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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6

       <화룡무인을 시작했다고요?>

       <네! 벌칙을 받기로 했으니까요.>

       

       신기하구나. 그대의 평소 모습을 생각해보면 본인이 내릴 벌이 두려워 언제까지고 이 일을 뒤로 미루리라 여겼다만.

       

       내 그래서 잊은 척을 하다 준비가 끝나면 그대의 앞에 미뤄두었던 것을 내놓을 생각이었거늘.

       

       이래서야 그대를 공포에 떨게 만들 계획 중 하나가 깨져버렸구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잘 된 일이기도 하다. 이 녀석을 억지로 끌고 오느라 고생할 필요가 사라졌으니까.

       

       <이제 무소속 캐릭터로 튜토 시작했어요!>

       <잘 됐네요. 만나러 갈까요?>

       <네! 저는 화령 씨만 믿고 갈거에요!>

       <저도 이 게임을 잘 아는 건 아닌데요.>

       

       본인은 어디까지나 무림에 대해 알 뿐이다. 한 사람의 유저로써 어찌 성장해야하는 지에 대한 지식은 여전히 없다시피하지.

       

       그 부분에 관해서는 설아나 하린이에게 묻는 편이 나을 거라 생각한다만.

       

       <그럼 이제부터 알아내세요!>

       

       허나 엔리는 막무가내였다. 본인이 끌어들였으니 본인이 책임을 지란 것이냐? 그것 참 까탈스러운 녀석이구나.

       

       <일단 하던 거 끝내 두세요. 그 쪽으로 갈게요.>

       

       본인과 같은 식으로 시작한다면 그 지점도 같을 터. 미리 그 쪽으로 가 있자구나.

       

       오랜만에 화음을 들리게 되는 것이니 그 곳에서 음식을 먹고 바루의 귀여움을 소개해 준 다음 낭인객잔에 데려다주면 되겠군.

       

       머릿속으로 견적을 낸 나는 버릇처럼 바루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다 녀석이 휘두른 꼬리에 얻어맞았다.

       

       “대체 언제까지 삐져있을 작정이더냐.”

       “흥.”

       

       내 바루에게 친절히 물음을 던졌지만 녀석은 고개를 팩하고 돌릴 뿐이었다. 잠시 사람들의 틈바구니에 내버려 두었다고 너무 그러는 구나

       

       “내 사과하겠대도. 그대를 좋아하는 이들을 물리기가 애매했음을 그대도 모르잖은가.”

       “시끄럽다. 그대는 이전에도 전적이 있었거늘 이번에 한 번 더 본인을 버리고 떠났다. 재범이란 말이다. 재범은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하는 법!”

       

       바루는 성이 난 듯 귀를 쫑긋 세우며 그리 소리치더니 다시금 내 어깨에 기대어서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정말 화가 잔뜩 났다면 본인의 곁을 떠나도 될 터이거늘 계속 머무르고 있는 걸 보면 되래 웃음이 새는구나.

       

       이를 입 바깥으로 꺼내면 정말 화를 낼 듯 하여 아무런 말도 하지 않겠지만.

       

       삐진 바루도 귀엽다는 채팅창의 반응을 보며 건물 바깥으로 나온 나는 고요함을 잃어버린 신림 수련장의 풍경을 멀뚱히 바라봤다.

       

       “저 신림에 가입하고 싶은데 무슨 조건 같은 게 있습니까?”

       “퀘스트를 수행하고 싶은데요!”

       “여기가 소림의 무공을 알려주는 곳 맞지요?”

       “시험 일정 같은 것이 있습니까?”

       “잠시!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줄을 서서 한 분 씩 이야기 해주시길 바랍니다!”

       

       이건 또 무슨 일이더냐. 본인이 이 곳에 당도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고요하던 곳이 어찌 이리 소란스러워졌단 말인가.

       

       – 화령조아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것도 화령님의 은덕이겠죠.]

       

       “그건 또 무슨 소리더냐.”

       

       – 지금 화룡무인 커뮤에 님이랑 신림이야기밖에 없음.

       – 여기가 나설이 인정한 꿀 노가다 장소라며?

       – 소림에 질려있던 사람들이 다 여기로 모이는 듯?

       

       그러니까 대충 이런 소리구나.

       

       본래 신림은 초야에 묻힌 무명의 문파였다. 그 내실은 건실했지만 이 곳의 존재를 아는 이가 드무니 찾아오는 사람도 없다시피 했지.

       

       허나 본인을 통해 이 장소가 알려지며 기존 소림에 신물이 나 있던 이들이 여기로 몰려들었다 그 소리인가.

       

       “잘 된 일이구나.”

       

       아무리 신림이 소림의 파벌이 건설한 문파라 할지라도 사람이 유입되지 않으면 언젠가는 무너지고 만다.

       

       허나 이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유저들 사이에 입소문이 제대로 났으니까.

       

       이 곳의 무공을 배우고 싶어하는 유저들이 몰려들다 보면 본래 무림에 있던 이들 사이에서도 이야기가 나돌 터이고 그렇게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다 보면 자연스레 이 마을 전체가 융성하게 될 터.

       

       본인의 입장에서도 기쁜 일인 것이 이 곳은 소림의 전통을 지키고자 하는 녀석들이다.

       

       간단히 말해 이치를 내던지지 않고 과거의 방식대로 수련을 하는 장소란 것이지.

       

       이치를 널리 알리고자 하는 목표를 이루는 데에는 이 곳이 융성하는 게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물론 이 곳이 너무 유명해지면 현 소림이 반발을 하게 될 수도 있긴 하다만 그거야 본인의 이름으로 협박을 해두면 해결이 될 터.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잘 되고 나발이고 지금 유저 상대하는 분들 힘들어서 죽으려고 하는데요.]

       

       현 상황이 만족스러워 고갤 끄덕이고 있자니 후원이 날아들었다.

       

       하긴 저 녀석들의 입장에서도 요 몇 년 간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대응할 일이 없었을 터.

       

       체계도 무엇도 있지 않으니 어찌 대처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겠지.

       

       이 또한 본인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조금 도와주도록 할까.

       

       “지금 방송을 보는 아해들 중에 엔리의 방송도 함께 보는 녀석들이 있느냐?”

       

       – ㅇㅇ

       – 지금 목인 셋 상대로 구르는 중.

       – 엔리 너무 야캐.

       

       “좀 오래 걸릴 것 같으냐?”

       

       – 좀이 아니라 엄청 오래 걸릴 것 같은데.

       – 화령은 1초컷이었는데.

       – 그건 이 사람이 너무 강한 거지.

       

       하는 이야기를 들어 보니 꽤나 여유가 있을 것 같군. 그리 판단을 내린 나는 검지 손가락으로 바루의 이마를 툭툭 건드렸다.

       

       그러자 바루의 날 선 목소리가 되돌아왔다.

       

       “무어냐.”

       “귀를 막거라. 소리를 칠 것이니.”

       “…사자후를 쓰겠다고?”

       “그래.”

       

       내가 고개를 끄덕이기 무섭게 인간의 형상을 취한 바루가 지팡이를 꺼내어 도술을 펼쳤다.

       

       주변과 자신의 소리를 차단하는 녀석인가. 거기에 더해 충격을 줄이는 것과 이거에 저거에…

       

       허어. 거 지난번에 심하게 데였나 보구나.

       

       철저한 방비를 끝낸 후 자그마한 두 손으로 귀를 끌어안고 쭈그린 바루를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샜다.

       

       저 정도면 사자후에 당해 머리가 어지러울 일은 없겠구나.

       

       “아해들아. 말하지 않아도 아리라 믿는다.”

       

       – 고막지킴이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다들 음소거 하든가 이어폰 빼셈. 안 그럼 고막 터져욧!]

       

       – 음소거 완료!

       – 이어폰 뺐음.

       – 저거 또 당하면 청력을 잃어버릴 거야.

       – ??? 다들 왜 이렇게 호들갑임?

       – 시키면 걍 해.

       

       입구 쪽으로 다가가 손을 휘적거리는 신림 아해의 어깨를 두드렸다.

       

       “누구십… 화산문주?”

       “비켜라. 대응해 줄 테니.”

       

       그러고서 문 바깥을 보자 꽤나 많은 인파가 모여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적어도 백은 될 것 같군.

       

       본인이 나타나자마자 손을 흔들거나 화령님! 하고 소리를 치는 걸 보면 본인의 얼굴을 보러 온 이들도 여럿 있는 모양이야.

       

       그를 확인하고서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줄을 서라!!!!!”

       

       *

       

       엔리는 원래 화룡무인을 미리 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그녀에겐 자신의 발로 지옥에 들어가는 취미가 있진 않았으니까.

       

       지난 번 아라와 내기를 하고서 처참하게 패배한 엔리다. 그 날 아라는 엔리에게 화룡무인에서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새겨주겠다고 말했다.

       

       그 내용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라의 사악한 웃음으로 추측해 볼 때 엔리에게 끔찍한 기억이 될 것임은 분명했다.

       

       방송적으로 재미가 있을 테고 마이 튜브 조회수도 잘 뽑히겠지만 그게 뭐가 중요해!

       

       난 나의 행복이 더 소중하다고!

       

       그래서 엔리는 미룰 수 있을 때까지 화룡무인을 미룰 생각이었다.

       

       그런 그녀의 생각을 바꾼 건 지금은 아라의 편집자로 일하는 냥냥권법. 하린의 이야기였다.

       

       엔리가 하린과 이야기를 나누게 된 건 엔리가 먼저 연락을 했기 때문이었다.

       

       혹시 아라가 무얼 시킬 생각인지 아냐고 묻기 위해서.

       

       허나 하린은 엔리의 궁금증에 대답해주지 못했다. 그녀도 아는 바가 아예 없었던 것이다.

       

       아쉬움을 느끼면서 대답해주어 감사하다 대답하려던 엔리에게 하린은 이렇게 말을 했다.

       

       <화령님께서 어차피 뭔가를 시킬 거라면 엔리님도 미리 준비를 해두는 편이 낫지 않아요?>

       <네? 그게 무슨.>

       <화령님이 뭘 시킬 지는 모르지만 그에 대비할 수 있게 힘을 쌓아두는 편이 심적으로 편하잖아요.>

       

       같은 종류의 공포게임을 하더라도 손에 아무것도 없을 때와 손에 무언가가 들려 있을 때의 감정은 다르다.

       

       벌칙으로 몇 가지 공포게임을 해보았던 엔리는 손 위에 차가운 샷건의 감촉이 올려지는 순간 그것이 얼마나 든든한지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하린 씨의 말이 맞아.

       

       화룡무인은 무협계 VRRPG게임. 하고자 한다면 내 손으로 샷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게임이야.

       

       아라 씨가 나에게 뭘 시킬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런 대비도 없이 재앙을 마주하는 것보단 무언가를 준비해둔 후 재앙을 만나는 편이 나아!

       

       하린의 조언에 감화된 엔리는 다음 날 화룡무인을 시작하겠노라고 방송에서 선언을 해버렸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튜토리얼에서 만난 목각인형 셋을 쓰러트리고는 거친 숨을 다스렸다.

       

       “별.. 것도… 아닌 것들이 귀찮게 하고 있어!”

       

       – 별 거 아닌 거 맞나요?

       – 바닥 구르느라 묻은 흙은 떼고 말하지?

       – 저 목각 인형을 생각보다 강하구나?

       – 그냥 엔리가 약한 거 아닐까.

       

       “화령 씨가 여러분들 눈을 너무 높여놨어요…”

       

       엔리가 상대한 세 개의 목각인형은 분명 강했다. 아라를 만나기 이전의 엔리였다면 분명 셋의 협공을 견디지 못하고 박살이 났겠지.

       

       그런 녀석들을 상대로 고전한 끝에 결국 승리한 건데 왜 이렇게 평가가 박한 건지.

       

       미적지근한 채팅창 탓에 기운이 빠진 엔리가 한숨을 내쉬자 후원음성이 옆에서 들려왔다.

       

       – 억빠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야! 엔리가 이 정도면 충분히 잘 한 거야!]

       

       – 맞음. 엔리잖아.

       – ㅇㅇ. 엔리니까.

       – 내가 잠시 여기 스트리머가 누군지 잊고 있었네.

       – 역시 엔리야! 창술의 달인!

       – 개쩔었다 엔리!

       

       “엔리라는 단어로 납득하지 말아주세요!”

       

       그래서야 내 이름이 허접하고 허술하다의 대명사가 된 것 같잖아!

       

       엔리가 그리 소리를 쳤지만 청개구리 같은 시청자들이 그녀의 말을 들어 줄 리가 있나.

       

       그녀의 채팅창과 후원 알람은 억지로 엔리를 칭찬하는 이들로 가득해졌다.

       

       하아. 그래. 욕하는 것보다는 이게 낫다.

       

       애써 납득을 한 엔리는 채팅창에서 시선을 떼고 화살표가 가리키는 대로 앞으로 향했다.

       

       그러고 얼마나 지났을까. 대나무 숲이 끝나며 넓다란 공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한 가운데에 있는 좌석의 한 가운데에는 혼자서 장기를 두고 있는 노인이 있었다.

       

       노인의 얼굴은 엔리에게 무척이나 익숙한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노인은 아라의 방송에 명품 조연역을 몇 번이나 해 준 사람이었으니까.

       

       “검선님?”

       “호. 본인의 이름을 아는가?”

       

       검선.

       

       자신의 검으로 태양을 떨어트렸던 자.

       

       화령과 멋진 승부를 펼처 보인 괴물 같은 검사.

       

       노인은 웃음과 함께 고개를 들어선 엔리의 얼굴을 바라봤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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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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