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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8

    로만은 마법사이자, 마법교사였다.

    또한 그는 이 마법 경시대회의 출제위원이자, 심사위원이었다.

     

    그리고 그가 그런 직책을 맡게 된지도 벌써 6년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 그의 눈에, 어느 아이가 보인다.

    주변의 아이들과는 확연히 비교가 되는 연령과 외모.

    그건 단지 어리고 귀엽다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 소녀는 십대 중후반의 아이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십대 초반의, 기껏해야 12~14세의 어린 외견을 하고 있었으며, 엘프나 인간족이 대부분인 사이에서 거의 유일하게 수인의 형상을 띄고 있었다.

     

    이 시험을, 저렇게 어린 학생이, 그것도 수인 여자아이가 치르고 있다니?

     

    로만이 딱히 인종차별주의자라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 시험에 연령제한 같은 건 딱히 없지만, 그래도 각종 마법수식과 증명을 자유자재로 다뤄야하는 이 시험은 12~14세 연령의 아이들이 치르기 쉬운 시험은 결코 아니다.

    그래서 그 정도로 어린 학생은 전 대륙에서 영재만 모인 이 시험장에도 많이 없다.

    그리고 수인 또한, 본능으로인한 소년기의 정신적 산만함이 발목을 잡기 때문에 수가 많지 않다.

    어린 수인은 본능의 영향으로 마법을 학습하는 것에는 적합하지 않으며, 때로는 아예 학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마법적으로 밝혀져 있으니까.

     

    그렇다보니 출전자에 그 둘이 합쳐진 경우는 당연히 더더욱 적었다.

     

    사실, 로만은 시험장 입구에서 입장을 거부하는 직원과 말씨름을 하는 아이의 모습을 이미 한번 봤다.

    워낙 특이한 상황이었으며, 아이의 생김새가 워낙 특이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 때만 해도 별 이상한 아이가 다 있구나, 생각을 했는데.

     

    문제를 받자마자 달라지는 눈빛.

    깊은 사색에 잠기는 표정.

    그리고 분주히 움직이는 연필.

     

    로만은 이 어린 소녀가 마법에 누구보다 열정적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 광경을 보면 생각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는 적어도 이 아이는 마법에 진심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다.

     

    그 소녀는 시험에 늦지 않기 위해서 전력으로 달려서 시험장에 도착해서는 누구보다 진지하게 문제에 고민을 하고 있었으니까.

     

    “흐음…….”

     

    그때, 소녀의 입에서 작은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거침없이 적어내려가던 손도 멎었다.

    안타깝게도, 어떤 문제에서 막힌 듯하다.

    아이의 뒷모습만 보아도 곤란한 듯한 표정이 보이는 듯했다.

     

    그는 그 모습을 보자 자신은 시험 감독관으로써 중립의 입장을 지켜야 함에도, 마음 속으로 그 소녀를 응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힘내렴, 얘야.’

     

    그런 응원이 통했는지, 아이는 한번 한숨을 푹 내쉬고는 금세 다시 손을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 저 근성만큼은 어쩌면, 어른들도 배워야하는 덕목이 아닐까.

    로만은 이내 다른 곳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도, 10살짜리 아이는 없는 것 같군.’

     

    사실, 로만은 어느정도 기대를 하고 있었다.

    어쩌면 가장 위대한 천재가 될 지도 모르는, 베일에 싸인 한 인물을 말이다.

     

    ‘그 아이를 한번쯤 눈으로 보고 싶었는데.’

     

    그 역시 샤에흐의 기적식이 풀린 역사적인 날, 마탑의 ‘긴급소집’에 응했던 몇 안되는 마법사들 중에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는 잠시 학회장에게 들었던 단서들을 곱씹어보았다.

     

    ‘증명한 건 마법사가 아닙니다. 10살짜리 여자아이지요.’

    ‘그것을 증명한 사람은 10살짜리 여자아이입니다. 아카데미 마법경시대회에 출전했다가 잠시 화장실을 쓰려고 들린.’

     

    그 단서로 유추해보건데, 그 소녀는 분명 마법 경시대회에서 문제없이 수상을 했을 것이다.

    샤에흐의 기적식마저 풀어버린 천재 소녀가, 고작 아카데미 마법 경시대회 수준의 문제에서 수상을 하지 못 할 리가 없으니까.

    그렇다면 어쩌면 국제 아카데미 마법 경시대회에도 출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할 수 있다.

     

    하지만, 10살로 보일 정도로 앳된 아이는 딱히 보이지 않는다.

    그 이야기를 들은 게 고작 1년도 되지 않았으니, 그렇게 많이 성장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그럼 이 중에서 가장 어린 건……’

     

    로만은 다시 아까 전의 그 소녀를 바라보았다.

    여기서 가장 어려보이는 여자아이라고 하면 바로 저 아이 였으니까.

     

    하지만 설마 그 여자아이가 저 아이는 아닐 것이다.

    나이대도 단서와 맞지 않는데다가, 저 정도 난이도의 문제에도 쩔쩔매면서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가 샤에흐의 기적식을 풀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긴, 그런 업적을 이뤄놓고 굳이 이런 시험에 얼굴을 비출 이유는 딱히 없겠지.’

     

    이번 라스상이 확정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굳이 이런 시험을 비행기표까지 끊어가며 치르러 올 필요는 아마 없었을 것이다.

    제아무리 이 마법 경시대회의 상이 저명성이 있다고 해도, 라스상에 비교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장식품에 불과할 테니까.

     

    로만은 그렇게 스스로의 생각에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그 아이가 시험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

     

    “그래도, 정말 크게 다칠 수 있었어.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마, 알겠어?”

    “알겠다. 앞으로는 지붕위를 뛰어다니는 짓은 하지 않겠다.”

    “그래, 약속했다?”

     

    지붕을 건너뛰다니.

    그건 정말로 위험한 행동이었다.

    제라드는 어른으로써, 아이의 크게 다칠 수도 있었던 위험한 행동을 혼내지 않을 수 없었다.

     

    루크도 굳이 그런 제라드에게 반발하지 않고 가만히 훈계를 들었다.

    솔직히, 위험하기는 했으니까.

     

    ……다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위험했다는 뜻이다.

     

    누군가 자신이 예의 그 날개를 펼친 채 지붕과 지붕 사이를 날아(‘난다’보다는 활공이라고 하는 편이 더욱 적절한 표현이기는 하다만)다니는 모습을 보기라도 했다면, 꽤나 골치아픈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점프 직후에 잠깐씩 꺼낸 것이긴 해도 말이다.

     

    아무튼 루크가 반성을 하는 기색을 보이자, 제라드가 물었다.

     

    “그래서, 시험은 잘 본 것 같아?”

     

    솔직히 말해, 루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게 아니겠는가?

    그렇게 위험한 짓을 해가면서까지 치른 시험이다.

    그런데 막상 시험을 잘 못 보았다고 하면 굉장히 슬픈 일이 아닐까.

     

    하지만, 루크의 표정은 꽤나 밝았다.

     

    “아아, 물론. 대체로 잘 본 것 같기는 하다만.”

    “그래? 어려운 건 없었고?”

    “어려운 것이라.”

     

    루크는 잠깐 중얼거리더니 크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러고보니, 땀 때문에 옷이 너무 불편하더군. 그게 가장 큰 곤욕이었다.”

     

    그건 루크에게 진심으로 문제였다.

     

    땀에 절어서 속옷과 교복이 착 달라붙어 굉장히 찝찝했을 뿐만이 아니라, 혹여나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땀냄새가 풍기진 않을까 계속 생각하고 있으면 집중이라는 것을 하기가 아주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시험은 중요하니까.

     

    그리고, 과거엔 그보다 훨씬 더 가혹한 환경에서 전쟁을 치른 적도 있지 않던가?

    그런 기억을 떠올려보며 어떻게든 버텨본 결과, 루크는 문제없이 시험을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한번은 문제를 풀다가 땀이 흘러서 풀이과정이 젖어버리기도 했고, 내게 지독한 냄새가 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어서 영 집중이 안되더군.”

    “아니, 그런 거 말고. 어려운 문제 없었냐고…….”

     

    하긴, 루크 같은 여자아이는 그런 부분이 굉장히 신경쓰이기야 했겠지만, 제라드가 말한 건 다른 문제였다.

     

    루크가 마법에 관심이 많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시험에 어려운 문제가 하나도 없지는 않았을 터다.

     

    요즘 마법 경시대회에는 어떤 문제가 나올지 궁금하기도 해서 물어본 것인데, 루크는 옷이 땀에 젖어서 힘들었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그러나 특이하게도 국제 마법 경시대회는 시험이 끝나고 몇 시간동안 전문적인 마법사들이 채점을 시작해서 별 이상이 없다면 결과를 당일 바로 발표한다.

    그 때문에 루크는 불쾌한 몸상태임에도 바로 숙소에 돌아갈 수가 없다.

    그래서 루크는 어쩔 수 없이 화장실에서 클린 마법과 손수건을 이용해 간단히 몸을 청결하게 만든 것이 전부였다.

     

    “아.”

     

    루크는 그런 제라드의 의도를 뒤늦게 파악하고는 헛기침을 하며 부끄러움을 숨겼다.

    그러고보니 굳이 땀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지 않았나.

     

    “흠, 어려운 문제는 딱히 없었던 것 같다. 다만…….”

    “다만?”

     

    “굳이 쓸데없이 모든 문제에 풀이를 적어야 하는 것이 조금 고역이었달까.”

     

    경시대회의 시험지는 모든 문제가 서술형이었다.

    그 말은 즉, 풀이를 적어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루크는 그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이미 머릿속에서 대충 암산하면 나오는 답을, 굳이 풀이를 적어내야 한다는 말인가?

     

    루크에겐 그건 마치, 1+1이 어째서 2가 되는지를 증명하라는 말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루크는 문제를 푸는 것 보다는 오히려 어떻게해야 다른 사람들이 풀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그래? 문제가 많이 쉬웠나보구나?”

     

    제라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어, 아무래도 자신이 있나보다.

    금메달은 받으려나?

     

     

    그 때였다.

     

    -출전자 루크 이루시, 루크 이루시는 지금 시험장으로 돌아와주시기 바랍니다.

     

    “응? 무슨 일이지?”

    “글쎄…….”

    혹시 땀때문에 수정한 게 문제가 된 걸까?

    루크는 초조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문제가 어려워서 쩔쩔맨게 아니라, 답지에 땀이 묻어서 곤란했던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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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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