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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6

    아이들에게 정령절이란 단순히 정령이 선물을 주는 날에 불과하지만, 그 진실(?)을 아는 어른들에게는 조금 다른 날이기도 하다.

     

    사실 정령절이라는 것은 정말로 정령과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아는 사실.

    그렇다면 정령절은 대체 어째서 특별한 날로 지정이 된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베리튼의 세계수가 가장 안정적인 날이 바로 그 날이기 때문이다.

     

    과거, 세계수가 그렇게 안정화되는 이유를 알 수 없던 옛 사람들은 그 알 수 없는 이유를 ‘정령의 가호’때문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날은 정령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부족함 없는 마력을 이용하여 풍족한 축제를 즐겼다고 전해지고 있다.

    춤을 추고, 알록달록한 불빛을 이용해 세계수를 꾸미고, 선물을 주고받으면서 말이다.

     

    그러나 현재.

     

    세계수가 안정되는 이유는 사실 있지도 않은 정령의 영향따위가 아니라 세계수와 마력의 실이 연결된 ‘베리타스’ 별자리의 위치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낭만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이유였다는 것이 뒤늦게 밝혀지고 말았다.

     

    그 말은 즉, 사람들이 기념하고 있던 것은 사실은 정령의 가호가 아니라, ‘베리타스’의 위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사람들은 정령절을 기념하는 것을 멈추었을까?

     

    아니, 그렇지는 않았다.

    여전히 사람들은 여전히 ‘정령’을 기념하고 있지 않은가?

     

    어째서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냥, 그 편이 훨씬 더 즐겁기 때문이다.

     

    정령이 실제로 있든 없든, 아이들이 선물을 받고 즐거워하며, 알록달록 세계수를 꾸미는 것이 즐겁다면 진실이야 어떻든 어떤 상관이 있겠는가?

     

     

    아무튼 그런 이유로, 그 날은 정말 드물게도 세계수의 발전소 업무가 최소한의 인원만 남기고 휴식하는 기간이기도 했다.

    세계수를 상시 바라보아야 할 마법사가 필요 없으니 말이다.

     

    “하아.”

     

    하지만 제라드는 한숨을 쉬었다.

    왜냐하면, 베리타스가 안정화시켜주는 것은 베리튼의 세계수 뿐이고, 자신이 담당하는 복제 인공 세계수인 ‘세피로트’ 모델, 세피로-02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 말은 즉, 그는 정령절 당일에도 전혀 쉬지 못한다는 뜻이 된다.

     

    더욱 끔찍한 사실은, 단지 쉬지 않을 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심지어 베리튼으로 출장까지 와야 했다.

     

    그 이유는, 앞으로 세계수에 적용될 수도 있는 새로운 마법의 시연 때문이었다.

     

    뭐, 그래.

    당장은 일이 늘어나는 거긴 하지만, 일단 그것이 실적용 될 수 있다면 이제 ‘세피로트’ 모델도 원본인 글레이프니르와 별 차이 없는 안정성을 보여줄 수도 있다.

    그 말은 즉, 미래에는 일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그 혜택을 자신이 누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서도.

     

    “하아…….”

     

    그렇게 생각하니 앞길이 막막하여 한숨이 쉬어질 뿐이다.

    제라드가 정수기 앞에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루크가 예전에 건네 준 ‘피로 회복에 좋은’ 티백을 담그고 있을 때,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으음, 그 차는 이름이 뭐죠? 향이 굉장히 좋은데.”

     

    제라드가 슬쩍 보자, 그는 자신의 곁에서 함께 시연을 보았던 연구 마법사였다.

     

    혹시 엘프라서 차의 향에 민감한 것일까?

    확실히 루크가 만든 찻잎의 향은 좋으니까.

     

    그와는 마법식 시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어느정도 친해진 사이였던지라, 제라드는 적당히 웃으며 대답했다.

     

    “아, 딱히 이름이 있는 차는 아닌데요. 그냥 아는 여자애가 피곤하면 마시라고 만들어준 거에요.”

    “그래요? 굉장한데요! 혹시 애인인가요?”

    “예? 그건 절대 아니에요. 걔는 겨우 사립 아카데미 2학년인걸요. 그냥 선물로 받은 거에요.”

     

    사립 아카데미 2학년 애인이라니, 그거 정말 큰일날 소리가 아닌가!

    제라드는 기겁을 하며 구구절절 자신이 선물을 받게 된 경위를 읊었다.

    처음 그 아이가 마력 발전소에 견학을 찾아온 이야기부터, 최근 컴퓨터를 계산기로 사용하게 해 준 이야기까지 말이다.

    제라드의 이야기를 쭈욱 들어본 그는 그제서야 알겠다는 느낌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그렇군요! 제가 오해를 했네요. 그 정도의 정성이라면 틀림없이 사랑하는 여성이 만들어줬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하……. 그건 그냥 그 애가 손재주가 좋아서 그래요.”

    “그런가요, 그럼 더 대단하구요!”

     

    제라드는 정신이 없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가, 그의 시선이 자신의 컵에 고정이 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와 컵을 몇 번 번갈아 보았다.

    혹시 마시고 싶다는 뜻인걸까?

     

    “……하나 타드릴까요?”

    “오! 그래주면 정말로 고마울 겁니다!”

     

    제라드는 금방 또 다른 컵에 물을 받아서 가져온 티백을 하나 넣어서 건넸다.

    티백 하나 정도는 뭐.

     

    —–

     

     

    그렇게 그와 마법에 관련한 대화는 복도를 이동하면서도 한동안 계속되었다.

     

    “그나저나, 정말 놀랍지 않나요?”

    “그러게요, 그 샤에흐의 기적식을 이용해서 세계수를 안정화시킬 수도 있다니. 마법의 발전이 체감되네요.”

    “그렇죠? 최신 이론이 곧바로 적용될 수 있는 환경이라니, 저희같은 마법사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이죠!”

    “그런가요?”

    “정말 그렇다니까요. 그 샤에흐의 기적식이 증명된 것도 참 재미있고 말이죠.”

    “그렇긴 하군요.”

     

    제라드는 그의 말에 곧바로 일화를 기억해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절대 잊어버릴 수 없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마법경시대회를 치러 왔던 학생이 풀어버렸다고 했던가?

     

    그런 이야기는 솔직히 누가 소설로 쓰더라도 개연성이 없다며 욕을 먹을 법 한 이야기다.

    하지만 언제나 현실은 예상을 뛰어넘는다고 했던가, 실제로 벌어진 일이라고 하는 데 어쩔 도리는 없다.

     

    “그나저나, 그건 대체 어떤 학생일까요?”

     

    그리고 베일에 쌓인 그 정체불명의 아카데미 학생의 정체를 추측하는 것은, 기적식의 명성을 아는 마법사 모두의 상상을 자극하는 뜨거운 주제 중에 하나였다.

    제라드의 물음에 그가 자신의 추측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글쎄요, 아카데미 마법 경시대회에 나가는 아이라고 하면 대략 18~19세정도 되니까요. 저는 아마 그 정도 되는 아이가 아닐까 싶긴 한데……. 뭐어, 엘 마드리고는 17살에 마법식을 만들기도 했으니 천재라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않을까요? 그 바알 니에르도 20대에 클래스마법을 제창하기도 했고요.”

     

    그의 추측은 꽤나 타당한 말이었다.

    난세에 영웅이 태어난다고, 어느 시대를 살던 일반적인 사람과는 궤를 달리하는 천재가 한둘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굉장히 즐거운 느낌이다.

     

    “그럼 저희는 그 정도의 천재와 동시대를 살고 있다는 이야기군요.”

    “하하하, 그렇게 되겠지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복도의 한편에서 소란이 들려오고 있었다.

    대충 들어보니까 어른 남성과 여자아이의 말다툼으로 보인다.

     

    “아니, 대체 왜 안된다는 것이냐! 여기, 잘 보라니까! 나, 본인이지 않느냐.”

    “하아, 그러니까 얘야. 동생의 출전자격으로 언니가 대신 출전하는 것은 안된다고 말 했잖아.”

    “그러니까, 내겐 언니가 없다니까! 그냥 들여보내 주게!”

     

    그 소리를 들은 엘프 연구 마법사가 한탄하듯 중얼거렸다.

     

    “경시대회가 있는 이맘때면 종종 있죠, 저런 아이들이.”

    “네?”

    “대타 출전 말이에요.”

     

    그는 제라드에게 추가로 설명했다.

    아카데미 마법 경시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연령의 아이가 출전자격을 딴 이후, 다른 사람이 돈을 받고 문제를 대신 풀어주기로 하는 경우는 의외로 있다는 것이다.

    그건 학생증이나 서류를 위조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냥 공부를 잘 하는 언니가 동생을 대신해서 출전하는 경우도 많다.

    혈육이라면 이미 어느정도 닮아 있을 테니까, 약간의 노력으로 비슷하게 보이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아하.”

     

    그렇게 납들을 하며 코너를 돌아가니, 그들이 서로 언성을 높이는 소리가 더욱 똑똑히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럼 확인을 해야 하니까,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 했잖니. 넌 외국인이라 시간이 걸린다고.”

    “지금 그럴 시간이 없다니까! 일단 들여보내준 다음에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 때 실격을 처리해도 되지 않느냐!”

    “아니, 그건 원칙상 안된다니까, 너 지금 보호자도 없잖아. 우리가 출전자인지 확실하지도 않은 사람을 뭘 믿고 시험장에 들여보내?”

    “아ㅡ, 정말! 답답하구나! 이렇게 융통성이 없어서야! 척 봐도 동일인이 아니냐!”

     

    그런데 뭘까, 저 익숙한 뒷모습은?

    마치 루크처럼 복신폭신한 느낌의 백금색 머리카락위로 솟은 고양이 귀에 좌우로 드러난 뾰족한 뿔, 그리고 두껍게 풍성한 꼬리까지.

     

    아니, 조금 자세히 보니까 그것은 루크가 맞는 것 같다.

    교복도 익숙한 것이 티그 아카데미의 것인 것 같고.

    저렇게 생긴 뒷모습이 티그 아카데미에 루크말고 더 있겠나.

     

    “루크야? 너 지금 거기서 뭐하니?”

     

    “제라드? 여긴 대체 어떻게?”

     

    크게 당황하며 뒤를 돌아본 아이의 모습은 역시, 루크였다.

    제라드의 기억속 루크보다 조금 더 큰 것 같기는 했지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니 작가 그림체가 달라져서 그렇지 본인 맞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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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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