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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7

       

        

        

        

        

       [트리키 – 유진]

        

       [공지사항]복귀했습니다

        

        

       방송 켭니다

        

       지금

        

        

        

       [전체 댓글][등록순]

        

       =아니시상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바로요? 이 무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개십상남자 ㅋㅋㅋㅋㅋㅋ

        

       =지금방송켜면 못볼줄아셨습니까 선생님? 딱대!!!!!!!!!!!!!

        

       =와 진짜 방송켰어!!!!! 앆!!!!!!

        

       =어떻게 이게 복귀공지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구라안치고 살면서 이렇게 뻔뻔한 방송 처음봄 ㅋㅋㅋㅋ

       ㄴ오히려좋아

       ㄴㄹㅇㅋㅋㅋ

        

       =상남자특)구구절절 뭐했는지 공지에 안쓰고 그냥 방송켬

        

       =쾌남 그자체 ㅋㅋㅋ

        

       =리빙포인트)윾진은 여자다

       ㄴ그냥 대충 상남자라고 합시다 거

       ㄴ요즘 상남자들은 뱀꼬리까지 꼭 있어야함? 허들 준내높네

        

       =방송복귀공지를 글자 13개로 컷해버리는 윾진눈나는 도대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정도는 되야 트루 호감상이다 ㅋㅋ

        

        

        

        

        

        

        

        

        

        

        

        

        

        

        

        

        

        

       “제가 없는 동안 공략에 큰 애로사항이 꽃피거나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딱히 그렇지는 않네요. 이 정도면 은퇴해도 되겠어요.”

        

        

        

       -뭔소리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 개소리말고 천년만년 방송이나켜십쇼 아시겠어요????

       -님방송빼고 죄다 언팔했는데 은퇴는 무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 유진쌤 그런 살벌한 소리는 함부로 하는 거 아닙니다 ㅖ?

       -오자마자 하는말이 뭔 ㅋㅋㅋ

        

        

        

        오후 1시.

        

        휴방한 지 5일째가 되는 날.

        

        간만에 VR이 아니라 드론캠을 가동시킨 후 트리키와 연동하여 방송을 켰다. 실로 오랜만인 느낌이었고, 실제로도 오랜만이 아닐까. 방송을 하지 않았던 동안 있었던 밀도 높은 스케줄 때문에 그렇게 느껴질지도 몰랐다.

        

        확실히 4일이라는 공백이 꽤 컸는지, 스트리밍이 시작되자마자 수만 명이 파도처럼 몰려들었다. 스타트를 5만이라는 숫자로 끊은 후 대략 7만 명 정도가 되어서야 조금씩 상승세가 느려지고 있었다. 옛날부터 생각했지만 이 정도가 되면 사실상 실감이 나지를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내 페이스를 무너뜨릴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도네이션은 막아놨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여러분들의 가족친지분에게 들려주시면 되겠죠. 간만에 지인 분들과 뜻깊은 시간을 보내길 바랍니다.”

        

        

        

        물론 채팅창은 돈을 준다는데도 왜 안 받느냐며 아주 그냥 난리법석을 부려대었지만, 소 귀에 경 읽기라고. 나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그 대신 드론캠 앞에 휴대폰을 들이대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대략 10분 전에 시킨 피자 두 판의 주문 내역이었다. 늦은 아침 겸 점심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한 끼 식사가 될 예정이었고.

        

        어떻게 보면 오늘의 첫 번째 컨텐츠는 먹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실직고하자면 현재 일어난 지 1시간밖에 안 지났습니다. 샤워는 30분 전에 했네요. 어쩌면 밥 먹고 식곤증으로 의자에서 곯아떨어질 수도 있으니 그 점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뭐라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사람은 진짜 뜬금없이 요상한 소리를 하는 재주가 있어 ㅋㅋㅋㅋ

       -갑자기 잠방한다고 우리가 안 볼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어림도 없죠?

       -점심부터 피자2판 흡입하는 비얌이라니 이건 귀하네요

       -아니 쌩얼이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먹는 족족 기초대사량으로 소진될지도 모르는 일이긴 했지만.

        

        아무튼, 첫 번째 컨텐츠가 먹방이긴 했지만 아직 음식이 오지 않은 시점. 간만에 트리키 커뮤니티를 탐방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유머 게시글. 신규 게시글이 올라왔음을 알리는 N 아이콘이 계속해서 발광하고 있었지만, 저런 곳에는 딱히 눈길을 줄 필요가 없었다.

        

        그리하여 내 시선은 그보다도 조금 더 아래에 꽂혔다.

        

        팬아트 게시판.

        

        간만에 무슨 그림이 그려졌는지를 확인해볼 시간이었다.

        

        단지-

        

        

        

       “…왜 이렇게 자물쇠 표기가 된 글들이 많아요?”

        

        

        

        한 페이지에 올라와있는 글은 25개.

        

        그러나 그 중에서 적으면 4개, 많으면 8개 가량의 글들에 자물쇠가 채워진 상태였다. 다음 페이지, 다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도 상황은 얼추 비슷했다. 글쓴 사람들은 제각기 달랐지만, 거의 대부분이 추천도 높고 댓글도 상당히 많이 달려있다.

        

        거기에 조금 독특한 점을 더 꼽아보자면, 내가 파이널 챔피언십으로 인해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의 글들이 자물쇠가 채워져있는 빈도가 더 높았다.

        

        뭐어, 대강 감은 잡혔다. 게다가 트리키 게시판의 주인은 설령 자물쇠가 있어도 작성자와 함께 글 내용이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고.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이야.”

        

        

        

       -ㅗㅜㅑ….

       -이걸 기어코 박제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시시한 짤 그리던 환쟁이들 일제히 등짝에서 땀 송글송글wwww

       -하필이면 저걸 들어가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택티컬주머니 미쳤다 ㅋㅋㅋㅋㅋ

        

        

        

        한평생 입어본 적도 없는 굉장한 비키니 짤을 입고 있는 내가 있었다.

        

        물론 그림이었다. 작성 날짜를 보니 작년 11월이다. 다르게 말하면 내가 아직 현실의 외모를 공개하지 않았던 시점이라고 해야 하나. 그 점을 미루어보면 어느 정도 정상 참작의 여지는 있었다 – 그래도 헛웃음이 터져나오는 걸 막을 수는 없긴 했지만.

        

        무어라 반응해줘야 할까 싶긴 했지만, 퀄리티 하나는 실로 굉장했다. 영혼을 갈아 만들었다고 해야 하나. 어느 정도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꽤 어려웠지만, 일단 그림 사이트 같은 곳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북마크 1만을 손쉽게 넘길 수 있을 것만 같은 퀄리티였다.

        

        채팅창은 ㅋ으로 뒤덮인 상태였다.

        

        

        

       “굉장히 잘 그리셨네요. 태어나서 한 번도 저런 수영복을 입어본 적이 없긴 한데.”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지? 다른 건 입어보았다는 소리인 것인가??????

       -그림 퀄리티 미치긴 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굉장히 잘 그리셨네요(일단 그림은 잘 그렸지만 관짝에 함께 들어갈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 입어주신다는 거죠? 기다리겠읍니다^^

        

        

        

        스크롤을 내렸다.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이 목록 최상단에 올라와있었다. 다시 말해서 ‘택티컬주머니 미쳤다 ㅗㅜ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고 쓰여진 댓글이 정면으로 내 눈동자에 틀어박혔다는 소리였다.

        

        내친 김에 이 사람이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한 번 촤르륵 훑어보았다. 수영복은 기본이었고, 온갖 복장들이 다 있었다. 정장 입혀놓은 그림, 판사복 비슷한 거 입혀놓은 그림, 귀신마냥 하얀 소복을 입혀놓은 그림…물론 주머니의 명칭은 그때마다 바뀌었다.

        

        

        

       “판례주머니, 공포주머니…도대체 이런 단어는 두뇌의 어떤 부분으로 생각하시는지 실로 궁금해질 지경이네요. 그보다 저는 이 정도로 크지 않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포주머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준내 천박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어꼬라지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 거짓말하지마십쇼 딱봐도 비슷해보이는구만

        

        

        

        그 와중 마지막 채팅이 조금 신경쓰이긴 했다.

        

        과연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이 내 가슴 크기를 얼마로 상정하고 그렸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말 재수가 없으면 어쩌면 그림과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쳐지나갔기 때문이었다. 당장 얼마 전에도 정복 상의가 터질 뻔했으니까.

        

        아무튼 그림은 예뻤고, 눈요기하기에도 괜찮았다. 물론 앞으로도 저런 그림을 계속 그린다면 그건 조금 부담스러울지도 모르는 일이긴 했지만.

        

        그와는 별개로, 자물쇠가 달린 그림들의 내용은 다들 비슷비슷했다. 트리키는 한 번 올린 글은 삭제가 안 되기 때문에 개인만 볼 수 있도록 자물쇠 기능으로 글을 잠가버린 것이었고.

        

        

        

       ───띵동!

        

        

        

       “팬아트 탐방은 피자 받고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실로 오래간만에 집에서 밥을 먹는다. 집밥의 카테고리에는 들어가지 않긴 했지만.

        

        피자를 올릴 그릇과 콜라를 담을 컵을 세팅. 피자는 샌드위치마냥 두 조각을 겹쳐서 먹는 것이 국룰이었다. 그렇게 앉은 자리에서 1분도 지나지 않아 4조각을 해치우자 그나마 몸에 힘이 좀 돈다. 기초대사량으로 쓰일 칼로리가 본격적으로 몸에 들어오는 신호였다.

        

        좌우지간, 팬아트 게시판 탐방은 계속된다. 

        

        

        

       “그래도 12월 이후에 올라온 그림들은 전부…퀄리티가 대단하네요. 굉장히 멋진 그림들도 많고.”

        

        

        

        그 즈음에는 로건과 로렌티나의 팬아트도 하나둘씩 늘어났다. 아무래도 각자 여러모로 강렬한 인상을 보유했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

        

        그것과는 별개로, 내가 파이널 챔피언십에서 보여주었던 인상적인 플레이들을 그대로 그림으로 옮겨놓은 듯한 그림들도 꽤나 수두룩했다. 마치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잘라서 옮겨놓은 느낌 같기도 하고…이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언어적 풀이 능력이 부족한 게 한이었다.

        

        그렇게 게시판에 가득찬 그림들을 탐방하고 나니, 어느샌가 피자 한 판이 게눈 감추듯 사라져있었다.

        

        입을 휴지로 깔끔하게 닦아내고 난 뒤 덧붙였다.

        

        

        

       “그러니까 제 가슴만 유독 강조하는 그림은 좀 그만 그려요. 너무 크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 이제부터 골반이 큰 그림을 그리면 되는 것인가?(난청)

       -또또 이새1끼들 조금 봐줬다고 선 은근슬쩍 타넘으려고 깝쳐대네 ㅋㅋㅋ

       -아직 경찰서 정모 안끝났다고www

       -이게 그 광복절 특별사면인가 하는 그거냐?

        

        

        

        물론 그것만으로는 말을 잘 안 들을 것 같아서, 기왕 하는 김에 토마호크를 좀 들고 왔다.

        

        별 이유는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조금 식은 피자가 서로 달라붙었으니 깔끔하게 잘라서 먹으려는 것 정도-였지만, 당연하게도 시청자들은 기겁하며 서로 석고대죄하기 바빴다.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

        

        

        

       “저녁에는 로스앤젤레스 여행을 떠나보도록 하죠.”

        

        

        

        미국을 깨끗하게 청소할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로스앤젤레스 남동쪽, 오렌지 카운티.

        

        어바인(Irvine).

        

        공원과 사교 클럽, 대학가와 미국 국내선 공항, 그리고 과거 미국 명문 고등학교 순위에서 매번 상위권을 차지하던 유니버시티 고등학교 등이 모여있는 오렌지 카운티 산하 중소도시. 마치 강남 학군을 연상하게 만드는 SAT 및 AP/IB 학원으로 뒤덮인 곳.

        

        과거 자신들의 아이를 더 좋은 학군으로 보내기 위한 부모들의 교육열로 불타오르는 도시였지만, 바이러스가 미 전역을 휩쓸고, 불과 백 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남부 대도시인 샌디에이고에 두 발의 핵폭탄이 떨어짐에 따라 어바인 역시도 그 무엇보다도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되었다.

        

        펜을 잡아야만 하는 학생들은 근처 총기 샵에서 불출된 총기를 든 채 불침번을 돌았고, 대학교에 가기 위해 머릿속에 집어넣어야만 하는 지식보다도 총기 안전검사 및 재장전, 조작 및 건 클리닝을 먼저 익히게 되었다.

        

        그러나,

        

        

        

       ───투두두두!

        

        

        

       “수가 너무 많아! 뚫린다!”

        

       “후퇴해! 안으로 들어가!”

        

       “케흑, 다리가…!”

        

        

        

        그들이 맞이해야만 하는 적들의 수효는 너무나도 많았다.

        

        베링 해협을 건너 알래스카를 돌파, 캐나다 서부 해안가를 따라 밴쿠버를 짓밟고 내려오는 적들. 시애틀과 포틀랜드를 거쳐 새크라멘토와 샌프란시스코, 산 호세를 거쳐 로스앤젤레스까지 – 러시아와 연합한 중국은 베링 해협을 통해 50만에 달하는 병력을 보냈고, 이들은 캘리포니아 전반에 걸쳐 잘게 쪼개져 교전을 개시했다.

        

        물론, 중국을 등에 업고 미국 내에서 날뛰는 카르텔 역시도 미국이 견뎌내야만 하는 적들 중 하나였고.

        

        포격과 폭격만으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 대도시를 낀 시가전. 더군다나 캘리포니아 주는 GDP만으로는 과거 세계 4위에 준하는 주였고, 그만큼 무지막지한 도시 규모를 자랑했다. 다시 말해 거의 절벽 끝까지 갔다가 이제야 간신히 재정비 중인 미국이 자력으로 수복하기에는 예상되는 출혈이 심각했단 소리.

        

        

        하지만 죽지도 않고, 무한히 충원되는 이카루스 요원들이 투입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현 시간부로 유니버시티 하이 스쿨을 탈환합니다. 이의 있는 사람?”

        

       “없습니다!”

        

       “가봅시다.”

        

        

        

        캠퍼스 드라이브 도로를 건너는 순간 보이는 건물.

        

        명문 고등학교라는 명성에 걸맞게 아주 시설이 빵빵하기 그지없었다. 농구장만 4개, 테니스 코트만 8개, 자체적으로 미식축구장과 달리기장, 수영장, 심지어는 야구장을 두 개씩 갖추고 있는 학교. 당연하게도 기숙사동 역시도 존재했다.

        

        지금은 어디든 간에 중장갑병이 득실거리는 고가치 시설 중 하나였지만.

        

        그리고 그런 곳의 앞에, 고작해야 세 명만이 서있었다.

        

        

        

       -3명이서 여기를 돌파한다는 것부터 제정신 아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신발언)성공할거같으니 그냥 치킨이나 뜯을 예정이다

       -와 여기 들이박다가 주변에서 증원이 너무 많이 와서 그냥 때려쳤는데 ㅋㅋ

       -보여주나? 들어가나? 보여주나? 3인공략가나??????????????????

       -다른애들은 몰라도 얘네는 깰 거 같음 ㅋㅋㅋㅋㅋ

        

        

        

        중장갑병이 실로 많다.

        

        도대체 어디서 저렇게 많은 장구류들이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고가치 시설이라고 저렇게 요소요소마다 버티고 서있는 걸 보면 아주 그냥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현실에서도 저럴 거라고 생각해보면…글쎄다. 일단 대거 팀이라면 짜증은 날지언정 어렵지는 않을지도.

        

        아무튼, 중장갑병을 상대하는 법은 간단했다.

        

        혹시나 해서 이들에게 12.7mm 대물저격총을 들고 오라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어차피 예상대로라면 거의 써먹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진동탄 최대한 많이, 작약 격발식 파일 벙커까지. 다들 잘 가져오셨죠?”

        

       “네.”

        

       “간단해요. 머리에 대고 쏘면 어지간한 중장갑병은 기절할 거예요. 탄약이 얼마 없으니 최대한 아껴 쓰고.”

        

       “알겠습니다.”

        

       “길을 열 테니, 사주경계에 신경쓰시길.”

        

        

        

        진동탄.

        

        샌디에이고 공략전 이후 열린 탄환 카테고리 중 하나였다. 이전에는 링크 스킬 및 야전 지원소와 함께 잘 쓰지 않았던 지원 아이템이긴 했지만, 사전 정찰 결과 및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결과 등을 확인해본 결과 이럴 때나 쓰는 것임을 짐작했다.

        

        쉽게 말하자면, 접촉 부위를 뚫고 들어간 뒤 건너편에 진동을 방출해 기절시키는 탄이었다. 자주 사용하는 충격탄과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었지만, 장갑병에게 더없이 효과적이었다. 만약 방패에 쏘면 해당 적군은 손이 저려 방패를 놓치거나 할 것이었고.

        

        발당 코스트가 상당하여 작전에 많이 들고 가지는 못했고, 그래서 유저들도 작전에 투입될 때 가지고 가지 않은 듯했지만…무릇 모든 것들은 존재하는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우우웅!

        

        

        

        저 멀리서 두 명이 드론을 조작하는 사이, 주차장에 침투했다.

        

        중기관총을 든 두 명이 주변을 순찰하고 있었다. 잠시간 그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다가 신호를 보내자, 하모니와 다이스는 드론을 조작했다. 딸깍거리는 소리와 함께 주변 기물이 조금씩 움직이는 한편, 한 명이 인컴을 귀로 만지작거리더니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드론에서 음파를 쏘아보내 주변 기물을 움직이고, 원격 해킹을 통해 인컴을 고장낸 것이다.

        

        그 사이, 나는 권총을 꺼내들고 조심스럽게 다가가 – 머리에 한 발을 사격했다.

        

        핑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에 진동탄이 붙었다. 그 순간 적이 빠르게 뒤를 돌며 나에게 총구를 겨누지만,

        

        

        

       “크, 어억…!”

        

        

        

        털썩.

        

        그대로 바닥에 엎어진다.

        

        그 사이에 나는 택티컬 스파이크 해머를 꺼냈고, 엎어진 적을 한 바퀴 굴려 하늘을 보게 한 다음 – 바이저를 정확히 노려 스파이크 부분으로 내려쳤다.

        

        으직 하는 듣기 싫은 소리와 함께 한 명이 완전히 절명했다.

        

        

        

       “…어으, 무셔라.”

        

       “그냥 총으로 쏘면 안 돼요?”

        

        

        

       -내 그럴 줄 알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동탄 생각보다 좋네? 어따쓰는지 몰랐는데 중장갑병을 바보로 만들어버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끄러운 소리 나면 안됨 = 암살 테크트리는 그만둬요 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또 지혼자 중장갑병 상대로 원맨아미 찍을라고!!!!

       -아유 어련하시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인컴으로 들리는 소리는 가볍게 무시해준다.

        

        인이어가 고장나 다른 곳에서 여전히 해결 중인 중장갑병 한 명. 이번에도 과정은 비슷-할 뻔했으나, 굉장히 대담하게도 헬멧까지 벗고 있었기에 이야기가 편했다.

        

        진동탄이 들어있는 탄창을 빼고 슬라이드 후퇴, 약실 안의 탄까지 전부 빼준 다음 약실에 아음속탄 한 발을 집어넣는다. 이미 소음기는 달려있었고 – 그 상태에서 끼릭 하는 소리와 함께 방아쇠가 미묘하게 당겨진다.

        

        퓩.

        

        

        

       “어억….”

        

        

        

        털썩.

        

        그렇게 또 다른 적 한 명이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던 와중 인컴을 타고 들리는 목소리.

        

        

        

       “그쪽으로 3인 정찰조가 가고 있어요. 무장은…중무장 한 명, 경무장 두 명. 입감했는지?”

        

       “입감 완료.”

        

        

        

        그러고는 덧붙였다.

        

        

        

       “오늘은 먼저 주변 정찰병들을 전부 지워 없애봅시다.”

        

        

        

        우리는 오늘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될 것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팬아트 칭찬을 빙자한 공개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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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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