않았단다.”

       

        왜냐하면, 찰리는 나에게 잘못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난 그에게 함구할 것은 명한 적도, 약속한 적도 없었다.”

       

        – ?

        – 그래요?

        – 어라? 그러네?

        – 그건 그럼

        – 딱히 비밀로 하라고 안했음?

       

        “내가 그에게 비밀로 할 것을 요구한 적이 없는데, 왜 내가 그에게 화를 내야 하느냐?”

       

        오히려 내가 요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비밀을 지키려 노력한 찰리는 상을 주어야 마땅했다.

        그는 자신이 고통받고 다치는 것을 감수하고서도, 요구한 적 없었던 비밀을 지켜 주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아마 그 나름대로 나를 위해서 했던 일이겠지.

       

        거기까지 설명한 후.

        나는 음료수를 마시며 잠시 이야기를 끊었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대충 진정했다고 생각되었을 때, 다시 이야기를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찰리는 그렇게 처리했고, 다음 문제는 내가 제압한 인간들이었단다.”

       

       

        *            *            *

       

       

        “흠.”

       

        나는 무법자라는 인간들을 바라보며 고민에 빠졌다.

       

        이들이 내 영토에 쳐들어온 이유는 인간 찰리가 답해주었다.

        그렇기에, 이제 나에겐 이들을 붙잡아 둘 이유가 사라진 셈이었다.

        이들을 자유롭게 풀어 줘도 될 것이고, 이들은 전부 죽여도 된다.

        왜냐하면 나는 ‘승자’이니까.

       

        “제임스. 네가 설마 날 배신할 줄이야…….”

       

        “차, 찰리! 제발! 제발 살려 줘! 돈이라면 다 줄게!”

       

        찰리는 부상을 입은 몸으로, 그를 배신한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그 배신한 친구도 이곳에 따라왔던 모양이다.

       

        “이, 이거 놓지 못해?! 나는! 델프스 컴퍼니의 부장이라고!!”

       

        “음?”

       

        그때 한 인간이 버럭 소리 지르는 것이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금속으로 이루어진 옷을 입은 인간이 바닥에 드러누운 채 버럭버럭 소리 지르고 있었다.

        ……그렇군. 내가 저 인간이 입고 있는 금속 옷을 굳혀 버린 덕분에, 저렇게 누워 있었던 것인가?

       

        “날 건드리면! 델프스 컴퍼니에서! 가만두지 않을 거야!!!”

       

        “흠…….”

       

        인간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델프스 컴퍼니라는 곳이 어디지?

       

        ‘딱히 상관없나?’

       

        그런 생각하던 중이었다.

        나에게 찰리가 천천히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왔느냐?”

       

        “네.”

       

        나에게 고개를 숙이는 찰리.

        나는 그런 찰리에게 고개를 끄덕여 준 후, 다시 인간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제 이들에게는 볼일이 없으니…….

       

        “처리해 둘까?”

       

        흠칫?!

       

        덜덜덜…….

       

        내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인간들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그중에선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는 이들도 있었고, 나에게 살려달라고 비는 이들도 있었다.

        특히나 아까부터 ‘델프스 컴퍼니’라는 곳을 언급하는 인간이 가장 시끄러웠다.

        우선은 저 인간부터 처리를…….

       

        “저, 라그나님.”

       

        “음?”

       

        그 순간 찰리가 나를 불렀다.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자, 그는 미간을 계속 실룩거리며 나에게 물었다.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

       

        나에게?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라나님의 딸깍쇼.

    임플란트 따위는 통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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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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