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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7

   가만 아서 일행이 던전을 공략하는 광경을 지켜보던 나는 저들이 왜 기믹을 파악할 생각 자체를 안 했는지 알게 되었다.

   

   ‘조이!’

   ‘칫! 일단 화력으로 움직임 봉쇄할게요!’

   ‘어쩔 수 없다! 무너지는 것보단 그 쪽이 나아!’

   

   이유는 단순했다. 다른 방법을 고민하지 않아도 공략을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난 5층의 보스를 설계할 때 정상적인 방법으로 돌파하지 못하게 만들어두었다.

   

   이번 던전학 시험은 어디까지나 기믹을 공략하는 능력을 테스트하는 것.

   

   마지막을 장식하는 보스를 쓰러트리는 방법도 당연히 그 연장선이 되어야하지 않겠는가.

   

   소울 아카데미 세계관에 존재하는 몇몇 던전들처럼 던전 전체에 퍼져 있는 여러 단서를 모아 보스를 쓰러트리는 방식을 채택한 이번 던전은 처참한 패배 속에서 이런저런 것을 찾아내는 식으로 진행 되어야만 했다.

   

   지금에 와서 문제가 된 부분은 내가 아카데미의 모든 학생이 공략할 수 있도록 보스의 난이도를 조정했다는 점이었다.

   

   마지막 보스가 너무 강하면 기믹파악이고 나발이고 박살날 것이라는 생각에 적당히 선을 지켜 두었는데.

   

   그 선이 일반적인 아카데미 1학년 학생들과 차원이 다른 스펙을 지닌 아서 일행의 입장에선 공략 불가능한 수준이 아니라 충분히 상대할만한 정도였던 것이다.

   

   ‘프레이!’

   ‘알아. 물러날게.’

   

   거기에 더해 보스가 던전에 존재하던 여러 기믹을 사용하는 것도 문제였다.

   

   공격을 하면 오히려 상대를 회복시켜주는 패턴.

   

   공격을 집중해 무력화를 시켜야 하는 패턴.

   

   특정 부위를 공격해 데미지를 입혀야 하는 패턴 등.

   

   기밀학 던전의 종합체라 불러 마땅한 보스는 기믹을 공략해나간다는 부분에서 시험의 취지를 충족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장벽을 펼치겠습니다! 여기로 모여주세요!’

   

   아서의 지휘 아래에서 각자가 할 일을 해나가며 보스를 쓰러트려가는 네 사람의 모습을 보던 난 머리가 지끈거리는 감각에 이마를 꾹꾹 눌렀다.

   

   저들이 실패할 게 분명하다면 난 저 모습을 보고서도 별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언젠가 제대로 된 방법을 발견하건 계속 멍청한 짓을 반복하다 실패하건 어느 쪽이더라도 내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었으니까.

   

   던전이 제대로 공략된다면 그것대로 기쁘고 허접주신에게 억까를 당하지 않게 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잖아.

   

   근데 있잖아. 지금 쟤네들은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내가 만든 던전을 강간하려 들고 있어!

   

   절대로 이루어져서는 안 될 방식으로 던전을 공략하려 하고 있단 말야!

   

   흐갸악. 이게 내가 던전을 마구잡이로 헤집어 놓을 때 제작자들이 느꼈던 심정인가?!

   

   그 때 온갖 개소리를 지껄였던 내가 원망… 스럽진 않아! 그 새끼들은 그런 말을 들어야 했어!

   

   눈앞에서 펼쳐지는 충격적인 광경에 온갖 헛소리를 중얼거리던 나는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잠시만. 지금 선두 그룹 모두 5번째 층에서 막혀 있잖아.

   

   그렇다는 건 설마.

   

   “영애의 추측이 맞습니다. 세실 왕자님의 파티나 쿠르텐 공자님의 파티도 기믹보다 무력으로 마지막 보스를 상대하려 하는 중이시죠.”

   

   그 쪽은 각각 2학년과 3학년의 시험이기에 아서 일행이 상대하는 보스보다 더 강한 무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러설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던전학 교수가 한숨을 내뱉었다.

   

   아니이이이!

   

   쿠르텐 걔야 근육대가리니까 그렇다 치고!

   

   세실 넌 왜 그러는 데! 좀 바뀌었나 했더니 너도 똑같은 근육대가리였던 거냐!?

   

   그리고 제프! 넌 옆에서 도대체 뭐 하냐!

   

   파티의 뇌가 되어야 할 녀석이 왜 생각을 안 하고 무작정 들이박고 있는 건데!

   

   네가 그러고도 시스콘이란 걸 제외하면 완벽한 남자야?!

   

   너무 머리에 열이 오르다 보니 되래 냉정해져버린 나는 길게 숨을 내쉬고 나서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차라리 그냥 다 공략을 하는 데 실패해버리면 좋겠다.

   

   그럼 아카데미의 멍청한 학생들을 비웃으면서 제대로 된 공략법을 알려줄 수 있을 테니까.

   

   ‘젠장. 이번에는 실패인가.’

   

   아쉬움을 품은 아서의 표정을 살피던 나는 재차 한숨을 팩 내뱉었다.

   

   하아아.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냥 1학년 보스를 더 어렵게 만들걸 그랬어.

   

   *

   

   

   5층의 보스를 상대하다가 던전 바깥으로 내쫓긴 조이는 바닥에 드러누운 채 가만 위를 올려다봤다.

   

   아카데미 던전 5층에 도달한 후로 벌써 하루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5층의 보스는 쓰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정말 쓰러트릴 수 있는 걸까요.”

   

   품위 없는 행동을 하면서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할 만큼 몰려 있던 조이는 일어나야 한다 생각을 하다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감아 버렸다.

   

   그 순간 그녀의 망막에 비친 것은 여태까지 공략해왔던 던전의 풍경이었다.

   

   알른 영애께서 제작하신 던전은 분명 멋진 곳이었어.

   

   그 분께서 스스로가 만든 던전에 자부심을 지니는 게 당연하단 생각이 들 정도로.

   

   처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1층의 보스를 공략하는 과정에서였다.

   

   당시 우리 파티는 0층이라는 문구를 마주하는 바람에 잔뜩 열이 올라 있었다.

   

   여태까지 해왔던 모든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문구 앞에 얼마나 화가 났던지.

   

   3왕자님께서 영애의 머리에 꿀밤을 먹여주고 말겠다고 씩씩거리는 걸 페이비가 차마 말리지 못할 정도였으니 분위기가 어땠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이런 상황이 반전된 것은 다음 날 1층의 보스를 공략하는 법을 알게 되면서였다.

   

   1층의 마지막을 지키던 기사의 공략법은 녀석의 약점 부위를 차례차례 공격하는 것이었다.

   

   방어를 무너트리고 약점을 공격하길 반복하면 무너트릴 수나 있을까 싶던 기사를 공략할 수 있었지.

   

   첫 번째 방의 기믹을 1층에 적용시켰구나. 아예 이전의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들진 않았구나. 이야기하던 우리들의 생각을 바꾼 건 켄트 영애가 꺼낸 한 마디였다.

   

   ‘이거. 처음 만났던 병사랑 기사들의 약점이야.’

   ‘뭐? 그럴 리가… 아니. 맞군. 우리가 상대했던 이들의 약점을 처음부터 끝까지 나열하면 완벽히 일치해. 크흡. 크하하핳. 무어냐. 우린 처음부터 공략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냐?!’

   

   너희들의 노력을 모른 체 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았던 그 기믹에 우리가 품고 있었던 분노는 사르르 녹아내리고 말았다.

   

   그렇게 평정을 되찾게 된 우리들은 던전 내부 이곳저곳에서 이러한 것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2층 시작 부분에서 우리를 보자마자 도망치는 자그마한 늑대.

   

   환각임을 눈치 채면 지나갈 수 있는 지름길.

   

   환각인지 아닌지 알아차리기 어려웠던 여러 유령들.

   

   그리고 거짓된 공격과 진실된 공격을 섞어서 사용하던 2층의 보스.

   

   2번째 층을 공략했을 무렵. 조이는 세 번째 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이 던전은 꼭 우리에게 환각이라는 기믹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 같다고.

   

   너희들이 2번째 방에서 배운 지식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해주겠다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3층을 진행하는 것도 2층과 비슷했다.

   

   쏟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두머리만 처치하면 한꺼번에 사라져버리는 적.

   

   무수히 많은 방의 문 중 정답인 문이 정해져 있는 것.

   

   우리를 보자마자 무릎을 꿇고 어디가 진실인지 알려주는 체하던 악마.

   

   수많은 마법진 속에서 정해진 것만을 파괴해야 했던 보스.

   

   네 번째 층에 이르러서는 방문을 열 때마다 이곳이 꿈인지 현실인지를 구분해야만 했지.

   

   켄트 영애는 짜증난다며 투덜거렸지만 나는 꽤 재밌었어.

   

   꿈속에서는 소모를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마법을 쏟아낼 수 있었거든.

   

   물론 꿈이라 착각한 채 마법을 발현하다가 탈진하는 바람에 왕자님께 혼나기도 했지만.

   

   그리고 그 끝에 도착한 다섯 번째 층.

   

   우리를 0층으로 보냈던 폐인을 상대하게 된 우리들은 벽이란 게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기본적인 능력이 말도 안 되게 뛰어난데.

   

   자신이 이 저택의 주인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던전에 머무르던 모든 기믹을 사용하는데다가.

   

   또 단단하기는 얼마나 단단한지 우리가 공격을 아무리 퍼부어도 상처를 입기는 하는 건가 싶을 지경이었으니.

   

   그 땐 진짜 쓰러트릴 수 없는 적인 거 아냐?라는 생각까지 했다니까.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우리들을 일으켜 세워준 건 페이비였다.

   

   주신 교회의 성녀로써 수많은 절망을 마주해 보았던 그녀는 압도적인 적의 앞에서도 좌절할 줄을 몰랐다.

   

   ‘여러분들.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여태까지 들인 노력이 너무 아쉽지 않나요?’

   ‘우리가 지나온 곳을 보면 알잖아요. 알른 영애님께선 저희에게 넘어설 수 없는 시련을 주시지 않습니다.’

   ‘바꾸어 말하자면 알른 영애님은 저희가 마지막 적을 쓰러트릴 수 있을 거라 믿고 계신다는 거죠.’

   ‘영애님께 수많은 도움을 받았던 저희들이 영애님의 믿음을 배신해선 안 되는 거잖아요.’

   ‘다시 한 번 해봅시다. 일어나서 도전해보는 거에요. 끝까지.’

   

   지옥과도 같은 풍경 속에서도 희망이라는 꽃을 피워내던 성녀의 목소리는 우리의 좌절을 몰아냈다.

   

   그렇게 우리들은 포기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무작정 던전의 공략을 시도했다.

   

   계속.

   

   ‘저 녀석의 기반은 던전에 존재하던 수많은 기믹들! 그러니 그 기믹을 공략하는 법도 비슷할 터!’

   

   계속.

   

   ‘검에 붉은 기운이 서릴 때는 위협적인 공격을 사용하네요. 이건 그냥 제가 장벽으로 막아보겠습니다.’

   

   계속.

   

   ‘저 녀석의 검을 슬슬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칼 교수님이랑 비슷해.’

   

   계속.

   

   그 보스를 쓰러트리기 직전인 지금까지도.

   

   조이가 생각하기에 이미 자신들은 보스의 대부분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보스의 마지막 발악을 무너트리는 것.

   

   그 폐인이 자신의 붉은 마력을 이용해 방 전체에 마력을 퍼트리며 사용하는 마법을 막아내는 것.

   

   뭘까.

   

   그 기믹을 돌파하는 방법이 뭘까.

   

   알른 영애께서 공략할 수 없는 기믹을 만들진 않았을 거야.

   

   분명 기믹 자체에 단서를 남겨뒀을 텐데.

   

   하아.

   

   정말 모르겠네.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자.

   

   그 마법진이 어떤 형태를 취하고 있었더라.

   

   자신의 망막에 마법진의 형태를 그리던 조이는 문득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만약에.

   

   진짜 만약에.

   

   애초에 그 마법진이 형성되지 못하게 막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마법진이 새겨지는 순간 거기에 내 마력을 뒤섞어 생성 자체를 막아버리면.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조이는 눈을 번뜩 뜨는 것과 동시에 튀어 오르듯 몸을 일으켰다.

   

   “조이. 깨어났느냐? 일정이 너무 고되었으니 잠시 휴식을.”

   “알겠어요!”

   “…뭐?”

   “마지막 적을 쓰러트릴 방법을 알겠다고요! 3왕자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 : 그거 아냐! 그거 맞고 뒤지라고 만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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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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