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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6

    <316 – 지름길2>

     

    학생들에게는 <이사장의 저택>이라고 알려진 이곳 쿠에라니아 열도의 3번 저택은 집사들이 집처럼 숙박하며 훈련하는 <훈련의 탑>이었다.

    조나는 오랜만에 훈련의 탑의 5번째 특별시설인 관제실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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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장의 저택(훈련의 탑)

    50F – 관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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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제실 : 자신이 등반한 층까지의 도전현황 및 체류인원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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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F(목각인형의 층) – 모브(48분), 자쿠(44분)

    3F(화살비의 층) – 뾰이(1시간 5분)

    9F(사격의 층) – 지고쿠(1시간 22분) 아카디아(37분)

    10F(숙실) – 이용자 27인

    20F(식당) – 이용자 15인

    21F(바위의 층) – 손오천(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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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낙 괴팍한 시설이 많은 아카데미에서 나름 한 학기를 보낸 덕분일까.

    학생들은 영리하게 시설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특기를 살려 공략하기 수월한 층에서 30분 이상을, 혹은 1시간 이상을 버텨 특별보상을 얻는 것을 목표로 시간을 보냈다.

    훈련의 탑에서 얻을 보상은 두 종류.

    탑을 벗어날 때에 자신이 공략한 가장 높은 층수에 걸맞은 보상.

    그리고 각 층의 30분 단위로 업그레이드되는 특별보상이다.

     

    ‘꼼수가 쉬이 허락되는 탑은 아니지.’

     

    탑에 들어올 때마다 1층씩만 올라서 모든 층에서 보상을 얻으려고 들면 탑 등반을 한 달에 한 번씩만 해야한다.

    한 번 탑을 빠져나가면서 보상을 수령하면 다음 보상은 한 달 뒤에나 지급되기 때문이다.

     

    “어떠십니까. 오랜만에 탑에 온 김에 등반을 해보는 건. 몸이 근질거리지 않습니까?”

     

    조나는 한 달을 넘어서 마지막으로 탑에 들어온 지 적어도 2년이 넘게 지났다.

    어쩌면 지금의 그라면 마의 65층을 돌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보통의 집사들이 50층의 등반조차 간신히 이루는 것을 생각하면 조나는 확실히 특별한 집사였다.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아가씨의 원거리 경호를 위해서는 관제마나보드에서 시선을 뗄 수 없기에.”

     

    그 특별함을 누리겠다는 욕심이 그의 아가씨를 도울 기회를 빼앗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조나는 정체된 경지에서 뛰어난 마도구를 입수하여 실력을 증진시킬 기회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이사장은 짐짓 아쉽다는 듯이 웃어보였다.

    예나 지금이나 취미가 나쁜 자다.

    언뜻 득이 되는 제안으로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고 무너뜨릴 함정에 빠뜨리길 좋아한다.

    이사장의 수법을 아는 조나는 마음속에 남은 일말의 미혹마저 깔끔하게 떨쳐내었다.

    힘은 충분하다.

    그를 슬프게 만드는 것은 부족한 힘이 아니라 아가씨를 지키지 못하는 자신의 경솔함이었다.

     

    “하하. 교훈을 크게 얻으셨군요. 예전처럼은 쉽게 틈을 보이지 않으니 이제야 집사라는 직업에 적응했나봅니다.”

     

    이사장의 도발 아닌 도발을 애써 무시하며 마나보드를 훑어보았다.

    아가씨는 어디에 있을까.

    층이 오를수록 점점 눈에 띄는 이름과 체류하는 학생들 및 재단구성원의 수가 줄어들었다.

     

    ━━━

    30F(전시관) – 지젤, 매스각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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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층의 숙실, 20층의 식당에 이은 30층의 특별시설인 전시관에는 매스각키 황녀와 암상인 지젤 두 사람만이 머물렀다.

    이사장과 같은 취미를 지닌 건지, 부자끼리는 통하는 구석이 있는 건지 두 사람은 감탄과 두려움, 즉 경외의 감정을 여실히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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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F(침묵의 층) – 싱, 오크노디

    40F(특별단련실) – 유피, 아이린

    45F(저주의 층) – 즈앙

    49F(사자의 층) – 이슈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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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찾았다.

    아가씨는 39층에 머물러 있었다.

    39층은 특별한 층이다.

    아니, 모든 9로 끝나는 층이 특별하다.

    10층 단위의 특별시설로의 접근을 막는 장벽.

    특별한 강함을 지니지 않고서는 이 아홉수의 장벽을 넘어서기란 어렵다.

     

    “제어모니터 전환. 39F. 지정대상 오크노디.”

     

    영상을 직접 보니 알 수 있었다.

    오크노디는 싱을 만나러 왔을 뿐이다.

    탑 등반에 욕심 자체가 없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평상시에는 그렇게나 놀기 좋아하는 아이가 대놓고 놀이터를 만들어주니 시원찮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저희가 관측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을지도 모릅니다. 아가씨는 ‘숨기’를 좋아하기에 자신의 실력을 내비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실력을 감추고자 내숭을 떨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조나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이사장은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선남선녀들이 가득한 학생들이 모인 탑에서도 이사장의 애달픈 한숨은 뭇 여인들의 가슴을 애태우고 심지어는 남자들마저도 자신의 성적취향을 의심할 정도의 감정을 유발했다.

    물론 이사장의 뒤에 기립한 비서실장과 두 사람의 시선을 홀로 받고 있는 조나는 보기 좋은 외모에 넘어가지 않았다.

    저 인간의 본성은 천사의 가죽을 뒤집어쓴 악마다.

     

    “등반을 포기했군요. 이사장님의 유희는 이루어지지 않을 모양입니다.”

     

    조나는 가볍게 비웃음을 지었다.

    저 악질 이사장에게 한방 먹였다는 기쁨의 표현!

    그런데 아가씨의 위치정보가 이상했다.

    25층.

    20층.

    15층.

    자꾸만 아래로 내려간다.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10층에는 숙소가 있다.

    오늘은 일찍 주무시려나보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무인도에서도 배에서도 머리를 잔뜩 썼으니 평소보다 빠르게 지칠 만도 하다.

    그런데 멈추질 않았다.

    10층.

    5층.

    1층.

    그리고 신호소실.

    탑을 나갔다는 뜻이었다.

     

    “으음. 미움 받고 있는 걸까요?”

    “아가씨가 크루즈선에서 겪은 일을 생각하십시오. 보통 아이라면 본래의 육신을 빼앗기고 용사후보생의 몸에 깃든 20명의 자아로 이루어진 군집체의 일부로 전락했을 겁니다.”

    “이 정도로 삐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요. 어리다는 것은 참 불편하군요. 분명 소질은 있는데 눈에 빤히 보이는 이득을 마다하고 투정을 부리다니.”

     

    누굴 위해 준비한 탑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이사장의 한숨이 더욱 깊어졌다.

    지금 용사가 서있을 49층은 집사급 강자, 아카데미 기준으로는 교관급 강자를 판가름하는 장벽.

    오크노디라면 충분히 올라올 수 있다.

    탑의 보상을 얻고 이 탑의 필요성을 깨닫게 된다.

    그리하면 앞으로도 탑의 보상을 얻기 위해 강해질 때마다 주기적으로 탑의 방문을 원하게 되고, 그 성장속도를 순순히 재단에 알리게 될 것이다.

    비밀이 많은 아이의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이사장이 마련한 덫이 엉뚱한 용사와 친구들만 살찌우는 꼴이 되었다.

    손해까지는 아니어도 본래의 목적은 이루지 못한 상황에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

     

    “…문제가 생겼습니다. 크루즈선에서 오크노디를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조나도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 아이는 숨기를 잘한다고. 감지기만 돌리지 말고 사람을 보내야 합니다.”

    “이미 사람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확인했습니다. 오크노디는 현재 크루즈선에 없습니다. 함께 사라진 싱이라는 학생도 마찬가지입니다.”

     

    기괴한 이야기였다.

    탑에서 나갔다.

    배에도 돌아가지 않았다.

    그럼 공중으로 사라지기라도 했단 말인가?

    공간이동은 불가능하다.

    외부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기 위해 방해역장을 도배하다시피 했으니까.

    탑 내부의 특별시설인 60층의 <전송마법진>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공간이동은 불가능하다.

     

    “섬을 샅샅이 뒤지십시오.”

     

    탑도 크루즈선도 아니라면 섬 어딘가에 숨어있겠지.

    집사들이 섬을 돌아다니며 수색에 나섰다.

     

    “수색은 중지하십시오.”

    “이사장님. 조금만 더 찾으면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가씨’를 잃는 것이 걱정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괜한 우려입니다.”

     

    이사장은 상처 입은 야수처럼 사나운 기세를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조나를 보며 큭큭 웃었다.

     

    “우리 아가씨는 처음부터 탑을 벗어나지 않았거든요. 이걸 보십시오.”

     

    조나의 관측에는 잡히지 않았던 장소.

    65층 이상을 가리키는 구역.

    이사장의 마나보드 위로 69층의 정보가 떠올랐다.

     

    ━━━

    69F(리빙아머의 층) – 오크노디(5분), 싱(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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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나는 당황했다.

     

    “69층? 아가씨가 어떻게…”

    “아무래도 제 아이는 탑에 대해서도 무언가 비밀을 알고 있나봅니다.”

     

    두 사람은 기어이 30분이 지난 뒤에야 69층을 벗어나 70층에 도달했다.

    이사장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70층까지 단숨에 올라갔다.

     

    “앗, 파파다!”

    “지름길이 있었습니까?”

    “공짜로 들으려는 건 아니죠?”

    “유니크 등급 하나와 교환하도록 하죠.”

    “지하층이 있어요! 거기서 각 층의 폐기물에 숨어서 해당 층으로 바로 배송될 수 있어요. 물론 도착하자마자 살해당하지 않으려면 리빙아머처럼 다른 대상의 육안관측과 물리감지, 마나색적을 차단해줄 수단이 필요하지만요!”

    “디스트로이어입니까? 그가 훈련의 탑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줬습니까?”

     

    오크노디는 어깨만 으쓱했다.

    이사장은 입안이 보이도록 크게 웃었다.

    눈물을 흘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큰 폭소였다.

    눈속임.

    사교적인 웃음.

    그런 이해타산이 일절 담기지 않은 순수한 웃음을 짓는 것이 대체 얼마만인지 이사장 본인도 헤아릴 수가 없었다.

     

    “조나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같이 식당까지 내려가지 않겠습니까?”

    “온 김에 특별시설부터 이용하고요!”

     

    70층의 특별시설은 <강화소>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층간소음과 미세먼지 콤보는 너무 강력해요
    밖에서도 안에서도 글을 쓸 수 없는 악몽의 콤보
    하지만 비축분이 있기에 오늘도 다음화가 있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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