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16

   파스타조차 먹지 못한 채 교수실에 끌려 온 나는 이마를 부여잡고 있는 던전학 교수의 눈치를 봤다.

   

   당시에는 이성이 살짝 끊어져서 일단 저지르고 봤다만 방금 전 내가 한 일은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몇 사람을 때려눕힌 것이었다.

   

   지금에 와서도 주먹을 휘두른 걸 후회하진 않는다만 나쁜 일이냐 좋은 일이냐 묻는다면 분명 나쁜 일이란 말이지.

   

   식당에 있던 모두가 목격자인 이상 내가 벌인 일을 조용히 처리하는 건 불가능. 서로 간의 시시비비를 가리고 처벌의 내용을 결정지어야만 한다.

   

   그러니만큼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상대방의 행동이 얼마나 부당하고 위협적이었는지를 이야기하고 내가 했던 일에 명분이 있었음을 호소하는 것일 테지.

   

   스스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더 좋고 말야.

   

   이렇듯 스스로가 해야 할 일을 인지하고 있는 나이지만 겉으로 드러난 내 행동은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당당한 어깨. 왜 이런 식으로 시간낭비를 시키냐는 듯 건방진 눈. 삐죽 튀어나온 입술. 예의라곤 찾아볼 수 없는 꼬아진 다리.

   

   이게 괘씸하단 생각에 없던 처벌마저 만들어 낼 듯한 자세라는 걸 모르진 않아!

   

   그치만 방법이 없다고!

   

   메스가키 스킬이 있는 한 나는 반성하는 모습은커녕 기죽은 모습조차 보여줄 수 없단 말야!

   

   “알른 영애.”

   

   속으로 한탄을 하던 나는 교수의 목소리를 듣고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일단 방금 전 일에 대한 잔소리를 하겠지?

   

   “죄송합니다.”

   

   던전학 교수가 사과할 거라고는 조금도 예상치 못했던 난 눈을 끔뻑일 수밖에 없었다.

   

   죄송하다니? 뭐가?

   

   “그 바보들이 영애께 찾아갈 거라는 걸 예상했어야 했는데.”

   

   이런 내 의문은 이어지는 교수의 설명을 통해 해소되었다.

   

   알고 보니 내게 찾아왔던 그 허접 쓰레기들은 그 전에 교수에게 찾아와 던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는 듯 했다.

   

   “정말 공략할 수 있는 곳이냐느니. 일반 학생들이 공략할 엄두도 내지 못할 장소 아니냐느니. 알른 영애가 공략 가능하냐는 걸 증명할 수 있느냐느니.”

   

   대답할 가치도 없는 헛소리만 지껄이기에 적당히 겁을 줘서 내쫓았다는 교수의 말에서는 진한 분노가 묻어나 있었다.

   

   하긴 이 사람도 기말 던전을 제작하는 데에 큰 관여를 했으니까.

   

   이번 던전을 제작하는 데에 한 축을 담당했음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이 그 던전이 제대로 된 던전이 맞느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짜증이 났을까.

   

   교수의 자리에 있지만 않았어도 내게 오기 전에 교수가 직접 처분을 하지 않았으려나.

   

   아아. 그 새끼들 얼굴을 떠올리니까 또 빡치네.

   

   허접 주신에게 억까 당할 걸 각오하면서까지 던전에 대한 내 자부심을 지켰는데 던전에 대해 따질 자격도 안 되는 놈들이 개소리를 지껄이다니.

   

   역시 더 패놨어야 했어. 내 얼굴을 볼 때면 얼굴이 창백해 질 때까지 교육을 시켜 놨어야…

   

   아니지. 나중에 찾아가서 차근차근 주제를 알려주면 되잖아?

   

   역시 난 천재야!

   

   흐흥. 뭐부터 할까. 일단은.

   

   “알른 영애?”

   

   응? 왜?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대충 알겠습니다만 당장은 자제해 주십시오.”

   

   …표정에서 너무 티가 났나 보네. 따로 말을 꺼낸 것도 아닌데 교수가 이렇게 제지할 정도라면.

   

   “오늘 바로 찾아가시면 너무 눈에 띕니다. 그러니 후일 잠잠해졌을 때 조용히 예의를 알려주시죠.”

   

   필요하다면 자신이 명분을 만들어 줄 수도 있단 교수의 말에 헛웃음이 샜다.

   

   아. 말리는 게 아니라 조언을 해주는 거였어?

   

   교수 너도 진짜 빡치긴 했나 보네.

   

   하긴. 그 쓰레기들 이야기를 들으면 안 빡치는 게 이상하지. 응.

   

   “언급할 가치도 없는 놈들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죠. 더 중요한 게 있으니까요.”

   

   ‘중요한 거요?’

   “중요한 거?”

   

   “영애께서 모두가 보는 앞에서 던전 공략의 선언을 하신 것에 대해서 말입니다.”

   

   방금 전 나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번 기말고사 던전을 공략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이야기했다.

   

   던전이 너무 어려워서 공략할 수 없었던 게 아니라 너희가 허접해서 공략하지 못했을 뿐이란 걸 알려주겠다고 말이다.

   

   이건 자그마한 농도 섞이지 않은 진담이고 던전 제작에 관여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주억거릴 진실이지만 식당에서 내 말을 들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어려운 문제를 푸느라 머리를 쥐어 싸매고 있는데 옆에서 네가 허접해서 못 푸는 거라며 비웃으면 누가 그걸 좋게 받아들이겠는가.

   

   “분명 영애의 시연을 바라보는 시선은 까다로울 겁니다.”

   

   이렇게 도발을 해놨으니 내 시연을 바라보는 눈들은 결코 곱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트집 하나라도 잡아내려고 노력을 하고 있겠지.

   

   여기까지 오니 던전학 교수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 것 같았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녀는 지금 날 걱정해주고 있었다.

   

   대중의 시선 아래에서 심판 받아도 괜찮겠느냐고 묻고 있었다.

   

   푸하핳. 던전학 교수 이 사람 분명 기말고사 던전을 만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날선 감정만을 보내던 사람이었는데 말야.

   

   이제는 날 걱정해주기까지 하다니.

   

   내가 던전을 잘 만들기는 하나봐.

   

   나도 모르게 키득거리는 웃음소리를 냈더니 교수의 눈이 살짝 느슨해졌다.

   

   질문하기도 전에 내가 무슨 대답을 할지 알고 있었던 거겠지.

   

   ‘괜찮아요.’

   “크핳. 허접 교수 따위가 날 걱정하다니 건방져. 이쯤 됐으면 주제파악을 할 때도 되지 않았나?”

   

   다른 사람들에게 던전의 공략법을 알려주는 건 내가 지겹도록 해왔던 일이라고.

   

   소울 아카데미에 존재하는 모든 던전의 공략은 물론이고 모드로 올라온 수많은 던전들에 대한 공략까지 썼던 게 나야.

   

   그런 내가 스스로 제작한 던전의 공략을 다른 사람들에게 시연하지 못할 리 없잖아?

   

   “그렇다면 굳이 되묻진 않겠습니다.”

   

   던전학 교수가 기말 고사가 끝나고 시연 일정을 잡겠다며 미소와 함께 말을 덧붙이던 순간.

   

   여태까지 조용히 있었던 할배가 슬며시 목소리를 냈다.

   

   <잘 되었구나. 여아야.>

   ‘뭐가요?’

   <이 순간을 꿈꾸지 않았느냐. 다른 사람들에게 던전 공략을 어떻게 시연하면 좋을 지에 대해 계획까지 세워뒀으면서.>

   ‘…그걸 할아버지가 어떻게 알아요?’

   <봤으니까 알지.>

   

   내가 혼자서 헤실거리는 거 다 보고 있었어요!?

   

   불러도 대답을 안 하길래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마음껏 내 자아를 발산하고 있었는데!

   

   그게 할배가 세운 음흉한 함정이었다니!

   

   <분명 그 때 네가 속으로 ‘이러면 분명 다들 멋있다고 그러겠지.’라고 말하며 웃는…>

   ‘갸아아아악! 그만! 그마아아안!’

   

   아니 할배 당신 나를 손녀처럼 생각한다면서요!

   

   전설적인 성기사라는 사람의 손녀의 생생한 흑역사를 이런 식으로 끄집어내도 괜찮은 겁니까?!

   

   좀 더 세심한 배려심이라는 걸 챙겨야 하는 거 아니냐고요!

   

   <하. 그러게 나를 리나님에게 넘기지 말았어야지.>

   

   그 때의 일을 마음속에 새겨두고 있었던 겁니까?!

   

   진짜 쪼잔하네!

   

   그거 할배가 먼저 도발한 거잖아요!

   

   깐족거리면서 사람 열 받게 만든 게 누군데 그 일을 가지고 이런 식으로 복수를 하다니!

   

   두고 봐요!

   

   이 일은 제 마음 속 원한의 서에 담아둘 테니까!

   

   자꾸 헛소리를 지껄이려는 할배의 입을 인벤토리에 처박는 것으로 틀어막는 나는 마음속에 차오르는 부끄러움을 억누르기 위해 다급히 다른 화젯거리를 찾았다.

   

   뭔가.

   

   뭔가 적당한 게.

   

   아 그래! 아카데미 던전의 선두 그룹!

   

   걔네 대체 뭘 하고 있기에 아직도 5층을 돌파 못 한 거야?!

   

   어제부터 계속 트라이를 했으면 이제 슬슬 깰 때도 됐잖아!

   

   나 어제부터 이미 벌칙을 받을 각오를 하고 있었단 말야!

   

   왜 아직도 5층에서 헤매고 있는 건데!

   

   이 부분에 대해서 물음을 던지자 시연 일정을 잡을 때까지만 해도 은근히 신나 보였던 던전학 교수의 어깨가 눈에 띄게 처졌다.

   

   뭐야? 갑자기 왜 그래?

   

   쿠르텐 공자가 또 뭐 이상한 짓이라도 저지르기라도 했어?

   

   아냐?

   

   그럼 뭔데.

   

   세실이 공략 과정에서 자기 분을 못 이겨 사고를 친 건가?

   

   이것도 아니라고?

   

   아아. 혹시 우리 얼빵 영애가 터무니없는 짓거리를.

   

   “말로 설명해드리기엔 너무 길어질 듯 하니 그냥 영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던전학 교수가 손을 휘젓자 책상 위를 가득 채우는 커다란 마법진이 그려진다.

   

   그리고 그 안에 마력이 담기며 마법이 발현됨에 따라 나와 던전학 교수 사이에 영상이 떠올랐다.

   

   그것은 아서 일행의 모습이었다.

   

   “마침 잘 됐네요. 5층 보스의 공략을 준비하시는 중인 듯 하니.”

   

   그들은 내가 만들어낸 던전의 마지막을 담당하는 보스. 던전의 완결성을 위해 여러모로 신경을 써서 만들어 둔 녀석이 기다리고 있는 문 앞에서 전투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법을 사용하는 아서와 조이는 들어가서 사용할 마법진을 미리 준비하는 중이고.

   

   페이비는 각자에게 맞는 버프를 부여함과 동시에 자신의 장신구에 신성마법을 기록해두고 있었으며.

   

   프레이 같은 경우에는 검에 오러를 휘감아 둔 채 눈을 감고서 몸을 움찔거리고 있었다. 아마 머릿속으로 전투의 순간을 그리고 있는 걸 테지.

   

   ‘조이. 준비 끝났나?’

   ‘네. 왕자님께선?’

   ‘끝났다. 이젠 지금 우리가 한 준비가 최선인지를 알아보기만 하면 돼.’

   

   …응? 어라?

   

   뭔가 이야기의 내용이 이상한데?

   

   왜 기믹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개인의 준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거지?

   

   너네 상대해봤으면 알 거 아냐!

   

   5층 보스는 무력으로 깨라고 만들어 둔 보스가 아니라고!

   

   아니지?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런 거 아니지? 그치?

   

   ‘하아. 루시 알른 그 녀석. 자신을 기준으로 하지 말라 내 누누이 이야기했음에도 이런 괴랄한 녀석을 만들어 내다니.’

   ‘혹시 모르죠. 이것도 알른 영애께서 나름 신경 쓰신 것일지.’

   ‘…그 녀석이라면 진짜로 그럴 것 같아 두렵군.’

   ‘저. 여러분. 알른 영애님께서는 분명 저희가 이 시련을 넘어설 수 있다 생각하셨을 겁니다. 그러니 영애님에 대한…’

   ‘걱정마십시오. 성녀님. 저희 둘이라하여 그를 모르진 않습니다.’

   ‘3왕자님의 말씀이 맞답니다. 페이비. 영애께서 무척 기준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아예 넘어설 수 없는 문제를 내진 않았을 테니까요.’

   

   아니! 얘네 대체 뭐라는 거야!

   

   그거 무작정 부딪혀서는 클리어할 수 없도록 만든 게 맞아!

   

   너희들이 다른 방향성을 찾게 만들기 위해 설계해둔 보스라고!

   

   ‘그럼 다시 한 번 가볼까. 혹시 마지막 날까지 공략하지 못하면 루시 알른에게 어떤 소리를 들을지 모르니 말이야.’

   

   아서의 말을 끝으로 비장한 표정과 함께 보스룸의 문을 여는 걸 보던 나는 결국 치솟아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얼굴을 쓸어 내렸다.

   

   대체 왜 이상함을 못 느끼는 거야?!

   

   1학년 뿐 아니라 대륙 전체를 기준으로 삼아도 특출난 수준인 너네들이 버겁다 생각할 정도의 보스가 시험 문제로 나올 리가 없잖아!

   

   몇 번 실패했으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게 정상 아냐?!

   

   왜 무작정 머리만 박는 건데!

   

   그러고도 너희들이 아카데미 1학년의 2위와 3위냐!?

   

   …흐으으으.

   

   그래. 결심했어.

   

   이번 겨울 방학 때 너희들에게 자유란 존재치 않을 거야.

   

   알른 가문 식 특훈을 통해 너희들에게 던전을 공략하는 방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때려 박아 줄테니까.

   

   사양은 받지 않을 게.

   

   이건 너희들이 불러 온 재앙이거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장을 습관화 합시다 ㅠㅠ

—-

* 이모티콘 관련 설문을 진행 중입니다! 바라시는 이모티콘이 있다면 공지에 댓글로 남겨주세요!

다음화 보기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