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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7

    베리튼의 교통체증은 루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끔찍한 상황이었다.

    버스를 탔는데도 도로에서 전혀 움직이질 못하다니?

    이대로라면 제시각에 도착을 할 것이 요원했다.

     

    그래서 루크는 하는 수 없이, 버스에서 내려 미친듯이 달렸다.

     

    “허억, 허억…….”

     

    그렇게 가까스로 마탑에 도착한 루크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허리를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아이고, 허리야. 오랜만에 마법의 도움 없이 뛰려니까 아주 죽겠구만……!”

     

    평생을 마법과 함께해 온 루크이기에, 순수한 육체적 능력만을 이용해서 달려본 것은 정말로 오랜만이다.

    항상 몸을 움직일 일이 있으면 육체능력 전반을 강화하는 ‘인핸스 바디’나, 속도를 증가시키는 ‘헤이스트’, 또는 힘을 비약적으로 늘리는 ‘스트랭스’등의 각종 버프형 마법을 사용해서 자신의 움직임을 보조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루크는 그런 마법들을 이번에는 일체 사용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다.

    부정행위에 걸릴까봐 버프형 마법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어제 밤부터 폴리모프까지 해제하고 있었는데, 이제와서 인핸스바디나 헤이스트 등을 사용하는 것도 어불성설이었으니까.

     

    때문에 마법의 도움 없이 순수 육체능력만으로 무려 40분을 쉬지 않고 전력으로 달려서 간신히 맞춘 시험시간.

    이마저도 만약 루크가 ‘세계수의 대문’을 좀 보겠답시고 일찍 나오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불가능했으리라.

     

    ‘게다가, 이 몸의 성능 자체도 아주 좋았고 말이지.’

     

    만일 자신의 몸이 옛 인간의 것 그대로였다면 20대 무렵의 전성기였다해도 20분도 못 버티고 드러누웠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아니, 죽어가던 그 몸이었다면 10초도 무리였겠지.

    하지만 이 몸은 40분을 최대속력을 유지하며 달리는 것이 가능했다.

     

    힘들어 죽을 것 같지만 말이다.

    불멸자의 몸은 숨이 차다고 죽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숨이 잘 안쉬어지는 것은 괴롭다.

     

    “후욱, 후우, 휴우…….”

     

    가까스로 숨을 돌리고 손수건으로 땀을 빠르게 닦아낸 루크는 땀으로 잔뜩 축축해진 손수건을 짜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래서, 시험장은 어디지?”

     

    분명 어디로 오라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다만, 이름만 가지고는 이 넓은 마탑 내에서 어디가 어딘지를 정확히 특정하기 어려웠다.

    뭔가 정령절을 맞아 최근에 리모델링이라도 한 건지, 루크가 예전에 보았던 지도와 구조도 살짝 달랐다.

    이럴 때는 안내판을 찾으면 좋은데, 루크의 마음이 급해서인지 그것도 잘 보이지 않았다.

     

    루크는 한탄했다.

     

    ‘만일 제시간에 왔다면 교복을 입은 사람들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을 텐데.’

     

    정령절은 집에서 가족들과 보내는 것이 아니었던건가?

    대체 왜 이렇게 차가 막히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비단 차 뿐만이 아니라, 길가에 사람들마저 너무 붐벼서 제대로 달릴 수도 없었다.

     

    루크는 컴퓨터에서 얻는 정보는 하나도 신용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컴퓨터에는 거짓말쟁이들이 너무 많아!’

     

    루크는 화가 났지만, 그것은 다름아닌 바로 자신의 우둔함에 대한 분노였다.

    왜 그렇게 순진하게 컴퓨터에 쓰여진 정보를 믿어버리고 말았단 말인가?

    분명히 아무 정보나 믿지 않기로 다짐하지 않았던가?

     

    “두번, 세번 확인을 해보아야 했다.”

     

    대체 왜 그렇게 안일하게 행동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루크는 귀찮았다.

    그런 정보가 확실한지 뒤적거릴 시간에 차라리 고양이영상이나 흥미로운 마법이론 몇 개를 더 검색하는 편이 흥미로웠고, 대부분 루크는 그렇게 했다.

    그리고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

     

    아주 중요한 시험에서의 지각.

     

    이 실수로 자신은 시험을 칠 수 없을 것이고, 시험을 치르지 못하면 상도 받을 수 없으며, 조기졸업 역시도 불가능하다.

    그 뿐만 아니라, 자신을 위해 여기까지 데려와 주고 이것저것 편의를 봐준 소리드에게도 너무 미안했다.

     

    지금은 시험을 볼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루크는 자신의 한심함이 분해 눈가를 훔쳤다.

    정말 어린애라도 된 것 마냥 눈물이 났다.

     

    “……한심해.”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이유로 눈물이 날 수도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신성력과 정령 때문에 심장이 여려진 것일까?

    과거라면 절대 울지 않았을 별 것 아닌 일인데 말이다.

     

    그 때, 누군가 루크를 향해 다가와 목소리를 냈다.

     

    “얘야, 거기서 왜 그러고 있니?”

     

    루크는 자신을 바라보는 어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듯 한 표정의 사람의 조끼에 적힌 ‘안내’라는 글자를 바라보니, 루크는 문득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아…….”

     

    그냥 안내원에게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물어보면 되는 것 아닌가.

    이성의 총체라고 하는 마법사인 자신이 그 생각을 바로 떠올리지 못 한 사실에 루크는 급격히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

     

    ‘이건 신성력의 영향이 너무 강하군.’

     

    아무래도, 급한 일이 있어도 앞으로 날개는 절대 쓰지 않는 걸로 해야겠다.

     

    ……써봤자 마법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날지도 못하는데, 허리만 아프고 말이다.

     

    ————

     

    백탑의 직원 휴게실.

    그곳에서 루크는 자신이 그곳에서 검표원과 말싸움을 하고 있었던 이유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거기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던 거지.”

    “아하, 그래?”

     

    제라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긴, 정령절 베리튼의 교통체증은 꽤 심각할 정도지.

    아마 익숙하지 않다보니 루크도 실수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40분을 전력으로 뛰어서 시간을 맞추다니, 그것도 참 대단하다 싶다.

    자신은 5분도 전력으로 못 뛰는데.

    역시 어려서 그런가?

     

    루크가 고마움이 듬뿍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하아. 정말로 고맙다. 그대가 보호자를 자청해주지 않았으면 아마 시험을 치르지 못했을거야.”

    “하하, 뭘 그정도 가지고.”

     

    늦은 일이야 어쨌든, 루크는 결국 시험을 볼 수 있었다.

    제라드가 루크가 신분증에 나온 루크가 맞다는 것을 보증했기 때문이다.

    원래는 보호자가 오는 것이 맞는데, 제라드는 초청된 마법사의 신분이라서 어떻게 잘 이야기를 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뒤늦게 도착한 확인결과도 본인으로 나와서, 다행히 문제될 것은 전혀 없었다.

     

    “그러게, 증명사진은 몸이 많이 자라면 갱신을 했어야지. 내가 마침 거기 지나가질 않았으면 어쩔뻔 했어.”

     

    제라드의 말에 루크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그러게나 말이다. 바빠서 미처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루크는 참 빨리 자랐다, 벌써 증명사진에 찍힌 모습의 언니가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제라드는 종종 루크를 볼 때마다 훌쩍훌쩍 자라버리는 것이, 마치 자신이 엄청 나이가 들어가는 느낌이라서 기분이 묘했다.

    처음 루크를 만난 이후로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 때, 제라드의 곁에서 같이 이야기를 듣던 엘프가 끼어들며 물었다.

     

    “그래서, 이 아이가 지금 우리가 마시는 차의 제작자라고요?”

    “그래요, 쟤가 이 티백을 만들었죠.”

    “와, 정말 대단하네요!”

     

    그는 진심으로 감탄하는 듯 보였다.

     

    그도 그럴 게,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루크는 국제 아카데미 마법 경시대회에 출전자격을 획득할 정도로 똑똑하며, 시험에 늦지 않으려고 40분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을 정도로 체력과 의지도 좋은 데다가, 심지어 다도에까지 깊은 조예를 보이고 있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아직 사립 아카데미 2학년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루크는 그 엘프를 바라보며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차가 마음에 드나, 올란드?”

     

    올란드라고 불린 엘프는 곧바로 웃으며 답했다.

     

    “그래, 정말 좋은데! 혹시 나도 좀 얻을 수 있을까?”

     

    기대에 찬 눈빛이었다.

    루크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하, 그러지.”

    “정말로?”

     

    루크는 피식 웃으며 컵을 들었다.

     

    “나중에 상품으로 만들어지면 상점에 가서 사게. 이미 어느정도 이야기가 되고 있거든.”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상품?”

    “아카데미 친구의 어머니가,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어서 말이지. 아마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아.”

     

    루크의 당돌한 제안에 제라드와 올란드는 동시에 벙찐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친구 엄마가 백화점의 총수라면 아주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는 아니네.

    그런데 참 대단하지 않은가, 어린아이가 만든 차가 상품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올란드는 또 하나 드러난 루크의 능력에 감탄하며 말했다.

     

    “하하하! 좋아, 좋아! 나중에 사서 마실게. 그러니까, 우리 베리튼에도 꼭 내줘.”

    “물론이지, 내 반드시 이야기를 해 두겠네.”

    “하하하하!”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갑자기 루크의 전화기가 울렸다.

     

    “아, 잠시. 전화좀.”

    “그래, 그러렴.”

     

    루크는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들어 귓가에 가져가며 말했다.

     

    “여보세요, 소리드? 내 번호는 어떻게? 아, 시험을 치르느라 전화를 못 받았다네. 음. 으음. 그래, 전혀 없다만. 왜 그러지? 아아아……. 설마 그게 그대의 경호원이었나. 음, 나는 미행인 줄 알고. 음, 그래. 미안하다고 전해주게. 그래, 고맙네.”

     

    찰칵.

    짧게 통화를 마친 후, 루크는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휴우, 큰일날 뻔 했구나.”

     

    루크의 그런 반응을 보니, 제라드도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

     

    “무슨 전화였길래 그러니?”

    “아, 그게 말이지.”

     

    루크는 정말 이야기를 해도 괜찮나 고민하다가, 자신도 궁금증이 얼마나 참기 어려운 것인지 알기에 어느정도 이야기를 해 주기로 마음먹고 입을 열었다.

     

    “인도로 달리는 것도 거리가 번잡하고 그래서 어렵지 뭔가. 그런데 마침 나를 따라오는 이상한 사람들이 자꾸 따라오는 것 같길래.”

    “그랬어?”

     

    “그래서, 미행을 따돌릴 겸 그냥 건물 옥상으로 달려가서 건너뛰려고 했네. 그랬더니 내가 자살이라도 하려는 줄 알았는지, ‘학생! 거기서 뛰어내리면 안돼! 시험에 지각했다고 해도 넌 아직 앞날이 창창한 아이인걸!’이라고 그러는걸, 그냥 무시하고 건너뛰었지. 그게 소리드가 내게 붙여둔 경호원인줄도 모르고 말이야.”

     

    루크의 말에 제라드와 올란드는 동시에 경악했다. 

     

    “뭐?”

     

    그럼 아까전에 40분동안 전력으로 뛰었다는 얘기가, 그냥 바닥을 뛰어다닌 게 아니었단 말인가?

    루크는 정말 시험에 목숨을 걸었구나.

     

    “아참. 이거, 예르나한텐 말하지 말아주게.”

     

    태연한 루크의 표정에 제라드는 기기막히다는 듯 한 표정으로 루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 진짜 미쳤니? 목숨이 아깝지 않아?”

    “그런 걸로 죽기야 하겠나.”

    “옥상에서 떨어지면 죽어, 이녀석아!”

    “…….”

    그 모습을 바라보던 올란드는 오늘 하루 루크를 보았을 뿐인데, 루크의 대부분을 알아버린 것 같았다.

    루크는 얌전히 생긴것과는 달리 상당한 괴짜로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은 그 어떤때보다 삽화에 진심이었다고… 알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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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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