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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8

       사람을 동물에 비유하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일일까?

        

       종종 진지하게 고민하는 일인데, 그럴 때마다 내가 내리는 결론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였다.

        

       돼지 같은 것에 비유하면 당연히 기분 나빠한다. 높은 확률로 뚱뚱하다는 소리니까. 소도 그렇게 좋은 비유는 아니겠지.

        

       말 같은 경우에는 얼굴을 비유하는 경우가 많으니 당연히 아웃이고, ‘개’도 마찬가지다. 보통 사람한테 개라고만 하면 여러모로 부정적인 이미지밖에는 떠오르지 않으니까. 정 귀엽다고 하려면 강아지라고 하는 편이 나을 거다. 아니면 앞에 ‘외모가’라는 말을 붙이던가.

        

       그렇다면, 햄스터는 어떨까.

        

       햄스터는 귀엽다. 솔직히 뭘 해도 귀여운 생물이다. 사람의 손을 물어도 그 동글동글 귀여운 외모가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욕심 많고 잘 먹는다는 분위기도 있다. 볼 안에 이것저것 많이 넣어두고 오물오물 씹는 것은 귀엽게 보이긴 하지만, 동시에 다소 미련하고 욕심 많아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내 눈앞에 앉아있는 미아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뭐랄까…… 식탐이 많다고 해야 하나. 볼 안에 이것저것 넣은 채 오물오물 씹고 있는 모습을 보면 햄스터가 떠오르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쪽에는 햄스터라는 게 있는지 모르겠다. 존재 자체는 있을지 모르지만, 다른 짐승들처럼 그 햄스터도 무슨 폭발 마법 같은 걸 쓸지도 모르겠다.

        

       왜 폭발 마법인가 하면…… 그냥 이미지가 그랬다. 볼에 뭔가 가득 넣고 있는 것에 터질 것 같은 분위기잖아.

        

       “크로우필드에서 이런 건 잘 먹지 못하나요?”

        

       나는 내 앞에 있던 디저트 접시를 미아 앞으로 슬쩍 밀어주며 말했다.

        

       “아, 네.”

        

       내가 갑자기 말을 걸어서 그런지, 정작 내가 밀어준 그릇은 눈치채지 못한 채 미아는 얼른 대답했다. 대답을 듣는 데는 약간의 딜레이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입 안에 이것저것 넣고 씹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크로우필드에는 이런 디저트를 파는 카페가 없으니까요.”

        

       “크로우필드는 벨부르와 국경을 접한 지역이 아닌가요?”

        

       미아 옆에 앉아있던 샤를로트가 깜짝 놀라서 물었다.

        

       “벨부르에 영향을 받은 음식이 몇 가지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벨부르 음식이라면 무조건 제국 음식보다 맛있다’라는 자부심 가득한 말에, 앨리스가 샤를로트를 흘겨보았다.

        

       지금 우리가 앉아있는 곳은 우리가 학기 중에 자주 방문하던 그 카페였다.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아카데미답게, 학생들은 모두 며칠쯤 전에 기숙사에 짐을 옮겨둔다. 일반적으로 집이 제도에서 멀리 떨어진 학생일수록 일찍 오는 경우가 많다. 기차와 비행선 외에는 교통수단이 정속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시대다. 자동차가 있긴 했지만, 제도 전체에 포장도로가 깔린 것도 아니고.

        

       사실 샤를로트의 경우에는 벨부르에서 제도까지 이어진 열차가 있어 굳이 먼저 올 필요는 없는 환경이었지만.

        

       그런데도 개학 이틀 전에 미리 도착한 것은 역시 친구들과 빨리 만나고 싶어서였을까.

        

       본인은 절대로 인정하지 않지만 말이지.

        

       “아, 그게…….”

        

       미아는 눈을 살짝 굴리며 말했다.

        

       아무래도 크로우필드가 과거에는 벨부르 영토였다는 사실이 조금은 불편했을지 모르겠다. 벨부르 음식이 있다는 사실도 따지자면 ‘국경이 인접해서’가 아니라 ‘원래는 벨부르 영토였으니까’에 가까운 이야기고.

        

       “어머니께서 사업에 집중하시다 보니…….”

        

       크로우필드도 나름대로 산업화한 곳이다. 공장도 있다는 것 같고.

        

       그런데 그 공장은 모르핀 공장이다.

        

       아편에 대해서는 아직 꼭꼭 숨겨져 있었기에 그 생산량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모르핀 같은 합법적인 약물만 하더라도 크로우필드를 먹여 살리기는 충분하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산업화’한 곳이 그렇듯, 서민경제가 개박살나있다.

        

       서민경제가 개박살났다는 것은 이런 카페도 거의 없다는 소리다. 그렇다고 이 카페가 일반적인 평민이 매주 올 수 있을 정도로 평범한 가격의 카페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중산층 정도 되는 평민이 종종 올 수 있을 정도의 가격은 되었다.

        

       이런 카페는 미친 듯한 가격으로 음식을 판매하며 귀족에게만 장사하는 곳이 아니라, 그런 종종 오는 평민들의 수도 최대한 늘려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식으로 장사하는 곳이다. 아마 우리 같은 유명 황족, 왕족, 귀족이 와서 먹는 것도 꽤 도움이 되리라. 그런 평민들이 ‘나도 황족이 먹은 곳에서 먹어봤다’라는 말을 하기 위해 방문하니까.

        

       하지만 그것도 절대적인 인구수가 많기에 가능한 사업전략이다.

        

       크로우필드처럼 상대적으로 인구수가 적은 곳은 이런 어중간한 위치의 카페가 생겨나기 힘들다. 아예 고급화해 귀족에게만 장사하는 곳이나 아예 쓰레기 같은 음식만 싸게 파는 곳, 이렇게 양분되게 된다.

        

       당연히 미아는 ‘이런 음식’을 먹지는 못할 거다.

        

       적당히 맛있는 음식을 양껏 먹는 것 자체가 어렵다. 많이 나오는 음식은 맛이 더럽게 없고, 고급 음식은 말 그대로 ‘한 점’ 혹은 ‘한 스푼’씩 천천히 나오니까.

        

       “아…….”

        

       미아의 말을 들은 샤를로트도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안타깝다는 듯 미아의 팔을 토닥여주었다.

        

       그리고 자기 앞에 있던, 아직 손을 대지 않은 조각 케이크도 미아 쪽으로 옮겨주었다.

        

       미아는 그런 샤를로트의 행동이 다소 당혹스럽게 느껴지는 듯했으나, 굳이 거절하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클레어와 레오는 아직 기숙사에 들어오지 않은 모양이네요.”

        

       “아마 입학식 당일에 들어올 거야. 걔네들은 집이 바로 근처잖아.”

        

       “가까운 곳에서 아카데미를 다닌다는 것이 조금 부럽네요.”

        

       앨리스의 말에 샤를로트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

        

       “벨부르는 어때? 이런 아카데미가 있어?”

        

       “사실, 이런 아카데미는 없어요. 귀족 아이들 일부를 데려다가 가르치는 비슷한 곳은 있지만, 이런 규모는 아니죠. 대학도 있긴 하지만 그곳은 저희 같은 나이대가 가는 곳은 아니니까요.”

        

       “그렇구나…….”

        

       “사실 다른 나라까지 가지 않아도, 이런 아카데미는 드문 편이야. 제국에도 전국을 통틀어 아카데미는 손에 꼽을 정도고, 그중에서도 이 정도까지 체계적인 곳은 이 론다리움 아카데미뿐이니까.”

        

       “…….”

        

       내 말이 끝나자, 미아와 샤를로트의 시선이 나에게 모였다.

        

       “……왜 그러십니까?”

        

       갑자기 말이 없어진 두 사람을 보고 내가 그렇게 물어보자, 샤를로트와 미아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다시 내 쪽을 보았다.

        

       “대체 언제부터 앨리스에게 말을 그렇게 편하게 하게 되었나요?”

        

       두 사람 중 샤를로트가 대표인지, 나한테 그렇게 대놓고 물어봤다.

        

       “아, 지난 방학 때 말을 놓기로 상호 합의했습니다.”

        

       “……그래요?”

        

       샤를로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러면, 저와 미아한테는 존댓말을 하는 이유가 뭐죠?”

        

       “그야 미아와 샤를로트 두 사람 모두 제게 존댓말을 쓰기 때문입니다.”

        

       “그게…… 그렇게 되나요?”

        

       그렇게 되지.

        

       나한테 말을 놓으라고 할 생각인 모양인데, 안타깝게도 나는 두 사람에게는 아직 말을 놓을 생각이 없다.

        

       저쪽에서는 존댓말을 쓰는 데 내가 반말을 쓰는 건 좀…… 불편하잖아.

        

       그리고 나의 말에 두 사람도 딱히 반박할만한 말을 찾지 못한 모양이었다.

        

       앨리스가 괜히 뿌듯해 보이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걸 보고 조금 어이없어하는 중이었는데,

        

       “오, 있다, 있어.”

        

       클레어의 목소리가 들렸다.

        

       카페 1층 테라스에 앉아있는 우리 쪽으로 손을 흔들며 뛰어온 클레어가 말했다.

        

       “샤를로트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 여기서 모여있는 건 아닌가 싶어서 왔는데, 역시 있었네.”

        

       “오랜만이네요, 클레어.”

        

       “평안하셨나요?”

        

       “응, 오랜만이네. 그리고 평안했어.”

        

       “두 사람 다 오랜만이네.”

        

       샤를로트, 미아와 차례대로 인사를 나누는 클레어 뒤로 조금 늦게 레오가 따라와 인사했다.

        

       “아, 맞다. 실비아.”

        

       “응?”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있는 클레어를 보던 앨리스가, 다소 뜬금없이 나한테 말을 걸었다.

        

       “아, 그게…… 아니다. 뭔가 말하려고 했는데 기억이 안 나네.”

        

       “……뭐야, 그게. 뜬금없이.”

        

       클레어와 관련된 이야기라도 꺼내려나 해서 대답한 건데, 영 앨리스답지 못한 말이 나왔다.

        

       뭐, 앨리스가 이런 실없는 말을 하는 것도 나와 그만큼 편하게 지내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지.

        

       어깨를 으쓱해 보인 나는 다시 클레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흠칫 놀랐다.

        

       완전히 딱딱하게 굳어버린 클레어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언니.”

        

       “네?”

        

       “네에???”

        

       아, 이런 말투 어디서 들어봤는데.

        

       군대에서 ‘잘 못 들었습니다’ 대신 ‘네?’라는 반응을 보였을 때 선임이 보이던 반응과 똑같았다. 네에↗!? 하는 그런 말투.

        

       “……왜 그러십니까?”

        

       “십니까!?”

        

       내 말의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클레어는 격분했다. 저 멀리 지나가던 사람들이 죄다 이쪽을 돌아봤을 정도로.

        

       아니, 왜 그러는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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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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