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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7

       “저 분이 도대체 왜 여기에?!”

       

       엔리는 검선이라는 NPC에 대해서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아라와 친분이 있는 사람임과 동시에 화령이라는 방송인의 애청자이기도 했으니까.

       

       아라가 화룡무인을 처음 방송할 적에 벌써 가지 말라며 투정을 부렸던 엔리다. 태양을 떨어트리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던 노인의 얼굴을 어찌 모르겠는가.

       

       – 화악귀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무소속으로 튜토하면 일정확률로 만날 수 있어요.]

       

       “그런 거에요?”

       

       그러고 보면 아라 씨가 처음으로 검선님을 만났던 것도 튜토리얼에서였지.

       

       시청자의 말에 엔리가 납득하고 있으려니 턱을 괸 검선이 삿갓 아래로 드러난 날선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본인의 물음에 답하지 않을 텐가?”

       “네? 아뇨! 저 그러니까 화령 씨 방송…이 아니라 이야기를 들었어요!”

       “민가? 또 그 녀석인가.”

       

       화령의 이름이 나오자 검선이 귀찮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전까지 존재했던 일말의 흥미마저도 사라진 것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 듯 했다.

       

       “그 놈은 대체 얼마나 날뛰어대고 있기에 덩달아 본인의 이름과 얼굴마저도 유명케하는 것인가.”

       “아하하. 화령 씨가 장작을 잘 태우시긴 하죠.”

       

       고이고 썩어서 나올 게 없다 여겨지던 게임에 생기를 불어놓은 아라다.

       

       그녀의 행적은 단순히 그녀의 방송을 보는 사람 사이에만 퍼지는 것이 아니라 화룡무인을 하는 유저 모두에게 퍼져 있었다.

       

       그 유명세의 한 부분을 담당했던 검선이다. 덩달아 유명해질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여러모로 고생을 했다 투덜거리던 검선은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검 손잡이 위에다 손을 올려뒀다.

       

       “혹여나 싶어 묻는 것이다만 그대는 민가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가?”

       “네? 그건 왜요?”

       “왜긴 왜겠나. 만나려 하는 거지. 그러니 대답이나 하거라. 아느냐. 모르느냐.”

       

       엔리는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는 손이 불안했다.

       

       여태까지 여러 번에 걸쳐 아라에 의해 굴렀던 그녀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수도 없이 불합리한 죽음을 겪어보았다.

       

       그래서일까. 엔리는 그런 상황을 앞에 두면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도 그랬다. 엔리는 어중간한 대답을 하는 순간 검선의 손에 목이 날아갈 것이라 추측했다.

       

       아니. 확신했다. 그녀의 직감이 그리 고하고 있었다.

       

       “알…죠?”

       “애매한 대답이구나.”

       “아뇨! 알아요! 당연히 알죠! 그도 그럴 게 저 화령 씨랑 친구인걸요!”

       “호오.”

       

       다급하게 손을 내저으며 엔리가 말을 꺼내자 검선이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군.”

       

       그리고는 검 손잡이 위에 올려둔 손을 떼어 허리춤을 붙잡았다.

       

       살…았나?

       

       – 사망이벤트를 이렇게 넘겨?!

       – 화령의 이름은 만능이구나.

       – 엔리는 진짜 친구 잘 뒀네.

       

       아 이거 사망 이벤트였어?!

       

       튜토리얼 마지막에 강제로 죽음을 경험하게 해주는 그거?!

       

       난 또 괜히 아라 씨 이름 언급해서 죽는 건 줄 알았는데!

       

       그런 걸 줄 알았으면 그냥 죽었지!

       

       “잘 됐구나. 지금도 민가와 연락이 되는가? 본인의 지식에 따르면 외부인은 멀리서도 연락이 가능하다고 아는데.”

       “네! 됩니다! 뭐라고 보낼까요?!”

       “살려줘. 정도면 적당하겠구나. 그럼 알아서 오겠지.”

       “네?”

       

       엔리가 되물음을 던진 순간 그녀의 옆을 무언가가 스치고 지나갔다.

       

       엔리의 기다란 머리카락 일부가 잘려나감과 동시에 그녀의 뒤편에 존재하던 대나무들이 반토막나는 소리가 들린다.

       

       방금 전 눈으로 따라잡지도 못할 수준의 속도로 검선이 검을 내지른 것이다.

       

       영문도 모른 채 검은 화면을 마주하게 되었을 거란 걸 깨우친 엔리는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네가 할 대답은 알겠습니다. 면 족하다. 자 따라해 보거라.”

       “알겠습니다!”

       

       화룡무인 시작하자마자 이게 무슨 일이야아아아!

       

       이런 건 튜토리얼이 아니잖아!

       

       *

       

       <살려주세요!>

       <빨리 도와주세요!>

       <저 위장에 구멍날 거 같아요!>

       <어서! 빨리!>

       <ㅃㄹㅃㄹㅃㄹㄹㅃㄹㄹ>

       

       신림의 앞에 머무르던 행렬을 정리하고 있으려니 엔리에게서 몇 개의 단어가 날아들었다.

       

       대개의 내용은 구원의 요청이었다.

       

       “이 녀석은 시작부터 무얼 하고 있는 것인지.”

       

       허어. 엔리. 아무리 그대가 허접하다 하더라도 시작 부분에서 고역을 겪어서야 되겠느냐. 그 정도쯤은 알아서 극복을 해야지.

       

       그래야 그대에게 여러 가지를 가르친 내가 보람을 느끼지 않겠느냐.

       

       그 문장들을 보고 있자니 한심함을 비롯하여 다양한 감정이 생겨나 그를 내려버렸다.

       

       무얼. 이 곳은 게임이다. 어차피 죽더라도 살아날 터이니 위기 앞에서 좌절을 경험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닐 터.

       

       – 대체 화령 마음 속 엔리의 이미지는 어떤 식인 걸까.

       – 엔리 평소 행적을 생각해보면 음…

       – 위기보단 호들갑일 가능성이 높긴 해.

       – 근데 이번엔 진짜 위기긴 한데.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그러느냐.”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검선출현!]

       

       그러니까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검선을 만나게 되었고.

       

       그 노친네에게 죽임당할 것이 두려워 본인의 이름을 팔아 넘겼으며.

       

       그 끝에 인질이 되어버렸다는 것인가.

       

       대략적인 상황을 이해한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행렬을 정리하기 위해 발을 움직였다.

       

       – 리엔부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엔리 안 구해?]

       

       “별 다급한 일은 아니지 않으냐. 튜토리얼을 끝마치는 데에 시간이 더 걸릴 뿐이지.”

       

       어차피 녀석은 게임을 막 시작하여 잃을 것이 없는 몸이다. 정 자기가 답답하면 죽음으로 마무리를 지을 터.

       

       굳이 본인이 대나무 숲을 박살내며 검선을 상대하러 갈 이유를 못 느끼겠구나.

       

       – 차가워!

       – 엔리 취급잌ㅋㅋㅋ

       – 엔리 겁나 서운해 할 것 같은데.

       

       “으음. 그건 좀 곤란하구나.”

       

       안 그래도 바루가 삐져 있는 것도 곤란한데 옆에 투덜대는 사람이 하나 더 늘어나 버리면 영 곤란할 것 같단 말이지.

       

       <화령 씨! 검선님이 바둑 두자고 하는 데 어떻게 해요?! 저 바둑 둘 줄 모르는데!>

       <바둑 룰 왜 이렇게 어려워요?! 머리 아파! 그냥 알까기로 하면 안 되나?>

       

       “꼴을 보아하니 급하게 움직일 필요는 없겠구나.”

       

       인질로 잡혔다는 녀석이 이러는 것을 보아라. 일을 끝마치고 가더라도 괜찮겠구나.

       

       뭣보다 본인의 이름을 팔아먹었다고 했으니 검선도 험하게 대하진 않겠지.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검선이 인질로 잡은 게 바루나 늑늑이였다면?]

       

       “그럼 그 노친네의 멱을 따러 갔겠지.”

       

       그 경우에는 기본 전제부터가 다르다. 엔리는 죽어도 상관 없는 아해지만 바루나 늑늑이는 아니지 않은가.

       

       감히 본인의 안식처를 건드릴 생각을 했다는 것이 괘씸하여 즉시 달려가 그 노친네의 몸에 패배를 새겨주었을 것이다.

       

       어쩌면 다소 감정이 격해져 거세게 끝마무리를 지었을지도 모르겠군.

       

       무얼 이전에도 한 번 박살을 냈던 녀석이다. 경지가 상승한 지금이라면 상대하는 것도 별 어려울 것이 없을 터…

       

       음.

       

       “생각이 바뀌었다. 이 쯤 되었이면 여기도 신림에서 알아서 할 수 있을테니 엔리에게로 가자꾸나.”

       

       – 갑자기?!

       – 그래도 친구라는 거구나?

       – 엔리 삐지면 귀찮으니까.

       

       생각해보니 마침 잘 된 일이구나. 경지가 오르고 나서 적당히 시험을 해 볼 상대가 필요했는데 검선 그 노친네 정도면 적당하지.

       

       녀석이 날 부르는 목적은 분명 이전의 패배에 대한 설욕일 터이니 본인이 그 곳에 당도하면 싸움을 받아줄 터.

       

       “아해들아. 검선의 위치를 말해보거라.”

       

       정확한 위치는 되었다. 적당히 인근에 도착하면 녀석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을 테니까.

       

       – 나설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대나무 숲으로 가시면 되요. 순간이동 가능한 장소에요.]

       

       “그래. 고맙다. 설아야.”

       

       설아가 이야기해 준 장소로 이동을 하자 빽빽하게 대나무가 들어선 장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호. 무림에 이런 곳도 있었던 것인가? 꽤 분위기가 좋은 장소구나.

       

       보름달이 아래를 비출 적에 왔더라면 운치가 있었을 것이야.

       

       그리 생각을 하며 대나무 숲에 기운을 퍼트렸다.

       

       “자잘한 아해들이 많구나.”

       

       이 곳에 무어 귀한 것이라도 있는 것일까?

       

       유저로 보이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야.

       

       허나 그 수많은 기운 속에서도 검선은 제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기운을 조금도 감추지 않고 있구나.

       

       자신을 찾아오라는 것이냐?

       

       허어. 시건방지구나. 한 번 패배한 약자라면 내 앞에 당도하여 싸움을 청하는 것이 도리일 터이거늘.

       

       본인의 몇 배에 달하는 세월을 산 늙은이라 하여 우대받기를 원하는 것이냐?

       

       이래서 쓰잘데기없이 나이만 먹은 신선놈들이 싫다니까.

       

       이런 것들을 요즘 말로 꼰대라 하던가.

       

       뭐어 좋다. 이번에는 특별히 내가 양보를 해주도록 하마.

       

       허공을 밟아 무성히 자란 대나무의 위를 걷는다.

       

       그러고 있으면 무심한 체를 하며 아래를 둘러보는 바루의 모습이 보인다.

       

       “무얼 보는 것이냐?”

       “…딱히 아무것도.”

       “이 아래에 펼쳐진 도술을 보는 게야?”

       

       이 대나무 숲 전체에는 정체 모를 도술이 펼쳐져 있다.

       

       본인도 나름의 수련을 거쳤으니만큼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지금 본인의 배움으로 추측하기에는 너무도 복잡한 영역인지라.

       

       아마 바루의 입장에서는 전혀 다를 것이다. 수많은 이치가 연결된 저 도술은 그녀에게 배움의 장일 터.

       

       “이를 펼친 것은 분명 검선일 터. 놈에게서 이 도술을 어찌 펼쳤는지 털어내게 해주마.”

       “정말로?!”

       

       이것에 상당한 흥미가 있었던 것인지 바루가 삐진체 하는 것도 잊고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리고는 다시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저었지만 이미 가면은 벗겨진 뒤였다.

       

       “그래. 그걸로 용서해주지 않겠느냐?”

       “크흠. 그으. 무어냐. 충분히 반성을 한 듯 하니 이번에는 넘어가주마. 대신 다음 번에 이럴 시에는 절대로 가벼히 봐주지 않을 것이야. 알겠느냐!?”

       “그래. 그래.”

       

       바루는 태도가 불순하다면서 성을 냈지만 정작 그녀의 꼬리는 가벼이 흔들리고 있었다.

       

       참으로 쉬운 여우구나 바루야. 이래서야 나중에 누가 도술을 가르쳐 준다하면 따라가지 않을지 걱정이 될 지경이다.

       

       계속해서 달리고 있으려니 어느새 검선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에 도착했다.

       

       허나 위에서 내려다보는 그 곳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대나무숲이 무성할 뿐. 아마 이것 또한 도술의 일종이겠지.

       

       “자아. 민가야. 내 이를 한 번 해결…”

       “되었다. 굳이 그런 고생을 할 이유가 있느냐. 지워버리면 그만이지.”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려 그 곳을 백색으로 칠하자 본래 드러나야했을 풍경이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것도 없는 공터와 거대한 상.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바둑을 두고 있는 한 사람의 노인과 한 사람의 여성.

       

       “아니 검선님 바둑 ㅈ… 엄청 더럽게 하시네요! 고수 분께서 초보자한테 티배깅을 하는 게 맞아요?!”

       “허허. 그러게 미리 배워 왔어야지. 왜 그대의 무능을 본인의 탓으로 돌리는 지 모르겠군.”

       “으으으으으! 한 번 더 해요! 한 번 더! 빨리!”

       “그러고 싶은 마음을 굴뚝 같으나 손님이 찾아와서 말이다. 그럴 수 없겠구나.”

       

       슬며시 고개를 드는 검선과 나의 눈이 마주했다.

       

       그를 따라 고개를 엔리는 인질이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해맑게 웃더니 손을 흔들었다.

       

       으음. 역시 구하러 올 필요는 없었던 게로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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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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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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